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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1-07-10 16:03:17

능서불택필

고사성어
능할 아니 가릴

1. 겉뜻

글씨를 잘 쓰는 사람은 아무 붓이나 가리지 않는다.

2. 속뜻

경지에 오른 사람은 도구나 재료에 구애받지 않고도 자기 실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는 뜻이다.

3. 유래

당서(唐書)》 〈구양순전(歐陽詢傳)〉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당나라는 중국 역사상 가장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나라였다. 당시 서예의 달인으로는 당초사대가(唐初四大家)로 꼽혔던 우세남·저수량(禇遂良)·유공권(柳公權)·구양순(歐陽詢) 등이 있었다. 이들은 서성(書聖) 왕희지의 서체를 배워 각자 구양순의 엄정함, 우세남의 온화함, 저수량의 곱고 아름다움을 독자적인 경지를 개척하였다. 모두 서도(書道)의 지도자로서 손색이 없었다.

그 중에서 독특하고 힘찬 솔경체(率更體)를 이룬 구양순이 유명한데, 그는 글씨를 쓸 때 붓이나 종이를 가리지 않았다. 그러나 저수량은 붓이나 먹이 좋지 않으면 글씨를 쓰지 않았다고 한다. 세 사람 중에서 가장 나이가 젊은 저수량은 건국공신 위징의 추천으로 우세남의 후계자가 되었는데, 그가 하루는 우세남에게 “저의 글씨를 지영[1]과 비교하면 어떠할까요?”하고 물었다. “지영의 글씨는 한 글자에 5만 냥을 내도 좋다는 사람이 있는 것 같지만 자네는 아무래도 안 될거야[2].” “그러면 구양순 선생과는 어떨까요?”하였더니, “그는 어떤 종이에 어떤 붓을 사용하여도 자기 마음대로 글씨를 쓴다고 한다. 자네는 아무래도 안될꺼야.”“그러면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라고 하자, “자네는 아직 손과 붓이 굳어 있다. 그것을 완전히 없애면 크게 성공할 수 있을 것이네.”

붓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은 어느 붓이든 가리지 않고 글씨를 썼다는 말이 아니다. 그도 역시 행서를 쓸 때에는 그 글씨에 맞는 붓을 선택하였고, 초서를 쓸 때에는 초서에 알맞은 붓을 선택하였다. 단지 조잡한 붓으로 글씨를 쓰더라도 그의 대가다운 경지에는 변함이 없었음을 말하는 것이다. ‘능서불택필’에 대해서《왕긍당필진(王肯堂筆塵)》에서는 “글씨를 잘 쓰는 사람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 속설은 구양순까지이고, 그 이후의 사람들은 붓이나 종이를 문제로 삼고 있었다. 주현종(周顯宗)의 《논서(論書)》에서는 ‘글씨를 잘 쓰는 사람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는 말이 있지만, 이는 통설이라고 할 수 없다. 행서(行書)와 초서(草書)를 제외한 해서·전서·예서를 쓰는 경우에는 붓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붓을 가리지 않을 수 없다.”라고 하였다.


[1] 우세남이 글씨를 배운 선사[2] 吾聞詢不擇紙筆 皆得如志 軍豈得此(오문순불택지필 개득여지 군기득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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