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흑백으로만 이루어진 만화.일본에서는 白黒만화(백흑만화)라고도 하지만 그보다는 모노크롬과 그레이스케일 만화라고 부르며 일본의 흑백만화를 말하면 십중팔구 모노크롬 만화이다. 같은 흑백처럼 보여도 그레이스케일로 그렸다가는 모노크롬 인쇄시에 색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컬러를 쓸 수 없으니 흑백만화는 컬러보다 열등하거나 혹은 그리기 쉬울것이다 같은 생각을 하기 쉽지만 이는 흑백만이 할 수 있는 표현과 연출을 잘 모르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작품성 위주의 만화들은 오히려 역으로 흑백만화인 경우도 많다.
인쇄 비용이 저렴한 것도 큰 메리트. 일본의 만화잡지가 실질 무료의 가격으로 매주 나와 전국에 뿌려질 수 있는 이유도 저렴한 인쇄비에 재생지 같은 하급의 종이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만화는 태생부터가 대중문화이고 기본적으로 빠르게 생산되며 소비되는 문화이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고급화 전략도 곤란한 점이 있다.
한국 만화의 경우, 학습만화나 웹툰 단행본이 아닌 경우는 거의 다 흑백만화라고 보면 된다. 다만 어린이 대상 만화여도 옛날에 나온 경우(1990년대 말~2000년대 초)는 흑백인 경우가 좀 있다.
책으로 나오는 웹툰 단행본들은 컬러인쇄에 종이도 비싼 것을 사용하고 애시당초 한국 출판시장 자체가 다소 기형적이다보니 소장가치를 높이는 고급화 전략에 맞춰 비싸고 고급스럽게 만들어져 나오고 있다.
웹툰의 경우 마사토끼의 만화나 이말년씨리즈 같은, 그림이 아닌 내용을 보는 종류의 만화는 흑백이든 컬러든 별 상관없다. 그리고 프로 만화가가 아닌 경우에는 개인의 역량이나 시간 문제로 흑백으로 연재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이런 작품들이 정식 연재로 넘어가면 컬러로 다시 연재된다. 대표적으로 바다이야기.
2. 서구만화는 모두 컬러만화인가?
미국만화나 유럽만화는 모두 컬러만화라고 생각하는 경우들이 있는데 이는 명백한 오해이다. 대중성과 오락성위주로 선보이는 미국의 히어로물 만화들이나, 프랑스의 알붐 계열 만화들은 컬러만화위주로 제작되나, 작가주의와 작품성 위주로 선보이는 그래픽노블 계열 작품들은 오히려 흑백(혹은 색사용을 최소화한 단색계열) 만화가 더 많다.이는 국내에 소개되는 서구만화 중 컬러만화로 어떤 것이 있고, 흑백만화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확인해봐도 알 수 있다. 컬러만화는 슈퍼히어로물, 밀리터리, SF 계열의 오락성 위주 만화이며, 흑백만화는 르포르타쥬, 다큐멘터리, 사회고발, 작가주의 계열의 작품이 많다. 진지한 내용인 쥐: 한 생존자의 이야기도 흑백으로 만들었다.
3. 흑백만화의 미래?
근본적으로 만화는 일종의 '언어'이자 '기호'이다. 소설이 흑백으로 인쇄되어도 아무 문제가 없듯, 흑백만화 고유의 문법과 기호가 의미 전달에 문제가 없다면 컬러로 찍어야할 이유가 전혀 없다.흑백만화가 별종 취급받는 것은 미국쪽 만화나 웹툰쪽의 이야기일 뿐, 일본의 잡지연재 만화에선 도리어 컬러가 별종 취급받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원피스나 짱구는 못말려 같은 만화가 흑백이라고 캐릭터를 못알아 본다거나, 컬러가 아니라서 성의 없다고 여기는 사람은 없다. 되려 흑백이기에 가독성이 높아질 수 있는 것 역시 이러한 논지를 뒷받침한다. 지나친 파스텔톤의 남발은 되려 가독성을 떨어뜨릴 수 있으며, 단순히 그림이 아닌 활자 등이 사용되는 만화의 경우 이러한 현상이 더욱 심화된다.
격주간으로 연재되는 만화에 대한 작업량과 구매비용문제[1]도 여기에 영향을 미치지만, 결정적으로 흑과 백, 선만 있어도 많은 것을 표현하기에 충분하기 때문에 흑백만화는 앞으로도 여전히 존속할 가능성이 높다. 색은 새로운 표현법으로 부족함 하나 없는 훌륭한 요소지만, 단지 그것만으로 흑백과 컬러의 우열을 결정지을 요소가 될 수는 없다.
실제로 컬러만화가 작품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미국에 일본식 만화인 망가 바람이 불고 있다. 실제로 나루토는 컬러만화가 판치는 서양권에서 그래픽노블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일본만화도 스크린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보다 화려한 그림체등이 유행했던 시절(후지사키 류의 봉신연의 등)이 있었지만, 이후 토리야마 아키라의 영향을 받은 만화가들이 톤의 사용을 최대한 지양하고 펜선과 먹칠로 만화라는 장르를 소화하고 있는 만화가들이 많아지는 현실[2]을 생각해보면 역시 우열의 요소에 흑백과 컬러는 들어가지 않는 듯하다.
현실성의 여부가 작품의 질을 결정짓는다는 논리 또한 조금은 위험한 발상. 이 말대로라면, 아무리 잘 만든 애니메이션이라도 졸작의 영화를 따라갈 수 없고, 아무리 잘 만든 흑백영화라도 졸작 컬러영화를 따라갈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는데 당연히 틀린 말이다. 기술력이 컬러인쇄로 완전히 이행된 현대에도 특별한 연출에만 단색을 활용하는 씬 시티라는 그래픽 노벨이 제작되기도 하고, 2011년엔 흑백영화인 아티스트(영화)가 개봉되며 대중들로부터 "기술의 발전이 영화의 발전과는 무관하다"는 말이 나온다. 컬러가 연출의 요소의 하나라면, 흑백 또한 연출의 요소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만화를 비롯한 모든 이야기는 현실성의 여부가 아닌 설득력의 문제를 지닌다. 그에따라 흑백과 컬러만이 작품의 모든 질을 구분하는 요소는 될 수 없다.
또한 책과 잡지가 비싸진다. 한 권에 만화 하나만 담긴 미국 코믹북 이슈 1권 두께하고 점프같이 여러 만화가 한 권에 모인 일본 격주연재 흑백만화 1권 두께하곤 차원이 다르다. 점프가 올 컬러로 나오면 가격이 2배로 뛸것이다.
[1] 실제로 동일한 소재를 가지고 만화화한 sd건담삼국전과 브레이브배틀워리어스는 각각 정가가 4800원, 9500원으로 가격차이가 난다. 종이질은 컬러쪽이 좋으며 페이지수는 둘 다 200여 페이지[2] 원피스의 오다 에이치로, 나루토의 키시모토 마사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