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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Die Guillaume-Affäre냉전 시기인 1970년대에 서독에서 발생한 간첩 사건.
2. 내용
1973년 독일 연방헌법수호청은 동독의 비밀경찰 슈타지 요원이 정부에 스파이로 침입했다는 사실을 포착했다. 그리고 수사 결과 독일 사회민주당 빌리 브란트 총리의 개인 비서 귄터 기욤(Günter Guillaume, 1927-1995)이 유력한 용의자로 떠올랐다. 기욤 부부는 슈타지에서도 경악할 정도로 성공적인 간첩이었고 반면 연방헌법수호청과 연방검찰청의 반탐 활동이 확대되고 있었기 때문에 슈타지는 기욤 부부를 잃는 것은 너무도 큰 위험이라고 여겨서 들의 활동을 중지시키고 최대한 그들을 아끼려고 했으나[1] 슈타지 대외정찰총국(HVA: Hauptverwaltung Aufklarung)이 기욤의 아내 크리스타 기욤에게 꼬박꼬박 생일축하 전문(...)을 보냈는데, 이것이 추적당해서 부부가 쌍으로 수사망에 오르게 됐다.수호청은 내무부 장관과 총리에게 이 사실을 통보하면서 추가적인 정보수집을 위해서 기욤이 계속 활동하게 놔 두라고 요구하였다. 이에 빌리 브란트 총리는 기욤을 해임하지 않고 평소와 같이 대하고 같이 노르웨이로 휴가를 떠나는 등 기존의 친분관계를 유지하였다. 사실 브란트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기욤을 데리고 다닌 것은 수호청의 요청도 있지만 브란트 본인이 기욤이 동독 스파이일지도 모른단 혐의에 대해서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1973년 노르웨이에 휴가를 갔을 때는 기욤에게 자신이 독일 수상으로서 받는 모든 연락을 전부 맡겨 놓을 정도로 브란트는 태평했다. 1년이 넘는 밀착감시와 집중수사 끝에 수호청은 충분한 사법적 증거를 확보하고 1974년 4월 기욤을 체포하였다. 그리고 이집트 대통령 안와르 사다트와의 정상회담을 마치고 돌아온 브란트에게 기욤이 체포되었으며 동독 장교임을 자백하였음을 통보했다. 자신이 인간 본성을 잘 이해하기 때문에 기욤의 간첩 혐의가 황당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브란트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체포 과정에서 귄터 기욤은 스스로 동독 국가인민군 장교라고 신분을 밝혔으나 나머지 사실에 대해서는 전부 묵비권을 행사하였다. 부인 크리스탈 기욤도 남편과 함께 스파이 행위를 하였으므로 체포되었다. 이후 재판에서 귄터 기욤은 징역 13년, 크리스탈 기욤은 징역 8년을 선고받았으나 슈미트 정권 시절인 1981년 동독으로 함께 추방[2]되었다.
당연히 빌리 브란트 본인도 간첩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브란트가 이에 관여했다는 증거는 드러나지 않았다. 수사 결과 귄터 기욤은 브란트의 개인 비서에 불과하여 안보상 민감한 정보에는 접근할 수 없었기 때문에 동독으로 유출한 자료 25건 중 1급 기밀은 하나도 없었다고 한다. 애초에 1급 기밀을 비서인 기욤이 볼 수 있었다면 그것은 브란트 총리 본인에게도 중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사안이었다. 그러나 귄터 기욤이 동독에 넘긴 자료 중에는 1급 기밀로 공식 지정되어 있지 않을 뿐이지, 브란트의 회의록 등 비공식 문건이지만 중요한 기밀 사항이 담긴 문건과 정보가 상당수 포함되어 있었다. 귄터 기욤이 동독에 넘긴 자료 중에서 정작 가장 문제가 된 것은 주로 빌리 브란트의 사생활에 관한 것이었다. 기욤이 브란트에게 매춘부들을 섹스 파트너로 수시로 공급한 기록과 브란트의 과도한 음주 행태, 그리고 브란트가 앓고 있던 우울증에 대한 기록 등이 동독에게 넘겨졌다는 사실이 수사과정에서 드러났다. 기욤이 브란트의 이런 사생활을 고스란히 동독에 넘겼기 때문에 동독이 이를 약점으로 잡을 수 있다는 주장이 사민당 내 브란트의 반대파들에 의해 제기되었다. 정치인에게는 심각한 타격이 될 만한 사생활이 불거지자 사민당 고위인사들은 다음 선거에서 도저히 빌리 브란트를 내세워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해 브란트가 총리직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결정하고 사임 압박을 가했다. 동독이 섹스 스캔들 자료를 압박수단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빌리 브란트는 처음에는 사임 압박을 거부했으나 결국 1974년 5월 7일 총리직 사임을 발표하고 물러났다. 사임의 공식적인 이유는 우울증으로 직무 수행이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임 이후 브란트는 자신의 결정을 매우 후회했고 아내였던 루트 브란트에게 자신이 사임하기로 했을 때 이를 말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매우 화를 냈다. 그리고 훗날 빌리 브란트는 기욤 사건이 사임의 결정적인 이유는 아니라고 주장하였다.[3]
브란트 사임 후 후임 총리로는 브란트와 달리 사민당 내에서 우파 인사로 통하던 헬무트 슈미트가 취임하였다. 슈미트는 비록 당내 우파로서 비주류였지만 수려와 외모와 말빨로 국민들에게 대중적 인기가 엄청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70년대 중반 이후 사민당은 슈미트의 개인적 인기 덕분에 연명했던 측면이 컸다.
당사자 귄터 기욤은 1995년 신장암으로 사망했는데 자기가 모셨던 사람들 중에서 제일 존경하는 사람이 빌리 브란트와 당시 슈타지 대외정찰총국장 마르쿠스 볼프라고 했다.
당시 소련 KGB는 기욤의 정체를 파악하고 동독 슈타지에 기욤을 철수시키라고 요구했다. 기욤이 간첩이라고 밝혀지면 소련 및 공산권과의 화해와 협력을 골자로 한 동방 정책을 추진하던 브란트 정권이 무너지고 對소련 강경정책을 주장하는 우파 정권이 들어설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의 독일과 마찬가지로 당시 서독은 유럽에서 제일 부강한 경제대국이자 NATO 측 최전선을 담당하는 첨병이었기 때문이었다. 경제규모 자체는 소련에 밀렸지만 1인 기준으로 보자면 넘사벽급 차이가 났는데 이런 서독을 적으로 돌리는 건 소련이라도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또 당시 서독은 이미 60년대부터 상당한 재무장화를 이뤄 당시 유럽 제일의 기계화작전군을 보유했으므로 잘못했다가는 기갑웨이브를 자랑하는 소련을 비롯한 바르샤바 조약 기구 전체도 크게 피를 볼 수 있었다. 서독 재무장화는 사실상 당시 NATO의 물주이던 미국이 그렇게 독일 연방군을 키운 결과였다. NATO의 전쟁계획은 소련을 필두로 한 바르샤바 조약 기구를 독일 기갑군이 주력인 독불여단, 영국 라인 군단, 주독미군 등이 방어작전을 수행, 이후 타 국가들에서 소집된 NATO 연합군이 대대적으로 반격을 밀어붙임이 주 골자였다. 소련으로서도 데탕트로 이 위기 수위를 줄여 보려던 차에 기욤 사건이 터졌으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볼프도 빌리 브란트 몰락은 의도한 바가 아니라 슈타지 사상 최대의 실수였다고 주장했다고 한다.[5]
[1] 기욤은 이 지령 이전까지 자주 동독을 찾아서 동독 측 상관들과 접선했다. 그런데 가족들을 대동하고 갔기 때문에 어린 기욤의 아들이 자신을 맡아 주었던 슈타지 장교의 동독 사투리를 흉내내는 것을 보고 기겁했다고. 그리고 기욤이 간첩이라는 것을 모르는 또 다른 동독 고정간첩이 슈타지 정찰총국에 기욤을 간첩으로 포섭해야 할 1순위 인물로 보고하면서 슈타지는 기욤이 노출될 위험성이 너무 크다고 판단했다.[2] 실질적으로는 포로 교환이었다. 당연히 서독에서는 붙잡힌 스파이를 돌려받았다.[3] 이와는 별개로 기욤에 대한 인간적 배신감이 상당했는지 브란트는 이후 기욤을 언급할 때 절대 이름을 언급하지 않고 G라고 지칭했다.[4] 마르쿠스 볼프는 슈타지 산하 해외 파트의 수장이었고 슈타지 총책임자가 된 적은 없다.[5] 실제로 슈타지는 1972년 빌리 브란트의 불신임 투표가 실시되자 기민당에 5만 마르크를 긴급지원하면서 브란트 내각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등 브란트 정권이 존속하기를 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