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나생문(羅生門)〉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1915년작 소설이다. 일본의 옛 이야기책인 〈콘자쿠모노가타리(今昔物語集, 금석물어집)〉에 수록된 이야기를 차용하였다.2. 내용
이야기의 시간은 헤이안 시대, 장소는 일본의 수도 교토의 성문인 나생문이다.전란이 계속되던 상황에 전염병과 대기근까지 닥쳐 수도인 교토에서도 사람이 마구 죽어나간다. 사람들은 시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아무 데나 버리게 되고, 도시 외곽문인 라쇼몽에까지 시체들을 가져다 버리게 된다.
비가 내리는 한밤중 무렵, 사람들 왕래가 없는 라쇼몽의 지붕 근처에서 칼을 찬 남자 하나가 비를 피하고 있었다. 그는 잔뜩 심란한 얼굴로 앉아 있는데, 사실 그 역시 대기근 때문에 형편이 어려워진 고용주에게 해고된 하인으로, 당장의 생계 걱정을 하고 있었다.
남자는 '주인어른의 입장도 이해할 만 해. 날이 갈수록 상황이 적자를 보기만 하니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려면 어쩔 수 없지. 헌데 지금 당장 도둑이라든가 강도가 되지 않으면 우리 가족들은 굶어 죽거나 병으로 죽을 텐데... 아니면 다른 강도들에게 죽거나 하겠으니... 그래, 살 길은 결국 이거 하나뿐이다!'라고 생각을 마친다.
허나 양심이 허락하지 않아, 자신이 도둑이 되지 않으면 살아갈 방도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인정하고 납득하지 못하다가, 머리가 복잡해지자 머리도 식히고 비라도 피할 요량으로 지붕 아래 다락으로 올라가게 된다.
거기서 그는 여자 시체에서 머리카락을 뽑고 있던 노파를 만나게 되는데 호기심 반, 분노 반으로 노파를 붙잡고 "대체 무슨 연유로 사람 사체에서 머리카락을 뽑는 건가?"라며 머리카락을 뽑은 연유를 묻는다. 노파는 "뽑은 머리카락으로 가발을 만들어서 팔아 양식을 좀 사려고 그랬어."고 말한다. 칼잡이 남자가 "그것 참 이상하군. 정 가발을 만들려면 스스로의 긴 머리카락을 잘라 만들면 되지 않나?"라고 의아해하자 노파는 사실 자기가 머리카락을 뽑고 있던 여자는 뱀을 말려 토막낸 것을 말린 물고기라 속여 팔며 연명하던 여자이고 저기 근처의 남자들의 시신은 의적단으로 알려졌지만 실상은 살인도적단이며, 멀리 있는 어느 부부의 시신은 일반 잡초나 버섯을 약초라고 속여 판 사기꾼들이라 밝히고 자신은 그들의 행동을 비난한 적이 없으니 죽은 자들도 자기를 비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뒤 어차피 다들 없는 살림에 각자 어떻게든 먹고 살려고 그런 불법을 저질렀다보니 '그러려니 하겠다.'라고 이해할 것이라며 합리화를 한다. 그 말을 듣던 남자는 "그렇군... 가르쳐주어 고맙군."이라 웃으며 자신 역시 "무엇이라도 강탈하거나 훔치지 않으면 굶어죽을 몸이므로 옷을 강탈해가도 할 말 없겠지?"라고 말하고선 노파의 옷을 벗겨 빼앗고는 사라진다.
처참한 현실 속에서 살기 위해 서로 빼앗고 뺏기고 추악한 짓도 서슴지 않는 인간을 그린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