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대조영(드라마) 줄거리에 관한 문서.극중에서 대조영의 비중과 역할이 점차 커져가는 것을 토대로 설명하고 있다. 초반에는 그저 그런 노예로 출발했지만 끝으로 갈수록 고구려의 유일한 희망, 나아가 왕이 되는 것이 그러하다.
2. 고구려의 패망
고구려의 패망이라는 소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그리고 역사가 알려주듯이 이 챕터에서는 희망보다는 절망의 비중이 매우 크다. 따라서 적들이 아군을 공격하는 것은 상세하게 여러 번 등장하지만, 아군이 적을 이기는 경우는 생략되어 나오는 경우가 다분하다. 기껏 승리하는 전투가 나와봐야 손에 꼽을 정도다.심지어는, 같은 계책을 서로 한 번씩 사용했지만서도 아군은 보여주지 않고 결과만 언급되지만, 적군은 아군을 죽이는 장면을 상세하게 보여주고 참혹한 패배의 장면도 여럿 보여준다.
이는 고구려가 수렁에 빠져 결국엔 패망의 길로 들어선다는 암시와 장치로 볼 수도 있겠다.
2.1. 1차전쟁
2.1.1. 당나라의 공세
서기 645년. 당나라는 고구려를 침공한다. 첫 시점은 요동성. 벌써 그전의 몇 개의 성들은 완파 당했고 천리장성의 시작점인 비사성도 함락당했다. 요동, 나아가 고구려의 희망은 이제 요동성에 달렸다. 이때 당나라는 육로와 수로로 고구려를 침공해왔는데, 수군에는 장량이 비사성을 함락시킨 후 장해군도 앞바다에서 대기중에 있었고, 육군에는 이적이 대병을 이끌고 요동성에 달했다. 당태종 이세민은 후발대로 천천히 이적과 합류하기 위해 북상중이다.이때 당나라의 육군, 즉 요동도행군의 부총관이었던 강하왕 이도종이 계략을 낸다. 이전에 함락시킨 성에서 가족들을 고기방패로 삼아 요동성을 함락시키자는 것. 이적은 반대하였지만 이도종은 강행하였고, 밤이 되어 공격은 시작된다. 잠깐 망설이던 요동성의 병사들. 눈물을 머금고 그들은 가족들을 활로 쏘며 극렬히 저항한다. 이윽고 공성전에서 대패한 이도종. 대총관 이적이 이도종을 불러 책임을 추궁한다. 곧 황제께서 오시는데 이 실패를 어찌할것이냐면서 노기를 감추질 못하는 이적. 돌파구를 가져오지 못한다면 목을 내놓으라고 엄포를 놓는다. 황제의 오촌조카였던 이도종은 혈통을 제외하곤 이적에게 대항할 수 있는 무기가 아무것도 없다. 계속해서 본인을 무시하는 것 같지만 결국 분을 삭이는 이도종.
뾰족한 수가 없던 당나라측에 활로가 생긴다. 대조영의 숙적, 설인귀가 처음 등장해 꾀를 낸 것이다. 그러나 이때 당시엔 군량창고를 지키는 일개 병졸에 불과하였기에 이적에게 직접 브리핑을 할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어쩔 수 없는 설인귀는, 지나가던 부관급의 부복애라는 장수를 붙잡고 진언한다. 꼭좀 이적에게 직접 말해달라는 설인귀의 부탁을 무시한 부복애는 이것을 그대로 이도종에게 가져다 바치고 장군이 된다. 설인귀는 군공을 조금이라도 나눠받고자 부복애를 다시 찾아왔지만, 군영이탈죄를 물어 곤장을 맞고 더욱이 좌천된다.
그 꾀는 바로 요동성의 군량창고의 위치. 군량창고라 하면 어느시대든 마찬가지지만, 안시성에서도 지원이 나와 교대로 당직을 서며 지킬정도로 최중요 요충지였다. 설인귀의 꾀와 이도종과 부복애의 화공으로 군량창고는 불에 타버리고 요동성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맞닥뜨리고 만다.
안그래도 열세인 요동성의 상황은 더욱 악화가 된다. 요동성주 고사계가 제장들을 모아놓고 회의를 연다. 맞불작전을 놓자는 의견이 제일 그럴듯해 받아들여졌고 이 작전을 요동측 총사령관, 양만춘에게 전달된다. 그러나 당나라의 군량은 당황제 이세민이 직접 싣고 오고 있었고 이 기습작전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요동 전병력을 투입해도 이세민의 본대를 쳐서 이길 순 없었기 때문. 따라서 양만춘은 요동성의 구원을 포기한다. 요동성에서는 배를 곯는이가 속출한다. 차라리 항복해서 밥이라도 먹고 죽겠다는 백성들의 분노를 본 장군 대중상. 대중상은 양만춘의 부장으로써 안시성의 지원군의 대장격으로 온 인물이었다. 대중상은 이 원성을 달래고자 적장과 일기토를 벌인다. 일기토의 당사자는 좌효위대장군 방효태. 당나라의 대장군격의 인물이었고, 당나라 군문에서 제일 창을 잘 쓰는 인사라고도 했다. 이런자와 겨뤄 승리를 쟁취하는 대중상. 겨우 백성들의 사기를 끌어올려 원성을 가라앉힌다.
그러나 이는 임시방편. 수세에 몰린 요동성은 마지막 비책을 쓰기로 한다. 바로 이세민의 암살을 획책하는 것이었다. 그 장본인으로 또다시 대중상이 나가는데, 제법 호위를 뚫고 나아가는것이 아닌가. 심지어는 이세민의 몸에 칼까지 갖다대는 위업을 이루어낸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전시상황. 이세민은 갑주를 차고 있었고 암살은 실패하고 만다. 호위대장이 대중상을 처형하려 하지만, 이 호위대장과 대중상을 싸움붙여 호위대장의 체면도 살려주려 노력하는 이세민. 그러나 대중상은 동세대에서는 적수를 찾기 힘들정도의 강력한 무장이었다. 호위대장을 베고 다시금 이세민에게 다가가는 대중상에게 결국 비보가 들려온다. 요동성이 함락되었다. 그리고 대중상은 포로가 된다. 설인귀는 매질을 당한 이후 대중상을 감시하고 관찰하는 옥졸수의 역할을 맡게 된다.
고구려의 입장에서 볼 때, 이제 요동성이 뚫렸으니 평양성까지는 직행이었다. 몇 개의 강이 있긴 하지만 그것들은 이세민에게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못한다. 다른 성들은 제법 견고했지만 굳이 싸울 필요 없이 남하만 하면 바로 평양성인 형국. 이에 이세민은 제장들을 치하했고, 양만춘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해졌다. 이제 양만춘의 제 1 목표는 적들이 평양성으로 가지 못하게 막는 것이 되었다. 그러나 적들을 성 밖에서 요격을 하면 승률은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지는 것이 자명한 일. 어떻게든 당나라 군대를 평양성이 아닌 다른곳으로, 가급적 본인이 있는 안시성으로 시선을 돌려야만 했다.
이를 양만춘은 과거 을지문덕이 수나라의 우중문에게 사용했던 책략인 '여수장우중문시'를 그대로 사용해 이세민의 발길을 돌린다. 양만춘의 이명은 을지문덕의 후계자. 을지문덕이 우중문에게 썼던 그 편지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가 당태종에게 쓴 것이다. 이에 당나라 수뇌부는 발칵 뒤집힌다. "평양성까지 직공을 가면 사실상 끝나는 일이니 무시하고 가자"는 기존의 이적의 의견이 다시금 떠올랐다. 이에 맞서 당나라의 승상인 장손무기도 의견을 제시한다. "이는 계략임에 틀림없고 잘못하면 패배할 수도 있다. 그런데 황제가 친정을 하는 전쟁에서 패배를 하는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니 만사에 신중을 기해 불안요소를 다 제거하고 가자"는 입장이 그것이다. 이에 이세민은 장손무기의 손을 들어준다. 나아가, 본인을 상대로 이렇게 도발을 한다면 명장임에 틀림없는데, 이런 장수를 배후에 두고 진격할 순 없다는 군사적인 판단도 내린다.
한숨이 턱끝까지 올라왔지만, 어전임을 감안하여 겨우 참는 이적. 결국 당나라의 대군은 안시성으로 발을 돌리기로 한다.
시점은 바뀌어 다시금 요동성. 본대가 빠진 요동성에 대중상이 갇혀있다. 설인귀는 대중상을 죽게해선 안된다는 명령이 있어 계속해서 살려두고 있었는데, 대중상이 죽은 척을 하자 식겁하고 대중상에게 다가간다. 그러나 이는 함정. 설인귀를 제압하고 말을 가져오라고 협박한다. 어차피 설인귀는 대중상이 풀려난 시점부터 살긴 글른 셈이 되었다. 이럴 바엔 대중상을 도와 빠져나가자는 판단을 하게 되고 같이 도주하다가 고구려의 지원군이 그들을 살려주면서 대중상과 설인귀는 겨우 목숨을 부지하게 된다. 고구려의 지원군으로 온 장수는 대중상의 친우인 장군 부지광. 백암성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고구려의 유력가문인 부씨가문의 장군이라고 한다. 대중상은 살았고 설인귀는 대중상의 자비로 겨우 목숨만은 부지해 정처없이 떠돌게 된다.
겨우 살아돌아온 대중상을 반기는 양만춘. 그리고 진즉 성을 빼앗기고 안시성으로 몸을 의탁하고 있는 고사계, 대중상의 의제인 돌발과 대중상의 부장인 무염, 요동성 지원을 같이 나갔던 고사웅과 부지광까지 일곱명의 안시성 수뇌부는 이세민을 막을 궁리를 하게 된다. 처음 세운 목표는 백암성의 손대음 성주와 함께 연대해서 막아보자는 것이었는데, 손대음은 적을 보고 항복을 해버린다. 대노하는 양만춘. 이제 요동성의 총력은 이곳 안시성에 집중되었고 사실상 고구려의 명운도 여기 달린 셈이 되었다.
이때 고구려의 중앙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하면, 대기중에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당나라의 수군이 평양성 인근의 해역에서 대기하고 있었기도 했고, 적들이 발을 빼지 못하는 타이밍을 노려 섬멸작전을 펼칠 요량이었기 때문이다. 고구려 중앙의 제 1 권력자 연개소문은 양만춘이 잘 해내주길 바라면서 칼을 갈고 있었다.
안시성으로 온 당나라 대군. 동서남북으로 포위해 안시성을 공격하기로 한다. 장군들을 각 성문으로 배치하는 이세민. 이에 이도종은 자신만만하게 대답을 한다. 그 이유는, 안시성에 내통자가 있었기 때문. 정확히는 내통자라기 보단 스파이가 침투해 간 셈이다. 이도종은 백암성에서 부지광의 가족들을 고문했는데, 집사격인 신홍이라는 청년을 안시성으로 보내 부지광과 내통코자 했던 것이다. 부지광은 고심끝에 결단을 내린다. 나라를 지킬사람은 많지만, 가족을 지킬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판단 하에 편지를 써서 양만춘에게 보내고 내통을 시도한다. 이도종이 갈 남문의 성문을 열라는 신홍의 말을 듣고 따라갔지만, 대중상이 눈치채고 막아세운다. 엄밀히는, 일부러 들켜서 대중상을 고구려의 영웅으로 만들고, 가족들도 지키고 나라도 지키되 자신만 희생하자는 생각으로 계획을 세운 것이다. 뒤늦게 깨달았지만 부지광은 이미 대중상의 손에 죽음을 맞이 했다. 양만춘의 사자가 약간 늦은것이다. 결국 부지광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게 하려고 함정의 함정을 파 놓는다.
약속된 날짜. 남문에서 이도종이 내통해서 들어간 후, 북문을 열어 이적과 앞뒤에서 협공을 하겠다는 계략을 역이용 한 양만춘. 성벽에서 매복을 해 이도종의 남문 군사들을 떼몰살을 시킨다. 이도종도 어깨부상을 당한 상황. 도망은 쳐보지만 금새 따라잡혀 이도종마저 죽게 되버린 상황에서, 설인귀가 다시금 말을 타고 등장해 고구려군을 쓸어버리고 이도종을 유유히 구출해 나간다. 신과도 같은 창술을 사용하는 설인귀는 얼굴에 가면을 쓰고 있었는데, 이것 때문에 대중상은 설인귀를 알아보지 못한다.
전초전과 서전에서 대패를 당한 당나라측. 적막만이 감돈다. 이도종을 살짝 문책하고 설인귀를 소환하는 이세민. 설인귀의 소원을 묻는다. 당돌하게도 설인귀는 장군직을 요구한다. 도를 넘은 보상요구에 승상부터 말단 부장까지 극대노를 하지만, 이세민은 수용해준다. 이도종을 구한 공로를 인정해주고, 모든 장졸들은 공을 세우면 출세할 수 있다는 본보기를 보여주기 위함이란다. 따라서 설인귀는 유격장군에 봉해져 공성을 진두지휘하는 역할까지 올라오게 된다.
좌우지간 전초전에서 패배한 당나라는 깡으로 공성을 시도한다. 그러나 백성들과 병사들과 혼연일체가 된 안시성은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수차례 실패를 겪은 당나라 수뇌부. 이에 장군으로 승급했던 부복애가 계책을 낸다. 토산을 쌓아 적을 공격하자는 것이다. 고구려가 성벽 위에서 공격을 하니 유리했던 것이지만, 우리가 역으로 위에서 공격을 하면 유리하지 않겠느냐는것이 골자다. 설인귀는 반박을 하려 했지만, 이세민과 장손무기가 화색을 하며 계책은 수용이 된다.
토산이 쌓여지면 패배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지사. 양만춘은 적들의 움직임을 보곤 토산임을 금새 알아차리고 대비에 나선다. 야습부대를 보낸 것이다. 그러나 설인귀는 심리를 이용해 매복을 하고, 대중상을 대파한다. 여기서 두 번째로 조우하는 라이벌들. 당나라에 충성하지 않을것을 믿고 놓아준 것이라고 일갈하는 대중상에게, "난 아직도 내 적이 누군지 모른다."라는 명언을 남긴다.
이 방어전을 성공으로 이끈 설인귀에게 이세민은 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이도종은 똥씹은 표정을 짓는데, 바로 설인귀가 이도종의 말을 듣지 않고 임의대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이를 이도종의 공으로 돌린 설인귀였지만, 그럼에도 화가 풀리지 않는 이도종. 설인귀는 결국 가슴속에 품은 울분을 토해낸다. 목숨을 구해준 것과 공을 진상한 점, 또한 졸장부처럼 자꾸 시기하는것을 지적하면서 불만이면 지금죽이라고 강짜를 놓는다. 이에 이도종은 설인귀의 기개를 다시 봤다면서 화가 누그러진다. 부복애도 한마디 하려 했지만, 황족인 이도종과는 다르게 부복애는 설인귀와는 동렬선상. 무력으로 제압되어 협박을 받는다. 언젠간 죽여버릴 것이라는 경고서린 협박을 받은 부복애는 겁을 먹고 태도를 약간이나마 고친다.
토성이 완공되기 전까지는 움직이지 않는 당나라. 폭풍전야와도 같다. 이 찰나간의 휴식을 취할 겸 대중상은 아내인 달기의 옆으로 간다. 만삭인 달기는 대중상과 이야기를 하다 절묘한 계책을 마련한다. 바로 토산의 밑을 파서 무너뜨리자는 것이다. 처음에는 웃어넘기려던 대중상이었지만 제법 일리가 있음을 깨닫고 양만춘에게 간다. 인원수가 모자라지 않냐는 지적은, 백성들에게 도움을 호소해 해결한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토산의 밑을 파는 그들. 결국 해자의 물에 다가간다.
이틀 정도면 파내어 매장시킬 수 있음을 계산해낸 대중상과 돌발. 그러나 토산이 먼저 완공되었다. 다음날 아침에 침공한다 해도 하루 이상 시간이 부족한 고구려측. 고구려는 시간을 벌기 위해 또다시 묘책을 사용한다. 당나라에 사신을 파견한 것이다.
어차피 곧 안시성은 무너지니까 받지 말자는 이적. 그러나 장손무기와 이도종이 또다시 이적의 말에 제동을 건다. 황제의 베포가 있는데 사자를 받지 않는다는 것은 황제의 체면을 무너뜨리는것이라면서. 이번 역시 장손무기의 편을 들어주는 이세민. 사자를 반긴다. 사자는 놀랍게도 양만춘과 대중상. 성주가 직접 행차하였다. 그리고 대중상과 설인귀도 다시금 대면했다. 세번째 마주치는 그들. 이번에는 서로의 위치를 확인하였다. 양만춘의 심복임을 확인하는 설인귀와, 황제와 제법 가까이 앉아있을 정도의 위치를 확인하는 대중상. 놀라워하지만 자리가 자리인만큼 말은 하지 않고 넘어간다.
양만춘이 직접왔다는 것에 놀라워하고 격노하는 이세민. 미친 사람이라면 돌려 보내줄 것이나 양만춘이라면 죽이겠다고 엄포를 놓는다. 그런데 이를 역으로 더욱 눌러버리는 양만춘. 내 눈 앞에 있는자가 이세민이라면 날 중히 여겨 담화를 받겠지만, 죽인다면 졸장부임에 틀림이 없다며 되려 도발을 한다. 베포를 확인한 이세민은 분노하는 제장들을 만류하고 담화의 장을 연다. 공격하면 땅이 꺼져 토산이 무너질 것이라는 경고를 하는 양만춘. 잘 생각해보라며 되돌아간다. 무시하고 공격하자는 이적의 말을 또 또 무시하는 이세민. 토산이 무너진다 하더라도 아군의 병력이 더 많고, 또한 이는 허장성세일 것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이틀을 소모한다.
그리고 공격 전야. 수 시간 후면 토산을 이용해 안시성이 무너질 일만 남았다. 그런데 이게 왠걸, 하늘에서 유성이 떨어진다. 이 유성은 제왕지운(왕의 기운)을 타고난 별이란다. 그런 제왕지운의 별이 당나라측도 아니고 평양성도 아니고 하필 안시성에 떨어져 버렸다. 이게 무슨일인지 파악하기 위해 안시성측에서는 사람을 보내고, 당나라측에서는 천문학의 대가인 이적에게 자문을 구한다. 화성과 목성 사이에서 왔기 때문에 무인의 기운이 더해진 이 별은, 말을타고 칼을 차고 천하를 평정하는 제왕지운이라는 것이다. 이런 제왕지운이 왜 안시성에 갔느냐고 묻는 이세민. 이적은 답하기가 심히 곤란하다. 그러나 장손무기가 적절하게 대처해 상황을 모면한다. 저 자리에 들어간 것을 보면 황제께서 안시성을 점령하는게 아니겠냐는 것이다. 이것을 보고 기분이 좋아진 이세민은 군대를 최종점검한다.
안시성측에서는, 대중상의 집에 운석이 떨어졌다는것을 파악한다. 이래서는 안된다. 황제가 있는 이 땅에 제왕의 기운이라니. 그러나 잠시 묻어두고 적들을 맞이할 생각만 하기로 한다.
황금같은 이틀을 번 고구려측. 결국 토산을 무너뜨릴 준비가 다 되었다. 당나라측은 이틀간의 고민을 하다가 결국 공격을 감행한다. 흙먼지가 나부끼는 전장에서 성문과 성벽 모두 위태로운 상황. 고구려측이 짜증나게도 겨우겨우 버티자, 토산을 이용하라는 명령을 내리는 당나라. 토산에 올라선 병력들이 많아지자 양만춘은 물길을 내어 토산을 무너뜨린다. 당나라 대군이 무너졌다. 대패중의 대패를 당한 당나라와 이세민. 특히 당태종 이세민은 충격이 너무나도 크다.
공세를 유지할것인가를 두고 고심하던 이세민. 아직도 당나라의 병력은 안시성의 수배가 넘는다. 장량의 수군과 합세해서 안시성을 공략할까 고민한다. 그러나 이때 들려오는 비보. 장량의 수군이 대패를 당했다는 소식이다. 또한 연개소문이 북상하고 있단다. 이에 개국공신이자 친우, 그리고 문신과 무신의 수장들인 이적과 장손무기 단 둘만을 불러놓고 한탄을 하며 눈물을 쏟는다. 여지껏 갖고 싶었던 것들은 아버지의 자리든, 여인이든 나라든, 무엇이든 모조리 가졌지만 저 안시성만은 가지지 못해 속이 썩어 문들어지고 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는 퇴각을 결행한다.
당당하게 안시성에 가서 얼굴을 비춘 후에 퇴각을 하자는 판단을 내리는 이세민. 이는 패배가 아닌 회군임을 강조하면서 황제의 위용을 살리면서 돌아가자는 판단이 섞여 있었다. 그러나 이를 그냥 두고 볼리 없는 안시성의 장수들. 나가서 혼쭐을 내주자고 한다. 그러나 적의 목숨이 아닌 자존심을 꺾자는 양만춘은 이세민의 목이 아닌 눈을 노린다. 정확히는 황제의 깃발을 노린 것이다. 당구선수 뺨칠만한 시력과 실력을 지닌 양만춘은 황제의 깃발을 노리고 화살을 쏜다. 각도도 어지간히 정확하게 맞추었는지, 깃발이 쓰러지는 위치에 황제의 눈이 가격된다. 속이 썩어 문드러지는 상황에서 눈까지 다친 이세민은 자존심까지 다쳐버렸다. 그리고 이 부상당한 이세민에게 설인귀가 급히 달려와 지혈을 한다.
양만춘의 의도를 그대로 읽은 이세민. 회군령을 내린다. 고수전쟁에 이어 고당전쟁역시 고구려가 패배하지 않았다. 그러나 끝낼 수 있을 때 끝내지 못한 전쟁은, 끝내고 싶어도 끝낼 수 없다는 말과 같이 이세민을 옥죄어 온다. 고구려가 반격해 온 것이다. 장량을 무찌르고 온 연개소문이 벌써 요동까지 와 있단다. 승리한 양만춘 측은 잠시 휴식을 취할 겸 연개소문의 사자, 남부욕살 부기원을 맞는다.
2.1.2. 고구려의 반격
부기원은 양만춘을 알현하고, 양만춘에게 장해군도 앞바다에서의 대승을 아뢴다. 그리고 양만춘과 대중상에게만 알리는 첩보가 있는데, 이미 연개소문은 요동땅까지 와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나아가 30여년 전, 광개토대왕비에서의 맹약을 기억하라는 전언도 전한다. 그 전언은 중원 침공. 지극히 환빠스러운 부분이지만, 양만춘은 그 맹세를 기억하고는 숨을 고른다. 부기원은 연개소문이 북상하면 당태종을 협공하자는 전언을 잘 전했으니 개인적으로 궁금한 사항을 묻는다. 바로 제왕지운을 지닌 유성에 대한 것이었다. 평양성의 연개소문도 보고, 고구려의 태왕 보장왕도 보고, 여러 욕살들은 물론 다른 요동의 인물들도 본 것을 양만춘과 대중상만 모른다는 것에 강력한 의심을 품고 압박하는 부기원. 그러나 양만춘의 권위에 밀려 더는 묻지 못한다.
부기원이 안시성에 온 까닭은, 내면적으로는 제왕지운의 유성을 묻는것에 있었고, 표면적으로는 연개소문의 전언을 전하는 것이 있었는데 이외에도 한 가지가 더 있었다. 연개소문이 요동으로 북상할 때, 요동의 지리를 잘 아는 장수도 지원을 받기 위함이었다. 이에 적임자로 대중상을 지명하는 양만춘. 부기원도 이때다 싶었는지 대중상을 데려가게 된다. 그리고 이때, 대중상은 과감하게 자기 아이를 버리겠다는 결심을 한다. 그러나 양만춘이 강력하게 반대를 한다. 여지껏 고생을 한 대중상에게 그것은 너무나도 가혹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러고는 아이의 이름을 양만춘이 직접 지어준다. 감격하는 중상. 좌우지간 양만춘은 영화를 크게 누리라는 뜻으로 조영이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이를 듣고 달기와 조영에게 가는 대중상. 대중상은 목걸이 반쪽을 달기에게 나누어주며 아이 이름을 전달하며 연개소문에게 지원군으로 가세한다.
연개소문도 대중상에 대한 위명은 익히 들었는지 아는 체를 한다. 제법 반겼지만, 노회한 정치가였던 연개소문의 진심은 바로 제왕지운. 다시금 대중상에게 묻는다. 딸아이라고 거짓을 고하면서 아주 잠시 시간을 번 대중상. 그러나 이것이 먹힐리가 없었다. 직접 확인해보자고 강수를 두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대중상에게 이세민이 도움을 준다.
인근에 이세민이 당도했기 때문이었다. 사적인 일은 잠시 미뤄두고, 이세민을 추살하는데에 전심전력을 쏟으려는 연개소문과 고구려군. 맹렬히 추격한다.
이적과 소정방이 막아 세워봤지만 순식간에 대파당하는 당군. 그사이에 쥐꼬리만큼 도망을 쳐 겨우 거리를 벌리는 이세민의 본군. 여기서 대중상은 꾀를 낸다. 소규모의 기병만을 이끌고 연개소문의 삼족오 깃발을 빌려서 계곡에 매복해 있겠다는 술책이었다. 하필 이세민이 향하는 요하의 상류쪽의 계곡은 출구가 좁아 대군이 지나가기도 어려웠다.
대중상의 깃발을 보고 회군한다면 상책, 이것을 보고 주춤해 있는다면 그 사이에 연개소문이 추살하면 본전. 그대로 뚫고 지나가도 제법 시간이 소요될테니 밑져야 본전인 계책이었다. 흔쾌히 허락하는 연개소문. 대중상과 돌발과 무염이 나서서 당군을 막아세운다. 명장 설인귀는 위화감을 캐치 해 냈지만, 이세민이 당황해 듣지 않고 회군을 한다. 아니나 다를까 연개소문에게 또다시 대패를 당하는 이세민. 이제 남은 곳은 요하의 하류인 요택밖에 남지 않았다.
이 역시 설인귀가 말렸으나 딱히 대안이 없는 상황. 상류로 퇴각하면 연개소문에게 살해당할 것이고, 하류로 간다면 늪지대가 반길 것이다. 그래도 연개소문보다는 늪을 택한다. 설인귀는 이번에는 대안을 낸다. 묘책을 낸다. 곤룡포를 하사받아 황제 행세를 하면서 시간을 벌겠다는 것이다. 승상 장손무기가 반대했지만, 언젠 내게 병력이나 주어봤냐는 울분섞인 설인귀의 일갈에 조용해지는 당군 막사. 이세민은 눈물을 흘리며 설인귀를 인정하고, 반드시 살아 돌아오라는 황명을 내린다. 그리고는 군대를 정지시키고 황제만을 먼저 빼돌린다.
여지껏 도망치던 모습과는 다른 당나라 군대를 본 연개소문은 군대를 멈춰 세운다. 계략일 수도 있다는 판단 하, 군대를 휴식시킨 것이다. 대중상도 이상함을 눈치챘는지, 적진을 살피겠다고 보고하고 당나라 군영으로 들어간다.
황제행세를 하던 설인귀는 무서울게 없었다. 요동도 아니고 요택에서 황제얼굴을 알아볼 자가 누가 있으랴. 사신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하필 온 사람이 대중상이었기에 발각이 되고 퇴각을 결심한다. 설인귀는 이 기만술로 사흘을 번다.
대중상은 겨우 살아돌아와 공격을 진언한다. 대노하는 연개소문. 늪지대인 요택은 발을 떼기가 어려울정도의 천혜의 요새. 이 늪지대에서 뒤를 공격당하는 것은 멸살을 의미했다. 당나라의 수십만 대군은 그렇게 요택에서 연개소문에게 패배한다. 패배했지만 이세민만은 무사히 요택에서 탈출한다. 말에 엎혀서 기진맥진한채로 겨우 도주하던 이세민은 겨우 당나라 영토, 유성으로 들어가 안정을 취한다. 이곳에는 훗날 당 고종이 되는 태자 이치가 황제를 마중 나와 있었다.
이렇게 1차 침공이 끝나는가? 아니, 그것은 아니었다. 유성에서 휴식을 취하던 이세민은 설인귀의 무사퇴각을 반긴다. 그러나 퇴각해 온 병력은 오직 설인귀와 그의 부장 홍패 뿐. 나머지 병력은 몰살을 당했다. 이세민에게 들리는 이 군마소리는 당나라의 군마가 아닌 고구려의 군마소리였다. 이세민은 화병이 크게 터지고 기절을 한다. 연개소문에게 너무나도 화가 났던 것이다. 겨우 자리를 채운 이세민과 이치가 보고를 받으며 전황을 읽는다. 이적은 이때 적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가 되돌아와 보고를 한다. 고구려는 찰나간의 보복이 아닌, 중원 정벌을 하러 왔다는 것이다. 잠시 쉬고 있던 양만춘까지 도착을 해 유성을 포위 공격하고 있었던 것이다.
기가 너무나도 찼던 이세민은 눈에 피를 흘리며 노발대발하다가 다시금 또 기절을 한다. 이적은 퇴각을 진언한다. 유성을 내주어야만 했다. 시점은 돌아가, 연개소문 측. 그사이에 유성을 포함한 중원이 정벌당했다. 그러나 정벌은 했어도 지배는 요원했던 탓일까? 연개소문의 말을 따르자면 하북과 호북등 중원의 동쪽을 휩쓸긴 했으나 결국은 퇴각했다고 한다. 그리고는 만리장성을 다시 넘어서. 이 만리장성이 보이는 곳에 작은 최전방 기지인 '고려성' 쌓고 일차적인 중원 정벌과 고당전쟁은 막을 내리게 된다. 이번 1차 고당전쟁은 고구려의 압승으로 끝을 맺게 되었다.
2.2. 전간기
이제 고구려로 되돌아가야 할 시간. 이 고려성은 누가 지켜야하는가. 그리고 미뤄왔던 문제인 제왕지운의 아기는 어찌해야하는가. 또한 고구려는 어찌 나아가야 하는가. 이 문제를 두고 양만춘과 연개소문이 상호평대를 하며 의견을 나눈다.
우선 제왕지운의 아이 문제가 화두로 올랐다. 이 사안을 양만춘은 알고 있냐고 묻는다. 그 제왕지운의 아이는 대중상의 아이가 분명하다는 것까지도 캐치하고 묻는다. 양만춘은 모른다고 하면 어쩔테냐면서 강짜를 놓지만, 대중상을 죽이겠다고 엄포를 놓는 연개소문. 양만춘은 순순히 시인하며, 그깟 아이가 무에 무섭느냐, 이세민보다도 무섭느냐며 되묻는다.아이는 무섭지 않으나 본인에게 대적하려는 양만춘이 이세민보다도 더 무섭다는 연개소문의 말을 듣고 양만춘은 처음으로 말문이 막힌다. 이 이야기를 대중상이 한쪽에서 듣고 있다가 장수회의가 열렸다는 부장의 보고를 듣고 둘은, 아니 셋은 장수회의에 참석한다.
여기서 다른 논제를 두고 다투는 두 진영. 고려성에는 누가남느냐는 문제로 다투고 있었다. 여지껏 요동이 고생을 했고 요동과 고려성의 거리가 머니까 평양의 군부가 맡아달라는 의견과, 이 고려성은 요동보다 평양성이 더 멀다는 의견 둘이 양립하고 있었다. 이에 양만춘은 고려성을 버리자고 진언한다.
"양만춘 대장군이 그렇게 말하면 들어야지요." 라고 의뭉스럽게 답변하는 연개소문. 그 말대로 고구려는 고려성을 버리고 퇴각한다. 고구려의 향방은 되돌아가서 해도 늦지 않을터이다. 제왕지운의 아이의 일은 주변인이 많아 잠시 미뤄두었다.
영웅적인 개선을 하는 두 장군들. 보장왕이 등장해 두 장군을 치하한다. 연개소문은 이 전쟁의 일등공신은 당연히 양만춘임을 내세우며, 양만춘에게 정치적인 공작을 가한다. 바로 대막리지 바로 밑의 직책인 막리지 직을 추천한 것이다.
이 막리지 선임은 여러 정치적인 이유가 내포되어 있었다. 둘도 없는 친우인 양만춘을 대우 한다는것이 첫 번째. 두 번째는 오부가의 귀족들을 더더욱 견제할 장기말이 늘어난다는것이 그것이었고 마지막 이유는, 요동의 정치적인 입지를 빼았아온다는 것이 그것이었다.
이러한 정치적인 이유는 연개소문과 부기원만이 모두 눈치를 챘었고, 양만춘과 오부가의 대가들은 서로 정적이 될 것이라는 하나의 이유만을 겨우 간파해내며 못마땅하게 여긴다.
특히 오부가의 귀족들을 대표하는 대가인 북부욕살 계진, 서부욕살 선겸, 남부욕살 부기원은 귀족들 전체를 대표하는 욕살들이었다. 계진은 최고원로였고 부기원은 신흥 욕살이었으나 대가 모두가 인정하는 브레인으로 위상이 높았다. 이 위상은 연개소문에게도 어느정도 대항할 만 했는데, 이런 위상을 믿고 부기원은 암계를 꾸미게 된다.
요동의 무장들은 정치적인 감각이 없어서인지, 다들 좋아라 했다. 요동의 발언권이 강해지리라고 행복회로를 돌리고 있었다. 양만춘만이 대가들의 정치적인 공세를 염두에 두어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었다. 그러나 뾰족한 수가 없었는지 행동은 하지 않고 형세를 관망하고 있었다.
다시금 돌아가 부기원. 부기원은 안시성의 산파를 찾는다. 바로 달기의 출산을 받아준 그 산파였다. 이 산파를 찾아와 협박을 하며 연개소문 앞에서 어느 문장을 읊으라고 했다. 서슬퍼런 협박에 노파는 겁에 질려 그 말을 따른다.
부기원은 준비가 다 되었다고 판단해 연개소문에게 다가가 압박한다. "현 태왕인 보장태왕은, 영류왕의 직계가 아닌 연개소문이 내세운 가짜다. 반면에 제왕지운은 영류왕의 직계이기에 제왕지운의 별이 떨어졌을 것이다. 그 제왕지운의 아이는 장차 왕이 될 것이지만, 당장은 어려 사리분별이 불가능하니, 아이가 장성할때까지 양만춘이 섭정을 하게 될 것이다." 라는 소문이 안시성내에 파다하게 퍼졌다고 산파가 고한다.
산파를 물리고 부기원과 독대를 하는 연개소문. 그는 일개 산파가 저리 유창하게 말을 할 리가 없다며, 부기원 네놈이 꾸민짓이냐며 오히려 강경하게 응수한다. 다른 정치적인 역공이나 증거를 들어 반박하는 것이 아닌, 권력으로 찍어누른 것이다. 이에 부기원은 아직까지도 본인은 연개소문에게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무릎을 꿇고 사죄를 한다. 공명심에 눈이 멀었다고 변명을 하였는데 이게 통하여 겨우 목숨만은 부지하게 된다.
연개소문은 다시금 양만춘에게 간다. 그새 달기와 대조영은 포박되었다. 아이 문제로 다시 한 번 논쟁을 펼치는 고구려의 권력자들. 그들의 입장차는 이번에도 좁혀지지 않은 채로 결렬이 되고 만다. 아이와 아비는 포기하라는 연개소문에게 요동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하는 양만춘. 그러나 양만춘이 쉽게 돌아갈 리가 있으랴. 처형장으로 가는 달기와 조영이와 대중상을 습격하는 요동군부. 그들을 탈출시키려 했지만, 그새 눈치채고 달려온 연개소문이 막아세운다.
양만춘은 여기서 연개소문의 심금을 울리는 발언을 한다. 현재의 고구려는 양만춘과 연개소문이 있어 평안하지만, 이십년 삼십년 후의 고구려는 누가 맡겠냐는 것이다. 유약한 보장왕? 욕심많은 신료들? 아니었다. 양만춘은 이 대조영에게 미래의 고구려를 맡긴 것이었다. 그 말을 듣고 연개소문은 작중 최초로 자신의 의견을 꺾고 되돌아간다. 연개소문을 막아 세울 자는 양만춘밖에 없다는 것이 다시금 증명 된 명장면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러나 연개소문은 되돌아갔지만, 처형 담당자였던 도성수비대장 사부구는 계속해서 대중상을 쫓고 있었다. 양만춘이 사부구까지 막아 줄 여력이 없었다. 사부구에게 눈을 돌렸더라면 연개소문과 충돌이 일어났으리라...
대중상 가족은 밤새 도주를 했지만 강가에서 배를 구하다가 결국 사부구에게 따라잡히고 만다. 달기와 조영만을 배에 태웠고 이제 대중상만이 타면 만사 형통인 상황.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중상은 배를 미는 사이에 사부구의 병력들에게 일검을 허용하고 만다. 달기와 조영을 보내고 사부구와 수하들을 상대하는 대중상. 엄청나게 선전했으나 수에 밀려 결국 여러 차례 검에 베이고 대중상은 혼절하고 만다.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처였지만 연개소문이 직접 명령을 했던 것일까 상처를 무사히 회복하게 된다.
연개소문은 대중상의 가족이 살아있다면 계속해서 따라갈것이라 생각했던것 같다. 그리고 대중상의 무위와 계책도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연개소문은 대중상의 가족이 모두 죽었다고 거짓으로 말하며, 고려성으로 가서 고려성을 지키라는 명령을 내린다. 대중상의 충정은 익히 알고 있었기에 내린 명령이었다. 가족을 잃었으니 나라를 위해서 살기로 한 대중상은 결국 명령을 받고 고려성으로 향하게 된다.
뗏목에서 정신을 잃었던 달기는 평안도 서쪽, 바닷가 어느 집안에서 눈을 뜬다. 어부 부부로 추측되는 집안에서 일어난 달기는 위치를 묻다가 본인이 강에서부터 떠내려왔다는 정보를 흘리고 만다. 강이라 하면 평양성일테고, 평양성에서 수배중인 그 아낙이 아닐까 의심하던 어부 아내는 결국 남편에게 말하게 되고, 어부 남편은 그 길로 연개소문에게 찾아가 달기의 신변을 연개소문에게 그대로 고하게 된다.
연개소문이 달기를 찾아왔다. 달기는 도주하려했으나 아이가 방안에 있었다. 아이를 버리고 어미가 어딜 갈 수 있을까. 죽음을 각오한 달기와는 반대로 연개소문은 여지껏 양만춘의 말을 담아두고 있었다. 고구려의 미래라는 말 말이다.
고구려를 위해 써먹기 위해 아이를 살리려는 연개소문. 그러나 연개소문에게도 달기와 대조영 둘을 다 데려오는 것은 정치적으로 타격이 컸다. 특히 부기원에게 껀덕지를 줄 것이 자명했다. 제왕지운의 아이를 연개소문이 숨기고 있다면 역심을 품었다는 증좌가 되어 공격받을것이 뻔하리라.
연개소문은 달기에게 아이를 포기하라고 종용한다. 아이를 살리고 어미도 살리는 길이라고 회유한다. 달기는 울며 하룻밤만 아이와 보내게 해달라고 간청하며 다음날 아이를 연개소문에게 보내게 된다.
양만춘의 희생과 각오는 물거품이 되지 않았다. 연개소문을 설득한 것이 컸다. 아이 아니 대조영은 살아남았고 달기도 대중상도 살아남았다. 같이 있진 못했지만 일가 몰살은 피했다. 달기는 그대로 어부 부부에게 얹혀살게 되고 대중상은 고려성에서 지내게 되었으며, 조영이는 개동이라는 이름을 하사받고 연개소문의 가노로 살아가게 된다. 이러한 조영의 안부는 어부 부인이 가끔 찾아가 전달해주는것으로 달기를 겨우겨우 달래며 시간은 십오년이 흐른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660년. 개동이가 열 다섯 살이 되었다. 660년은 한국사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알만한 년도, 백제 멸망의 년도다. 백제가 멸망하자 고구려의 민심은 수직하락하고 있었다. 고구려의 중앙이었던 평양성 안학궁에서는 사기를 고취시키고자 숭무대연[1]을 열게 된다. 이 숭무대연은 전국의 남성들이 참여하여 무예를 뽐내는 자리인데, 우승자에게는 면천의 기회가 주어지고 벼슬길에 오를 수 있는 등 파격적인 혜택이 있었다. 더군다나 백제의 멸망 때문에 지난 숭무대연보다 크게 열었단다.
이에 개동이도 숭무대연에 눈을 빛낸다. 뭇 남성이라면 모두가 참전하고 싶어하리라. 개동이는 참가를 위해 숭무대연의 주최자인 태대형 연남생에게 가서 간청한다. 그러나 연남생은 개동이를 좋아하지 않았다. 아니, 외려 견제했다. 본인이 주최하는 숭무대연에 이런 노비가 참전하는것이 맞냐는게 그의 취지였다.
이에 태학의 사범이었던 검모잠과 장산해가 개동이의 편을 들지만[2] 엄포를 놓는 연남생을 이길 순 없었다. 연남생은 대모달의 추천장을 가져오면 받아주겠노라 비웃으며 축객령을 내린다. 사실상 불가능한 말임을 개동이도 깨닫는다. 그러나 개동이는 포기하지 않았다. 연남생이 안되면 연개소문에게 가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개동이는 연개소문에게 직접적으로 찾아가서 아뢴다. 보고 체계를 무시한 사항이었으나 연개소문은 이야기를 들어준다.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까지는 분위기가 평온하였으나, 숭무대연 참가를 입에 담자 연개소문의 분위기가 바뀐다. 극렬히 반대하였다. 연개소문도 숭무대연의 우승자에게 무엇이 주어지는지 알기 때문이었다. 제왕지운의 아이가 면천이 된다면 큰일이 아니겠는가.
낙담한 개동이에게 뺨까지 때려버리는 연남생. 결국 개동이는 가출을 하고 만다. 연남생이 말한 대로 양만춘에게 달려간다. 개동이는 먼 길을 달려 안시성까지 도차한다. 안시성 성문 앞에서 의숙 돌발에게 막히는 대조영은 다행히 양만춘의 행차 덕에 성내로 들어갈 수 있었다. 개동이는 검모잠에게 받았던 서찰을 양만춘에게 건낸다. 당나라의 첩자로 의심받던 개동이는 본인이 글을 읽고 쓸 줄 알고, 병기창고에서 근무해서 검술도 독학했다고 토로한다. 무려 노비가 말이다.
노비가 의심스러운 일은 당연지사. 양만춘은 요동의 차세대 최고 무장, 걸사비우를 내보낸다. 남은 일평생을 함께할 동지이자 아우인 걸사비우와의 첫 만남은 목검대련이었다. 걸사비우와의 대련에서 이긴다면 숭무대연의 초청장을 주겠다는 양만춘. 그러나 상대를 이기지 못한다면, 대모달을 능멸한 죗값을 치르라고 엄포도 놓는다.
대련이 시작되었다. 3합만에 목검으로 일격을 허용하고, 10합도 지나지 않아 땅을 구르는 개동. 머리에 목검을 강타당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불굴의 의지로 빈틈을 만들어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기어이는 걸사비우를 돌로 찧어 죽이기 직전까지 도달한다.
직전에 승부를 말리는 양만춘. 자격이 없다고 축객령을 내린다. 진검승부였다면 진즉 죽은 목숨이었기 때문에 개동이는 목검승부임을 주장해서 논파한다. 시합에는 규칙이 있다고 말하는 양만춘 이 규칙을 어겼다고 다시금 논한다. 개동은 이것이 시합이 아닌 실전이었다고, 실전에 규칙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아남는것이라고 한다. 아니, 양만춘은 전쟁조차도 수단과 방법을 가릴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감정에 호소하는 개동이. 지금이 전쟁보다도 더 절박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노비였기 때문. 그러나 이것은 크나큰 실책. 신분을 바꿔보고자 숭무대연에 참가하는것이 아니냐고 헛점을 찌른다. 도망을 나왔냐고도 캐묻는다. 이렇듯 길게 질의가 이어지고 있을 때, 고구려 중앙에서는 큰 변수가 일어난다. 당나라에서 사신이 온 것이다.
사신으로써는 설인귀가 부관 홍패를 끼고 당도한다. 혼인동맹을 맺자는 것이 그 골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