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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2-11-14 22:07:52

국민우선

필리핀어: Bayan Muna
영어: Nation First

필리핀의 비례대표 명단.

1. 특징

사실상 정당처럼 간주되는 경우가 있으나, 법적으로 엄연히 정당이 아니며 어디까지나 "비례대표 명단"에 불과하다.[1] 이 때문에 당선자들은 법적으로 "국민우선이라는 비례대표 명단 소속"으로 간주되며, 정당 소속 유무에 대해서는 무소속으로 간주된다. 당연히 매 총선마다 비례대표 후보만을 내며, 지역구 후보자를 낼 수 없다. 물론 이론적으로 정당으로 확대·개편하는 것은 가능하나, 후술할 사정을 보면 그럴 여유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우선"이라는, 보통 극우 내지 우파 포퓰리스트들이 자주 써먹는 구호를 명단명으로 쓰고 있기 때문에 얼핏 보면 자국민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우익 ~ 극우 성향으로 오해할 여지가 있다. 하지만 그럴싸한 이름과는 달리 실제 성향은 좌익이며 친(親) 노동, 반(反) 제국주의 표방하고 있다. 다만 이름답게 나름 민족주의를 표방하고 있기는 하다. 물론 좌파민족주의(left-wing nationalism)라서 우파들이 주장하는 민족주의와는 개념이 다르다.[2]

"기득권, 상류층, 제국주의자"들에 대항해 "새정치, 정치 개혁"을 내세운다. 주로 이들이 말하는 "제국주의"는 "친미주의"인데, 이는 필리핀이 한때 미국령이기도 했고, 현재도 오랜 친미 노선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들은 필리핀을 "미국의 식민지"로 보고, "미국의 식민 통치"에서 "해방"되어야 한다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즉 친미 국가의 전형적인 반미 정치 조직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반미 감정이 촉발될만한 일이 딱히 없는 필리핀 특성상, 이 비례대표 명단은 국민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물론 필리핀이 딱히 사회적으로 보수적이라서[3][4] 그런 것만은 아니고, 왜 "정당"이 아닌 "비례대표 명단"인지 생각해 보자.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이러한 한계로 인해 지역구 후보를 내고 있지 않은데, 필리핀 국회는 상·하원 둘 다 지역구 의원 수가 비례대표보다 훨씬 더 많다. 때문에 지역구 입후보 여부가 정당(또는 정당연합)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데, 비례대표 후보만을 내고 있으니, 대중의 관심을 받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래도 초창기에는 꽤 많은 관심을 받아서 득표율 11.30%를 기록한 적도 있지만, 의석은 겨우 3석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세월이 흐르면서 지지율이 떨어져 나중에는 지지율 3%도 간당간당한 수준까지 떨어지더니,[5] 2022년에는 득표율이 0.60%까지 떨어져 원외정당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향후 원내 재진입이 가능한가도 불투명한 상황.

정당 간의 이념차가 사실상 전무한 필리핀에서 매우 선명한 좌파 노선을 내세우고 있고, 주요 정당들이 공통적으로는 친미, 친자본주의를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기득권"들과는 협력을 거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역대 정부에서도 내내 야당으로 있는 편이다.[6]

비록 원외정당으로 전락한 2022년에는 여/야 여부가 무의미하지만, 같이 치러진 대선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이하 봉봉 마르코스)가 당선된 것이 되레 이들에게는 호재가 될 여지가 있다. 이는 봉봉 마르코스가 반공 독재자인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의 아들인데다가, 현재 주요 정당들 상당수가 마르코스 정권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인데, 반대로 말하자면 마르코스 정권이 행여나 실책으로 민심을 잃을 경우, 이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어쩌면은 마르코스와 가장 대척점에 있을 지도 모르는 국민우선을 눈여겨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원만 비례대표가 존재하는 특성 상 상원의원을 배출한 적은 당연히 없으나, 사투르 오캄포 전 하원의원이 2010년에 상원의원으로 도전한 적은 있다. 결과는 낙선.

하원에서만 활동하기 때문에, 이들이 상원 등 하원 외 선거에 출마할 경우 인민애국전선 후보로 출마한다.


[1] 이 때문에 로고에도 "PARTYLIST"라고 밑에 적어놓았을 정도. 페이스북에도 "Partylist"라고 강조하고 있다.[2] 이런 "좌파민족주의"는 한때 필리핀처럼 스페인 식민지 출신이었던 중남미의 좌파 정당들이 자주 내세우는 이념이다. 남미의 좌파 포퓰리스트 지도자로 손꼽히는 우고 차베스, 니콜라스 마두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등이 대표적.[3] 다민족 사회인데다가 국민의 80%가 천주교도임에도 철저히 세속적이고, 이웃 국가이 보수적인 이슬람권이라서 그런지(인도네시아는 법적으로 세속주의 국가이나 인구의 대부분이 무슬림이고, 사회적으로도 꽤 보수적이다) 필리핀이 동남아에서는 꽤 진보적인 축에 속하는 것은 사실이다. 물론 동남아, 넓게 봐도 아시아에서 그렇다는 것일 뿐, 북·서유럽에 비해서는 보수적인 편이다.[4] 또한 필리핀의 정당들은 형식적으로는 각각 좌파, 중도, 우파 등을 표방하고는 있지만, 막상 새 정부가 출범하면 그런 거 제끼고 너도나도 대통령을 지지하려고 한다. 이 때문에 필리핀의 역대 정부 이념은 특별히 어느 쪽이라고 판단하기 어렵고, 이념적 차이도 그렇게 크지는 않다. 필리핀 의원들은 대게 정당에 대한 유대감이 약해서 철새행각도 자주 벌어지고 있고, 신념보다는 이득을 따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은 편이다. 물론 그 반대로 대통령이 소속된 정당에 속해 있는데도 대통령 지지를 거부하는 케이스들도 있다. 언급한 대통령 지지파는 Majority라고 부르고, 대통령 반대파는 Minority라고 부른다. 즉 전자는 여당(Government), 후자는 야당(Opposition)이라고 보면 된다.[5] 이 3% 득표율이 무의미해 보이지만, 대한민국에서는 비례대표 득표율이 3%에 미달할 경우 지역구 5석 이상을 당선시키지 않는 이상 원외정당으로 추락할 수 있다. 필리핀은 그나마 봉쇄조항이 없기에 2016년 총선 당시 단 1.87%의 득표율에도 불구하고 당선자 1명을 낼 수 있었는데, 물론 형식적으로 없다는 것이지 실질적으로 없다고 할 수는 없다. 비례대표 의원 수를 전체 의원 수의 최소 20%로 고정시켜 놓고 있는데, 이 경우 비례대표 의석 수가 100석에 미달할 수밖에 없으므로, 최소 1.5% 이상은 득표해야 1석이 나올까 말까 할 정도다. 그만큼도 나오기 어려운 득표율이면 1석도 받을 수 없으므로, 그 정도의 득표율이 실질적인 봉쇄조항이라고 할 수 있다.[6] 다만 후술할 인민애국전선 자체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여당으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