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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3-10-21 01:32:39

녹보석의 기사

1. 소개2. 원문

1. 소개

고대 이스나미르인이었던 엘리종이 쓴 예언시. 혹은 그 시의 주인공.

특이하게도 영웅담이지만 과거에 살았던 영웅의 행적이 아닌, 앞으로 나타날 기사의 이야기를 예언한 작품. 수많은 문학 작품으로 변용되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미 일어난 이야기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또한 아룬드 연대기 세계에서 소년들의 로망으로 보인다. 이 이야기를 듣고 자라지 않은 소년이 없을 정도이며, 아르노윌트 크센다우니 엠버[1] 등 녹보석의 기사를 동경하는 소년도 꽤나 많은 듯.

단순히 녹색 보석을 가지고 다니는 기사라는 해석부터, 어둠의 시대에 녹색, 즉 을 가져오는 기사라는 것까지 많은 해석이 존재한다.[2]

시의 일부가 세월의 돌에서 챕터 시작부에 공개되었고, 작품이 진행되며 조금씩 드러나다 마지막, 제 13 아룬드인 황금 아룬드에 가서 결말부분이 드러난다.

2.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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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에 등장한 원문:
자 이제, 그 기사의 이야기를 한 번 해 볼까요?
겨울의 끝은 봄, 니스로엘드가 가고 프랑드의 꽃이 피도록
누구나 기다리고 기다리게 될 그 사람의 이야기를?
네 계절을 되찾아 닫혀버린 시간을 열어놓고자
열 네 별이 은밀히 세상에 내려 준 그 이야기를?

나는 할 수 있어요. 내 노래 속에는 운명의 속삭임이 숨어 있죠, 그 누가 내려 주었던가요?
내게 거울을 들여다보듯 세상 사람의 미래를 들여다보도록 하는 예언의 힘을.

당신이 내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고(古) 이스나미르 왕국, 이스나에의 무녀 '레 클로슈'[3] 엘리종의 예언시 <녹보석의 기사> 1연
(은빛 머리의 유리카 - 개정판 1권, 2장)
"기사여, 이마의 땀을 씻을 시원한 물을 드리겠어요.
손가락 사이로 흘러 없어지는 세월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고된 여행의 피로와 먼지로 그대의 눈은 흐리군요.
잘 닦은 유리구슬은 예언자의 한 마디보다도 낫답니다.

이걸 보세요, 마술에 쓰이는 작은 장갑, 가느다란 꽃줄기와 실뭉치, 봉헌을 위한 빛나는 돌들
그리고 붉은 열매, 하얀 찻잔이 보이지요?
준비하는 것이 좋아요, 뭐든 알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대, 미래가 궁금한가요? 아니면 과거?
두고 온 연인친구의 마음을 시험하고 싶나요?[4]
한 번 다짐한 그대의 마음이 변할 것이 두려운가요?
예기치 못한 불운이 모두의 앞을 가로막을까봐?

그대가 다가앉은 이 누추한 오두막, 검은 밤 가운데
신비가 흐르고 있는 것이 느껴집니다.
손을 이리 줘 봐요, 불빛 아래 자세히 볼 수 있게
그래요, 이런 손지도(地圖)는 아무나 가지는 것이 아니지요.

(처녀의 머리카락을 엮어 브로치를 만들 때면
우리는 삼단 같은 가닥이 끊어지지 않도록
재빠르게 바늘을 놀려 리본을 잡아매면서도
끊임없이 주의를 기울여야만 하지요. 조심!)
기사여, 희한한 약초며 사향 냄새들이 두려운가요?

풀꽃들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온갖 종류의 안식들
마른풀과 박하, 허브의 향은 행복한 잠을 주지요.
그대도 여기, 마른 풀 자리에 눕는 것이 좋을 거예요.

꿈을 꾸도록 해요, 이곳 안식의 오두막에서
그대가 원하는 꿈을 나무천장에 그려보아요.

들보를 가로지르는 생쥐에 주의를 빼앗기면 안돼요!

서서히 미래가 떠오를 거예요, 그렇게, 서서히……꿈의 흰 윤곽이 춤추듯 그대에게 내려옵니다.
숲 가운데 가장 빛나는 잎사귀[5], 마름모꼴의 초록빛
깨어질 듯 연약한 녹색의 꿈을 꾸며 그대는 달리는군요.

몇 번이나 다시 태어났던가요, 이 꿈을 꾸기 위해……."

황야 한가운데 오두막을 지키던 여인의 목소리가 멀어지고
점차로 사라져가는 낮은 천장과 짚지붕, 그리고 다가오는 환각
그런데 웬일인가? 가슴 한 구석을 찌르는 갑작스런 고통이라니,
이유를 알 수 없는 슬픔이 그의 가슴 가득히 들어찼다.

고(古) 이스나미르 왕국, 이스나에의 무녀 '레 클로슈' 엘리종의 예언시 <녹보석의 기사> 78-86연
(푸른 굴조개 - 개정판 4권, 6장)
기사의 여행은 끝나지만 끝난 것이 아니니
살아 있는 자의 여행은 끝나는 법이 없는 탓이다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탓에 옷깃은 낡아 떨어지고
잃은 것에 대한 고뇌로 내딛는 발걸음은 무거우나

그대가 세상에 가져다 준 봄이 싹을 틔우고
그대 존재조차 모르는 자들,
얼굴에 웃음꽃 핀다

새로운 여행 앞에서 걸음 망설임은 어찌 된 일인가
잃은 것의 상처만큼이나 얻은 것을 잊지 않음이니
그대의 이름은 잊혀지고 핏줄 역시 사라져

그대 기억하는 자 없고,
그대 업적은 잊혀지리라[6]

이젠 스쳐 가는 행인, 또 평범한 이웃일 뿐이지만
찬란한 녹색의 보석은 결코 그대를 떠나지 않으니

그대,
녹보석의 기사여

-고(古) 이스나미르 왕국, 이스나에의 무녀 '레 끌로슈' 엘리종의 예언시 <녹보석의 기사>339-343연
(끝, 다시 시작되는 이야기 - 개정판 8권, 14장)

[1] 세월의 돌 초반부에서 아르노윌트가 파비안에게 자신이 녹보석의 기사가 될 것이라며 말하는 장면이 있다. 녹보석의 기사가 누구의 예언시인지 생각하며 읽으면 재미있는 부분.[2] 그리고 그 해석들이 전부 맞았다. 작가의 뛰어난 떡밥 관리력이 돋보이는 구성.[3] 연재 당시에는 레 끌로슈라고 표기했으나, 이후 출판과 개장판에서는 레 클로슈로 표기하였다.[4] 작중에서 유리카나 나르디와의 갈등이 상당히 많았다는 점을 돌아보게 된다. 특히 나르디의 경우 네 차례나 우정을 흔들 뻔한 일들이 있었다.[5] 파비안이 '프랑드의 별'이라는 이름을 알기 전, 아룬드나얀의 녹색 보석에 붙인 이름이다. 그리고 다음 구절 역시, 프랑드의 별의 외형을 연상시킨다.[6] 세상 사람들은 '파비안 크리스차넨'이라는 이름을 알 리가 없다. 200년 전과는 다르게 균열의 날이 도래했음을 아는 이도 거의 없다. '현자'라고 칭할만한 이들이 검은 예언자와 트루바드를 제외하면 남지 않았기 때문. 마법이 봉인되었기에 마법사도 없고, 듀나리온은 불명이지만 아스테리온은 확실히 쇠락의 길을 걷고 있었다. 또한 바로 윗 구절의 '핏줄 역시 사라져'는 나르시냐크 가문을 의미. 하르얀과 아르킨에 걸친 두 번의 반란으로 나르시냐크 가는 멸문되어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