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모에 미러 (일반/어두운 화면)
최근 수정 시각 : 2024-10-14 14:54:58

군표

軍票
Military note / Military currency / Military scrip
Military payment certificate[1] / Invasion money[2] / Occupation money[3]
파일:attachment/JapM10rupees.jpg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일본군버마에서 발행한 10루피 군표.

1. 개요2. 유사품3. 발행 목적4. 특징5. 역사
5.1. 한국
6. 여담7. 관련 문서

1. 개요

군용수표(軍用手票)라고도 한다.[4] 군대의 주둔지, 주로 해외에 주둔하는 군대에서 통용되는 정부나 군대가 발행한 특수화폐이다. 국제관습법상 발행이 인정받는다.

군표가 표시하는 통화단위는 본국통화인 경우와 당해 외국통화(현지통화)인 경우가 있다. 점령군은 그 지역에서 징발권이 있으며, 그 대가의 지불에 자국의 통화를 사용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지만 통화기준의 차이, 본국통화를 점령지로 대량수송하는 데 따르는 자국의 경제적인 영향, 위조 통화의 방지 등의 이유에서 군표를 사용하는 것이 통례로 되어 있다.

2. 유사품

똑같이 군표라고 불리긴 하지만 군대 내부에서 현금과 1:1등의 정상적인 교환과정을 거치고, 군대 내부에서만 사용되는 것은 군인카드라든지 현금카드라든지 칩이라든지 하는 방식으로 다르게 부르며, 당연히 여기서 말하는 군표가 아니다. 그런 것들은 군대 내부에서 현금이 오고 갈 경우 벌어질 수 있는 도난사건이나 금전관련 문제를 막기 위한 것이므로 이용하는 사람이 요구할 경우 군대 내에서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한 상태로 현금으로 환전해서 외출이나 외박시 직접 전해주기도 한다. 미합중국 해군의 경우, 함내 PX자판기, 기타 유료 복지 시설 이용 등을 하기 위해선 개인에게 지급되는 카드에 "Navy Cash"를 자신의 계좌에서 충전해 써야 한다.

논산의 육군훈련소에서 쓰이는 액면가 1천원짜리 PX이용권도 군표로 볼 수 있다.[5]

3. 발행 목적

주둔하고 있는 국가에서 필요한 군수물자를 조달하고 군 관계자에게 인건비를 지급하는 등[6]의 경제적인 지불수단으로 사용된다. 이는 군대를 파병한 본국과 주둔국의 화폐에 차별성을 두어 군운영을 위한 비용 일부를 주둔국 현지에서 해결함으로서 자국(본국)의 경제를 안정시키면서 외국에 주둔하는 군정경비를 충당하게 하는 고도의 경제적 이익을 고려해서다.

쉽게 말해 종이쪼가리를 군대의 힘으로 강제로 돈으로 만들어 통용하게 하는 것이다.[7]

4. 특징

개요에 정의한 대로 '특수한 화폐'로, 아래의 특성을 지닌다.

여기까지 읽었다면 군표란 약탈만 하긴 뭐하니까 대가랍시고 주는 종이쪼가리라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다. 그래서 죽는 것을 무서워하지 않고 될수록 안받으려고 하거나 일부러 빼앗길 물건을 파손하는 경우까지 볼 수 있다.

이걸 해결하려고 군표를 통용되는 화폐와 비슷하게 도안해서 군표를 발행한 국가의 화폐처럼 보이게 만들거나, 아예 점령한 지역의 원소유주인 국가의 위조지폐를 제조하여 뿌리기도 한다. 구별법은 군인이 군표를 줄 때 진짜 돈 주는 것처럼 액면가를 상세히 보면서 정확하게 주면 그나마 제대로 발행된 군표이며, 그냥 막 뿌리면 종이쪼가리라고 보면 된다.

5. 역사

군표는 앞서 언급했듯이 다른 나라에 처들어가 약탈만 하면 문명국 군대가 아니라 도적떼나 다름 없으니 나름 대가랍시고 주는 종이쪼가리므로 그 특성상 군대가 자국에 있을 때는 사용할 일이 없다. 군대가 다른 나라를 침략할 때나, 해당 군대의 공격을 방어할 때 많이 사용된다. 그래서 1890년대와 1900년대를 전후하여 세계열강들이 약소국의 강점을 놓고 힘겨루기와 패권주의가 한창일 때 군표는 일본에서 세계최초로 사용되기 시작하였으며 제2차 세계 대전을 계기로 일본, 미국, 프랑스, 독일, 소련 등이 세계 곳곳에 주둔하면서 점령국에서 군표를 발행하여 사용하였다. 헤이그 특사로 유명한 1907년 제 2차 만국평화회의에서 영수증이나 화폐를 지불하지 않은 약탈을 금지하는 조약이 체결되어 그 대신에 군표를 나눠주는 일이 많아졌다.

일본은 역사적으로 군표를 많이 발행했다. 최초의 발행은 세이난 전쟁 당시에 반란군이었던 사이고 측이 군자금의 조달을 목적으로 발행한 사이고사쓰(西郷札)[11]이기 때문에 미승인국의 화폐 취급처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일본은 1894년에 정부가 공식적으로 군표를 발행하여 청일전쟁 때 사용하였으며 이후에도 북으로는 러일전쟁과 남으로는 태평양 전쟁을 거치면서 군표 발행은 1940년대 중반까지 이어졌다. 특히 일본은 제2차 세계 대전이 한창이던 1940년초 미얀마,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로 전선을 확대하면서 군표 발행이 최고조에 달해 지금까지 발행된 군표가 104종류에 이를 정도이었다.
일본은 1945년에 패전국이 되면서 군표발행이 중단되었으며, 오히려 미군이 일본에 주둔함으로서 미군에 의한 "B"표시 군표가 일본 내에서 유통되었다. 이 때 미군이 발행한 군표는 동일한 디자인으로 "A"표시와 "B"표시로 발행되어 군인 등의 물품구입이나 급여지급 등에 사용되었다. "A"표시와 "B"표시 군표는 100엔부터 10센(전)까지 모두 7종류가 발행되었다. 해당 군표는 미일지위협정에 의해 미국이 인가한 자만이 그 시설 및 구역 내에서 상호간의 거래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통화대용의 종이표(미군표)이며(미일지위협정 20조), 일본정부는 인가되어 있지 않은 자가 미군표를 이용하는 거래에 종사하는 것을 금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
이 무렵 소련에서도 북한중국에서 사용할 군표를 제작하여 발행하였다. 1원, 5원, 10원, 100원의 군표를 디자인을 동일하게 발행하여 북한에서 사용하던 군표에는 한글로 "붉은군대사령부"로 되어있고 중국에서 발행한 군표에는 한자로 "蘇聯紅軍司令部(소련홍군사령부)"로 기재하여 구별했다.
이외에도 영국프랑스는 아프리카와 남태평양 등지의 식민지에서 군표를 발행하여 사용하였고 나치 독일도 군표를 발행하여 점령지에서 사용하였다. 나치 독일의 경우에는 군표 발행량이 일본만큼 다양하지는 않았는데, 이는 일본처럼 군표를 새로 인쇄해 발행하기보다는 점령지의 화폐에 대충 도장을 찍거나 군 지휘관의 서명만 적힌 것을 군표처럼 뿌려대는 일이 빈번했기 때문이다.

1951년 샌프란시스코 조약에 따라 일본군표에 대한 일본정부의 보상 내지 교환은 불가능하다.
최근 들어 국가간에 대규모 전쟁이 발생하지 않아서 군표발행도 감소되고 있는 추세이며, 군표발행이 많았던 일본은 1942년에, 미국은 1970년을 끝으로 군표발행이 없다.

5.1. 한국

한국에서는 미군 "A"표시 군표가 1945년 9월 9일부터 기존에 사용하던 조선은행권과 함께 법정통화로 부여 받아 동일하게 사용되다가 1946년 7월 조선은행권만으로도 한국의 경제활동에 전혀 지장이 없다는 것을 판단한 미군에 의해 "A"표시 군표는 사용이 중지되었다.
또한 베트남에서 군표를 1960년대 후반과 1970년대 초반에 발행하여 사용한 적이 있다.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당시 미국, 호주, 태국 등과 함께 대한민국에서도 1960년 후반 베트남에 파병된 군인을 위해 군표를 발행하였으나 발행 수량이 극히 적어 좀처럼 수집가들의 손에 들어 올 기회가 적다.

6. 여담

정상적인 군표라면 대개 사용기간이 엄격히 정해지고 교환 기간이 정해져 있으므로, 최근에 발행되었으며 미국같이 강대국의 군표가 아니라면 액면 가치는 제로다. 따라서 화폐수집의 목적이 아니면 오래된 군표는 돈으로 바꿀 수 없다.

그래서 오래된 군표를 발견했는데, 이걸 발행국 정부의 화폐로 교환가능하다고 하는 사람은 사기꾼으로 봐도 무방하다. 웃기는 것은 이런 사기를 친 사람이 2011년에도 있다는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미 패전한지 오래된 일본군필리핀에서 유통한 군표를 가지고 사기를 쳤다는 것인데, 뻔뻔하게도 항소까지 했다가 기각당하고 형이 확정되었다.

다만 정부에서 교환이 불가능한 것이지 민간에서는 교환을 해 준다. 이것도 이젠 오래된 물건이다 보니 오래된 화폐우표처럼 수집용으로서의 가치가 있는 것. 따라서 외국의 밀리터리 샵 같은 곳에서 취급하기도 한다. 화폐만큼 많이 찍은 물건도 아니고 전쟁통에 발행되는 물건이다 보니 수량도 적고 보존도 힘들어 대부분 액면가보다 훨씬 가치가 있어서, 집에서 오래된 군표가 나왔다면 그 군표 액면가의 최소 몇십배는 되는 가격으로 팔 수 있으며, 발행량이 특히 적고 상태까지 좋으면 부르는게 값이 될수도 있다.액면가 맨 위에 있는 10루피의 경우 오늘날 일본엔으로 15엔, 한화 150원 정도의 가치인데 수집가에게 판매하면 몇천 원에서 상태가 괜찮은 것들은 몇만 원까지 받을 수 있으니 액면가의 몇백 배까지 가치가 붙는 셈. 특히 일본군표 중에서는 도안에 바나나나무와 늘어진 다발 모양이 있는데 이것을 속칭 바나나 노트(Banana Note)라고 하며 말레이시아 10달러인도네시아 10굴덴의 가치는 이베이 등 인터넷 사이트에서 10달러 정도가 기본가일 정도로 휴지조각 치고는 의외로 몸값이 좋다. 세상 모를 노릇이다.

7. 관련 문서



[1] 제2차 세계 대전 이후부터 베트남 전쟁 시기까지 미국이 발행한 군표 한정 명칭.[2] 일본 제국이 발행하여 점령지에 남발한 군표 한정 명칭.[3] 점령군이 발행하는 화폐라는 의미지만 나치 독일이 남발한 군표 명칭으로도 사용한다.[4] 한때 군용어음(軍用-)이라고 부른 적도 있었으나, 1988년 표준어 규정에 의해 '군표'만 표준어로 인정되었다.[5] 다만 현재는 나라사랑카드가 있어서 쓰이지 않는다.[6] 일본군의 사례로 포로수용소에 갇힌 연합군 전쟁포로들을 온갖 노역에 동원한 후 보수랍시고 군표를 지급했다고 한다. 때로는 군표 대신 담배를 지급하기도 했지만 품질이 엉망이라서 대용 화폐로도 쓰기 곤란할 정도라 거부한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7] 사실 이는 화폐도 비슷하다. 지폐도 결국 가치는 종이쪼가리지만 국가의 신용과 힘으로 돈이라는 이름으로 통용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군표와는 다르게 나름대로 신용할 가치가 있으니 일상적으로도 통용된다.[8] 이를 보여주는 예로 일본 패망 후 버마양곤에서 미군 종군기자가 찍은 사진이 있는데, 이는 일본 패망이 거의 확실해진 시점부터 일본군표를 받은 버마 민간인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길바닥에 군표를 싹 다 내다버려 낙엽 내지는 휴지조각처럼 쌓인 것을 잘 보여준다.[9] 군표는 아니지만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나폴레옹 전쟁 때 프랑스가 스위스의 한 마을에게서 물자를 징발하고 써준 영수증을 184년 뒤에 이자 없이 당시 원금 액수인 7억만 그대로 후려쳐서 갚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자까지 치면 현재 가치로는 3000억인데 이걸 쉽사리 내줄 수 있는 금액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시하기엔 청구자가 가난한 3세계 국가도 아니고 스위스의 마을이다.[10] 나치 독일의 군표 중 일부가 이에 해당한다. 심지어 현지에서 약탈한 화폐에 나치당의 문장이 새겨진 도장만 찍어 놓고 군표로 사용한 일이 많았다.[11] 발행 당시부터 신용력이 부족해서 5엔, 10엔 등 고액권은 사이고 측이 무리해서 통용시키고 있었다. 반란군이 발행한 군표라 메이지 정부에 의해 압수, 폐기처분당했지만 극소수의 실물이 현존하기 때문에 일본 국내의 화폐수집가들에게는 문자 그대로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한다. 마쓰모토 세이초가 이 군표를 다룬 단편소설로 문학계에 데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