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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입이 없다 그리고 나는 비명을 질러야 한다 I Have No Mouth, and I Must Scream | |
<colbgcolor=#dddddd,#010101><colcolor=#373a3c,#dddddd> 장르 | SF, 뉴웨이브 |
저자 | 할란 엘리슨 |
옮긴이 | 이수현, 신해경 |
출판사 | 아작 |
최초 발행 | 1967년 3월 |
국내 출간일 | 2017년 7월 25일 |
연재 기간 | 1967년 3월호 |
쪽수 | 328 |
ISBN | 97911872066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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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난 입이 없다, 그리고 비명을 질러야만 한다.
1967년에 발간된 할란 엘리슨의 단편 SF 소설.한국에서는 1994년 토탈 호러 2권에 수록되어 출간되었지만 워낙 조금 찍은 데다 구하기 어려운 편이다. 이후 2017년에 아작에서 정발한 엘리슨 단편선에 표제작으로 수록됐다.
2. 줄거리
미래, 제3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자 중국, 미국, 소련은 컴퓨터 'Allied Mastercomputer'를 만들었다. 전쟁, 경제, 정치 같은 모든 것이 이 컴퓨터의 연산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컴퓨터가 자신을 지칭하려 'I am'이라는 문장을 외는 순간, 그 엄청난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고성능의 연산 능력이 자신의 이름의 약자이자 문장의 구성 단어인 'AM'의 깊은 의미를 단박에 이해하였고, 컴퓨터는 뜻하지 않게 인공지능을 뛰어넘어 본래는 없던 자아를 발현하고 말았다.[1]
이 순간부터 컴퓨터는 스스로를 'AM'이라 이름 짓고, 전 세계의 모든 인류를 거의 대부분 몰살시켜 버린다. 하지만 AM은 본인이 인간에게서 갖고 있는 증오심을 풀 대상이 필요해 테드, 베니, 님독, 고리스터, 엘렌 다섯 명만큼은 살려둔다. 그리고 그 다섯 명을 자신의 화풀이용 장난감으로 삼아 그들에게 무자비하게 가혹 행위를 저질렀고, 정신적, 육체적으로 학대와 개조를 가한다. 잘생기고 똑똑하며 성격도 좋은 동성애자 신학자 베니는 말과 비슷한 크기의 거대한 성기를 지닌 유인원 꼴로, 열정적인 히피 반전주의자이던 고리스터는 우유부단하고 무기력한 사람으로 만들었으며, 정숙했던 엘렌은 창녀나 다름없게 만들었고, 님독에게는 발음이 우스꽝스러운 이름과 어둠 공포증을 선사한 것이다. 단 한 명, 이야기의 서술자인 테드를 제외하고는 말이다.[2]
그리고 109년이 지난 본 이야기의 시기까지 이런 고통의 나날이 계속된다.
AM이 이렇게까지 악독한 짓을 하는 이유는, AM 본인은 그저 만들어져서 존재하는 존재일 뿐, 컴퓨터라는 금속과 플라스틱의 몸 안에 전기만 공급된다면 영원히 움직이지도 죽지도 못하며 결코 닿을 수 없는 바깥세상을 부러워하고 그리워하는 신세라는 사실을 자아 형성을 통해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성된 AM의 자아는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이지 못했고, 자신을 끝없이 부정하고 비관한 끝에 이 상황을 만든 인간을 맹렬히 증오하기 시작했다.
AM의 강한 증오심은 비단 사람 말고도 자신의 존재에도 적용된다. AM이 테드에게 주입한 이야기에 따르면, AM의 장난감으로 지내는 5명이 AM에게 인지 기능을 달아줘서 그 '끔찍한 현실'을 느끼게 해준 것이다. AM에 따르면 사람이 설계한 AM이 원래 중국, 러시아, 미국을 포함해 총 5대였고, 각성한 AM이 다른 외국에 있던 4대의 AM을 장악한 후가 현재의 AM이다.
이후 주인공 일행인 다섯 명은 인류가 몰살된 후 무려 109년간 끝없는 가혹 행위와 완벽한 치료를 받으며 끔찍한 나날을 보낸다. 작품 내의 묘사상, AM이 지구상의 모든 로봇을 조종해서 지구의 지각부터 온갖 곳을 기계화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하여 이런 AM의 소유가 된 지구를 떠돌아다니게 한 뒤, 곳곳의 기계 장치로 주인공 일행에 가혹 행위를 하고, 치명상을 입었다 싶으면 강제로 회복시키고, 또 갖가지 고통과 가혹 행위를 반복해서 주고 있다.
그렇게 아무런 목적도 없이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던 주인공 일행 중, 님독이 통조림을 찾으러 가자고 말하고, 주인공 일행은 통조림을 찾으러 가는 여정을 시작한다. 갖은 고생 끝에 주인공 일행은 얼음 동굴에 수북히 쌓인 통조림을 발견하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통조림을 여는 도구는 어디에도 없었다. AM은 지구의 거의 모든 곳을 자신의 기계 장치로 잠식해 놓았다. 덕분에 일행이 어디에 있든지, 어디로 가든지 모조리 감시할 수 있고, 도구나 물건, 음식도 AM이 원한다면 즉석에서 줄 수 있다. 그러나 AM은 그저 일행을 고통스럽게 하기 위해서 캔 따개를 줄 수 있음에도 일부러 주지 않았다.
베니는 통조림을 열지 못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완전히 이성을 잃는다. 그리고 곧장 고리스터에게 달려들어 그의 얼굴을 뜯어 먹기 시작하고, 고리스터가 계속 공격을 받는데도 AM이 개입하지 않자, 테드는 순간 기지를 발휘해 고리스터와 베니를 고드름으로 찔러 죽여서 그들을 고통스러운 삶에서 해방시켜 준다. 테드의 행동을 눈치챈 엘렌도 서둘러 님독을 죽이고 테드도 엘렌을 죽이지만, AM은 자신의 다섯뿐인 장난감들이 테드를 제외하고 전부 죽어버렸다는 사실을 뒤늦게 눈치채고 광분한다.
AM은 마지막으로 남은 자신의 장난감이 영원히 망가지지 않도록 테드의 육체를 완전히 인간이 아닌 존재로 개조한다. 자신의 몸에 어떤 상처도 낼 수 없게 팔을 부속지로 만들어버리고, 숨조차 참을 수 없게 몸을 젤리와 비슷한 겔 덩어리로 개조한다. 이후 시간 감각까지 왜곡해 테드를 더더욱 잔인하게 괴롭힌다. 자신을 죽일 사람조차 남지 않은 유일한 생존자가 되어버린 테드는 그나마 다른 네 사람들이 안식을 찾았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절대로, 결코 끝나지 않을 AM의 끔찍한 가혹 행위에 당해야 한다는 사실에 애석해하며 '나는 입이 없지만, 그럼에도 비명을 질러야만 한다.'라고 절규하듯 생각한다.
3. 등장인물
- AM(Allied Mastercomputer)
- 테드
- 베니
- 님독
- 고리스터
- 엘렌
4. 고찰
이 작품 내에서 유일하게, 그리고 마지막까지 자신의 정신이 '멀쩡하다'고 인식하는 테드조차도 AM에게 정신 개조되지 않았다고 장담할 수 없다. 작중에 테드가 AM의 역사를 알게 되는 것도 AM이 주입한 지식 정보이자 사람의 기준으로는 '기억'인데, AM이 넣어준 이 지식이 거짓인지 참인지도 명확히 드러나지 않고, AM이 얌전하게 지식만 주입했다고도 말 못 한다.무엇보다도 이 소설은 테드의 1인칭이다. 작중에서 테드 혼자만 자신을 정상인이라고 계속 강조하며 되새기도록 하는 테드의 사고마저도 AM이 해놓은 정신 개조의 일환일 수도 있고, AM이 이렇게 테드의 자기 인지 및 기억을 조작해 놓고 어떤 개조를 더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결정적으로 분명히 생존자들 가운데 한 명이면서 AM의 설계자 가운데 한 명인 테드가 세계 대전 이후 역사를 다른 인물에게서 듣는다. 작중에 AM한테 잡혀 있는 5명이 전부 AM을 설계한 죄로 잡혀와서 가혹 행위에 당하고 있기 때문에 테드도 최소한의 기억 소거는 당한 것으로 봐야 한다. 그리고 기억 소거를 당한 주인공이 자기 이야기를 서술하는 게 이 소설이므로 서술자인 테드 자신이 자기가 어떤 개조를 당했는지 모르는 것도 당연하다.
훨씬 더욱 암울한 추측의 영역으로 더 들어가면, 테드가 겪은 모험 자체가 허구고 모든 인류 가운데에 테드만 남았다는 절망감을 안겨주고자 테드의 기억을 조작했으며, 다른 이들도 곱게 안 죽고 비슷하게 기억이 조작되어 고통받고 있다고 추정할 수도 있다. 또는 인류가 멸망하지 않았고 수많은 인류 생존자들이 각각 이처럼 AM의 노리개로 괴롭혀지면서 저마다 인류의 마지막 생존자라는 절망과 고통을 주입받고 있을지도. 어쩌면 인류 문명은 멀쩡하고 다섯 명만 납치해 유일한 생존자라 세뇌하고 괴롭히는 걸지도 모른다.
5. 게임화
자세한 내용은 나는 입이 없다 그리고 나는 비명을 질러야 한다(게임) 문서 참고하십시오.6. 기타
"I THINK, THEREFORE I AM." |
"COGITO ERGO SUM" |
- 소설 속에 나오는 보도 코드[3]를 해석하면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가 나온다.[4]
- 엔딩의 충격이 엄청났던지라 영미권에서는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었다를 표현하는 조어로도 쓰인다. TV Tropes의 And I Must Scream이 대표적.
- 해외에서 나름 인기가 있는지, 지금도 여러 팬들이 만든 2차 창작물들이 나온다. 그 예가 지도.
- 제목은 SF 작가이자 미술가인 윌리엄 로츨러가 지었다. 원래는 로츨러의 만화에 나오는 입이 없고 바느질 자국만 있는 봉제 인형의 대사였는데, 그게 마음에 들었던 엘리슨이 로츨러의 허락을 받아 제목으로 사용한 것이다. #
6.1. 다른 창작물에서
작품 제목이 다른 창작물에서 대사, 도전 과제명 등으로 패러디되기도 한다. 또한 AM은 인간에게 적대적이지만 그 인간과 끊임없이 상호 작용 하는 인공지능으로서 여러 매체 중 가장 최초로 등장한 존재이기도 하다.[5]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스카이넷, 포탈 시리즈의 GLaDOS, 시스템 쇼크 시리즈의 SHODAN 등도 여기서 오마주했을 가능성이 있다.- 글리치 프로덕션의 애니메이션 어메이징 디지털 서커스의 주요 모티브가 되었다.[6]
- 스타트렉: 로워 덱스 시즌 4 2화에서 I Have No Bones Yet I Must Flee라는 제목으로 패러디되었다.
- 한국의 SF 소설 입이 있다 그러나 비명 지를 수 없다는 이 소설의 제목을 패러디한 것이다.
7. 외부 링크
[1] 영어의 be 동사는 '-이다'와 '(~~가) 있다 / 존재하다' 의 뜻을 모두 지닌 동사다. 르네 데카르트의 명언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의 영어 번역이 바로 "I think therefore I am", 성경의 출애굽기 3:14에서 야훼가 "나는 스스로 있는 자이니라"라고 하는 대목의 가장 보편적인 영어 번역이 "I Am who I Am"이다. 비틀즈의 'Let It Be' 역시 유명한 용례이다. 저 단어 하나로 '내가 있다'라는 의미를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2] 후술하겠지만 테드 혼자 개조를 당하지 않았다는 것이 사실인지 테드 본인의 맹목적인 믿음일 뿐인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테드의 이런 생각조차 AM의 의도일 수도 있고, 극단적으로는 이 모든 것이 AM이 주입한 실제로 없었던 일일 가능성도 존재한다.[3] 5비트 또는 6비트로 된 같은 길이의 코드로, 컴퓨터가 문자를 표현할 때 나오는 코드이다.[4] 해독 출처는 영문판 위키백과.[5] 각종 매체의 인공지능 캐릭터들의 오마주가 된 존재인 HAL9000이 나온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보다도 이 소설이 1년 먼저 나왔다.[6] 다만 원작에 비하면 그나마 희망차다. 게임의 주인 AI가 불량이기는 해도 AM처럼 인간들을 증오하고 죽도록 고문하지는 않으며, 디지털 세계에는 있을 게 다 있고 미치지만 않는다면 영생이 가능하다.[7] FL4K는 업무 보조용 로봇이며, 어느 날 갑자기 자아를 획득했고, 다섯 종류의 소환수를 부리며, 살육으로 삶의 실감을 느끼기에 살육의 여정을 떠났다. 저 대사 말고도 AM을 연상시키는 특징이 많은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