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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1-28 15:45:42

화왕계


1. 개요2. 원문과 해석
2.1. 등장인물
3. 기타

1. 개요

신라의 학자 설총이 자신의 외사촌형이기도 한 신문왕을 위해서 지었다는 설화로 단편적인 글이며, 삼국사기 설총 열전에 실려 있다. 신문왕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줄 것을 청하자 설총이 이에 응해서 만들어졌다. 설총의 글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지금 거의 유일하게 전해지는 설총의 문장이다. 더 자세한 내용은 여기를 참고. 이 문서의 원문 및 해석은 위 출처에서 인용했으며 내용과 해석의 순서만 편집하고, 해석이나 원문은 더하거나 빼지 않았다.

한국 최초의 창작 설화로 알려져 있고 설화의 가전적인 요소가 고려 때 가전체에 영향을 주었다고 하며, 꽃을 의인화한 것으로 풍자를 해서 왕에게 충고를 전하는 내용이다. 왕을 화왕(모란), 간신을 장미, 충신을 백두옹(할미꽃) 등에 비유해 장미, 백두옹을 통해 간신을 멀리하고 충신을 가까이 하라는 내용이며 이는 곧 유교 정치 이념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동문선에서는 풍왕서라는 이름으로 기록되어 있기도 하다.

2. 원문과 해석

聰曰 唯 臣聞昔花王之始來也 植之以香園 護之以翠幕 當三春而發艶 凌百花而獨出 於是 自邇及遐 艶艶之靈 夭夭之英 無不奔走上謁 唯恐不及

설총이 이렇게 말했다. “제가(설총) 들은 것은 옛날 화왕(花王, 모란)이 처음 왔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이를 향기로운 동산에 심고 푸른 장막으로 보호하였는데, 봄철이 되자 곱게 피어나 온갖 꽃들을 능가하여 홀로 빼어났습니다. 이에 가까운 곳으로부터 먼 곳에 이르기까지 곱디고운 아름다운 꽃의 정령들이 바삐 달려와 화왕을 알현하고자 하며 오로지 뒤쳐지지나 않을까 염려하였습니다.

忽有一佳人 朱顔玉齒 鮮粧靚服 伶俜而來 綽約而前曰 妾履雪白之沙汀 對鏡淸之海而沐春雨以去垢 快淸風而自適 其名曰薔薇 聞王之令德 期薦枕於香帷 王其容我乎

홀연히 한 미인이 붉은 얼굴과 옥 같은 이에 곱게 화장하고 맵시있게 차려입고는 간들간들 오더니 얌전하게 앞으로 나와서 말하기를 ‘저는 눈처럼 흰 물가의 모래를 밟고, 거울처럼 맑은 바다를 마주보며, 봄비로 목욕하여 때를 씻고, 맑은 바람을 상쾌하게 쐬면서 유유자적하는데, 이름은 장미(薔薇)라고 합니다. 왕의 아름다운 덕을 들은지라 향기로운 휘장 속에서 잠자리를 모시고자 하온대 왕께서는 저를 받아주시겠습니까?’라고 하였습니다.
又有一丈夫 布衣韋帶 戴白持杖 龍鍾而步 傴僂而來曰 僕在京城之外 居大道之旁 下臨蒼茫之野景 上倚嵯峨之山色 其名曰白頭翁 竊謂左右供給雖足 膏梁以充腸 茶酒以淸神 巾衍儲藏 須有良藥以補氣 惡石以蠲毒 故曰 雖有絲麻 無棄菅蒯 凡百君子 無不代匱 不識王亦有意乎

또한 한 장부가 베옷에 가죽 띠를 매고[1] 허연 머리에 지팡이를 짚은 채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구부정하게 와서 말하기를 ‘저는 서울 밖의 큰길가에 거처하여, 아래로는 푸르고 넓은 들판의 경치를 내려다보고 위로는 우뚝 솟은 산빛에 의지하고 있사온대, 이름은 백두옹(白頭翁, 할미꽃)이라 합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비록 주위에서 받들어 올리는 것들이 넉넉하여 기름진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차와 술로 정신을 맑게 하고 의복이 장롱 속에 쌓여 있더라도, 반드시 좋은 약으로 기운을 돋우고 독한 침으로 병독을 없애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옛말에 명주실과 삼실같은 귀한 것이 있다 해도 왕골과 띠풀 같은 천한 물건을 버리지 않아, 무릇 모든 군자들은 모자람에 대비하지 않는 일이 없다 하였습니다. 왕께서도 또한 이런 생각을 갖고 계시는지 모르겠습니다.’라고 했습니다.
或曰 二者之來 何取何捨 花王曰 丈夫之言 亦有道理 而佳人難得 將如之何 丈夫進而言曰 吾謂王聰明識理義 故來焉耳 今則非也 凡爲君者 鮮不親近邪侫 疎遠正直 是以 孟軻不遇以終身 馮唐郞潛而皓首 自古如此 吾其奈何 花王曰 吾過矣 吾過矣

어떤 이가 ‘두 사람이 왔는데 어느 쪽을 취하고 어느 쪽을 버리시겠습니까?’하니, 화왕이 ‘장부의 말도 일리가 있지만 아름다운 여인은 얻기가 어려운 것이니 이 일을 어찌 할꼬?’라고 말했습니다. 장부가 나아와서 말하기를 ‘저는 대왕이 총명하여 이치를 잘 알 것이라 생각하여 왔던 것인데, 지금 보니 그렇지가 않습니다. 무릇 임금된 사람치고 간사하고 아첨하는 자를 가까이하고 정직한 자를 멀리하지 않는 이가 드뭅니다. 이 때문에 맹가(孟軻, 맹자)는 불우하게 일생을 마쳤고, 풍당(馮唐)[2]은 낭서(郞署, 숙위관으로 낮은 관직임)에 머물러 백발이 되었던 것입니다. 예로부터 이러하였으니 전들 어찌 하겠습니까?’라고 하니, 화왕이 ‘내가 잘못했다, 내가 잘못했다.’라고 했답니다.”
於是 王愀然作色曰 子之寓言 誠有深志 請書之 以謂王者之戒 遂擢聰以高秩

이 이야기를 듣고 왕이 안색을 바로 하며 말했다. “그대의 우화는 진실로 깊은 뜻이 담겨있다. 글로 써서 왕 된 이들의 경계로 삼기 바란다.” 그리고는 설총을 높은 관직에 발탁하였다.

2.1. 등장인물

3. 기타

제7차 교육과정의 문학 교과서 중에서는 두산, 천재교육 등이 출판사인 책에 문학 작품 중 하나로 수록되었다.


[1] 작위가 없고 가난함[2] 전한 문제때의 인물로, 문제가 우연히 대화를 나누어 그의 인물됨을 알았을때는 이미 너무 늦은 나이(90이 넘었다고)였다고 한다.[3] 모래를 밟고 바다를 마주본다(妾履雪白之沙汀 對鏡淸之海而)는 자기소개를 보아 해변의 모래땅이 주 서식지인 해당화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학습만화에선 간혹 우리가 흔히 보는 풍성한 겹장미로 그리기도 하지만 이건 고증오류. 저 시절 야생장미는 중국의 월계화를 제외하면 홑꽃이지 현대식 풍성한 겹꽃장미가 개량되기 전이었다.[4] 마땅히 왕으로써 물리쳐야 할 눈앞의 쾌락을 쉬이 포기하지 못한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