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은 태어난 지 단 오년 만에 인생의 절정기를 맞았다. 여섯 살 때 말이다. 그녀는 한때 밥만 밝히는 웃기는 꼬마 밥순이 역할로 국민적 사랑을 받았던 아역배우였다. “밥줘유~!” 한마디로 사람들을 귀여움에 치떨게 했고, 그 재주로 가족들을 먹여 살렸다. 하지만, 스무 살이 되기도 전에 은퇴 당하고 말았으니, 안타깝게도 연기에 재능이 없어도 너무 없었기 때문이다.
언젠가 잘나가는 사진작가가 될 거란 가느다란 희망을 쥐고 있지만, 현실은 구천구백 원짜리 티셔츠를 파는 인터넷쇼핑몰의 사진사일 뿐. 정말 견딜 수 없는 것은, 지금까지 그 망할 놈의 밥순이 소리를 듣고 산다는 거다. 안타깝게 성장했다는 주변의 시선에서 한 뼘이라도 벗어나보려 매일매일 애를 쓴다. 남들의 웃음거리가 되기 일쑤인 웃픈 인생!
그런 마린의 인생에 쓰나미급 남자가 나타났다. 유소준. 외모, 재력, 인간미까지 완벽하게 겸비한, 퍼펙트한 남자. 어떻게 인간이 풋풋하면서도 섹시하면서도 동시에 귀여울 수가 있지? 보면 볼수록 궁금한 이 남자!
그런데, 피하면 피할수록, 이 요망한 남자가 더 저돌적으로 들이대는 게 아닌가? 이 남자는... 진심인걸까? 그런 거라면, 더욱 무섭고 싫었다. 소준이 조금 덜 가지고, 조금 더 부족한 사람이었다면, 참 좋았을 텐데. 그러자 소준이 마린의 눈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널 책임지겠다고.
부동산 투자회사인 「마이리츠」의 대표이사. 늘 활기가 넘쳐 기분 좋은 에너지를 마구 내뿜는 사람이다.세상 무서울 게 없어 보인다. 허세와 건방을 끝도 없이 떨다가 능글맞은 애교로 상대를 웃게 만들고, 비수 같은 말을 천연하게 내뱉고도 천진한 미소로 모든 걸 잊게 만들어 버린다. 세상의 모든 신상(특히, 손목시계, 운동화, 휴대폰, 노트북)을 여자보다 사랑하고, 간지를 목숨과 같이 생각한다. 허세가 쩔지만 그의 허세는 어쩐지 묘하게 귀엽다.
그가 지도에 점만 찍었다 하면 여지없이 신도시가 개발되거나 지하철역이 생기거나, 하다못해 특목고라도 생긴다. 많은 사람들이 그에 대해 궁금해 하지만, 회사에도 출근을 자주 하지 않고, 업계 사람들과의 비즈니스를 직접 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그에 대해 알려진 사실은 별로 없다.
그는 시간여행자다. 하루 수만 명이 오가는 남영역과 서울역 사이에 미래로 가는 또 다른 정거장이 있다. 도무지 이해할 수도, 설명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이게 사실이다.
소준은 주식과 부동산 투자로 순식간에 엄청난 부를 이뤘고, 그걸 기반으로 마이리츠를 설립했다. 게으르고 제멋대로인 사장이지만, 그의 투자 감각은 백발백중이기 때문에 투자자나 직원들 그 누구도 소준을 무시하지 못한다. 미래를 갈 수 있어도, 남의 일에 상관하거나 살고 죽는 일에 간섭하지 않는다. 그저 주식, 신도시 개발 같은 나름 소소한 경제 이슈를 미리 알고 현재로 돌아와 그에 맞춰 투자하며 부를 쌓는 게 그가 능력을 이용하는 전부다. 그렇게 별 생각 없이 재미나게 살고 있던 어느날, 그러다 소준은 끔찍한 미래를 보고야 마는데... 뭐? 내가 밥순이 저 여자랑 결혼을 한다고?!
가지고 있는 능력을 활용해 충분히 잘 살 수 있으련만, 그는 언제나 지하철 노숙자 행색이다. 「시간여행」 그 자체를 파헤치고 알아내는 것에 인생을 건 사람 같다. 소준에게 타임슬리퍼의 많은 법칙을 알려준 사람이 바로 그다. 소준이 미래에 겪게 될 일들에 대해 팁을 준 사람도 바로 그다. 하지만, 소준은 그를 경계한다. 그가 어쩌다 시간여행자가 되었는지, 왜 항상 극적인 순간에 나타나 소준을 도와주는 것인지, 정체가 무엇인지, 그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운명을 바꾼 자식이야기를 해서 소준과 마린을 결혼하게 만든다. 소준에게 의도적으로 충고를 하면서 둘의 관계를 함께 하게 만들고 있다. 소준의 회사 상무인 용진과 접촉하며 무슨 꿍꿍이가 있는 듯하다.
결국 송마린의 친아버지임이 밝혀진다.
행색과 달리 수십억의 엄청난 현금을 들고 나타나는 등 뭔가 복잡해보이는 인물이었다가 나중에 정체가 드러나는데, 사실 만약 제작진이 연출을 잘했다면 가장 반전의 존재였겠으나, 드라마가 늘어지면서 임팩트 있는 존재가 아니라 허무한 존재가 되었다.
8회 끝에 정체가 너무 간단히 보여진다. 마린의 남영역 사고 때 두식도 그 지하철에 있었다. 칫솔을 팔고 있었는데 거기서 마린을 보고 같이 내려 살았다. 시간여행능력도 소준과 같이 사고로 생긴 것 같다.
아버지가 무주택 가정에 주택을 제공해주는 민간단체, 해피니스의 대표이다. 소준, 기둥과 어릴 적부터 친구이다. 건축을 전공해 해피니스에서 팀장을 맡아 아버지를 돕고 있다. 예쁘장한 외모와는 달리, 상당히 보이시한 구석이 있다. 터프하고 퉁명스럽고 융통성 제로에 무뚝뚝하기가 이를 데 없다. 매사에 FM으로 대응한다. 겉으로는 강해 보이지만, 속은 너무도 여린 사람이다.
[1] 이 방영분에서 황 비서가 이를 성 정체성이라고 말하였다. 이성애자냐 동성애자냐는 성적 "지향"이지 "정체성"이 아니다.[2] 본인이 최대한 노력하고 모든 인맥을 동원해도 빼올 수 없던 공기업(아마 LH)의 개발 계획 정보를 소준이 미리 알아서 그 주변 땅에 투자하는 것을 보고, 처음에는 자신이 최대한 전문가의 관점으로 예측한 곳(개발 조건이 더 좋았다고 한다.)을 내버려두고 어떻게 거기를 개발하냐고 속으로 소준을 미친 놈 취급하며 무시했다가 시간이 지나 진짜 거기가 개발지역으로 선정되는 일이 반복되어 의심했었다. 소준의 뒷조사도 해봤지만 특별히 정보원 같은 것을 만났던 흔적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야 소준이 그냥 미래로 가서 보고 온 것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