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끝나고 혼자 마시는 맥주 몇 병에 난 모두가 잠든 새벽, 흥분해 달아올라 인터넷을 켜고 접속한 가가라이브 의미없는 대화를 해 얼굴도 모르는 사람과 어디 살아 몇 살? 내가 여자가 아니라서 미안하지만 나가지마, 지루할진 모르겠지만 내가 아는 사람 한 명 있는데 걔가 고민이 좀 있어 들어봐 아는 사람 일인 척하며 내 고민 쓰니까 내 눈에 온 다음 말 "대화가 끝났습니다" 나도 아무 일 없던 척하며 대화창을 꺼 눈꺼풀이 무거워 시계를 보니 4시를 가리켜 하지만 잠에 들긴 아쉬워 아직 빠지지 않은 취기 이런 난 기분이 좋았다가도 다시 슬퍼지고 난 혼자 손에 마우스를 쥐고 내 얘기를 들어줄 사람을 찾지 못해 난 인터넷 바다를 계속 끝없이 방황해
내 얘기를 들어줘 여긴 아무도 없어 방안 가득한 정적 널 부르고 있어 목소리가 들려 내 이름을 불러 너도 나와 같다면
어떻게 하면 내 허전한 이 기분이 사라질까 난 바지를 벗고 폰을 들어 XXX를 찍고 난 다음에 잉여들이 우글대는 디시인사이드에 내 XXX인증을 한다며 올렸다 미친듯이 달리는 댓글 속에서 난 한 순간에 조롱거리가 되었고 나를 에워싼 수많은 'ㅋ'자에 왠지 희열을 느끼며 누군지 모르는 그들과 함께 웃고 있어 내 XXX가 탐스럽다면서 칭찬하는 여자애에게 섹드립을 날렸어 내가 재밌대 "야 그럼 나랑 얘기 좀 할래?" 자기가 방만든대 가가라이브 들어가서 털어놨어 나의 삶 힘든 것, 하고 싶은 것 나를 위로하는 이름 모를 너의 상냥한 말들 힘들 때면 문자해줄래 가끔
폰 번호를 물어봐 문자친구하쟤 그러면서 자기 번호 알려주더라고 내게 나도 알려줬지 내 번호 고마워 문자할게 창 밖엔 동이 트고 난 여전히 컴퓨터 앞에 아까 내가 올린 XXX사진 지우려 들어갔다 그 여자애가 남긴 글이 있어 눌러봤는데 내 신상 털었다며 자랑글을 써놨네 나랑 채팅했던 \화면 전부 캡쳐하고 술 처먹고 하소연할 친구도 없는 찌질이에 대학 자퇴한 잉여에다 군대도 아직 안 간 막장이라며 내게 낄낄대 화가 나서 그 애 번호로 전화를 걸어봤지만 전화기에선 없는 번호라는 목소리만 들려 수많은 ‘ㅋ’자가 아까와는 달리 날이 2개인 낫처럼 느껴지고 내 가슴을 찌르고 난 눈물이 흘러 아니 울진 않았고 좀 많이 씁쓸하지만 근데 썅년아 나도 그거 내 번호 아니야
잠시라도 기댈 곳이 필요해서 너의 손짓에 난 쉽게 널 따라왔지만 상대를 믿지 않은 건 물론 나도 마찬가지야 알잖아 여긴 그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