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강화 유리는 판유리를 열처리한 후 유리표면에 공기를 불어 급랭시킨 유리이다.우연히 발견된 루퍼트 왕자의 눈물이 세계 최초의 강화 유리라 할 수 있다. 이를 연구하면서 유리 내부의 응력 작용을 발견하게 되었고 산업적으로 생산하면서 방탄 유리 제작에도 쓰이게 된다.
강도가 크고 깨지더라도 파편이 위험하지 않은 형태로 깨지기에 자동차 창문 등에 쓰인다.
2. 특성
강화유리는 어닐드 유리보다 약 4배 더 강하다.[1][2] 6mm 두께의 강화유리는 최소 표면 압축이 69MPa(10,000psi)이거나 가장자리 압축이 67MPa(9,700psi) 이상이어야 한다.[3][4] 안전 유리로 간주되기 위해서는 표면 압축 응력이 100MPa(15,000psi)을 초과해야 한다. 표면 응력이 증가함에 따라 깨지면 날카로운 들쭉날쭉한 파편이 아니라 작은 둥근 덩어리로 깨진다.강화유리는 롤러를 통과시킨 유리판을 유리 전이(Glass Transition) 온도인 564°C보다 더 높은 약 620°C로 가열한 뒤, 표면에 차가운 바람을 불어넣어 빠르게 냉각시켜(템퍼링) 제작한다. 이 빠른 냉각 과정에서 유리 표면이 급격히 수축하며 큰 압축응력이 생기는데, 이 압축응력이 유리 내부의 인장응력과 균형을 이루게 되어 강도가 크게 향상된다. 강도/경도가 향상되는 원리는 좀 다르지만 금속의 열처리와도 흡사한 부분이 있다.[5]
이렇게 형성된 표면 응력은 강화 유리의 강도를 증가시킨다. 강화처리가 되지 않은 어닐드 유리는 내부 응력이 거의 없으며, 냉각 과정에서 표면에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균열들이 생긴다. 이런 유리에 장력이 가해지면 미세균열의 끝 부분에 장력이 집중되며 균열이 쉽게 전파된다. 일반 어닐드 유리가 깨지기 쉽고, 일단 깨지면 불규칙하고 날카로운 조각이 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반대로 강화유리 표면의 압축 응력은 유리 자체의 강도를 향상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장력이 가해졌을 때 균열이 쉽게 전파되는 것을 방지한다. 대신 강화유리는 일부분이라도 파괴된다면 유리 내외부의 응력 균형이 무너지고, 순식간에 유리 전체가 작고 균일한 모양의 조각으로 거의 폭발하듯 깨져버리게 된다.
템퍼링 공정 말고도 화학적 이온교환법으로도 유리를 강화할 수 있는데, 각종 스마트 기기의 커버글라스로 사용되는 고릴라 글라스가 대표적인 이온교환 강화유리이다. 이온교환 강화유리는 강도가 크게 향상되는 것은 템퍼링 강화유리와 같지만, 표면 응력이 적기 때문에 깨졌을 때 템퍼링 강화유리처럼 작은 파편으로 산산조각나지 않고 좀 더 일반 유리에 가까운 모양으로 얌전하게 깨진다.
일반 유리는 완성 후에도 절단 등의 가공이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강화유리는 표면에 존재하는 응력 때문에 이미 완성된 후 재가공을 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불가능하다. 시도하면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유리 내외부의 응력 균형이 깨지면서 유리 전체가 전부 폭발하듯 깨져버린다. 그러므로 가공은 반드시 템퍼링 이전에 해야 한다. 완성된 강화유리에 절단, 분쇄, 날카로운 충격 등이 가해지면 유리가 파손될 수 있다.
템퍼링으로 인한 변형 패턴은 편광 선글라스 등 광학 편광기를 통해 관찰할 수 있다. 편광 필름을 통해서 강화유리를 보면 표면에 규칙적인 얼룩덜룩한 점이나 선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3. 실생활에서
강화유리는 강도, 내열성, 안전성이 중요한 고려사항일 때 사용된다. 예를 들어 승용차는 세 가지 요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 차량은 야외에 보관되기 때문에 연중 급격한 온도 변화와 차량 실내와 실외의 온도차도 버텨야 하고, 어느정도의 파편 보호 효과도 있어야 하며, 사고 시 유리 자체의 파편으로 인한 승객 부상도 방지해야 한다. 이 때문에 강화유리가 쓰이는데, 파편이 뭉툭해서 부상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다만 차량의 전면 윈드실드는 내구성 확보와 파손 시 파편비산 방지, 소음 차단을 위해 접합유리[6]가 사용되며, 강화유리는 창문과 선루프에 주로 쓰인다. 특히 고급 승용차는 정숙성을 위해 운전석과 조수석 창문에도 접합유리가 들어가기도 한다. 윈드실드로 일반 판유리를 쓰던 초기 자동차는 사고 시 유리가 그대로 칼날이 되어 운전자를 찌르는 통에 가벼운 사고에도 사망률이 상당히 높았는데, 1920년 포드를 시작으로 접합유리가 쓰이기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이어졌다.[7]
일부 컴퓨터 케이스에도 강화유리가 들어간다. 투명하고 스크래치에도 강하지만 아래의 자파 현상이 발생하여 혼자 깨지는 경우가 가끔씩 보인다.
아이스하키 경기장에 관중 보호를 위해 아이스링크 외벽 위에 사람 키만하고 파편비산 방지처리가 된 강화유리펜스를 설치하지만 이마저도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고속으로[8] 날리는 퍽(아주 단단한 원반모양의 고무)에 맞거나 선수들간의 몸싸움에 종종 깨지기도 한다. 일단 하나라도 깨지면 경기를 중단시키고 스탭들이 새걸로 교체한다.
4. 자파 현상
강화유리가 혼자 폭발하듯 깨지는 현상이다.원인은 유리를 만들때 열처리를 미숙하게 하거나 가공 단계 때 컷팅이나 드릴링, 연마 같은 작업을 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크랙이 가해진 상태에서 뒤틀림이나 유격으로 인한 응력이 지속적으로 가해질 경우, 이게 점점 누적되다가 매우 약한 충격을 받았거나, 심하면 그냥 혼자서 터지듯 깨져버리는 것이다.
얇은 강화유리를 어설프게 가공한 컴퓨터 케이스에서 자주 보이며, 드물지만 화장실 샤워부스 문이나 가게 출입문 등의 두꺼운 유리도 이렇게 터지는 경우가 있다. 안전대책으로는 얇은 비닐 필름을 발라서 깨지더라도 파편이 사방으로 튀지 않게 하는 것인데, 아무래도 모든 유리에 이렇게 필름칠을 하는게 쉽지는 않다.
5. 같이 보기
[1] https://www.scientificamerican.com/article/how-is-tempered-glass-mad/ | Ford, Mark (22 January 2001). "How is tempered glass made?". Scientific American. Springer Nature America, LLC. Retrieved 12 June 2020.[2] https://www.astm.org/stp1434-eb.html | Block, Valerie, ed. (2002). The use of glass in buildings. West Conshohocken, PA: ASTM International. ISBN 978-0-8031-3458-4. Retrieved 12 June 2020.[3] https://www.hunker.com/12000120/tempered-vs-annealed-glass | "Tempered vs. Annealed Glass | Hunker". Hunker.com.[4] https://web.archive.org/web/20171214071630/https://www.hunker.com/12000120/tempered-vs-annealed-glass | Archived from the original on 2017-12-14. Retrieved 2017-12-13.[5] 금속의 열처리는 가열 후 빠르게 냉각하는 과정에서 금속의 미세구조가 마르텐사이트 상으로 변화되면서 표면 경도가 향상된다.[6] Laminated Glass. 얇은 폴리머 필름을 사이에 두고 앞뒤로 두 겹 이상의 유리를 접착해 적층한 안전유리. 방탄 유리와도 비슷한 원리다. 매우 질기고 유연한 폴리머 필름이 앞뒤 유리를 붙잡고 있기 때문에 깨졌을 때 파편이 날리지도 않으며, 돌맹이 등이 강하게 부딪혀도 깨질지언정 쉽게 뚫리지 않는다.[7] 이전에 포드는 판유리 파편으로 인한 소송 여러 건이 걸려서 골치를 썩이고 있었기에 가장 먼저 적용한 것이다. 이후 1937년에 뒷유리를 제외한 자동차 창문에 판유리를 쓰지 못하도록 법으로 강제하게 되면서 판유리 윈드실드는 완전히 사라졌다.[8] 프로선수가 작정하고 풀스윙(슬랩샷) 하면 시속 100마일(약 160km) 이상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