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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1-03 16:16:51

다르타/작중 행적

1. 개요2. 과거3. 외전

1. 개요

재혼 황후의 등장인물 다르타의 작중 행적을 정리한 문서.

2. 과거

과거 동생과 함께 고아원에 들어왔다가 고아원을 찾았던 빈셀이 두 아이들 중 다르타를 데려왔다. 당시 다르타는 "엄마. 난 왜 아빠만 없고 엄마만 있어?"라는 질문을 했고, 그 때마다 빈셀은 늘 "그러니까. 남들은 둘이서 만드는 아이를 엄마는 혼자 만들었어. 대단하지?"라고 대답했었다. 이에 다르타는 "세상에. 엄마 대단해!"라고 칭찬했다고. 빈셀이 상시천 내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강했기에, "다른 사람은 못 해도 엄마는 할 수 있다. 엄마는 그만큼 대단한 사람이다."고 생각해 빈셀의 말이 사실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어느 날 같은 마을에 사는 어떤 부부가 세 살 된 아이를 데려오더니 자기들 아들이라 하는 걸 본 후로, 몇 년이 지나서야 자신 외에도 이런 식으로 갑자기 자식이 된 아이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느 날 부천주 부부도 자기 딸이라며 갑자기 아기를 데려오고, 이는 드문 일도 아니었기에 부천주가 데려온 아기를 구경하러 갔다가 아기를 보고서 깜짝 놀라 천사가 잃어버린 아기 같다고 감탄한다. 이 아기 뭐냐고 물었으나 부천주는 흐뭇해하며, "내 딸."이라고 대답했다. 부천주를 쳐다보며 걱정스럽게 "아저씨, 이 애가 진짜 천사이면 어떡해요? 아저씨, 천사 납치해온 거 아니예요?"라고 물어봤다고.

이후 부천주가 데려온 아기는 "모테"라는 이름을 얻게 되고, 다르타는 옆집에 산단 이유로 모테를 챙기는 시간이 길어지게 된다. 가끔 귀찮기도 하지만, 대체로 모테와 놀아주는 것을 좋아했는데다, 모테가 몹시 순했고, 빈셀이 집을 비우는 일이 많아지면서 다르타는 자연스럽게 모테를 돌봐주게 된다. 다르타가 모테를 데리고 놀러다니다 부천주네 집으로 가면 부천주 부부가 맛있는 음식을 한가득 차려주었다. 물론 부천주 부부는 원래도 다르타를 몹시 귀여워해서 모테가 오기 전에도 다르타가 놀러갈 때마다 자주 맛있는 음식을 차려주었고, 다르타가 오지 않으면 아예 바구니에 넣어서 주고 가기도 했다고. 이에 다르타는 나이가 찰수록 그냥 얻어먹기 미안해했는데, 모테와 놀아주고 얻어먹으면 당당하게 얻어먹는다고 좋아했다.

3. 외전

그러던 어느 날, 평소처럼 모테와 놀아주고 부천주의 아내와 수다를 떨면서 식사를 하던 중 밖에서 웅성거리고, "다르타! 다르타!"라는 고함까지 들려온다. 부천주의 아내는 무슨 일이냐며 모테가 잠꼬대를 한단 이야기를 멈추고 탁자에서 일어나 창문을 열고, 자신도 빵을 입에 문 채 한 박자 늦게 일어나며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하지만 부천주의 아내는 창밖을 보며 "세상에!"라고 외치고, 이에 재빨리 문을 열고 나가며 왜냐고 묻는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보았으나 들 것에는 다름아닌 빈셀이 치명상을 입고 누워있었다. 이에 눈이 뒤집어져서 빈셀의 이름을 부르며 달려간다.

빈셀이 의사에게 진료를 받는 동안 빈셀에게 난 상처가 창상, 그것도 치명적인 창상이었다는 걸 알아보고서[1], 누구 때문에 빈셀이 이렇게 됐냐고 묻는다. 부천주는 혀를 차면서 제국 연합 소속 기사단과, 지하 기사단이라고 대답한다. 부천주의 말에 옆에 있던 상시천 도적들도 "진짜 징한 새끼들. 어떻게 여기까지 쫓아오냐.", "말도 마. 코샤르 그 놈은 화대륙에 건너가도 쫓아올 놈이다.", "난 그 미친 새끼가 자기랑 비슷한 미친 새끼를 하나 더 데려온 게 더 무서워.", "마스타스인가 하는 그 여자. 마주치고 싶지도 않아. 빈셀 부상도 그 여자가 낸 거잖아."라고 투덜댄다. 이를 들으며 입술을 꽉 깨물고서 빈셀의 손을 잡는다. 빈셀이 입은 부상은 대륙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치료 마법사 에벨리가 오지 않는 한 치료할 방도가 없어보일만큼 심각한 부상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궁정에 소속된 그 대단한 마법사가 일개 도적을 치료해주러 이 먼 곳까지 올리는 없고, 일어날 가능성이 전혀 없는 일이라며 기대하지 않는다. 정신이 없는 이 와중에도 상시천 도적들이 주고받는 대화에서 마스타스의 이름을 기억해내고, 엄마를 찌른 사람이라고 분노한다.

하지만 그러고 있자니 의사는 빈셀에게 손을 떼고, 자신을 향해 고개를 젓는다. 그 행동과 침울한 표정에 "아. 안돼요!"라고 울먹이면서 빈셀을 끌어안는다. 그때 의식이 없는 것 같던 빈셀은 자신의 손을 꼭 잡아준다. 이에 "엄마? 의식이 돌아와? 엄마?"라고 몇 번이나 외친다. 하지만, 빈셀은 대답 대신 부천주를 향해 다른 쪽 손을 내밀고, 부천주는 빈셀의 손목에서 팔찌를 빼낸다. 이에 '이와중에 무슨?'이라고 생각한다. 멍하니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와중, 부천주는 빼낸 팔찌를 자신에게 건넨다. 이에 소름이 돋아 팔찌를 던져버리고서 엉엉 울며 "유품...... 이런 거 주는 거야? 싫어! 필요없으니까 엄마가 일어나!"라고 외친다. 빈셀은 자신을 부르지만, "엄마가 일어나! 팔찌 싫어! 엄마가 일어나야 해!"라고 외치며 엉엉 운다. 빈셀은 재차 자신을 불러보지만 감당이 안 되는 슬픔에 흐으으 소리를 내며 흐느낀다. 빈셀은 자신의 손을 최대한 힘을 주어 꽉 붙잡지만, 거대한 도끼를 휘두르는 손에서 이제는 힘이 느껴지지 않았기에 더욱 괴로워한다. 그때 빈셀은 자신에게 친자매가 있다고 알려준다. 이에 "나한텐 자매 없어! 엄마밖에 없어! 그니까 일어나!"라고 대꾸한다. 하지만 빈셀은 허공을 보며 처음엔 둘 다 고아원에 두고 왔는데, 자신이 '엄마 엄마' 부르면서 쫓아왔기에 그래서 자신만 데려왔다고 중얼거리고는 자신을 보고 슬프게 웃으며 자신을 기르면서 단 한 가지 후회한 건 그 애를 같이 데려왔었어야했다는 것이었다며, 가끔 드는 생각이였다고 대답한다. 직후 빈셀은 원한다면 찾아보라며 고아원 이름을 알려주려한다.

그러나 빈셀은 고아원의 이름을 '데'까지 말하고서 뒷말을 잇지 못하고 피를 토해내고 만다. 입 위로 튀어나온 피는 다시 얼굴에 쏟아지고, 거기에 목이 메여 빈셀은 다시 콜록거린다. 이에 "지금 고아원 이름이 무슨 소용이고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자매가 무슨 소용이야! 엄마가 이 꼴인데!"라고 버럭 외친다. 그러고는 빈셀이 옆을 보도록 들어준 다음 등을 두드리려한다. 하지만 빈셀은 말에서 떨어지면서 난 상처로 등 역시 상처투성이라 등을 두드리기ㄷ 힘들었다. 이에 "엄마가 나았으면 좋겠어. 엄마가 안 아팠으면 좋겠어."라고 엉엉 운다. 결국 울면서 빈셀을 끌어안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신에게 기도하게 된다. 도적의 딸이 소원을 빌어봤자 효험이 있을리 없다고 여겨 한 번도 기도한 적이 없었지만, 살면서 한 모든 착한 일을 끌어모아 회상하면서 자신의 영혼으로 빈셀을 치유하는 상상을 하며 진심으로 기도한다.

그 순간, 갑자기 빈셀의 몸이 희미하고 은은한 빛에 둘러싸인다. 그 광경에 곁에서 훌쩍이던 상시천 도적들은 물론, 의사도 놀라 휘둥그레 뜨고 빛을 본다. 자신도 놀라 눈을 휘둥그레 뜨고 빛을 보던 중 그 빛은 다르타에게서 시작되어 빈셀로 옮겨간다. 이렇게 다르타는 치유 마법사로 발현하게 된다.

이 광경에 부천주마저 놀란다. 부천주가 커다랗게 눈을 뜨고 뭐라고 말하려던 찰나, 빈셀은 갑자기 몸을 벌떡 일으키더니, 자신의 등을 내려치며 엄마가 유품을 건내주는데 그걸 집어던지냐고 화를 낸다. 이에 눈을 휘둥그레 뜨고 빈셀을 쳐다본다. 빈셀 역시도 한 박자 늦게 스스로 더 놀라서 입을 벌린다. 이에 빈셀을 넋놓고 바라보다가 당황해해 "엄마? 살아났어?"라고 중얼거린다. 몹시 기뻐하면서도 당황해하며 이런게 기적인거냐고 생각한다. 빈셀은 구멍이 났던 제 배를 확인하더니 놀라서 "세상에. 천사는 모테가 아니라 내 새끼였네!"라고 외친다. 이 광경에 어리둥절해해 자신이 무슨 기적을 보인건지 모르는 얼굴로 맹하게 눈만 깜빡이면서도 그저 엄마가 멀쩡해진 것 같아서 좋아한다. 어느새 모테를 안고 들어와 훌쩍이던 부천주의 아내는 그나마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리고 기쁜 목소리로 "다르타가 마법사로 발현하려나봐요!"라고 외친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서 마법사로 발현하는 경우는 극소수였고, 그 극소수도 마법을 제대로 사용하려면 마법 아카데미에 갔기에, 다르타로서는 이 기적 같은 재능을 갈고 닦기 위해서는 마법 아카데미에 가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였다. 그러나 신분이 없는 다르타를 마법 아카데미에 보내기에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였고, 이에 상시천 사람들은 "다르타는 신분이 없어. 동대제국에 들어가면 밀입국자로 추방당할거야.", "마법사로 발현했다고 하면 받아들여주지 않을까요?", "외국에서 보낸 스파이 취급을 받을지도 몰라. 성인이잖아."라며 다르타의 상황을 걱정한다. 말없이 듣고 있다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며 서대제국 황후를 찾아가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한다.

다르타의 제안에 부천주는 절대로 안 된다고 딱 잘라 말하며 일말의 여지조차 없이 거절한다. 이에 발끈해서 "서대제국 황후가 무섭단 소문이 돌긴 하지만 합리적이다. 그녀는 인재를 아끼고, 외국인이라도 충성만 바치면 받아준다고 한다. 본인도 외국인 출신이라 그런데 시원스럽다."라고 설명하며, 아카데미에 절대 갈 수 없다면 뭐든 시도라도 해보는 게 낫다고 반박한다. 하지만 부천주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시원스레 받아들이는 외국인들도 신분은 있을거고 제 나라가 어딘지 알고 있겠지만, 우리는 아니다. 우리는 어느 나라 사람인지, 심지어 외국인인지도 모르고, 신분이 낮지 않은게 아니라 신분이 없다."라고 그럴듯하게 반박한다.

높은 언성이 오가는 와중에도, 켈트렉은 한 손에 턱을 괸채 자기 의견을 내세우지 않은채, 그저 눈을 가늘게 뜨고 다르타를 쳐다본다. 켈트렉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지만, 이 침묵을 '계속 말해보라'는 신호로 해석하고 거기에 용기를 얻어 나비에 황후가 치유 마법사 에벨리를 발굴한 건 아냐고 묻는다. 이에 부천주가 그건 자신이 이야기해준거라고 대꾸하자 "그래서 가봐야 나쁠 건 없다. 서대제국 황후는 다짜고짜 내치지 않을 사람이고 날 받아주지 않더라도 갑자기 해코치를 할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소문이 진짜라면 그렇다."라고 설명한다. 주먹을 꽉 쥐고 눈을 빛내며 "충성을 바칠테니 도와달라 하면, 서대제국 황후는 날 도와줄거고 자기 신념 때문에라도 그럴 것이다. 치유 마법사는 아주 귀하다."라고 설명하면서도 물론 발현이 완전히 끝났을 때 어떤 식으로 완성될진 모른다고 말한다. 이 말에 상시천 도적 중 한 명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신을 보며 설마 그 밑으로 들어가려는거냐고 묻는다. 하지만 빈셀은 그 도적의 등을 두드리며, 양지에서 살면 좋은거지, 뭐가 설마냐고 따진다. 이에 그 도적은 그게 아니라며, 아무리 그래도 서대제국은 좀 그렇다고 중얼거린다.

그때 가만히 있던 켈트렉은 코웃음을 치며, 서대제국 황후의 오빠가 원수 같은 코샤르인데, 다르타가 서대제국의 황후의 밑으로 들어간다는 건 코샤르와 한 패가 된다는 뜻이라며, 자신은 다르타와 적이 되고 싶지 않다고 빈정거린다. 이에 고개를 저으며 충성을 바치는게 아니라, 이용(...)하는거라고 말한다. 이 말에 켈트렉은 씩 웃으며 이미 예측하고 있었던 말인 듯 놀라워하지 않는다. 이어서 자신이 상시천 사람이란 것만 안 들키면 되지 않냐고 말한다. 이에 켈트렉이 자신의 말에 수긍해주는 듯 하자, 부천주는 켈트렉을 탓하는 목소리로 켈트렉을 부른다. 그리고는 고개를 빠르게 저으며, 켈트렉에게 '미쳤냐고 애를 부추기냐'는 신호를 보낸다. 자신도 이 신호를 보았으나, 신호를 무시하고 "상상해봐요. 내가 나비에 황후의 도움을 받아 마법사가 되고, 그 마법으로 상시천에게 도움이 되는 걸. 그것만으로도 코샤르에게 복수하는거라고요."라고 말한다.

나비에 황후를 만나기 위해 떠나는 날, 이웃들에게 배웅을 받고 마을을 나오지만, 빈셀은 집에 들어가는가 싶더니 갑자기 나와 자신을 부른다. 왜 여기까지 나오냐며, 배웅은 이미 해줬지 않냐고 대꾸한다. 자신이 빈셀을 치료했다는 걸 알면서도 겁이 나서 다급히 좀 더 쉬라며, 몸 아끼라고 잔소리를 한다. 빈셀은 알았다고 대꾸하지만, 도끼눈을 뜨며 맨날 말만 그런다고 받아친다. 빈셀은 그 말에 든 게 걱정이라는 걸 알기에, 대꾸하지 않는대신 손에 찬 팔찌를 빼내 자신에게 건낸다. 전에 유품이랍시고 빈셀이 자신에게 넘기다가 자신에 의해 볼품없이 내던져진 그 팔찌였기에 이걸 왜냐고 묻는다. 이에 빈셀은 준다고 말한다. 멋진 팔찌였지만, 유품이 될 뻔한 물건이였던지라 싫다고 거절한다. 이에 빈셀이 원래 자신의 것이였다고 말하자 그래도 싫다고 대꾸한다. 하지만 빈셀은 가져가라고 말하며, 자신의 팔에 팔찌를 채워주고서 발견 당시 자신이 발에 끼고 있었다고 알려준다. 당황해 발찌였냐고 대꾸하지만, 빈셀은 팔찌일거라며, 안 맞아서 발에 끼워둔 것 같았다고 설명한다. 인상을 구긴채 팔에서 반짝거리는 팔찌를 본다. 어린 시절에는 너무 예뻐보여서 껴봐도 되냐고 몇 번이나 조르던 팔찌였는데, 손에 들어와도 이제는 기쁘지 않다고 여긴다. 생각해보니 당시에도, 빈셀은 팔찌 얘기만 나오면 늘 "원래 네 거야. 성인이 되면 줄게. 혼자 돌아다녀도 될 만큼 강해지면."라고 말했기에 그 뜻을 이제 알게 된 것에 마냥 좋아하지 않는다. 팔찌에 새겨진 문양을 만지작거리며 시무룩해한다. 자신에게 엄마는 빈셀 뿐인데, 빈셀은 자신을 밀면서 다른 가족을 찾으라고 하는 것에 서운해한다. 하지만 무슨 마음인지도 알 것도 같아서 원망도 할 수 없어한다. 빈셀은 고아원 이름은 '데이' 뭐였다고 알려준다. 기억 안 나냐고 묻지만, 빈셀은 간판이 부러져 있었다며, 입구에 대충 내려놓고 온 거라고 알려준다. 이에 황당해해 웃음을 터트린다.

그 사이 빈셀은 상시천의 다른 동료가 있나 확인하듯, 잠시 주위를 둘러보다가, 자신의 귀에 대고서 작은 목소리로 서대제국 황후가 자신을 안 받아주거든, 자신의 이름과 나라를 찾아서 동대제국의 마법 아카데미로 가라며, 마법 재능만 있다면 다 받아주는데라고 조언하며 자신이 준 돈이랑 보석들은 잘 가지고 있냐고 묻는다. 이에 수긍한다. 빈셀은 잃어버리지 말고 잘 간수하고, 강도들 만나면 때려서 묻어버리라며, 도둑질은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한다. 빈셀의 신신당부을 들은 후에야 마을을 떠난다.

국경을 통과하려하지만, 검문이 삼엄해있음을 보게 된다. 이에 분위기가 왜 이렇게 험악해졌냐고 생각한다. 상시천은 도적 집단이기에 근거지를 한 곳에 오래 두지 않았고 여기저기 이동하며 다녔고, 최근에는 북왕국 부근에 있었고, 이전에는 서대제국 부근에 있었고, 그 이전에는 동대제국 부근에 있었던 등 이런 식으로 늘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서 다 같이 이동하고 있었고, 자신 역시 빈셀을 따라 몇 번이나 이사를 거듭했었지만, 그 어느 때에도 이 정도로 국경 경비가 삼엄한 적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이어서 사람들도 어수선하고, 다들 불안해하는 눈치라고 생각한다. 검문소 병사에게 돈을 찔러주거나, 가뿐하게 성벽을 뛰어넘을 계획이였는데, 분위기가 너무 날카로운 것에 어쩔 수 없이 근처의 식당으로 들어가며, 정 안 된다면 며칠 지내면서 상황을 살펴봐야할 것 같다고 판단한다.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던 도중 여기저기서 '연합' 소리가 반복적으로 들리는 것에 "우리 때문인가? 우리가 제국 연합이랑 계속 다투고 있어서?"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럴 듯 하다고 여긴다. 평범한 여행객처럼 주문을 한 후, 음식이 나오자 배가 몹시 고픈 것처럼 코를 접시에 박는 시늉을 해, 사람들이 무슨 말을 주고받는지를 들으며, 지금 분위기가 왜 이런지 알 수 있는 단서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그러면 전쟁 나는건가.", "우리나라는 외진 데 있으니 괜찮겠지?", "그래, 동대제국 항구를 두고 싸운다며. 그러면 그쪽에서 난리나지 않을까?", "동대제국이 퍽이나 자기 나라에서 난리나게 두겠다. 분명 주위에 약한 나라, 다른 연합 나라 하나 골라서 그쪽을 전쟁터로 삼겠지."라고 수근거린다. 한참을 듣고 있던 중에, 월대륙 연합과 제국 연합은 싸움이 붙으려한다는 것, '연합' 글자가 자주 등장한 게 자신들과는 관련이 없다는 걸 깨닫는다. 일이 상시천과 관련이 없다고 판단하고, 그럼 상관없다며, 둘 다 별로라고 생각한다. 엿듣기를 그만하고, 수프를 먹으려한다.

그 순간 "도망 노예. 아니면 도망 범죄자. 둘 중 하나 같은데."라는 말이 들려온다. 이 말에 스푼을 둔 채 굳어서 고개를 든다. 다름아닌 초국적 기사단 4기사단장 에인젤이 눈가에 가느다란 미소를 띤 채 다르타를 내려보고 있었던 것. 이에 자신에게 한 말이냐고 묻는다. 하지만 에인젤은 "맞은편에 일행이라도?"라고 말한다. 어디 있어도 눈에 띌 만큼 아름다운 모습에 이런 남자인데, 어떻게 여기 올 때까지 몰랐냐고 소름이 돋아한다. 그와 동시에, 저런 존재감을 감추고 눈 깜짝할 사이에 온 게 믿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놀랍단 표시를 감추고, 사람을 잘못 본 것 같다고 중얼거리면서, 일부로 에인젤 쪽을 쳐다보지 않은채 수프를 입에 넣는다. 그러나 수프를 먹자마자, 에인젤은 칼을 자신의 목 아래에 들이민다. 이에 놀라서 굳는다. 에인젤은 어느 쪽이냐고 질문한다. 이에 "어느 쪽이면. 어떻게 할 건데요."라고 반문하지만, 에인젤은 "일단 잡아야죠. 어느 쪽이든."라고 대답한다. 이에순순히 스푼을 내려놓는 척 하다가, 수푼을 손가락에 길게 잡고 검을 밀며 잠깐 생긴 그 틈에 테이블 위 나이프를 낚아채 발목을 걷어찬다. 균형을 잃으면 나이프로 찔러버릴 생각을 하지만, 에인젤은 뒤로 한 걸음 물러나더니, 옆자리 의자를 슬쩍 굴려 움직임을 가볍게 막는다. 이를 보고 그가 고수임을 눈치챈다. 그때 오른쪽 테이블에 앉아있던 남자와 왼쪽 테이블에 앉아 있던 여자가 동시에 검을 자신의 목에 겨눈다. 마른침을 삼키고서 눈동자를 굴려 사방을 살핀다. 일반 손님들은 이미 놀라서 도망간지 오래고, 늦된 손님도 허둥지둥 가방을 챙겨 도망가고 있었는데, 남아있는 이들을 보고서 그들이 한패임을 눈치챈다.

에인젤은 다른 사람들이 무기를 꺼내자, 홀로 무기를 집어넣은 후 팔짱을 낀채 대답할 마음은 되었냐고 묻는다. 재수없고 예의없는 말투라고 생각하며, 왜 상시천 도적들이 귀족들을 싫어했는지를 깨닫는다.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사는 게 문제라고 판단한다. 나이프를 던져버리고 순순히 투항하며 "살려주세요. 전 유능해요. 죽이면 아까워요."라고 외친다.
에인젤은 겉옷을 벗어 초국적 기사단 제복을 드러내며, 자신이 초국적 기사단의 4기사단장이라는 사실을 밝힌다. 초국적 기사단 제복을 알아보고 순순히 자신이 상시천 도적들과 살아온 걸 인정한다. 그러면서도 올바른 선택인지는 모르나 안정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초국적 기사단 4기사단장임을 밝힌 에인젤은 자신이 이미 상시천 도적 패거리란 걸 알고 있다고 생각해 자신은 도적질을 해본 적이 없다고 둘러댄다. 이에 에인젤은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움직임이."라고 대꾸한다. 호신용이라고 설명하며, 자신은 마법에 재능이 있다고 대답한다. 이 말에 흥미가 가는지 에인젤은 입꼬리를 올리고 고개를 갸웃한다. 상대가 말이 통하는 듯 하자, "발현했지만, 난 신분이 없어서 마법 아카데미에서 뭘 배울 수가 없기에 나비에 황후를 찾아가는 길이였다"고 자신의 사정을 설명하며, "절대로 도둑질을 하러 가는게 아니니 믿어달라. 마법사가 될 판에 도둑질해서 인생 망치고 싶은 사람이 어딨냐."라고 하소연한다. 그러면서도 말이 통하는 것과는 별개로, 자신을 믿어주리라고는 여기지 않는다. 마법사는 귀하니 죽이지 않을 것이지만, 붙잡아가서 마법을 익히게 한 다음 어떤 마법사가 되는지 보고, 평생 노예로 붙잡아둘 가능성이 가장 크지 않겠냐고 생각한다. 이어서 그나마도 위협적이라 여겨지면 그냥 죽여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마법사 얘긴 괜히 했냐고 생각하면서도, 하지만 이 얘기를 안 하면 자신이 상시천과 관련없이 개인적으로 나왔단 걸 안 믿어줄거라고 판단한다. 긴장해서 에인젤을 쳐다본다.

하지만 에인젤은 돌연 온기 있는 미소를 지으며, 나비에 황후라면 그럴 때 찾아갈만 하다고 수긍한다. 이에 나비에와 친하냐고 묻는다. 나비에를 찾아가 마법을 배운 다음 뒤통수를 때릴 예정이였는데, 그러면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조심스럽게 에인젤의 눈치를 살핀다. 하지만 에인젤은 "친해지고 싶은 분입니다. 늘 같이 놀고 싶고."라고 말한다. 이 말에 짝사랑이냐고 묻는다. 에인젤은 기분나빠하진 않고, 오히려 재밌어하는 눈치로 웃음을 터트린다. 짝사랑이 맞아서 저렇게 웃는건지, 아니라서 저렇게 웃는건지 구분이 가지 않아서 입을 다문다.

그때 에인젤은 "내 눈과 귀가 되어줄 수 있겠습니까?"라는 예상치못한 말을 꺼낸다. 이 말에 당황한다. 에인젤은 "유능하니 살려달라면서요. 마법사라도 내게 쓸모 있어야 유능한 거 아닌가."라고 말한다. 이 말에 풀어줄 생각인거냐고 놀라하면서도 황급히 "할 수 있어요! 꼭 할게요! 눈과 귀! 입은 필요없어요?"라고 대답한다. 이 말을 하면서도 물론 거짓말이고, 마법을 배울 동안에는 무조건 안전한 길을 갈 생각이지만 절대로 첩자짓 따윈 하진 않을거라며, 뒤통수를 칠 예정이긴 하지만, 그것도 충성을 맹세해놓고서 상시천에 돌아간단거지, 실제로 즉석에서 배신한다거나, 그런 것도 아니지 않냐고 생각한다. '안전 제일. 안전 제일.'라고 생각하던 찰나, 에인젤은 "입은 됐습니다. 마법사가 되고 싶은 도적양. 나비에 황후님을 만날 방도는 있습니까?"라고 말한다. 도와줄거냐고 묻지만, 에인젤은 아니라고 딱 잘라 말한다. 눈과 입을 하라고 말했잖냐고 묻지만, 에인젤은 나비에 황후는 영리한 사람이라 자신이 나서면 바로 자신이 보낸 사람이란 걸 알아차릴거라고 대답한다. 이 말에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냐고 의문을 품는다. 나랏일을 잘 한다는 말은 들었긴 했지만, 나비에 황후를 만만하게 여기고 있었는데 에인젤이 나비에 황후를 높게 평가하자 긴장한다. 에인젤은 그런 자신의 모습을 지켜보다가, 빙그레 웃으면서 국경을 넘어가는 것까지는 돕겠다고 제안하며, 나비에 황후 밑으로 들어가는 건 자신의 몫이고, 유능함을 증명하려면 이 정도는 스스로 해야한다고 요구한다.

당장 국경을 넘는 게 문제였기에 에인젤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에인젤이 "내 눈과 귀가 되라"는 말을 하면서도, 앞으로 연락할 방도를 알려주지 않고 간 게 이상하긴 했지만, 선택권이 없었으나, 국경을 넘는 걸 도와주겠단 말은 정말이여서 에인젤이 말한 대로 국경 부근에 갈 때마다 미리 기다리고 있던 사람이 나와 국경 넘는 걸 도와준다. 덕택에 국경을 비교적 수월하게 넘어가고, 긴 여행 끝에 서대제국에 무사히 도착한다.

서대제국에 도착한 후 나비에 황후를 뵈려면 어떻게 하냐고 물어 알현 신청을 해야 한다는 말을 듣는다. 알현 신청은 어디서 하는지 아냐고 묻는다. 이렇게 묻고 물어서 나비에 황후를 만날 방도는, 그녀를 알현하는 것임을 알게 된다. 알현 시간은 엄청 짧고, 몇 마디 나누고 나면 끝인데, 그 시간 안에 자신이 나비에 황후의 눈에 들 수 있을지 걱정한다. 알현 신청 서류를 내고 엄청난 대기시간을 통보받는다. 날짜가 적힌 순번표를 들고 나오며 힘없이 한숨을 쉰다.

그때 사람들은 "에벨리 님이다!", "에벨리 님이 오셨대! 그 치유마법사!"라고 외친다. "에벨리"라는 이름에 고개를 든다. 자신도 치유 계통 마법사일 가능성이 있다보니, 아무래도 그 이름에 관심이 간다고 생각한다. 두리번거리던 중 단정하고 깔끔한 마차가 지나가는 걸 목격한다. 마차 자체는 화려하지 않으나, 그 마차를 지키고 선 동대제국 군복을 입은 병사들의 위풍당당해보이는 모습에, 그 모습을 먼발치에서 보다가 순번표를 끌어안으며, 듣자 하니 자신보다 어리다던데, 저렇게 살면 어떤 기분이겠냐고 생각한다.

황궁 근처 여관에 숙소를 잡고 한 달치 숙박비를 미리 낸다. 하지만 매우 비싼 하루 숙박비에 기겁해한다.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대체 하루 숙박하는데 왜 이렇게 비싸냐고 치를 떨어하며, "도적들 잡는 도적 같으니라고. 그리 시설도 좋지 않구만. 황궁 근처란 이유로 이렇게 바가지를 씌우다니......"라고 생각한다. 순번표를 꺼내서 쳐다보며 얼굴 한 번 보는데 한 달이나 기다리는 것부터가 그렇다고 한숨을 내쉰다. 자신이야 어쩔 수 없으니 한 달을 기다린다지만, 그런 이유 없이 한 달씩이나 기다리는 사람들은 뭐냐며, 황후라 해도 그냥 사람인데 그렇게까지 봐야하는거냐고 생각한다. 이내, 남들이 하루를 기다리든, 일 년을 기다리든, 남의 사정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순번표를 내려놓다가 팔찌가 걸린 자신의 팔을 보며 시간도 좀 남고 할 일도 없는데 동생이나 좀 찾아보기로 한다.

세 시간을 꼬박 기다려 사람들의 편의를 봐주는 관료를 만난다. 무슨 일로 오셨냐는 관료의 질문에 '데이' 뭐로 시작하는 고아원을 찾는다고 말한다. 이에 관료가 의아해하자 고아원 이름이 '데이'로 시작한다며, 빈셀이 그곳에서 자신을 주워왔는데 고아원 이름은 생각이 안 난다고 말했다고 털어놓는다. 처음에는 '장난하나'는 눈으로 쳐다보던 관료는 자신이 솔직하게 털어놓자 실례했다고 말하고서 어디론가 가더니 커다란 상자를 꺼내와, 상자 안에서 뭘 뒤적거리다가 단단한 판에 고정시킨 목록을 찾아낸다. 그 모든 과정을 보며 긴장해해 기다리면서, 당장 저 관료 입에서 '당신 동생은!'라고 말하며 위치가 튀어나올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관료는 동생 이름을 말하는 대신, 뒷글자에 대해 생각난 게 없냐고 되묻는다. 이에 당황해해 되묻지만, 관료는 눈썹을 안경 위쪽으로 치켜올리고서 '데이'로 시작하는 고아원 숫자가 너무 많다고 설명한다. 이에 몇 개냐며, 혹시 열 개 정도인거냐고 묻지만, 관료는 코웃음을 치며 서대제국에만 스무 개가 있다고 알려준다. 이 말에 놀라서 그렇게나 많냐고 되묻다가, 뒤늦게 자신이 있던 고아원이 서대제국에 속한 고아원이 맞는지에 대한 얘기조차 듣지 못했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고아원 숫자가 더욱 많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절망해,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다. 관료는 그런 자신이 안타까웠는지 혀를 차며, 일단 근처에 있는 고아원이라도 알려주겠다고 말한다.

관료에게서 '데이'로 시작하는 스물세 개의 고아원의 정확한 이름과 위치가 표시된 종이가 담긴 봉투를 받는다. 힘없이 청사를 빠져나오며,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 달 안에 스물세 개 돌아보긴 힘들텐데 그냥 관둘까 생각하며, 이렇게까지 해서 찾을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다.

다음 날 고민 끝에 영업용 마차를 탄다. 어디 가시려냐는 마부의 질문에 데이지 고아원이라고 말한다. 어쨋든 한 달이란 시간이 있으니 그 시간 안에라도 동생을 찾아보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생각하며 존재조차 모르던 동생에게 새삼 애정이 들지 않지만, 그래도 궁금하긴 하다고 여긴다. 동생이 자신과 닮았을거라고 생각한다.

마침내 마차는 데이지 고아원 앞에 멈춰선다. 마차에서 내리며 재빨리 눈으로 데이지 고아원을 살핀다. 건물 크기는 제법 큰 편이였고, 딸린 정원인지 훈련장인지 모를 공간도 넓었지만, 장식이 거의 없고 딱딱하고 경직된 느낌에, 여긴 왜 이렇게 삭막하냐며, 이름은 데이지인데 데이지가 피다 말라버릴 분위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멍하니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사이, 데이지 고아원의 직원은 자신에게 다가오며 무슨 일로 오셨냐고 묻는다. 이에 넋을 놓고 있다가 황급히 "삭막, 아. 사람. 사람을 하나 찾으러 왔는데요."라고 말한다. 이에 데이지 고아원 직원이 되묻자, 자신의 동생이 고아원에 있다고 들었다고 설명한다. 이 말에 데이지 고아원 직원은 웃으면서 이쪽으로 오겠냐고 말한다.

직원을 따라 복도를 걸어가면서 내부를 유심히 살핀다. 동생이 이런 곳에서 지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 하나만으로도 자꾸만 시선이 여기저기 가게 된다. 그래도 다행인 건 삭막한 밖과는 달리 안은 포근한 분위기라고 생각한다. 그 사이 직원은 원장실로 안내하며 여기라고 말한다.

원장실을 직접 노크해서 안으로 들어간 직원은 원장에게 자신의 사정을 설명해준다. 이를 들으며, 얼핏 보니 이곳 사람들도 고아원의 원생이 한 명이라도 제 가족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는 눈치라고 여긴다. 원장이 동생 나이를 묻자, 여자애이고 자신보다 나이가 어리다고 설명한다. 이 말에 원장은 당연히 자신보다 나이가 어릴거라고 대꾸한다. 이에 사과하며, 자신도 동생이 있다는 사실을 안지 얼마 안 되었다고 설명한다. 이에 원장은 알만한 정보가 없냐고 묻는다. 여자라고 대답하지만, 원장은 그 외에는 없냐고 다시 질문한다. 이에 재차 자신보다 나이가 어리다고 말한다. 자신이 동생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자, 원장은 '혹시 장난하러 온 사람인가' 하는 얼굴을 한채 점점 표정이 차가워져간다. 결국, 원장과 30분 간 대화를 나누고 손에 찬 팔찌까지 보여주었음에도, 소득없이 데이지 고아원을 나오게 된다.

데이지 고아원을 나오며 쉽지 않다고 시무룩해한다. 단지 성과가 없는게 문제가 아니라, 어떤 고아원을 찾아가더라도 설명을 해야 뭘 찾을 수 있을텐데, "여자애이고, 몇 년 전에 맡겨졌다"는 사실만으로는 찾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라고 판단한다. 힘없이 자신이 타고 온 마차를 찾는다.

그러나 자신이 타고 온 마차에, 한 여자가 올라타려는 걸 목격하게 된다. 일부로 마부에게 '잠시 다녀올테니, 여기서 기다려달라'고 부탁하고 추가금액까지 주고 갔는데, 마차에 여자가 올라타려하자 얼른 그 쪽으로 달려가며 "잠시만요!"라고 소리친다. 하지만, 여자는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이에 자켓을 잡아당기며 "이봐요!"라고 소리친다. 그러나 힘이 너무 셌는지 여자는 잠시 휘청이고, 얼결에 넘어지려던 여자를 잡아준다. 넘어질 뻔한 여자는 반사적으로 인사하다가, 자신을 보고는 확 인상을 구기며 자신이 잡아당긴거라고 따진다. 그 말에 황당해해 여자를 쳐다본다. 부드러운 갈색 머리, 어두운 검은색 눈, 키가 작은 여자의 모습에, 복장만 봐서는 평민 같다고 생각한다. 황당해해 여자가 자신이 잡아둔 마차를 먼저 타고 가려 했다고 따진다. 이 말에 여자는 좀 놀란 표정을 짓더니 시무룩해하 몰랐다며, 자신이 타고 온 마차는 마부가 먼저 가버렸다고 중얼거린다. 기다려달라고 안 말했으니 갔을거라고 대꾸하며, 영리한 인상이고 온실 속 화초처럼 안 큰 것 같은데 여자는 이런데 영 익숙하지 않아보인다고 생각한다. 그냥 내버려두어도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여자가 순순히 마차 밖으로 나와서 시무룩해 서 있는 모습을 본 순간 자신도 모르게 "같이 타고 가요. 복장 보니 먼 데서 온 것도 아니고. 어차피 수도 갈 거 아니예요?"라고 말한다.

수도까지 가는데 30분이 걸리다보니, 합승한 여자와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게 된다. 어깨를 으쓱하면서 자신은 마법사라고 말한다. 이 말에 여자는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되묻는다. 지금은 아니라며 가까운 시일에 마법사가 될 것이라고 대답한다. 이 말에 여자가 의아해하자 마법사로 발현했다고 설명한다. 기쁘겠다는 먄에 그렇긴 하지만, 배우는 게 쉽지가 않다고 말한다. 여자는 아카데미에 가면 되지 않냐고 묻는다. 이에 사정이 좀 있다고 설명한다. 이에 여자가 무슨 사정이냐고 되묻자 오늘 처음 만난 사람에게 알리기 힘든 사정이라며, 그래서 나비에 황후에게 알현을 신청하고 기다리는 김에 동생을 찾으러 고아원에 들른거라고 설명한다. 이에 여자가 동생이 고아원 안에 있는거냐고 질문하자, 어디 있는지는 정확히 모른다고 설명한다. 이 말에 여자는 수긍한다. 여자의 반응에, 처음 보는데 이상할 정도로 편하게 여겨진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다가 머쓱해한다. 누구 찾으러 왔냐고 질문한다. 이 말에 여자는 자신 같은 아이가 없을까 싶어서 찾으러 왔다며, 자신 같은 아이가 어딘가엔 있을테니 그런 아이를 후원하고 싶다고 설명한다. 이에 되묻지만, 여자는 똑똑한 아이라고 말한다. 자기 입으로 자기가 똑똑하다고 말하며 맑게 웃는 것에 어이없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다고 생각해 자신도 따라 웃는다. 문득 동생이 있다면 편안하고, 그냥 온갖 이야기를 하게 되고, 좀 미덥지 못하고, 챙겨줘야 할 것 같은 느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 사이 마차는 수도에 도착하고, 여자는 도착하자마자 얼른 마차에서 내린다. 이대로 헤어지긴 섭섭해해, 마차에서 느긋하게 내리며 여자 쪽을 힐긋거리면서도, 잠깐 얘기 좀 나눴다고 또 만나고 싶다고 말하면 이상해할거라고 생각한다. 그때 여자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한 달간 여기서 머무른다고 말했잖냐고 묻는다. 이에 그렇다고 대꾸하지만, 여자는 또 놀러와도 되냐고 묻는다. 얼결에 고개를 끄덕이며 손가락으로 자신이 머무는 여관을 가리키면서 "와도 돼요. 초록잔가지 여관에 머물고 있어요. 다르타라고. 이름 대면 만날 수 있어요."라고 대답한다. 사실은 동생을 찾으러 다른 고아원에 가볼 생각이였는데, 얼결에 대답해버린 것에 아차 싶어하면서도, 상대가 기쁜 얼굴이니 도로 거두어들일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여자는 잘 됐단 얼굴로 한 손을 내밀며 자신의 이름이 에벨리라고 말한다.

이름이 "에벨리"라길래 혹시 동대제국 궁정 마법사 "에벨리"인가 생각했으나, 에벨리는 그건 아니라고 대답한다. 에벨리라는 이름은 흔한 이름이였고, 동대제국 궁정 마법사 "에벨리"는 한 명뿐인 사람이였기에 에벨리의 말을 믿는다. 에벨리는 자신도 고아원에서 자랐다고 설명하고서 "동생이 언니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라.", "나한테 언니 같은 언니가 왔으면 무척 기뻤을거야."라고 말한다. 에벨리의 말에 좀 더 동생을 찾는데 의욕을 가지게 된다. 자신에겐 동생이 필요없지만, 그 동생은 자신을 필요로 할지도 모르니, 잘 사는지 확인이라도 하는 게 옳다고 여기며, 에벨리의 말이 맞다고 생각한다. 빈셀도 동생이랑 같이 고아원에 맡겼는데, 자신이 울면서 빈셀을 따라왔다고 말한 걸 떠올려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자신이 동생을 버리고 간 거라고 생각한다.

일주일 후 앞 사람이 급한 사정으로 집에 돌아가게 되면서 번호표를 팔겠다 제안한 덕분에 예상보다 일찍 나비에 황후를 알현할 수 있게 된다. 검은 색 카펫이 일자로 깔려 있는 길을 걸어가며, 머리에는 황후의 관을 쓰고, 손에는 제국 연합 수장의 홀을 든채 옥좌에 앉아 있는 나비에 황후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군림해 있고, 양 옆에 서 있는 기사들조차 조각처럼 흐트림없는 모습에 그 사이를 지나가며, 긴장해 마른침을 삼킨다. 지금까지는 단순히 "왜 이렇게 보는데 오래 걸려?"라고 생각했으나, 실제로 알현장에 와서 보니 상상했던 분위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정된 위치까지 걸어간 후, 나비에 황후의 부관이 시키는대로 나비에 황후에게 인사를 올린다. 가만히 고개를 들어 자신의 운명을 바꾸어줄지도 모르는 사람인 나비에 황후를 바라본다. 그녀의 첫 인상을 보고 '무섭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말을 하지 않고 서 있자 다음 차례의 사람들은 불만스럽게 몸을 꼼지락거린다. 이를 보다 못한 나비에의 부관이 나서서 무엇이든 자유롭게 말해도 된다며, 그게 헛소리라고 해도 나비에는 들어줄거라고 말한다. 가까스로 마법을 배우고 싶어서 왔다고 말하며, 나비에에게 도움을 청한다. 예상치 못한 말에 꼼짝도 않던 기사는 움찔하고, 나비에의 부관 역시 놀란 표정으로 되묻는다. 나비에의 부관은 마법을 배우려면 마법 아카데미로 가야하지 않냐고 물으려하다가, 나비에가 눈짓하자 입을 다문다.

카펫만 쳐다본채, 사정이 있어서 신분이 없고, 이 때문에 아카데미에도 들어갈 수가 없다는 자신의 사정을 설명하며, 나비에는 아카데미 출신이 아닌데도 뛰어난 마법사라고, 익히 그 위명을 들어왔기에 부디 아량을 베풀어 가까스로 찾은 재능을 배우게 도와달라고 청한다. 나비에는 성인이 되어 발현했냐고 묻는다. 이에 수긍하며,[2] 도와준다면 이 재능은 꼭 나비에를 위해 쓰겠다고 말한다. 나비에가 어느 계통인지 아냐고 묻자, 치유 계통으로 추정된다고 말한다. '치유 계통'이란 말에 사람들은 다시 수근거린다. 나비에는 치유 마법사라 탐이 나긴 한다고 중얼거리지만, 신분이 없어도 자신이 누군지 알 거라고 추궁하고서 이름을 묻는다.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만, 나비에는 어디서 살았는지, 뭘 하는지, 신분이 없는 그 사정이란 건 무엇이냐고 추궁한다. 대답을 하지 못하고 머뭇거린다. 나비에는 아직 대답이 준비되지 않았냐고 묻는다. 그냥 외진 곳에서 살았고, 부모님을 따라다녔다고 둘러댄다. 나비에는 너무 외진 곳에서 사느라 신분을 받지 못했냐고 추궁한다. 이에 수긍한다. 나비에는 여기까지 왔으니 그래도 산 곳이 어딘지는 알 것이라고 말하며, 위치를 말하라고 요구한다. 그와 동시에 그 말이 옳다면 확인을 한 후어, 마법을 배울 기회는 물론 신분까지 주겠다고 제안한다. 그러나 '난 깊은 산에서 왔다'는 말만 하고 어물거리다 물러난다.

알현을 마치고, 여관으로 돌아온다. 침대에 엎드린 채 멍하니 되게 무서운 사람이라며, 항상 그러냐고 중얼거린다. 사람을 완전히 내려다보던 그 위압적인 모습과 무슨 꿍꿍이로 온 건지 전부 다 안다는 듯한 그 냉랭한 시선을 떠올리며, 진짜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다고 중얼거린다. "철의 황후, 얼음 황후"라는 말이야 자주 듣긴 했지만, 못된 황제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입고 옆 나라로 떠난 이야기를 들어서 슬픈 이미지인 줄 알았는데, 겉으로 보아서는 남편이 바람이 나면 들고 있던 왕홀로 그냥 머리까지 같이 날릴 사람 같다고 생각하며, 어쩐지 그 에인젤이 간만 봤다고 중얼거린다. 기껏 서대제국까지 왔는데 이렇게 돌아가야하는 것에 아쉬워하며, 평소에 잘 열리던 입은 왜 하필 거기서 딱 굳어버린거냐고 한숨을 내쉰다.

이틀 후 수도를 나가기로 결심한다. 서대제국에 있어도 나비에 황후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면 다른 길을 찾는 게 낫다고 판단하며, 생각해보니 신분이 없다는 걸 꺼림찍하게 여긴 나비에 황후가 자신에게 도움을 주기는 커녕 오히려 자신을 체포하라고 명령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상상한 나비에 황후는 약간의 자비를 베풀어줄거라고 여겼는데, 실제로 본 그녀는 철저하게 원리원칙에 따를 사람이고, 충분히 그러고도 남는다고 생각한다. 이 생각을 하고 나니, 불안해져서 에벨리에게 보낼 편지를 쓴 후 봉투에 담는다. 여관 주인에게 편지를 맡긴 후 방을 뺀다. 여관 주인은 한 달 있겠다고 했지 않냐고 묻는다. 사정이 바뀌었다고 대답한다. 여관 주인은 환불은 안 된다고 딱 잘라 말한다. 이 말에 첫인상대로 행동한다고 중얼거린다. 이 말에 여관 주인이 황당해하자 속으로만 '도둑 뜯어먹는 도둑'이라고 중얼거리고서, 편지는 꼭 전해달라고 부탁한다.

여관 밖으로 나온다. 이렇게 된 이상 동생을 찾으면서 다른 방법도 찾아보기로 결심하며, 이렇게 포기하기엔 능력이 너무 아깝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성문 중간 즈음까지 걸어갔을 무렵 말 소리가 가까이 들려온다. 이를 들으면서도 하품을 하며 태연하게 걸어가지만, 말 소리는 바로 근처에서 멈춘다. 이에 호기심이 생겨 고개만 돌리지만, 근위병을 보고 놀란다. 혹시 자신을 잡으러 온 거냐고 생각하자마자, 나비에는 자신이 신분이 없는 게 수상해서 자신을 체포하려고 온 것이라고 판단한다. 황급히 뒤로 돌아서서 뛰어간다. 그러나 근위병은 '다르타 양'이라고 말한다. 격식을 갖춘 호칭에 멈춰서서, 체포하러 오는데, '다르타 양'이라고 말할 리 없다고 생각한다. 이내, 무슨 일인지 듣고 도망가도 안 늦는다며, 이쪽에 온 근위병은 딱 하나 뿐이니 충분히 제압하고 달아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근위병은 나비에 황후가 자신을 불러오라고 지시했다고 알려준다. 이 애매한 말에 자신을 왜 부르냐고 물으면서도, 체포해놓고 마법사로 부려먹으려는건지, 아니면 막판에 자비를 베풀려는건지 궁금해한다. 이에 근위병은 데려오라는 지시를 받았을 뿐이라고 말한다. 약간의 기대를 가지고 근위병을 따라간다.

그러나 나비에는 자신이 말한 이야기를 믿지 않는다고 말한다. 나비에의 말에, 완전히 굳는다. 나비에는 기회를 주겠다고 제안하며, 문제가 될 과거가 있다면 미리 이실직고하라고 요구한다. 기회 이야기에 잠시 풀리는가 싶더니 도로 굳지만, 나비에가 받아들일 줄 예상하지 못했기에 나비에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당연합니다. 꼭 그럴게요!"라고 말하고서 흥분해서 몇 번이나 인사한다. 직후 꼭 훌륭한 마법사가 되어서 나비에의 충복이 되겠다고 말한다.

나비에는 짐을 싸서 찾아온 자신에게 서대제국에서 지내고 있는 마법 아카데미에 속한 학자들을[3] 소개시켜주고서 이들에게 배우면 될 것이라고 말하며, 모두 다 실력 있는 학자들이고, 마법 아카데미 출신이라고 알려준다. 이에 신이 나서 마법 아카데미의 학자에게 배우는거냐고 묻는다. 하지만 마법 아카데미의 학자들은 당황해한다. 나비에는 자신을 잘 가르쳐달라고 부탁하며, 동대제국의 궁정 마법사 에벨리를 잇는 또다른 인재일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이후 나비에는 자신을 마법 아카데미 학자들에게 맡긴다.

궁전에서 생활하게 된지 나흘째 되는 날, 다른 나라에 있는 고아원에 관해서, 간략한 정보라면 구할 수 있다는 정보를 듣게 된다. 몹시 기뻐하며 황궁에 배치된 도서관으로 달려갔으나, '데이'로 시작하는 고아원은 다른 나라에도 어마어마하게 많았기에 이름을 좀 창의적으로 지으면 안 되냐며, 왜 다들 이름이 '데이' 뭐시기냐고 투덜댄다. 미치겠다고 중얼거리며 머리를 긁더니, 팔을 위로 쭉 뻗어 습관적으로 팔찌를 쳐다본다. 대체 자신은 정체가 뭐냐고 중얼거리며, 팔찌에 새겨진 모양을 하나하나 뜯어보다가 한숨을 내쉬며 대체 정체가 뭐냐고 중얼거린다. 문득 책에서 얼핏 봤던 나라별 유명 가문의 문양을 떠올려 의자에서 일어난다.

나비에는 자신을 집무실로 직접 불러, 마법은 잘 배우고 있냐고 질문한다. 들어올 때부터 얼어 있더니, 나비에가 질문을 던지자 아예 사색이 되어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나비에의 충복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외친다. 이 말에 나비에는 자신의 충복이 될 필요는 없다고 대꾸한다. 이 말에 놀란 찰나 나비에는 "배워서 널 위해, 네 인생을 위해 쓰거라. 그 인생에 날 배신할 계획만 없으면 되니."라고 말한다. 이 말에 더욱 놀라 눈이 커진다. 나비에는 자신이 가문의 문양을 조사하고 있다는 걸 들었다고 말한다. 이 말에 놀라 누구한테 들은거냐고 반문한다. 이에 나비에는 "사방이 내 귀다"라고 둘러대지만, 더욱 겁먹은 눈치로 떨어한다. 혹시 자신이 감시당하고 있는거냐고 묻는다. 나비에가 무서운거냐고 반문하자 아니라며, 자신은 당당하다고 대답한다.

나비에는 손을 내밀며 문양을 보여달라고 권한다. 이에 망설이지 않고 얼른 다가와서 팔찌를 빼내 두 손으로 건넨다. 시무룩해해 책에 나온 가문의 문양은 다 살폈지만 그 안에는 이런 문양이 없었기에, 자신의 생각엔 가문의 문양이 아니라 그냥 예뻐서 아무렇게나 그린 문양 같다며, 어쩌면 그냥 가게에서 산 팔찌일지도 모른다고 중얼거리다가, 곧 두 손으로 입을 찰싹 치며 눈을 감는다. 하지만 나비에는 모든 가문의 문양이 책에 다 나오진 않는다고 말한다. 이에 수긍하지만, 나비에는 팔찌를 받아 팔찌에 새겨진 문양을 꼼꼼하게 살핀다. 이에 어떠냐고 묻지만 나비에는 서대제국과 동대제국 귀족 가문의 문양은 아니라고 알려준다. 나비에의 말에 반은 실망하고 반은 안심한 얼굴로 팔찌를 받아들인다. 하지만 나비에는 얼핏 본 기억이 난다고 말한다.

에벨리에게 나비에가 팔찌에 새겨진 가문 문양에 대해 알려준 걸 말해준다. 이에 에벨리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동대제국 귀빈들 중 자신의 친부모가 있는거냐고 묻는다. 황급히 손을 내저으며 자신의 친부모가 있는게 아니고 그 가문 사람이 있었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에벨리는 그게 자신의 친부모일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그런거냐고 반문하지만 에벨리는 수긍한다. 생각해보지 못한 가능성에 입을 벌리고 눈을 깜박거리며, 동생을 찾다가 친부모까지 찾는거냐고 생각하다, 나비에가 동대제국에 있을 적에 얼핏 본 가문의 문양이라는 것과 동대제국 귀족이나 몰락 귀족 중엔 확실하게 없고, 동대제국에 귀빈으로 다녀간 사람들의 가문의 문양이 있을 수도 있다고 알려주었던 걸 떠올린다. 에벨리는 자신이 귀족 핏줄일 수도 있겠다고 지적한다. 동생을 찾는 건, 동생이 더욱 힘든 상황에 처해있을까봐 잘 사는지 확인하고 힘들면 도와주기 위해서인데, 갑자기 잘 사는 귀족 부모가 나타나면 양모인 빈셀이 붕 뜨는 듯 해서 싫다고 여겨 난처해한다. 동대제국 귀족도 아니고, 동대제국에 방문했던 귀족인데, 이걸로 어떻게 찾겠냐고 막막해한다. 한숨을 내쉬며 팔찌의 문양을 햇빛에 비추어본다. 동대제국은 작은 나라가 아니었는데다, 나비에 황후가 동대제국에 있을 적에는 유일한 제국이였으니 방문한 귀빈이 한 두 명일리가 없다고 판단하며 적어도 '데이'란 고아원의 이름보다 몇 배 더 많을거라고 생각한다. 설령 찾을 수 있다고 해도 자신이 그 정보를 볼 수도 없다고 시무룩해한다.

하지만 에벨리는 손을 뻗어서 자신의 손을 잡으며 포기하지 말라고 위로하고서 혹시 그런 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사람과 친해질 수 될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가능하겠냐고 묻지만, 에벨리는 자신이 대단한 마법사가 되면 친해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닐거라고 말한다. 그 말에 그럴 듯 하다고 수긍한다. 에벨리는 이미 친해진 사람이 있을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건 절대 아니라고 대답하지만 에벨리는 있을 수도 있다고 대답한다. 그런게 어딨냐고 묻지만 에벨리는 '신분을 감추고'라고 말하려한다. 이 말에 그건 그냥 사람을 놀리는거라고 대꾸한다. 에벨리가 시무룩해하자 놀라서 왜 그러냐, 배 아프냐, 찬 걸 너무 먹은거냐고 묻는다. 하지만 에벨리는 힘없이 고개를 젓는다. 이에 왜 그러냐며, 혹시 어디 아픈 거 아니냐고 묻지만, 에벨리는 아니라며 그냥 뭐가 좀 그렇다고 대답한다. 어디가 아프냐고 묻지만 에벨리는 얼른 손을 젓고서 진짜 아니라고 대답한다.

그때 에벨리는 마스타스를 알고 있냐고 질문한다. '마스타스'라는 이름에 표정이 나빠진다. "모를리가. 알아."라고 대답하며, 빈셀의 원수인데 절대로 잊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딱딱한 표정을 감추기 위해 일부로 푸딩 그릇에 얼굴을 가까이 하지만, 에벨리는 마스타스가 이번에 엄청 대단한 전공을 세웠다고 알려준다. 무슨 전공이냐고 묻지만, 에벨리는 마스타스 이야기에 반사적으로 표정과 목소리가 밝아지며 상시천 도적 중에 되게 골치 아픈 도적이 있는데 마스타스가 그 도적을 생포했고 기념으로 직접 끌고 온다는 것과 황궁에도 며칠 머물다 간다고 알려준다. 마스타스가 황궁에 온다는 말에 완전히 안색이 창백해져서 테이블 아래에 주먹을 쥔다. 상시천의 도적을 생포했다는 말에 당황해한다.

황궁에 온 후 시녀들에게서 코샤르와의 관계 진전에 대해 마구잡이로 질문당하던 마스타스가 시녀들과 투닥거리는 걸 지켜보면서 빈셀의 원수라고 생각해 마스타스를 노려본다. 그 후 몸을 돌려 정원에서 나온다.

늦은 밤, 마스타스가 잡아왔다는 상시천 도적을 보기 위해 방을 나선다. 방을 나서면서 자신이 마스타스에게 복수할 수 있는 확률이 어느 정도일지를 생각해보지만, 마스타스는 강하다고 했으니 일대일로 붙어도 힘들거라고 생각한다.

온 힘을 다해 감옥 안쪽으로 잠입하며, 미처 피하지 못한 간수는 아예 기절시켜 옆으로 치워둔다. 독방 안, 등 뒤로 손이 묶인 채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앉아 있는 상시천 도적에게 다가간다. 제일 걱정했던 빈셀은 아니었지만, 그는 빈셀의 친구였고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여러 번 챙겨준 적이 있는 사람이였기에 바로 알아본다. 이 도적 역시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바로 자신을 알아본다. 창살을 붙잡고 소리없이 울먹인다. 도적은 마법을 배우러 간다더니, 잘 도착한 모양이라고 말한다. 왜 여기에 있는거냐고 물으려던 찰나 도적은 잡혔다고 대답한다. 구해준다고 말하고 싶어하면서도, 글럴 자신이 없기에 구해보겠다는 말도 못하고 입을 뻐끔거린다. 도적도 이를 알기에 구해달라는 말은 하지 않는 대신, "배울 수 있는 건 모조리 배워, 다르타. 그게 복수다. 적의 손으로 네 힘을 기르는 것. 그게 복수야."라고 말한다.[4] 한참동안 감옥 안을 서성이다가, 시무룩해하며 빈손으로 감옥에서 빠져나간다.[5]

다음 날, 나비에에 의해 마스타스와 대면하게 된다. 하지만 마스타스는 자신을 유심히 꼼꼼하게 살펴보기만 할 뿐 전혀 알아보지 못한다. 이에 시선을 아래로 내린채 의기소침한다.

마스타스에게 인사를 하고 나온 뒤, 방으로 돌아온다. 빈셀의 원수인 마스타스를 코 앞에서 보게 된 것에, 자신은 도적질에 참여한 적이 없으니 마스타스가 자신의 얼굴을 알 리가 없지만, 이주할 때 멀리서라도 얼굴을 본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무서워했으나, 마스타스는 자신을 전혀 모르는 눈치였던 걸 상기한다. 그래도 얼굴을 봤으니 됐당셔, 이름도 얼굴도 기억했으니 언젠간 복수할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한다. 이내 황궁에서의 즐거운 나날들이 언젠가는 깨져버릴 환상이라는 것이 실감나게 되고 우울해한다. 책 향기로 가득한 도서관, 신기할 정도로 마음이 잘 맞는 에벨리, 투닥거리면서도 이것저것 물어보면 잘 알려주는 스승들, 피에 젖어 돌아다니는 사람이 없는 향기로운 정원과 푹신한 잠자리 등 이 모든 게 평화로운데, 자신의 평화가 아니란 것에 서글퍼한다. 마법사가 되면, 자신도 언젠간 이런 양지에서 살 수 있을 것이고, 자신의 정체를 들킬 걱정도 하지 않고 다칠 걱정도 하디 않고 빈셀과 둘이서 예쁜 집에서 살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문득 "배워서 널 위해, 네 인생을 위해 쓰거라"라는 나비에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책상에서 책을 집어 펼치자마자, 한 번에 어떤 페이지가 펼쳐지고, 그 안에 끼워진 낯선 책갈피를 목격한다. 종이로 접어 만든 책갈피이지만, 자신이 끼운 것도, 원래 책에 끼워져 있던 것도 아니었기에 누가 둔 거냐고 소름돋아한다. 떨리는 손으로 책갈피를 펼친 순간 "자리를 잘 잡은 듯 하니 다행입니다, 내 눈과 귀."라는 에인젤의 메모를 발견한다. 메모를 보자마자 에인젤이 쓴 것임을 눈치챈다. 대체 어떻게 이 방에 가져다놓은거냐고 놀라다가, 충격에 빠져 책갈피를 떨어뜨리고 만다. 자신이 이 방을 쓰고 있다는 걸 알고 있고,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이런 걸 끼워놓을 정도라면 그의 끄나풀이 이 안에 확실하게 들어와있는 게 분명하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방 안엔 이 책갈피 외에는 누군가 들어온 흔적이 없었기에 소름돋아해 괜히 주위를 둘러보다가 팔을 문지른다.

에벨리와 식사를 하다가, 멍하니 포크로 케이크를 뒤적거린다. 이를 본 에벨리는 고개를 기울이며 무슨 생각하냐고 묻는다. 웃으면서 고개를 저으며 아니라고 대답한다. 이어서 바쁘다더니 일은 잘 해결했냐고 묻는다. 에벨리는 해결하고 말고 할 일이 아니었다고 대답하면서도 동생을 찾는데 좀 진전이 있었냐고 반문한다. 아니라고 대답하고서 망설인다. 에벨리에게 '원치 않게 누군가의 스파이 노릇을 하게 됐는데,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고 좀 둘러 물어서 이 일에 관해 의견을 구해보면 어떻겠냐고 생각한다. 이내, 에벨리는 아무리 친한 동생이라고 할지라도 만난지 얼마 안 된 생판 남인데, 스파이 이야기는 너무 약점 같다고 생각한다. 결국 고민 끝에 털어놓지 않기로 판단한다.

식사를 마친 후 에벨리는 전에 자신이 다른 나라 사람이고, 서대제국에 여행 온 거라는 말을 했지 않냐고 묻는다. 이 말에 되묻지만, 에벨리는 곧 돌아가게 됐다고 말한다. 예상치 못한 이야기에 놀라서 눈을 커다랗게 뜨며 언제냐고 묻는다. 시간 날 때마다 틈틈히 에벨리와 놀았고, 짧은 시간이였지만 정을 쌓았는데, 다른 나라로 간다는 것에 아쉬워함과 동시에 섭섭해한다. 나흘 후라는 말에 그렇게 빨리 가냐고 묻는다. 에벨리는 자신의 주소를 물으며, 나중에 편지 하겠다고 말한다. '없다'고 대답하면서도, 자신은 당분간 서대제국에 있을테니 이쪽으로 해달라고 부탁한다. 상시천 주소를 가르쳐 줄 수는 없기에 시무룩해하면서도 에벨리의 주소는 어디냐고 묻지만, 에벨리는 "어...... 까먹었어. 가자마자 편지할게. 그 주소일거야."라고 대답한다. 그 말에 집주소를 까먹냐고 어이없어한다. 에벨리는 어색하게 웃고서 빈 그릇에 포크질을 하다가, 다시 민망한지 웃는다.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또다시 그 책에 쪽지가 끼워져있는 걸 발견한다. 매우 놀라서 대체 어디로 온 거냐고 생각한다. 일부로 창문이며, 방문까지 잠그고 갔는데 쪽지가 또 있는 것에 "이 정도로 잘 침투하는 걸 보니 눈과 귀 충분한 것 같구만. 왜 날더러......"라고 생각하며, 쪽지를 펼쳐본다. "내게 전하고 싶은 말을 여기에 끼워두십시오. 가져가도록 하지요."라는 내용에 욕을 적어도 되냐고 생각한다. '여우새끼'라고 적어두고 싶어하면서도, 쪽지를 구겨서 던져버리고 침대에 엎드린다.

다음 날, 마법 수업을 듣고 자신의 방에 돌아오지만, 세번째 쪽지를 발견한다. 일부로 방 안에 책을 남겨두지 않으려고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고 갔는데, 이번엔 책까지 추가되어 있고, 심지어 전 날 본 책의 2권이라는 것에 "그 새끼. 쓸데없이 배려심 있네."라고 중얼거린다. 쪽지를 펼쳐본다. "마법사들에게 마법을 배울 때, 그들이 주고받은 이야기라던가, 행동을 알려줘요."라는 내용에 의아해한다. 궁전 안을 돌아다니는 끄나풀은 있는데, 마법 연구 쪽에 들어간 끄나풀은 없는거냐고 생각면서도, 이 때문에 자신이 마법사란 이야기를 듣고 자신에게 "눈과 귀"가 되어달라고 한 것임을 눈치챈다. 책 표면을 만지작거리다가, 문득 '궁전 안을 돌아다니는 월대륙 연합 첩자가 있다'고 나비에 황후에게 알려주면 어떻겠냐고 생각한다. 이내, 그걸 알리는 순간 자신의 정체가 까발려질거라고 생각한다. 이어서 같은 이치로, 시키는 일을 하지 않으면 정체가 까발려질거라고 생각한다. 책을 내려놓고, 다시 전 날처럼 침대에 엎어져 얼굴을 묻는다.

하지만 궁전에서 기사들에게 시비를 당하게 된다. 기사들은 자신을 막아서고서 낄낄 웃으며 "인위적으로 마법사가 생긴다면, 아가씨 같은 출신들이 감히 발을 못 붙이겠지. 마법사도 귀족이나 하는 시대가 찾아온단거야.", "하녀로 들어와도 감지덕지한 출신들이, 마법 하나 배울 줄 안다고 나대는 꼴이라니."라고 폭언을 내뱉는다. 아예 "제발 좀 뒷길로 다니면 안 될까? 응?"라고 모욕하는 건 덤. 화가 났지만 충돌을 피하기 위해, 비켜달라고 말하고서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이동해보려한다. 그러나 기사들은 자꾸 자신을 막아서며 아예 자신이 들고 있던 책을 보고 대놓고 "이 책은 뭐야? 이런 책을 하녀가 읽어서 뭐 해?"라고 모욕하기까지 한다. 자신은 하녀가 아니라고 대꾸하지만, 기사들은 아예 한 술 더 떠서 "이런 책 읽는다고 이해는 할 수나 있어?", "수업 시간에도 그냥 책 끌어안고 이해하는 척하는 거 아니야?"라는 악담을 지껄이기까지 한다.

그때 궁전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었던 나비에가 창문으로 물잔을 흘려, 기사 중 한 명에게 물을 쏟아붓는다. 놀란 기사들은 고개를 들지만, 나비에와 눈이 마주치게 된다. 나비에를 본 기사들은 황급히 무릎을 꿇지만, 나비에는 대답없이 기사들을 바라보고 있는다. 이에 기사들은 쩔쩔매다가 다른 곳으로 가버린다. 책을 끌어안고 멍하니 나비에를 올려다보다가 자신이 죄인인 듯 인사한다.

소동이 끝난 후 아까 본 기사들과 나비에의 모습을 떠올린다. 그 기사 둘을 생각하면 마법사들의 연구 일지까지 죄다 훔쳐서 에인젤에게 전달하고 싶어하면서도, 자신을 도와준 나비에를 생각하면, "초국적 기사단 끄나풀이 서대제국 황궁에 있다"는 소식을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알려주고 싶어한다. 두 개의 충동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서슬퍼런 나비에 황후의 눈빛을 떠올려 히죽 웃으면서 "멋있다"고 중얼거린다. 아직도 무서운 분 같긴 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래도 멋있다"고 중얼거린다. 책에 코를 묻으며 히죽 웃으면서 나비에가 자신을 "내 사람"이라고 지칭한 걸 떠올려 중얼거린다. 기분이 좋아져 방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또다시 에인젤이 책에 끼워놓은 책갈피를 발견하게 된다. 한탄하고서 안고 온 책을 내려놓고 책갈피를 빼낸다. 진짜 기분 망치는데는 뭐가 있다고 중얼거린다.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가 계획을 세운다.

며칠 동안 일부로 쪽지에 가짜 정보를 적어서 책에 끼워놓는다. 처음에는 조마조마했지만, 에인젤 측이 아무런 말도 없는 것에 정보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분이 안 가는 듯 하다고 여긴다. 이에 안심하고 연구실과 도서관을 오가면서 지내다가, 에인젤이 확실하게 안심했다고 여겼을 때 수업을 받으러 가는 척 연구실을 나간 다음 일부로 돌아서 방으로 돌아와 미리 덜 닫아둔 창문을 열어둔다. 방 안으로 들어가 침대 아래에 몸을 숨기며, 에인젤의 끄나풀이 누구인지 알아내기로 결심한다. 나비에 황후가 자신에게 친절을 베풀었으니 자신도 보답하고 싶지만 황궁에 남진 못하겠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래도 떠나기 전에 좋은 정보라도 하나 남기고 싶어한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자신이 적은 쪽지를 회수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에 한숨을 내쉬며 "역시 한 달 정도 낚시대를 드리워야하나? 2주로는 부족한가?"라고 중얼거린다. 쥐가 난 다리를 풀기 위해 침대 밑에서 발목을 움직인다.

그 순간 누군가가 자신의 방에 들어온 후 창문을 연다. 이 소리를 듣고서 창문을 잠갔는데, 어떻게 열었냐고 생각한다. 들어온 사람은 책 사이에 자신이 끼워둔 종이를 꺼낸 후 밖으로 나간다. 이에 인기척을 죽이고 창문으로 걸어가 슬쩍 창문을 연 다음, 발소리를 죽여 뒤쫓아간다. 하지만 상대도 이를 눈치채고, 처음에는 태연하게 걸어가는가 싶더니 미로 형식으로 된 정원으로 가자 갑자기 속도를 높여버린다. 자신도 덩달아 속도를 높여서 뒤쫓아간다. 머리 위까지 올라온 식물벽 때문에 상대를 보는 것조차 힘들었으나, 계속 상대를 추적한다. 정원이 끝나자마자, 아예 마지막 벽을 뛰어넘어버린다. 상대의 어깨를 잡고 앞으로 내다꽂아 멱살을 잡은 후 상체만 일으켜 세운다. 그러나 자신이 멱살을 잡은 상대는 다름아닌, 며칠 전 자신을 모욕하고 폭언을 내뱉었던 그 기사였다.

기사는 자신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경멸어린 눈으로 자신을 보며 "도둑새끼."라고 모욕한다. 원래는 에인젤의 끄나풀만 누군지 확인해두었다가 나중에 떠나면서 나비에에게 알릴 계획이였으나, 며칠 전의 일과 겹쳐지게 된 것에 분노해 그 기사의 얼굴에 주먹을 날린다. 하지만 기사는 침을 뱉으며, "이래서 도적 같은 건 거두면 안 돼! 도적 같은 걸 거둬봤자 어디 쓴다고! 배우면서 뒤통수 칠 준비나 하는데! 여기서 뒤통수친 게 다른데서는 못 칠까!"라고 욕을 내뱉는다. 그제야 이 기사는 자신이 상시천 출신이라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아서 계속 시비를 걸었다는 것을 눈치챈다.[6] 더욱 화가 나서 기사를 폭행한다.

그때 자신을 목격한 마스타스는 무슨 짓이냐고 꾸짖고서 자신의 목에 창을 들이민다. 황급히 고개를 들지만, 마스타스는 무섭게 자신을 내려다보며 "궁전 안에서 폭행이라니. 제정신이냐."라고 꾸짖는다. 에인젤의 끄나풀이 하필 기사인 것도, 그 기사가 상시천을 싫어하는 것도, 덕택에 둘 다 감정이 격해져 주먹다짐을 한 것도 모자라, 하필 그 광경을 마스타스가 목격했다는 것에 속으로 일이 꼬여도 이렇게 꼬이냐고 욕을 내뱉는다. 뒤늦게 참았어야 했다고 자책하면서도, 이미 상황은 바닥에 엎어진 물병이라고 생각한다. 마스타스는 차갑게 자신을 보다가 창을 치우고 기사를 보며 무슨 일이냐라고 추궁한다. 기사는 자신을 밀어내고서 벌떡 일어나 "내가 이 '유학생'의 출신을 모욕했다"고 대꾸한다. 기사가 한 대답에 마스타스는 눈썹을 찌푸린다. 이 말에 놀라 기사를 쳐다본다. 얼핏 들으면 스스로 죄를 인정하는 듯 들리지만, '네가 함부로 말하면 네 출신에 대해 말해버릴거다'라고 돌려 표현하는 협박이었기에 어이없어한다. 마스타스는 자신에게 사실이냐고 추궁한다. 대답을 하려던 찰나 마스타스는 뭐라고 한 건지 말하라며, 분노가 정당하다면 지금 일을 실수로 넘어가줄 수도 있다고 추궁한다. 기사는 '말해봐. 말할 수 있다면.'라는 눈으로 자신을 보면서도 입꼬리를 올린다. 그런 기사의 반응에 속으로 '나쁜 놈!'이라고 욕을 내뱉는다.

결국 "내가 귀족 출신이 아니라서 모욕받았다"라는 정도 밖에 털어놓지 못한다. 마스타스는 기사에게 "근신하면서 가문 족보를 백번 써라. 위로 올라갈수록, 네가 남을 모욕하는데 쓰는 그 혈통이 얼마나 맥없는지 알게 될 테니."라고 지시한다. 기사가 물러나자, 움찔해 마스타스의 눈치를 본다. 하지만 마스타스는 그렇게 행동하고 다니면 어떤 출신이든 비웃음당할거라고 말한다. 예상과는 달리 자신에게는 따로 벌을 내리지 않는 마스타스의 태도에 자존심이 상한다. 기사에게만 근신을 명령했으나 마스타스는 자신을 철저하게 타인으로 여기고, 자신을 편 들지도 않고 처벌하지도 않았다는 것을 알아챈다. 알겠다고 중얼거린 뒤 몸을 돌려 달아난다.

한편, 동대제국으로 돌아간 에벨리는 다르타의 가족을 찾아주기로 결심해 카를 후작에게 동대제국에 손님으로 방문한 외국인들의 명단을 열람하게 해줄 수 있냐고 부탁한다. 이때, 카를 후작은 에벨리가 준 종이에 그려져있던 다르타의 팔찌에 새겨진 문양을 알아보는데, 이스쿠아 자작가의 문양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즉, 다르타는 이스쿠아 자작부부가 찾던 장녀이자 에벨리의 친언니였던 것.

시무룩해해 연구실로 간다. 배움에 몰입해있으면 아까의 그 일들을 좀 잊을 수 있을거라는 생각에 연구실로 갔으나, 아카데미의 마법사 학자들이 짐을 싸고 있는 걸 보게 된다. 학자들이 플라스크며, 비커를 정리하고 있는 걸 보고 놀라서 어디 가냐고 묻는다. 이어서 쫓겨나는거냐고 묻지만, 학자들은 휴가라고 대답한다. 갑자기 가냐고 반문하지만, 학자들은 이 때쯤에 아카데미 행사가 있지만 당장 가는 건 아니라며, 자신들이 없는 사이 건드리면 안 될 물품들을 미리 싸두는거라고 설명한다. 자신을 가르치는데 가장 열정적인 마법사는 책상 달력을 살펴보더니 손가락으로 날짜를 가리키며, 이 때쯤이면 돌아올거라고 알려준다. 오가는 날짜는 제외한다면, 본인들 말처럼 정말로 오랫동안 떠나있는 건 아니란 걸 알면서도 실망한다. 마법사는 짐을 싸다 말고서 할 일 없으면 같이 갔다오자고 제안하며, 아카데미 안도 구경하자고 말한다. 솔깃한 제안이였지만, 그럴 수 있다면 진작 아카데미로 갔을거라고 생각해 시무룩해한다. 결국 제안을 거절한다. 마법사가 심심하냐고 묻자, 친구들도 다른 나라로 갔다고 둘러댄다. 이에 마법사는 안 심심하게 숙제를 잔뜩 내주고 가야겠다고 대꾸한다. 이 말에 그건 좀 괜찮다고 말한다.

나비에를 찾아가 잠시 여행을 다녀오겠다고 말한다. 이를 의아해한 나비에가 되묻자, 길게 가려는 건 절대 아니라고 둘러대면서도, 마법사 학자들이 동대제국에 갔기에, 그들이 돌아올 때까지 좀 여기저기 여행을 다녀오고 싶다고 말한다.

여행 가방을 챙긴 후 자신이 몇 달 간 머무르던 방을 바라본다. 마스타스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짧다면 짧은 시간이였지만 그동안 정말 좋았다고 생각해 아쉬워한다. 이내, 다시 올 거라고 생각해 아쉬운 마음을 누른다. 밖으로 나가 걸어가면서 빈셀과, 자신이 자주 돌봐주던 모테, 친구들을 보고 싶어한다. 기사들을 때려눕힌 사건 이후 마스타스가 자꾸 자신 쪽을 예리하게 쳐다보는 것도 신경쓰였지만, 마스타스는 얼마 후면 북왕국 쪽으로 돌아간다는 걸 상기해 그 기간 동안에 엇갈리듯 자리를 피하면 괜찮을거고, 눈에서 멀어지면 신경도 덜 쓸거라고 생각한다. 여행 가방을 꼭 쥐고 나비에의 집무실 쪽을 향해 소리 없이 인사한다.

궁전에서 나온 후 영업용 마차를 잡아 탄다. 유학용 임시 신분증이 있으니, 북왕국으로 돌아가는 건 쉬울거라고 생각한다. 마차가 궁전 밖으로 가는동안 가방에서 마법 아카데미의 학자가 내준 숙제를 꺼내 무릎 위에 펼친다.

시간이 지나 밖이 어둑어둑해진 즈음, 눈을 비비며 밖을 보고 있을 때 마부는 도착했다고 알려준다. 마차삯을 치른 후 가방을 꺼낸다. 하루는 여기서 잔 후, 에벨리가 알려준 가게에서 먹을거리를 먹겠다고 생각한다. 가방을 들고서 검문소로 걸어간다.

그때 누군가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는 걸 목격한다. 당장 부딪힐 것 같진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혹시나 싶어 옆으로 몸을 피한다. 그러나 말은 자신의 근처로 다가오더니 완전히 멈춘다. 왜 자신 쪽으로 오는지 어리둥절해해 쳐다보다가 그 상대가 마스타스라는 것에 놀라서 쳐다본다. 마스타스는 말에 내려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오더니 자신을 멱살을 잡고 얼굴을 가까이 붙인다. 놀라서 반사적으로 마스타스를 걷어차려했으나, 마스타스는 무릎을 들어 그 발길질을 막은 후 자신의 귀에 대고 "4기사단장이 보낸 첩자"라고 윽박지른다. 그 말에 놀란다. 마스타스는 "돌아오지 마라. 황후 폐하를 이용하지도 마. 실망시키지도 마. 은혜를 안다면 이대로 떠나 평생 얼굴도 보이지 마라."라고 경고한다. 주먹으로 마스타스를 치려고 했던 찰나, 자신이 에인젤의 첩자라는 걸 마스타스가 알고 있는 것에 놀라 어떻게 그걸 안 거냐고 생각한다. 이어서 마스타스는 자신에게 경멸 가득한 시선을 던지며 "널 믿은 마음이 상하실까, 네가 한 짓을 알리지 않았다. 하지만 돌아온다면 바로 알릴테니 그리 알아라. 황후 폐하께는 네 마음이 변해 떠난다 편지 올리고."라고 경고한 후 더 설명하지 않고 말에 올라타 그대로 가버린다. 제자리에 선 채 눈물만 흘린다.

북왕국으로 돌아가 미리 나와 있던 빈셀과 만난다. 빈셀이 어느 집으로 자신을 데려가자, 여기가 어디인거냐고 질문한다. 빈셀은 "네 집"이라고 대답한다. 이에 되묻지만, 빈셀은 상시천 틈에 있다가 자신까지 싸잡히니, 이왕이면 따로 지내는 게 낫다고 말한다. 이런 빈셀의 배려[7]에 이미 쓸모 없어진 배려라고 여기고, 결국 참고 참았던 눈물을 흘리고 만다. 깜짝 놀란 빈셀은 자신의 얼굴을 감싸며, 왜 그러냐고 묻는다. 빈셀에게 이젠 소용없게 됐다고 설명하지만, 빈셀은 무슨 소리냐고 되묻는다.

이후 빈셀이 만들어 준 따뜻한 코코아를 마시면서 빈셀에게 에벨리, 스승인 마법 아카데미의 마법사 학자들, 팔찌에 새겨진 이스쿠아 자작가의 문양, 나비에 황후, 마스타스, 초국적 기사단 4기사단장 에인젤, 마스타스가 자신에게 한 경고 등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빈셀은 마스타스가 자신에게 한 경고를 듣자마자 얼굴이 빨개져서 "아니, 자기가 뭔데 너더러 하라 마라 제멋대로야?"라고 화를 내며 자신을 편 들어준다. 빈셀이 무조건 자신을 편 들어주자 "그러니까!"라고 엉엉 울어댄다. 빈셀은 "세상에, 어릴 때 바닥에 고꾸라져도 안 울었던 애를. 대체 그 작자들이 널 얼마나 닦달한거야?"라고 화를 낸다. 울면서 나비에 황후도, 마법 아카데미의 학자들도 잘 해줬다고 털어놓는다. 자신이 우는 것에 속이 상한 빈셀은 자신을 다독이며, 오늘 같이 있겠냐고 제안한다. 이 제안에 코를 풀고서 거절한다. 사실은 빈셀 옆에 있고 싶지만, 그러면 정말로 하루종일 나쁜 소리가 나올 것 같고, 우는 모습을 더 보일거라고 생각하며, 빈셀까지 걱정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한다.
빈셀이 떠밀리듯 돌아간 뒤, 책상 앞에 앉아 마법사 학자들에게 보낼 편지, 에벨리에게 보낼 편지[8]를 쓴다. 나비에에게 보낼 편지도 몇 번 적으려했으나, "배워서 널 위해, 네 인생을 위해 쓰거라. 그 인생에 날 배신할 계획만 없으면 되니."라는 나비에의 말이 귓가에 맴돌아 마음이 아파한다. 결국 편지를 구기고서 책상에 얼굴을 묻는다.

한편 마스타스는 뒤늦게 다르타가 에인젤의 첩자가 아니라는 걸 알고, 오해를 풀기 위해 다르타를 만나러 북왕국으로 온다. 그러나 빈셀은 마스타스가 혼자서 북왕국으로 오고 있다는 사실을 듣고, 상시천의 천주 켈트렉과 상의해서 매복해있다가 마스타스를 죽이려고 한다. 이때 빈셀은 마스타스를 거의 죽일 뻔했으나, 까마귀로 변신한 크로우가 갑자기 끼어들면서 마스타스를 놓치게 된다. 이후 다르타의 친부모가 이스쿠아 자작부부라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 북왕국에 와 있었던 에벨리가 마스타스를 치료하면서 상시천의 습격은 실패로 끝난다.

'마스타스를 거의 죽일 뻔 했으나 어디서 나타난건지 미친 남자가 갑자기 끼어들어서 놓쳤다'는 말을 듣게 된다. 마스타스를 거의 죽일 뻔했다는 것도 놀라운데, 거의 죽일 뻔했던 마스타스를 놓쳤다는 것에 더욱 놀라워한다. 이후로는 내내 그 일이 신경쓰여 견디기 힘들 지경에 이른다. 아예 처음부터 안 건드리는 게 가장 좋았으나 건드렸다면, 상시천이 한 짓이란 걸 모르게 반드시 죽여야했음을 상기한다. 시체를 숨겨서 죽음조차 숨겨야했는데, 마스타스는 살아서 돌아갔으니, 곧 서대제국 측에서 상시천에게 대대적으로 복수하려고 들 것이라고 판단한다.[9] 이에 초초하게 방을 서성인다.

그때 누군가 찾아오는 소리가 들리고, 커튼 뒤에 숨어서 밖을 지켜본다. 하지만 자신을 찾아온 사람은 에벨리였다. 에벨리가 자신을 찾아온 것에 놀랐으나 문을 열고 나간다. 어색하게 웃고 있던 에벨리는 자신이 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에 여긴 왜 왔냐며, 괜찮냐고 묻는다. 에벨리는 자신이 보낸 편지에서 주소를 보고 찾아왔다고 설명한다. 이에 이렇게 갑자기 올 줄 몰랐다고 말한다. 에벨리는 보고 싶었다고 대꾸한다. 그 말에 자신도 모르게 웃는다. 마스타스는 어떻게 됐는지 신경이 쓰여하면서도 에벨리를 탁자 앞에 앉히고서 차를 끓여준다. 에벨리는 차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차를 들이킨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냐고 가볍게 질문하다가, 어쩌면 오는 길에 에벨리가 마스타스를 보았을 수도 있다고 여긴다. '혹시 오는 길에 누구 못 봤냐'며 마스타스에 대해 묻는다. 그 말에 에벨리는 차를 마시다 말고 표정이 굳는다. 에벨리는 찻잔을 꽉 움켜쥐며 봤다고 대답한다. 그 대답에 놀라 "어디에서? 그 사람 상태가...... 어때?"라고 반문한다. 하지만 에벨리는 "이쪽으로 오는 길에 희한하게 생긴 나무 있잖아. 커다랗고. 연못이 있는. 그쪽에 있었어. 근데 시체였어."라고 거짓말한다. 이에 마스타스가 죽은거냐고 반문한다. 에벨리는 찻잔을 만지작거리며 그래서 기분이 안 좋다고 대꾸하고서 일어서며 속도 안 좋아서, 돌아가겠다고 말한다.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가려고? 하루 자고 가지. 마을 먼데."라고 말하지만, 에벨리는 "시체 봐서. 여러가지로 다 안 좋아. 토할 거 같아."라고 대꾸한다. 그 말에 자신은 시체를 자주 보았지만 에벨리는 아니라고 납득하고, 에벨리를 붙잡지 못한다.

에벨리가 완전히 멀어진 걸 확인한 뒤, 마스타스의 시체를 치우러 가기 위해 준비를 한다. 그러던 중 마스타스를 쫓아 숲으로 들어갔던 빈셀은 표정을 굳힌채 자신에게 다가오며 마스타스를 아직 못 찾았다며, 이미 국경을 넘진 않았을거라고 말한다. 빈셀은 자신이 챙긴 삽을 보더니 놀라서 묻는다. 커다란 나무가 같이 있는 연못에 마스타스가 죽어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빈셀은 누가 그렇게 말핬냐고 반문한다. 자신이 말한 친한 동생이 오면서 마스타스의 시체를 봤다고 이야기해줬다고 대답한다. 빈셀은 지금 어디에 있냐고 에벨리에 대해 묻는다. 에벨리는 마스타스의 시체를 보고 속이 안 좋아져서 빨리 돌아갔다고 말한다. 오면서 그런 아이는 못 봤다는 말에 마을 쪽으로 갔다고 알려주고서 빈셀에게 여기 있으라며 자신이 시체를 처리하고 오겠다고 말한다. 이어서 마스타스가 죽은 걸 알면 서대제국에서, 제국 연합에서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 시체를 치워두어야한다고 설명한다. 빈셀은 마스타스가 죽은 게 확실하냐고 반문한다. 이에 믿을 수 있는 동생이 말해줬고, 그 애는 거짓말을 안 한다고 대답한다. 초조하게 숲길을 돌아보며 빨리 갔다 오겠다고 말하고서 달려가려한다. 그러나 빈셀은 자기가 갈 거라며, 시체를 치운 다음 다른 사람들과 합류해서 바로 돌아가면 된다고 대꾸하고서, 그 친한 동생인지가 하는 아이가 다시 이쪽으로 올지도 모르니 자신은 여기 있으라고 말하며 자신을 붙잡는다. 그 말에 맞는 말 같다고 생각해 고개를 끄덕인다.

뒤늦게 빈셀을 따라오지만, 그때 마스타스가 단도로 빈셀의 심장을 찌르는 걸 목격하게 된다. 빈셀을 부르며, 비명을 지른다. 빈셀에게 달려오지만, 자신 역시 함정을 밟으면서 몸이 아래로 내려간다. 마스타스는 빤히 함정을 내려다보다가, 다르타를 죽이지 않은채 돌아서서 가버린다. 빈셀은 자기가 죽어가는 와중에도 심장을 찌른 단도를 빼 밧줄을 자르고, 자신을 구하기 위해 구덩이로 손을 내민다. 빈셀을 부르며 비명을 지른다.[10] 결국 빈셀은 죽고 만다.

빈셀이 죽은 후, 빈셀의 무덤 앞에서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한다. 전에 아무 것도 모를 때는 빈셀을 치료했는데, 한 달을 넘게 훈련을 받은 지금은 오히려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는 것에 망연자실해한다. 폭우를 맞으며 에벨리가 보낸 용병으로부터 받은 쪽지를 손에 움켜쥔채 에벨리는 왜 마스타스가 죽었다는 거짓말을 한 거냐고 의문을 품으며, 에벨리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면 빈셀은 여기로 오지 않았을거라고 생각한다. 이내, 마스타스가 계속 죽은 척 하고 있었을 수도 있었고, 그러면 에벨리도 마스타스가 죽었을거라고 생각했을거라고 애써 생각해보지만, 안 좋은 생각이 치솟아 입술을 깨문다.

그때, 에인젤이 다가오며 "엉망이군."라고 말한다. 그제야 폭우 때문에 듣지 못했던 발소리를 듣고 일어선다. 에인젤에게 적의를 드러내며 여긴 왜 왔냐고 묻는다. 하지만 에인젤은 말없이 다가와 한 쪽 무릎을 바닥에 대고 앉더니, 자신이 입술을 깨무느라 피가 나는 입술을 빼며 "왜 그걸 괴롭히는지. 그쪽 입술은 죄가 없습니다."라고 말한다. 에인젤의 옷이 젖어있는 것에 그도 계속 비를 맞은 게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계속 보고 있었냐고 따지지만, 에인젤은 눈썹을 치켜올리고 '입술 다음엔 내게 화풀이냐'고 반문한다. 에인젤을 밀쳐내며, 꺼지라고 소리지른다. 위험한 자란 걸 알지만, 지금은 눈치를 보며 억지로 웃을 기분이 아니기에 죽일려면 죽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에인젤은 화를 내는 대신 슬픈 표정을 지으며 '내게도 책임이 있다'는 의문스러운 말을 한다. 그 말에 되물으면서도, 혹시 에인젤도 다르타와 한 패인거냐고 생각한다. 이어서 듣기론 두 연합은 사이가 나쁘다지만, 그래도 혹시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에인젤은 "그쪽 친구가 마스타스와 대화 나누는 걸 봤다. 그쪽과 친한 사람이니, 당연히 중간에서 중재를 하려는 건 줄 알았다. 그래서 나서지 않았다."라고 말한다. 이어서 에인젤은 시무룩해하며 '이럴 줄 알았다면 내가 나설 걸 그랬다'고 중얼거린다. 빗물이 그의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것이 마치 우는 것으로 보여 멍해진다. 누가 누구랑 이야기를 나누었냐고 반문하지만, 에인젤은 마스타스와 에벨리라고 확인사살한다. 거짓말이라고 소리지르며 에인젤의 멱살을 잡지만, 사실 스스로도 왜 에벨리가 '시체를 보았다'고 말했는지 의심은 하고 있었기에 멱살을 잡은 걸 놓는다. 애써 에벨리도 속았던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에인젤이 억지로 감춰둔 진실을 찌르고 있는 것에 몹시 고통스러워하면서도, 고개를 저으며 "그럴리가 없다. (에벨리는)그럴 사람이 아니다."라고 애써 부정하려한다. 이어서 에인젤도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에인젤은 "그럼 (에벨리는)어떤 사람이냐"고 반문한다. 대답하려하지만, 자신도 에벨리에 대해서는 그녀가 동대제국 사람이란 걸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아는 게 없기에 말을 잇지 못한다. 황급히 용병이 주고 간 쪽지를 펼친다. 용병은 '신원을 밝힐 수 없는 의뢰인'이 준 쪽지라고만 말했으나 계속 그 의뢰인이 에벨리라고 생각했고, 에벨리가 아니라면 굳이 정체를 감추고 용병을 보낼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다. 에벨리의 주소가 적혀있을거라고 생각했으나, 뜻밖의 내용[11]이 적혀있는 것에 멍하니 쪽지를 내려다보다가 일어선다. 동대제국에 가서 에벨리를 만나봐야겠다고 중얼거리며, 에벨리가 자신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을 믿기 힘들어한다. 그러면서도 에벨리의 말을 빈셀에게 전한 건 자신이기에, 자신이 에벨리의 말을 빈셀에게 전하지 않았더라면 빈셀이 이곳에 올 일도, 마스타스에게 솝을 일도, 죽을 일도 없었을거라고 생각한다.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에인젤은 마치 에스코트해주겠다는 듯 일어서서 한 손을 내밀며 동대제국에 입국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제안한다. 그 말에 이상해해 인상을 찡그리채 손을 잡는 대신 물러서며 에인젤을 경계한다. "그쪽이 왜요? 내가 보낸 쪽지가 유용해서? 또 스파이 노릇 시키려고? 이번엔 동대제국에 눈과 귀 해줬음 해서요?"라고 따지지만, 에인젤은 스파이 노릇을 하기엔, 보내오는 정보가 다 엉터리였다고 지적한다. 즉, 에인젤은 그간 다르타가 쪽지에 일부로 가짜 정보를 적어서 보냈던 걸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그 말에 놀라 눈을 부릅뜨며 언제부터 알고 있었냐고 생각한다. 에인젤은 솔직히 말하자면 스파이는 이미 많아서 엉터리 눈과 귀까지는 필요없지만, 치유 마법사는 가지고 싶다고 대답한다. 누가 돕는다고 했냐고 따지지만, 에인젤은 "돕다 보면 돕겠지. 언젠가는."라고 대답하고서 뭔가 말하려다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이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다'는 듯 잠시 눈살을 찌푸리며 자신을 살펴보다가 웃으면서 이건 직접 확인해보는 게 낫겠다고 대답한다.

에인젤과 함께 가다보니 동대제국으로 가는 것이 어렵지 않게 된다. 마차 안에서 넋을 놓고 있다가, 성벽 앞 경비병이 별다른 제지 없이 마차를 들여보내주자 연합끼리 사이가 나쁘니까 동대제국에 들어가기 어려울거라고 생각했다고 중얼거린다. 맞은 편에 앉은 에인젤은 사과를 깍다 말고서 웃으며 "그랬다간 큰일나죠. 얽힌 나라가 몇인데."라고 대답한다. 그런거냐고 수긍하지만, 에인젤은 '감시하는 눈'은 다닥다닥 붙을거라고 대꾸한다. '감시'란 말에 깜짝 놀라지만, 어쩔 수 없이 들여는 보내지만 반대쪽 연합의 사람이 마음대로 활기차게 놔두면 그게 더 이상하긴 하다고 수긍한다. 그래서 자신더러 이 마차를 타고 가자고 한 거냐며, '감시하는 눈'에게 같은 편으로 보이게 한 거냐고 묻는다. 에인젤은 어디에 내려주냐고 묻는다. 대답을 피하는거냐고 지적하지만, 에인젤은 다 깍은 사과를 상자에 담고서 내밀며 "알면 모른 척 해주는 게 예의입니다. 선물."라고 말한다. 얼떨결에 에인젤이 건낸 사과가 담긴 상자를 받으며, 청사에 내려달라고 말한다. 청사에서 뭘 하려는거냐는 질문에 찾을 게 있다고 대답한다. 에인젤은 '배신한 친구'인거냐고 묻는다. 신경쓰지 말라고 딱 잘라 말하고서 마차 밖으로 나간다. 자신의 친부모인 이스쿠아 자작부부에 관한 정보와, 자신을 배신한 에벨리가 왜 이런 걸 알려준 건지를 알아보려한다.

청사 안으로 들어간다. 커다란 창구 앞에 앉아있던 관리는 무슨 일로 온 거냐고 묻는다. 이스쿠아 가문에 관해 알고 싶다고 말한다. 문득 팔찌의 문양을 본 나비에가 동대제국의 귀족 가문 문양은 아니라고 알려준 걸 떠올려 동대제국이 아니라 다른 나라로 갔어야 했대ㅗ 생각한다. 이내, 동대제국 사람인 에벨리가 이런 걸 말해줄 정도면, 여기서 정보를 모으는게 가능하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관리는 '이스쿠아 가문'이라는 말에 미소를 짓고, 또다른 관리조차 비슷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을 곁눈질한다. 그들의 반응에 왜 저런 반응인거냐고 의아해하다가, 모르는 가문이라면 모른다고 할 텐데 바로 저렇게 나오는 것에 불안해한다. 관리는 그 가문은 왜 조사하는거냐고 묻는다. 뭐 좀 알아볼 게 있다고 대꾸한다. 관리는 낄낄 웃더니 잠시만 기다려보라고 말하고서 어딘가로 걸어가더니, 오래 지나지 않아 서류 봉투를 내민다.

관리에게서 서류 봉투를 받고 청사에서 나와 가장 가까운 식당으로 들어간다. 식당 구석의 자리에 앉아 주문한 후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며 봉투에서 서류를 꺼내 빠르게 훑는다. 이스쿠아 자작부부의 사기극이 실린 신문을 보고 당황해해 신문을 읽는다. 자신의 친부모인 이스쿠아 자작부부가 라스타 황후의 신분 세탁 사건에 얽혀서 처형당했다는 사실에 놀란다. 다른 봉투를 뒤져서 또다른 서류를 꺼낸다. 이스쿠아 자작부부에 관해 간단한 신상 정보가 적힌 서류에서 그들의 가문 문양을 보고 팔찌의 문양을 내려다본다. 팔찌의 문양과 이스쿠아 자작부부의 가문 문양이 비슷함을 알게 된다. 다른 봉투에서 이스쿠아 자작부부에 관해 어떤 기자가 가십거리로 적은 기사[12]를 꺼내 본다.

이후 묻고 물어서 최근에 처형당했다는 사람들의 시체가 묻혀있다는 묘지로 찾아간다. 수도 밖, 낮에도 햇볓이 잘 들지 않는 음지에 있는 묘지에서 이스쿠아 자작부부의 무덤을 찾으려한다. 하지만, 최근에 처형당한 사람들의 무덤들이 다 비슷비슷하게 생겼던 탓에 어느게 이스쿠아 자작부부의 무덤인지 구분하지 못하게 된다. 그중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무덤 앞에 서서 훌쩍인다. 부모를 찾는 건 애초에 생각지도 않은 문제였고, 빈셀이 있는데 다른 부모가 나타나는 게 싫어서 오히려 찾을까봐 걱정했는데 이렇게 되고 보니 '친부모가 잘 살다가 평화롭게 떠났다면 그나마 나았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파한다.

그때 마차 소리가 가까이 들려오고, 에인젤이 말한 '다닥다닥 붙은 감시들'을 떠올려 커다란 덩쿨 뒤로 몸을 숨긴다. 쪼그리고 앉아 무릎을 얼굴을 묻고서 이곳을 찾은 사람이 떠날 때까지 이러고 있겠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후 근위병이 "그만 돌아가셔야합니다, 에벨리 님."라고 말하는 걸 듣는다. '에벨리'라는 이름에 고개를 번쩍 든다. '친한 동생으로 다가와 거짓과 진실을 남기고 간 에벨리'와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치유 마법사로서 존경하고 부러워하는 에벨리', 두 사람의 에벨리를 떠올린다. 근위병이 말한 '에벨리 님'이란 말에 동대제국 궁정 마법사인 그 '에벨리' 아니냐고 생각해 자신도 모르게 슬쩍 덩굴 밖으로 고개를 내민다. 얼굴을 본 순간 지금까지 자신이 알고 있었던 에벨리가 사실은 "동대제국 궁정 마법사 에벨리"였다는 걸 바로 눈치챈다.

고급스러운 망토를 입고서 근위병들의 호위를 받으며 마차에 오르는 에벨리를 멍하니 바라본다. 잠시 뒤 마차 문이 닫히고, 에벨리가 탄 마차는 묘지에서 나간다. 여전히 입을 벌리고서 멀어지는 마차만 쳐다본다.

마차가 완전히 보이지 않게 돼서야, 황급히 이스쿠아 자작부부에 관한 가십거리가 적힌 기사가 실린 신문을 꺼내 '에벨리'에 관한 내용이 적힌 기사를 본다. 멍하니 그 기사를 보다가, 기사를 구긴다.

그때 에인젤이 자신에게 다가오며 조사는 다 했냐고 묻는다. 손에 기사를 꽉 쥔채 떨다가 고개를 든다. 에인젤은 많이 한 모양이라고 중얼거린다. 떨리는 목소리로 "알고 있었어요? 그쪽이 내 친구라 부르던 친구가 '마법사 에벨리'라는 거?"라고 묻는다. 에인젤은 모를 수가 없다고 대꾸한다. "그런데 왜 말을!"라고 소리치지만, 에인젤은 자기가 말하면 안 믿을 것 같아서였다고 대꾸한다. 그 말에 입술을 깨물고서 눈물을 흘린다. 빈셀에게 '에벨리는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에벨리의 말은 믿어도 된다'고 말한 과거의 자신을 죽여버리고 싶다고 생각한다. "내게 그런 거짓말을 해놓고, 왜 이런 쪽지를 전해줬나 궁금했어요. 그래서 내가 뭔가 오해를 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아니었네요. 날 속여놓고. 내가 이스쿠아 자작부부의 친딸이란 게 싫어서 진실도 안 알려준거네요?"라고 중얼거리며 자신에게 거짓말을 한 에벨리를 원망한다. 기가 차서 헛웃음을 터트리며 언제부터 자신을 속인건지 짐작도 안 간다고 중얼거린다.

그런 자신 모습을 바라보던 에인젤은 팔을 벌려 자신을 품 안에 넣고서 등을 토닥거리고, 에인젤의 품 안에서 흐느낀다. 자신이, 에벨리가 너무나도 원망스러워서 견딜수가 없고, 당장 원수를 죽여서 두 부모의 무덤 앞에 그 시체를 가져다두지 않으면 이 분노가 풀리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급기야 "복수하고 싶어요. 그 마법사에게 복수하고 싶어요."라고 중얼거리며 복수를 다짐한다. 에인젤은 자신을 약간 밀어낸 다음 눈을 마주한다. 자신과 똑같이 슬퍼보이는 표정을 보고, 속으로 왜 이 사람은 자신과 같이 슬퍼하는거냐고 의아해한다. 에인젤은 "믿을 만한 사람은 나비에 황후이지만, 나비에 황후는 에벨리와 마스타스에게도 믿을 만한 사람이다. 나비에 황후는 좋은 사람이지만, 그렇기에 당신의 복수를 이루어줄 수는 없다."라고 말한다. 그 말에 놀란다. 에인젤은 "나는 믿을 수 없는 사람이지만, 그렇기에 당신의 검이 되어줄 수 있다."라고 말하고서 다시 자신을 품 안에 넣는다. 에인젤은 미소를 띈 채 슬픈 목소리로 "내 마법사가 되어줘요. 나는 당신의 검이 되어주겠습니다. 함께 원수를 갚읍시다."라고 속삭인다.

에르기가 보낸 전서조가 떨어뜨리고 간 쪽지[13]를 주워 읽은 에인젤은 기대하던 답은 아니라며, 안타깝다고 중얼거린다. 근처 책상에 앉아 에인젤이 준 예법책을 넘겨 읽고 있던 중 에인젤이 한 말에 고개를 돌린다. 에인젤은 혼잣말이니, 계속 공부하라고 말한다. 그 말에 시무룩해해 에인젤이 '내 사람이 되었으니 가장 먼저 해야할 것이 있다'며 준 예법책을 쳐다보지만, 건성으로 책을 넘긴다. 에르기의 행적과, 나비에와 에벨리의 관계를 떠올림과 동시에 일에 나비에가 개입했다는 걸 눈치챈 에인젤은 "날 이렇게 몰아붙이다니, 나의 나비. 최고입니다. 흥분돼."라고 중얼거린다. 그 말을 들으며 에인젤이 좀 변태 같다고 여긴다. 그와 동시에 말을 왜 저렇게 하냐고 생각한다.

그때 에인젤은 감탄이 끝나자마자 쪽지를 구겨서 찢는다. 슬그마니 안 보는 척 뒤를 돌아본다. 에인젤은 쪽지를 다 찢은 후 흐뭇하게 웃으면서 자신 쪽을 본다. 안 보고 있던 척 고개를 돌리지만, 에인젤은 자신에게 다가와 책상 위로 팔을 올린다. 놀라서 굳었으나 에인젤은 "다르타, 같은 보석은 둘일 필요가 없습니다."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는다. 그 말에 더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진다. 에인젤은 이어서 "가짜 보석은 깨야죠. 원수를 갚을 시기가 다가왔습니다."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는다.

이후 동대제국으로 간다. 동대제국 수도에 도착하자, 마차에서 내린다. 며칠 전 에르기가 보낸 편지를 본 에인젤은 혼자 열심히 뭐라 뭐라 말하긴 했으나 앞 뒤를 설명하지 않았고, 에인젤의 부하에게 '평소에도 저렇게 말하냐'고 물었을 때 '그는 원래 혼자 말하고 혼자 생각하고 혼자 대답하고 혼자 설명한다'고 대답한 걸 떠올린다. 일단 확실한 건 에르기 공작에게서 정보를 받아내려는 계획을 수정해 에르기 공작을 본인도 모르는 새에 이용해서, 에벨리에게 해코치를 가하려는 계획을 세웠고, 그 함정이 무엇인지는 헛소리로라도 알려주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마부에게 요금을 내고 마차 밖으로 나간다. 이제 내일이면 동대제국에서 떠날 것이고, 이후로는 못 오게 될지 모르니 블루 보헤안으로 가서 이스쿠아 자작부부에 관해 더 조사해야해야한다고 걱정한다. 그와 동시에 에인젤이 에벨리에게 해코치를 하고 난 후, 그 배후가 월대륙 연합이 있단 게 알려지면 아마 큰일이 벌어질거라고 판단한다. 그러면서도 그러면 동생을 찾을 수 있는거냐고 생각한다. 이스쿠아 자작부부의 재산관리인을 찾아가기 위해 주머니에서 쪽지를 꺼내 이스쿠아 자작부부의 재산관리인의 주소를 확인한다.

이스쿠아 자작부부의 재산관리인이 사는 집 안으로 들어간다. 주위를 둘러보지만, 가장 끝 커다란 책상에 앉아있던 재산관리인은 자신을 쳐다보지도 않은채 무슨 일로 왔냐고 묻는다. 문을 닫지 않은채, 문고리를 잡고서 오늘 약속을 잡고 왔다고 말한다. 그 말을 듣고서야 재산관리인은 고개를 들고서 들어오라고 대꾸한다. 그제야 문고리에서 떨어져서 다가간다. 재산관리인은 중앙에 놓인 소파를 가리키며 자신이 이스쿠아 자작부부의 재산관리인이긴 했지만, 정확히는 임시 재산관리인이였다고 설명한다. 그 말에 의아해해 "차이가?"라고 묻는다. 재산관리인은 이스쿠아 가문은 한 번 몰락했고, 이후 자신은 동대제국에 정착해 자리를 잡았는데, 그때 이스쿠아 자작부부가 새로 자신을 고용했다고 설명한다. 재산관리인은 자기 책상에 그대로 앉은채 자신을 위아래로 쳐다보며 관련해서 뭘 물어보고 싶은거냐고 생각한다. 조금이라도 좋으니 정보라던가, 그런게 없냐고 부탁한다. 그 말에 재산관리인은 되묻는다. "남긴거라던가."라고 말하지만, 재산관리인은 "먼 친척인가요? 남은 재산은 없습니다."라고 대꾸한다. 재산이 아니라 흔적이라고 말하다가, 말을 하다 만다. 뭔 말을 하기도 전에, 자신을 다짜고짜 '유산을 노리고 온 사람' 취급한다고 여겨 기분 나빠한다. 일어서며 "됐어요. 아무 것도 모른다니 갈께요. 시간 내줘서 고맙습니다. 3분도 안 지났지만."라고 대꾸하고서 걸어가 문을 연다.

밖으로 나가 몇 걸음 걸어간 순간, 자신의 팔찌를 본 재산관리인은 "이스쿠아 양?"이라고 말한다. 그 말에 얼떨결에 멈춰선다. 움찔해 재산관리인 쪽으로 돌아선다. 문가에 기대어 선채 자신 쪽을 쳐다보고 있던 재산관리인은 자신과 눈이 마주치자 탄식하다니 다시 문을 열어주며 도로 들어오라고 말한다. 그 말에 "날 부른 게 맞나? 방금 날 '이스쿠아 양'이라고 부른건가? 그럼 내가 이스쿠아 자작부부 친딸이란 걸 알고서 저런건가? 아니면 친척이라 생각해서 저러나?"라고 생각하며 머뭇거리다가 도로 들어온다. 한 번 화를 내고 나니 재산관리인이 덜 무서워보인다고 생각하며, 서 있는다. 재산관리인은 문을 닫고서 작은 목소리로 "이스쿠아 자작님의 딸인가요? 손에 그 팔찌. 그 가문 문양 같은데."라고 묻는다. 그 말에 대답하지 않는다. 재산관리인은 "괜찮습니다. 제게는 좋은 고객이였고, 신고해봤자 마음만 불편할 뿐, 이쪽에는 아무 이득도 없으니까요. 이스쿠아 자작부부가 잃어버린 딸을 내내 찾은 이야기는 유명하죠."라고 말한다. 무정한 말을 내뱉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거짓말로 들리진 않는다고 여긴다. 어차피 동대제국을 떠날 것이기에, 모험하는 기분으로 맞다고 대답한다.

그때 재산관리인은 인상을 찌푸린채 한숨을 내쉰다. 할 말이 있어보이는데 말을 못하고 있는 것에 대놓고 왜냐고 묻는다. 재산관리인은 팔짱을 낀채 사실 자작부부가 남긴 유산이 있긴 했으나, 다른 사람이 받아갔다고 설명한다. '아까는 유산 없다며'라고 생각하다가, '다른 사람'이란 말에 놀라 "누구요? 친척이요? 친척이 있나요?"라고 묻는다. 그 말에 재산관리인은 인상을 더욱 찌푸린다. 더욱 초조해져서 "왜 불러놓고 말을 안 하세요, 왜요? 친척이 있어요?"라고 묻는다. 하지만 재산관리인은 대답하지 않는다. 이에, 재산이 아니라 동생을 찾고 있고, 자신이 이스쿠아 자작부부의 장녀라는 사실을 얼마 전에 알았음을 밝힌다.

그러나 재산관리인은 입장 때문이 아니라 이스쿠아 자작부부의 유언 때문이라고 설명해준다. 그 말에 되묻는다. 재산관리인은 이스쿠아 자작부부는 죽기 전에, 차녀를 먼저 찾았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자신의 동생이라는 말에 놀라서 재산관리인을 붙잡으며 "유산을 받아간 사람이 동생이예요? 동생은 잘 지내요? 어디 있어요?"라고 묻는다. 재산관리인은 동생은 잘 지내고 있지만, 본인은 자기가 이스쿠아 자작부부의 딸이란 걸 모르고 있다고 설명하고는 이스쿠아 자작부부가 안 좋은 일에 연루돼 죽었기에, 자작부부는 (차녀가 그 사실을)평생 모르길 바랐다는 말을 들려주며, 자신에 관한 이야기는 없었기에 말을 해야할지 말아야할지 좀 애매했고, 지금도 애매하다며, 자신이 동생을 찾으면 자작부부의 유언을 못 지킨 게 되는거라고 설명한다. 멍하니 눈을 깜빡이며, 그럼 자신도 동생을 찾으면 안 되는 거냐고 묻는다. 하지만 재산관리인은 그렇다고 확실히 말하기가 힘든 게 당시 이스쿠아 자작부부는 자신의 존재를 몰랐고, 알았다면 상황이 달라졌을거라고 말한다. 설마 여기서 바로 동생 이야기가 나오냐고 혼란스러워하다가, "동생은 어디에 있는데요? 여기서 찾았다는 건 여기 사람이예요? 여기서 살아요? 잘 지내고요? 건강해요? 걔는 제 존재를. 아. 모르겠구나."라고 중얼거린다. 하지만 재산관리인은 자신의 동생은 잘 지내고 있으니 그 부분은 안심해도 좋을거라며, 아주 잘 지내고 있다고 대답한다. 곧 재산관리인은 "치유 마법사로 유명한 에벨리 님이죠."라고 말한다. 그제야 에벨리가 친동생이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에벨리가 친동생이였다는 사실에, 놀라서 들고 있던 가방을 떨어뜨리고 만다. 재산관리인은 사실대로 이야기할지 말지는 자신에게 맡기겠다고 말한다.

밖으로 나와 근처의 화단에 힘없이 주저앉는다. 에벨리가 자신의 친동생이자 이스쿠아 자작부부의 차녀인데, 본인은 그 사실을 모른다는 것에 당황한다. 고개를 젓다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하기엔,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상하게 편했던 것, 성격이 비슷하지도 않은데 말이 잘 통하던 것, 이유 없이 끌리던 자신의 마음, 둘 다 고아원 출신이란 것, 둘 다 희귀한 치유 마법사란 것 등을 떠올려 납득하면서도 마법사로 발현하는 게 핏줄로 이어진단 말은 못 들었다고 생각한다. 에벨리가 빈셀을 죽게 했던 걸 떠올리고는 동생을 찾으라 한 건 빈셀인데, 정작 빈셀을 죽게 한 사람이 친동생인 에벨리라는 사실에 일이 이렇게 꼬일수가 있냐고 기가 막혀한다. 잘 살고 있으니 됐고, 진실을 알아봐야 에벨리도 충격만 받을 것인데다가, 지금 이 복잡한 충격을 굳이 둘 다 느낄 필요는 없다고 여기고 안 찾기로 한다. 일어서서 옷에 묻은 흙을 턴다. 그리곤 곧 에인젤이 에벨리를 없애려고 하고 있던 걸 떠올려 눈을 부릅뜨고 성문을 쳐다본다.

궁전으로 가면서 속으로 제발 아직 떠나지 말라고 생각하며, 자신이 발이 빠르다는 것과 체력이 좋다는 것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감사한다. 궁전 앞에 도착하자마자 궁전 방문객을 관리하는 관리에게 다가가 마법사 에벨리를 만나고 싶다고 말한다. 관리는 목록을 내밀며 여기에 이름과 연락할 장소를 적고 가라고 말한다. 목록에 적힌 대기 인원은 얼핏 보기에도 숫자가 어마어마하게 많았기에 입을 벌리고 쳐다본다. 지금 당장 봐야한다고 외치지만, 관리는 그래도 적고 가라며, 다른 사람들도 다 급해서 온 거라고 대꾸한다. 그 말에 되묻지만, 관리는 아픈 사람들이 하나 둘이 아니라고 대꾸한다. 그제서야 목록에 대기 인원이 이토록 많았던 게 에벨리가 귀한 치유마법사이기 때문에 기적을 바라고 찾는 사람들이 많아서였음을 깨닫는다. 목록에 이름을 적어도 몇 달을 기다려야 할 텐데, 당장 함정에 빠지냐 아니냐 하는 상황엔 이름을 남기는 건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 펜을 쥐었다가 이름을 적지 못하고 도로 내려놓는다.

그제야 에벨리가 정말로 대단한 사람이였음을 실감하면서도 복잡한 기분에 주먹을 쥐고 눈물을 흘린다. 그 모습이 안타깝게 보였는지 관리는 혀를 차며 정말로 한시가 바쁜 것 같다고 말한다. 사람이 죽기 직전이라고 설명하지만, 관리는 목록에 적은 사람들이 다 그렇다고 말한다. 이어서 관리는 미안하지만, 자신의 사정을 봐줄 순 없다며, 다들 사정이 딱하다고 말하고는 어차피 지금은 에벨리를 볼 수도 없다고 알려주고서 다시 목록을 옆으로 밀어내며 에벨리가 여행을 갔고 짐을 싸들고 갔으니 하루이틀 만에 돌아오지 않을거라고 알려준다. 그 말에 놀라 어디로 여행을 갔냐고 질문하면서도 관리의 멱살을 잡을 뻔한다. 그 여행은 놀러가는 길이 아니라 죽으러 가는 길이고, 그 끝엔 분명 에인젤이 함정을 파놓고 기다리고 있을거라고 기겁해한다. 관리는 자기는 모른다고 대꾸한다. 그 말에 발을 구르다가 돈을 꺼내서 관리에게 내밀고는 펜 좀 빌려달라며, 빈 종이도 달라고 말한다.

이후 나비에에게 편지[14]를 보낸다.

에인젤의 함정에서 에벨리를 구하기 위해 에벨리가 타고 있는 배에 승선한다. 하지만, 귀족이 아니면 특실을 사용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에 에벨리가 머무는 방과 같은 층에 머무르지 못하고, 새벽녘 즈음에, 클로디아 대공의 사주로 인해 배는 침몰하기 시작한다. 에르기, 에벨리, 클로디아 대공비는 구조선에 올라타려고 했으나, 클로디아 대공의 사주를 받은 선원과 알레이시아의 사주를 받은 선원이 각각 클로디아 대공비와, 에르기만 구하려고 하는 바람에 소동이 벌어지고 그 사이, 에르기, 에벨리, 클로디아 대공비는 바다에 빠지고 만다.

바다 도료를 바르고 탄 덕분인지 에벨리는 바다에 가라앉지 않았으나, 탈출하는 승객들이 가져온 짐이 바다로 떨어지고 있는 위험한 상황이였다. 이에 다르타가 주위 선원들의 만류를 무시하고 에벨리를 구하기 위해 바다에 뛰어들어 에벨리를 구하고는 자신을 잡게 한 후 다시 배에 올라타 에벨리를 구해낸다.

이 과정에서 다르타가 에벨리를 구하는 걸 본 크로우는 까마귀로 변신해 밧줄을 에르기와 클로디아 대공비의 사이로 던진 후, 변신을 풀고서 밧줄을 잡아당긴다. 크로우가 새대가리 일족임을 눈치챈 에르기는 밧줄을 받자마자 한 손에 감고, 다른 한 손으로는 클로디아 대공비를 품에 안는다. 이윽고 에르기와 클로디아 대공비 역시 갑판 위로 올라오기 시작한다. 그렇게 에르기, 에벨리, 클로디아 대공비는 무사히 갑판에 거의 도착한다. 자신과 에벨리를 도와준 선원은 끌어올린 밧줄을 난간에 묶고서 잠시만 버티라고 외친다. 에벨리부터 끌어올려달라고 외친다. 선원은 다가와서 에벨리부터 갑판 위로 들어올린 후 자신도 끌어올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다른 선원은 자신을 들어올리는데 도움을 주지 않는다. 거기다가 그 선원은 밧줄을 떨어뜨려버리고서, 자신을 끌어올리고 있던 선원을 밀어버린다. 이로 인해 선원은 바다에 빠지게 되고, 자신도 덩달아 바다에 빠지고 만다. 게다가 바다 도료를 바르지 않고 탑승한 것 때문에 가라앉고 만다.

다행히도, 하인리가 보낸 새대가리 일족 사람들에 의해 구출된다. 이후 어느 섬에서 정신을 차린다. 무의식 중에 기침을 하며 가슴을 두드리다가, 뒤늦게 주위를 둘러본다. 하나같이 다들 벌거벗고 있는 새대가리 일족 사람들의 모습에,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난다. 그들의 리더로 보이는 사람이 앞으로 나서며 웃으면서 무서워하지 말라며, 자신들은 위험한 사람들이 아니라고 말한다. 위험해보이진 않지만, 좀 변태 같아 보인다고 생각한다. 옷 좀 입으라고 소리지르지만, 리더는 괜찮다며, 자신들은 하인리 황제의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게 옷이랑 무슨 상관이냐고 대꾸하지만, 리더는 그렇게 보기 곤혹스럽냐고 묻는다. 이에 수긍하지만, 리더는 자신을 부른다. 그만 부르고 옷 좀 입으라고 소리지른다. 하지만 리더는 자신의 옷을 빌려달라며, 급하게 오느라 옷이 없다고 말한다. 그 말에 벌거벗은 꼴을 하고 여기까지 온 거고, 급하게 오면 옷을 벗고 온단거냐고 황당해해 리더를 쳐다본다. 하지만, 리더는 '우리는 다르타 양이 벗고 있어도 곤혹스럽지 않으니, 안심해라'라고 말한다. 그 말에 더욱 황당해해 그래서 바꿔 벗자는거냐며, 미쳤냐고 소리지른다. 새대가리 일족 사람들에게 옷을 구해다 입힌 후에야, 서대제국으로 떠난다.

한편 동대제국으로 돌아온 에벨리는 재산관리인으로부터 다르타가 친언니라는 사실을 안다.

다시 서대제국으로 와 나비에를 찾아간다. 하인리 황제의 부하들은 다 이상하다고 말한다. 이 말에 나비에는 되묻는다. 다들 막 벌거벗고 다니고, 분명 옷을 입히는데 다음 날이 되면 하나 둘은 또 벌거벗고 있다며 "변태예요. 변태."라고 말한다. 나비에는 말없이 자신을 품에 안고 등을 토닥거리면서 고생했다며, 이렇게 건강히 돌아와서 기쁘다고 말한다.

씻고 휴식을 취한 후, 나비에와 식사를 하면서 자신과 에벨리가 친자매라는 것 외에도 많은 사실을 알려준다. 에벨리가 클로디아 대공이 일으킨 선박 사고에 휘말려 바다에 빠졌는데 자신이 구출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시무룩해하다가도, 그래도 살아나서 다행이라고 중얼거린다. 나비에는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야 앞으로 어떻게 하고 싶냐고 질문한다. 자신이 에인젤의 옆에 있으면 에인젤은 에벨리를 죽이려할 것인데다, 그는 너무 무섭다며 에인젤에겐 가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나비에는 에벨리에게 가는 것에 대해 질문한다. 아직도 상처가 남아서 복잡하긴 하지만, 에벨리가 힘들어하는 건 보고 싶지 않고, 에벨리도 아마 자신을 얼굴 보기도 싫어할것인데다, 진실을 알린다면, 알리는대로 에벨리는 상처를 받을거라며 에벨리에게도 가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나비에는 상시천에게 가는 것에 대해 질문한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말이 안 나온다는 듯 포크를 내려놓고서 우물쭈물하다가, 한참을 고민한 후에야 에인젤이 자신을 못 찾게 다른 사람으로 살고 싶고, 도적이 되고 싶지도 않다며, 상시천에는 이제 빈셀이 없다고 말한다. 나비에의 눈치를 보다가, "황후 폐하의 옆에 있으면 안 될까요? 에인젤이 절 찾기 쉬울까요? 이름 바꾸고 얼굴 가리고 있으면 못 찾지 않을까요? 에벨리가 여기 놀러오면 늘 얼굴을 가리거나 다른데 자리를 피할게요. 그러면 저인 줄 모를거예요. 그러니까...... 황후 폐하께서는 절 받아줄 마음이 있으세요?"라고 말한다. 이에 나비에는 손을 뻗어 자신의 손을 잡고 웃으며 "다르타. 네가 내게 오길 언제나 기다렸단다. 드디어 내 것이 되었구나."라고 대답한다.

이후, 새로운 사람으로 살고 싶다고 나비에에게 요청한다. 이에 나비에는 성과 이름을 새로 만들어오면 그걸로 새 신분을 만들어주겠다고 제안한다. 이스쿠아의 성을 그대로 사용하는 걸 고민하다가, 어차피 몰락한 가문이니 철자만 바꿔서 사용하기로 한다. 이후 자신의 이름과 친부모인 이스쿠아 부부의 성, 양모 빈셀의 성을 죄다 합쳐서 '다르타샤 빈셀 이스쿠아'라고 성과 이름을 새로 만든다. 나비에는 자신이 새로 만든 성과 이름으로 새 신분을 만들어준다.

이후 나비에는 상시천에게 '내 밑으로 들어오라'는 제안을 했다고 알려주고서 원래는 상시천을 설득하려고 했다며, 그래야 자신이 나비에에게 돌아올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이에 자신이 상시천을 설득해보겠다고 자원한다.

말을 타고 상시천 마을로 가면서 자신이 만든 새 이름을 곱씹어본다. '다르타샤'란 이름은 다르타란 애칭이 나오도록 한 글자를 덧붙인 것이였기에 너무 대충 지었다고는 생각하지만, 이런 식으로라도 부모님을 되찾았다면 된 것이고, 중요한 건 서대제국에 새로 등록한 이름이 아니라 상시천을 설득하는 것임을 상기한다. 상시천에 대한 나비에의 제안을 듣고 자신이 상시천을 설득하겠다고 자원했던 걸 떠올리지만, 과연 상시천이 자신의 말을 듣겠냐며 자신감이 사라진다. 이내, 상시천을 설득하기 위해 하인리 황제의 직속인 지하 기사단에 대해 이것저것 조사했던 자료들을 만지면서 지하 기사단에 관한 이야기와, 그들의 수입과 위치, 음지에서 활동할 때 얼만큼 자유로웠는지에 대해 홍보할 생각을 하며 용기를 북돋는다. 빈셀의 일이 걸리긴 하지만, 상시천 안에 있으면 적이 죽는 일과 동료가 죽는 일이 한없이 많았기에, 상시천이 '동료를 죽인 놈들과 한패가 될 수는 없다!'라고 버틴다면 한패가 될 수 없는 나라가 없는 수준이라고 판단한다.

상시천 마을에 도착한 후 말에서 내린다. 말고삐를 쥐고서 숨겨진 마을 안쪽으로 들어간다. 자신처럼 상시천이 주워서 길러준 한 청년은 자신을 보고 인사하며 다가온다. 청년은 자신이 반가운 듯 바로 앞까지 다가오지만, 빈셀의 일이 떠오른 듯 슬픈 표정으로 자신을 안아준다. 자신은 괜찮다고 말하고서 덩달아 청년의 등을 두드려준 후 켈트렉에 대해 묻는다. 이에 청년은 켈트렉은 나갔다고 알려준다. 언제쯤 오는거냐며, 오래 자리를 비우는거냐고 묻는다. 청년은 한 두 세시간이면 올 거라고 알려주고서 말을 공용 마구간 안에 넣어두겠다고 말한다. 청년에게 말 고삐를 건내준다. 청년은 말머리를 쓰다듬으면서 공용 마구간으로 말을 가져간다. 그 사이에 좋은 말이라며, 혹시 누가 가져가진 않겠냐고 걱정하며 말을 바라본다.

모테 생각이 나 부천주의 집으로 간다. 부천주의 아내도 자신을 보자마자 자신의 소식을 듣고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냐며 눈물을 글썽이면서 꼭 안아준다. 한참동안 다정하게 위로해주던 부천주의 아내는 잠시 뒤, 자신이 평소 좋아하던 음식을 해주겠다며 부엌으로 가면서 모테 좀 보고 있어달라고 부탁한다. 음식을 안 해줘도 괜찮다고 말하지만, 부천주의 아내는 어차피 식사 시간이 다 되간다고 말하며 부엌으로 간다. 진짜 괜찮다고 중얼거리다가, 열려있는 창문을 본다. 아직 켈트렉이 오지 않은 것에 빈셀과 자신이 살던 집을 바라보다가, 못 들어가겠다고 생각한다. 요람으로 다가가 모테를 바라보며, 못 본 사이에 더 귀여워졌다고 말한다. 모테는 자신을 보자 웃으면서 손을 내민다. 자신도 덩달아 웃으면서 모테를 안아들지만, 순간 이스쿠아 자작부부의 사건을 추가로 조사할 때 봤던, 다들 찝찝해해 없애버린 탓에 이제는 몇 장 남지 않은 라스타 황후의 초상화가 떠올라 흠칫한다. 모테가 라스타와 좀 닮았다고 생각해 손을 치우고서 모테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그 순간 모테의 외모가 라스타와 동일인물 수준으로 빼닮았다는 사실을 알아챈다.

모테가 라스타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후, 고민에 잠겨 상시천을 설득하는 일마저 등한시하고 만다. 이에 상시천 도적들은 어이없어해 상시천을 설득하러 와 놓고서, 정작 자신이 말을 안 하고 있으니 서대제국에 들어갔을 때의 장점까지 계산하고 있다고 타박한다.

며칠 동안 고민하다가, 부천주 부부와 켈트렉만 불러 혹시 모르니, 이 이야기는 절대로 다른 사람한텐 하지 말라고 말한다. 이에 부천주 부부와 켈트렉이 무슨 일이냐고 묻자, 모테라고 말한다. 모테의 이름이 거론되자, '너 귀족들 중에 짝사랑하는 상대라도 생긴 거 아니냐'고 놀리던 부천주는 얼굴이 굳은 채 반문한다. 모테가 라스타 황후의 딸일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모테라스타 황후의 딸이라는 사실에 부천주는 놀라서 눈이 커다랗게 떠지고, 켈트렉도 경악하며 그럼 우린 동대제국과 얽히면 완전히 망하는 거 아니냐며, 소비에슈 황제가 그 일로 엄청 화나서 글로리엠 공주도 폐위하고 라스타 황후도 탑에 가뒀다고 말한다. 부천주의 아내도 입을 손가락으로 틀어막고서 단순히 망하기만 하겠냐고 중얼거린다. 입을 뻐끔거리다가 당황한 켈트렉은 벌떡 일어났다가, 다시 도로 앉으면서 나비에는 모테를 싫어하니, 얼굴을 보자마자 집어던질 거라며 나비에에게 가도 마찬가지일거라고 말한다. 이에 발끈해서 나비에는 그런 사람 아니라고 반박하지만, 켈트렉은 코샤르의 성정을 보라며, 코샤르의 동생인 나비에의 성격이야 뻔하다고 대꾸한다. 나비에는 진짜 안 그렇다고 재차 반박하지만, 켈트렉은 코샤르는 남들 앞에서는 훈련받은 개처럼 굴 뿐, 자신 앞에서만 미친 개처럼 군다고 대꾸한다.

이때, 부천주는 아예 월대륙 연합에 들어가는 건 어떠냐고 제안한다. 그 말에 대번에 반대하며, 에인젤은 사람을 체스말처럼 이용하는 인간이라, 모테의 존재를 알게 된다면 뼈까지 쪽쪽 이용해먹을 것이라고 지적하고서, 그는 나비에의 관심을 끌려고 온갖 짓을 다 하는 이상한 변태라고 말한다. 잠든 모테를 내려다보던 부천주의 아내는 지금 월대륙은 월대륙 연합과 제국 연합이 완전히 나누어먹고 있어서, 어느 쪽으로 숨든 두 연합 중 하나에게 걸릴 것이라며, 차라리 촛불 아래에 숨듯 제국 연합 밑으로 들어가는 게 낫다고 말한다. 이에 켈트렉도 굳이 아기의 얼굴을 꼼꼼히 보진 않을거라고 수긍한다. 부천주의 아내도 그 그림자에 모테를 숨기자고 제안하며, 식구들 얼굴까지 하나하나 보진 않을테니 잘 숨길 수 있을거라고 말한다. 부천주는 주먹을 쥐며 모테를 건드리려 들면, 동대제국 황제라도 가만 안 둘거라고 중얼거린다. 그 말에 켈트렉은 황당해하다가, 모테를 내려다보며 크면 클수록 눈에 띌 거라고 걱정한다. 부천주의 아내는 모테를 품 안에 넣고서 남장을 하고, 나이가 차면 머리를 염색하고, 나이도 위장해서 키우자고 제안하며, 그러면 아무도 모테가 공주라고 생각하지 못할거라고 말한다.

후에 서대제국의 치유 마법사가 되며 다르타와 에벨리는 자매가 각 제국의 치유마법사로 대성한다.



[1] 과거, 빈셀의 반대로 다르타는 도적질을 하진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군사들이 들이닥쳤을 때 한 몸 지켜 도망은 갈 수 있어야한다'는 빈셀의 주장 아래에 다르타는 무술을 어린 시절부터 익혔다고. 이 덕에 다르타는 어떤 무기에 당했을 때, 어떤 형태의 부상을 입는지도 대번에 파악할 수 있었다.[2] 성인이 되어 마법사로 발현하는 경우는 드물었기 때문이였다. 나비에는 인위적으로 마법사가 된 케이스였는데 반해, 다르타 쪽은 정말로 드물게 성인이 되어 마법사로 발현한 케이스였다.[3] 제국 연합이 탄생한 후 마법 아카데미에 속한 학자들 몇 명은 표면적으로는 "동대제국과 서대제국, 두 나라의 교분을 위해서다"라는 명분이였으나, 나비에가 월대륙 연합 본부에서 말한 "서대제국은 인위적으로 마법사를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을 진짜로 확인하기 위해 서대제국에서 지내고 있었다. 서대제국 측도 굳이 학자들을 뿌리치지 않았으며, 학자들에게 실제 마력 감소 현상에 관해 연구한 기록을 넘겼다고 한다.[4] 당연하지만 지금 이 도적의 발언은 그야말로 적반하장 격인 망언이다. 애초에 제국 연합 측에서 상시천을 토벌하는 이유는 상시천이 여러 나라를 상대로 약탈을 저지르고, 멀쩡한 부모에게서 아이들을 유괴하는 등, 매우 큰 피해를 끼쳤기 때문이였다. 그럼에도 이 도적은 자신들이 피해자인 마냥 굴며 다르타에게 복수를 종용하는 것.[5] 이 광경을 다름아닌 새대가리 일족인 크로우가 지켜보고 있었다.[6] 사실 기사들 입장에서는 상시천의 악명을 감안하면 불만을 가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단지 상시천 출신이라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출신을 트집잡아, 도를 넘은 폭언을 일삼고 일방적으로 모욕하는 건 황궁 소속 기사가 할 짓은 결코 아니다.[7] 빈셀은 다르타가 서대제국에 자리를 잡았다는 소식을 듣고 최대한 걸리는 요소를 다 치우기 위해서 큰 돈을 들여 다른 사람의 명의로 집을 구매해뒀다. 이후 밝혀진 바에 의하면 빈셀은 다르타가 나비에 황후를 만나러 갔을 때부터 만약 나비에 황후가 다르타를 받아준다면, 상시천에 있는 것보다 차라리 다르타가 양지로 나가 사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하고 있었다.[8] 북왕국 부근에 자리를 잡았고 사정이 있어서 서대제국에 빠른 시일 내로 돌아올 수 없다는 내용.[9] 서대제국 측에서 상시천에게 보복을 가하지 않는게 오히려 더 이상한데, 마스타스는 서대제국의 귀족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그냥 귀족이 아닌 나비에 황후의 시녀 출신이자 하인리 황제의 직속인 지하 기사단의 단장으로, 서대제국 황제-황후 부부의 최측근이라는 어마무시한 배경까지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나비에와 하인리 입장에서는 일개 도적에 불과한 상시천이 자신들의 최측근을 죽이려고 들었으니, 서대제국과 제국 연합에게 대놓고 선전포고를 한거나 다름없는 상시천을 소탕하는게 당연하다. 또한 마스타스와 연인 관계인 코샤르부터가 대노해서, 나비에와 하인리가 나서기도 전에 상시천을 괴멸시킬 게 뻔하다.[10] 바로 이 광경을 다름아닌 에벨리가 나무 뒤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에벨리는 지금의 자신이라면 빈셀을 살려줄 수 있기에 그녀를 살려줄까 고민하지만 다르타가 마스타스를 죽이려한 상시천 도적들과 한 패이며, 다르타 역시 마스타스를 습격하는데 일조했다고 오해하게 되면서 그녀에 대한 실망과 배신감에 더해 빈셀이 마스타스를 죽이려했다는 것까지 겹쳐 결국 이를 외면하고 만다.[11] 다르타의 친부모가 이스쿠아 자작부부라는 것.[12] 재산을 탕진할 때까지 잃어버린 두 딸을 찾아다녔다는 내용, 많은 사기꾼들이 그랬듯 사교계 안에서 평판이 좋았다는 내용, 특이하게도 '마법사 에벨리'를 몹시 구박했다는 내용.[13] 에인젤의 제안을 거절하겠다는 것.[14] 에인젤이 에벨리를 해치기 위해 함정을 팠는데, 에벨리는 이미 궁전을 떠났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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