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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0-19 11:28:51

농부와 곰


1. 개요2. 내용3. 교훈4. 그 외

1. 개요

Вершки и корешки(줄기와 뿌리)

농부러시아전래동화로 힘은 약하지만 현명한 농부와 힘은 세지만 어리석고 미련한 곰 사이의 이야기다.

2. 내용

어느 마을에 농부가 자신의 밭에 순무 씨를 뿌리고 있는데 갑자기 곰이 나타나 농부를 잡아먹으려고 하였다. 꼼짝없이 잡아먹히게 된 농부는 꾀를 내어 곰에게 "순무가 자라면 저는 뿌리 부분만 갖고 윗부분은 곰님께 드릴게요."라고 약속했다.[1] 농부의 말을 들은 곰은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라고 생각해 그 말을 믿고 돌아갔다. 그렇게 몇 달이 흘러 순무가 잘 익어 농부가 수확하려 하자 곰이 불쑥 나타나 자기 몫을 내놓으라고 했다. 그러자 농부는 약속대로 곰에게 순무 잎을 주고 자신은 순무 뿌리를 가져갔다.

농부가 수확한 순무를 내다 팔려고 마차에 싣고 재래시장으로 향할 때 또 곰이 불쑥 나타나 어디 가느냐고 묻자 농부는 순무를 팔려고 시장에 간다고 대답했다. 이 때 곰은 순무 뿌리의 맛은 어떤지 참 궁금해서 순무 뿌리 좀 먹어보게 하나만 달라고 했다. 농부는 순무 뿌리 하나를 곰에게 주었고 곰이 그걸 먹었더니 자신이 가져갔던 그 순무 잎보다 훨씬 더 맛있는 거였다. 농부가 자신을 속였다고 생각한 곰은 크게 화가 나 "나를 속였구나! 뿌리 쪽이 훨씬 더 맛있잖아! 이 다음엔 뿌리를 줘! 그렇지 않으면 네놈을 잡아먹겠다!"라고 농부를 위협했다. 그리고 해가 바뀌어 다시 농사지을 때가 되었다.

이번에 농부는 보리 농사를 짓기로 하고 밭에 열심히 보리 씨를 파종했다. 시간이 흘러 보리는 알차게 영글었고 수확할 때가 되었다. 농부가 보리를 타작하려고 밭에 가보니 이미 곰이 그 보리밭에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다음 농부에게 "이번엔 약속대로 뿌리를 내놓으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자 농부는 알겠다고 말하며 "당연히 윗부분은 제가 갖고 뿌리는 곰님께 드릴게요."라고 약속했다.[2] 그리고 농부는 약속대로 자기는 보리의 윗부분만 갖고 뿌리는 곰에게 주었다. 농부에게서 보리 뿌리를 받은 곰은 한 입 먹어봤으나 먹을 수 있을 리가 없다. 곰은 너무 분한 마음에 울면서 "농부 양반! 또 나를 속였어!"라고 했지만 농부는 정색하며 "저한테 따지지 마세요. 전 어디까지나 당신과의 약속을 지켰을 뿐입니다."이라 얘기했다. 이에 곰은 할 말이 없어져 두 번 다시 농부를 괴롭히지 않았다.

3. 교훈

간단하게 말하면 한국 속담 호랑이 굴에 끌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내용을 떠올리게 한다. 맨몸의 인간이 곰의 상대가 될 리는 당연히 없으며 농부가 갖고 있는 농기구를 무기로 쓸 수도 있겠지만 곰이라는 동물은 미련하다는 세간의 인식과는 달리 매우 영리하다 못해 교활하며 동작도 매우 민첩하다.[3] 즉, 농부가 농기구를 휘두르기 전에 이미 곰의 앞발에 찍혀 죽는다는 것. 그러므로 위 이야기 속 농부는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던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같은 위기 상황을 순간적인 기지로 대처해 목숨도 건지고 재산도 지킬 수 있었다. 결국 이 이야기에서 하고 싶은 말은 아무리 어려운 일이 닥치고 위기를 겪더라도 정신을 차리면 충분히 헤쳐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4. 그 외

판본에 따라 주인공이 농부가 아닌 토끼, 여우 같은 동물인 경우가 있으며, 곰 대신 지주 혹은 영주가 나오는 경우도 있고, 작물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1974년 소련에서 'Вершки и корешки'라는 제목으로 셀 애니메이션이 제작되었다.

베트남에도 이와 비슷한 내용의 설화가 있다. 옛날에 괴물들이 자신들의 힘을 이용해 사람들을 괴롭혔는데 특히 먹을 것을 자신들에게 바칠 때 농작물의 윗부분을 바치며 나머지는 너희들이 먹으라고 엄포를 놓았다. 이때 사람들은 벼를 심었는데 먹을 것을 죄다 괴물들에게 바친 상태이니 사람들은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어갔다. 이에 부처님이 사람들을 불쌍히 여겨 사람들에게 괴물들의 요구를 그대로 들어주어도 굶어 죽진 않을 방법을 알려준다. 그 다음해, 사람들은 부처님이 알려주신대로 벼 대신 고구마를 심었고 괴물들에겐 요구 그대로 농작물 윗부분을 주면서 자신들은 나머지를 먹게 되어 무사히 굶지 않았다. 이에 괴물들은 다음해에는 자신들에게 농작물의 아래를 바치고 나머지는 너희들이 먹으라며 엄포를 놓는다. 그러자 사람들은 그 다음해 다시 벼를 심어 괴물들의 요구를 그대로 들어준다. 또다시 열받은 괴물들은 자신들에게 윗부분과 뿌리를 바치고 나머지 가운데 부분은 너희들이 먹으라고 엄포를 놓고 사람들은 그 다음해 옥수수를 심어 이전처럼 또다시 괴물들을 엿먹인다. 결국 화가 난 괴물들은 사람들을 공격하려하나 사람들은 부처님이 알려주신 방법대로 괴물들을 물리쳐 그들을 멀리 내쫓아 부처님의 도움으로 평화롭게 살아간다.
[1] 다들 알다시피 순무는 뿌리 부분을 먹지 위의 이파리는 잘 먹지 않는다. 한국인이라면 무잎을 가지고 시래기국이라도 끓여먹겠지만 이 이야기 속 배경은 러시아다. 더군다나 곰이 잎을 가지고 요리해 먹을 리도 없고. 만일 곰이 아니라 고려인이 찾아왔다면 무잎으로 맛있는 시래기국을 끓여먹었을지 모르는 일이다.[2] 다들 알다시피 보리는 위의 낟알을 먹지 보리 줄기나 뿌리는 그냥 버리는 거다. 잘 써먹어봤자 여물에나 쓸까.[3] 이 설화에서 곰이 어리숙해보이지만 현실의 곰은 교활하다. 그 수준을 생각해보면 어째서 곰에게 미련하다는 인식이 박혔는지 의아하다고 봐야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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