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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4-14 11:19:47

말락 야훼

언어별 명칭
히브리어 מלאך יהוה
영어 Malak Yahweh

1. 개요2. 리그베다 위키에서의 날조
2.1. 관련 문서

1. 개요

단어의 뜻 자체는 굉장히 간단하다. 히브리어 מלאך은 직역하면 사자(Messenger)이며 성경에서는 천사로 번역된다. 따라서 말락 야훼는 '야훼의 천사' 내지는 '주님의 천사'로 옮길 수 있는 개념이다.

그리스어에서는 Malak이란 단어를 같은 뜻을 가진 단어 Angelos(ἄγγελος, 현대에는 άγγελος)로 번역했고 이것이 서구권 제어에서 천사(Angel)라는 단어의 어원이 된다. 그리고 Yahweh는 신의 이름을 피휘하고 대신 주님이라고 돌려 말했던 유대교 전통을 계승하여 주님이라는 뜻의 Kyrios(κῡ́ριος, 현대에는 κύριος)로 번역하였다. 따라서 이 단어는 기독교에서는 주님의 사자 내지는 주님의 천사(Angelos Kyriou, ἄγγελος κῡρίου, 현대에는 άγγελος κυρίου)라고 번역되어 쓰였다. 결과적으로 말해서 구약성경의 시대로부터 수천년 뒤에 나온 신약성경수태고지 장면에서 언급되는 '주님의 천사'도 히브리어로는 말락 야훼, 야훼를 직접 발음하지 않는 현 유대교의 전통을 반영하면 말락 아도나이로 옮길 수 있을 것이다.

말락 야훼는 기본적으로 신의 사자이기 때문에 구약성경에서 말락 야훼를 주어로 해서 말하거나 무언가를 한 것은 결론적으로 야훼가 한 것이다. 그러므로 구약성경에서 신이 무언가를 했을 때 주어가 신인 경우도 있고 말락 야훼인 경우도 있다. 이 둘은 어떤 단일한 현상에 대해 근접인을 언급할 것이냐 궁극인을 언급할 것이냐 정도의 차이밖에 없다. 예를 들어서 영화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을 보면 모세가 어떤 아이와 이야기하면서 때로는 그 아이가 야훼인 것처럼 이야기하고 때로는 그 아이를 사자(메신저)라고 말하는 것을 생각해보자.

2. 리그베다 위키에서의 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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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종교에선 신의 양면적인 모습이 인정이 되었으나 후에 조로아스터교의 영향을 받아 절대선을 부각시키면서 악의 측면은 말락 야훼가 맡게 됐다.
(중략)
결국 말락은 야훼와 분리되어 가며 마왕(evil one)이자 악적 성향(yester ha-ra)의 근원. 즉 야훼의 대극점에 선 또 다른 악신이 되어갔다.
이렇게 어떻게든 악을 신으로부터 분리하는데는 성공했지만, 이젠 악이 너무 쎄져 밸런스가 안 맞게 되었다. 악을 격하시키는 과정에서 예언서쯤 와서는 말락 야훼 = 사탄과 동일시되었는데, 이는 욥기 부분쯤까지 일관되게 주장하던 야훼의 정체성을 오히려 대단히 손상시키는 것이었다. 앞뒤가 안 맞게 된 것.
r45판 문서

과거 리그베다 위키에 말락 야훼가 야훼의 악한 면을 담당한다고 해석되었다가 밸런스가 이상해지자(?) 해석에서 퇴출되었다는 출처불명의 서술이 적혀 있었는데 이를 그대로 물려받은 나무위키에서도 상당 기간 동안 이 해석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리그베다 위키와 나무위키가 유명세를 타며 여기저기로 이 출처불명의 해석이 퍼졌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러한 해석이 역사적으로 있었다고 보기엔 어려우며 설령 날조하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지나치게 자의적인 해석이였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먼저 리그베다 위키 시절부터의 역대 편집 목록에서 이 해석의 근거라고 적혀 있었던 것은 다음과 같다.

ㄱ. 말락 야훼(야훼의 천사)가 잔인한 짓을 담당하는 묘사가 성경에 있다.
ㄴ. 사무엘기 하권 24장에서 야훼가 인구조사를 명하는데, 역대기 상권 21장에서는 사탄이 명한다. 그리고 사무엘기 24장에서 사람들에게 직접 벌을 주는 이는 '야훼의 천사'(말락 야훼)이다.
ㄷ. 위경 희년서를 봐도 야훼가 모세를 죽이려고 매복했다든가 야훼가 아브라함에게 제물을 바치라는 내용은 말락 야훼가 한 짓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이는 말락 야훼가 야훼의 약한 면이라고 표현되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근거다. 애초에 말락 야훼는 히브리어로 그저 '야훼의 천사'를 뜻할 뿐이다. 말락 야훼가 '야훼의 천사'의 어원이라든가 그런 개념이 아니며 '야훼의 천사'가 히브리어에서는 그대로 말락 야훼일 뿐이다. 그렇기에 천사들이 야훼의 시중을 드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야훼의 천사'들이 잔인한 짓을 했다고 하면 그게 텍스트상에서 독자의 불쾌감을 불러일으키는 묘사일 수는 있어도 야훼의 천사가 야훼의 악한 면이라고 해석되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근거이다. 또한 "예언서쯤 와서는 말락 야훼 = 사탄과 동일시되었"다고 적혀 있었지만 성경의 예언서에 그러한 동일시가 있다고 보기에도 힘들다.

또 사무엘기와 역대기는 애초에 계통 자체가 다른 문헌이기에 한쪽에서는 야훼로 나오고 한쪽에서는 사탄으로 나온다고 해서 이상할 게 전혀 없다. 조금 자세히 언급하자면 구약에서 역사서는[1] 크게 신명기계 역사서와 역대기계 역사서와 제2경전에 속한 후기 역사서로 구분된다. 여기서 신명기계 역사서는 여호수아기, 판관기(사사기), 사무엘기 상하권, 열왕기 상하권을 말하며 역대기계 역사서는 역대기 상하권, 에즈라기, 느헤미야기를, 후기 역사서는 토빗기, 유딧기, 에스테르기, 마카베오기 상하권으로 구성된다.

이 항목에서 직접적 연관이 없는 후기 역사서를 빼고 이야기하자면 사무엘기가 포함된 신명기계 역사서는 BC 550년경 이후 바빌론 유수가 끝나갈 무렵에 신명기와 예레미야의 활동을 계승한 이른바 신명기계 학파가 모세 시대부터 자신들이 살던 시대까지 이스라엘 역사를 한데 묶어 정리한 것이다. 여기서는 '계약과 충성'이라는 기본적인 신학관을 토대로 이스라엘 왕국의 형성과 번영과 쇠퇴를 서술하였다. 은총-죄-징징-은총-죄-징징이 주로 드러난다. 반면 역대기계 역사서는 페르시아에 의해서 바빌론 유배가 풀리고 성전이 재건되었을 때 단일한 저자(혹은 한명의 주요 편집자)가 모두 집필(혹은 편집)한 것으로 추정되며 다윗 왕조만을 유일한 합법 왕조로 해석하기에 사울을 아주 간략하게 언급하며 이스라엘 왕국 분열 이후의 북왕국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또한 다윗에 대한 서술에서도 신명기계 역사서와는 달리 전쟁에 관심을 두지 않고 오로지 성전과 예배와 관련되는 부분만을 주로 언급한다. 즉 신명기계 역사서와 역대기계 역사서는 집필 시기, 목적, 역사관, 저자가 보유했을 기초 사료 등이 같지 않다. 따라서 서로 다른 계통의 두 구절이 한쪽에서 야훼를, 한쪽에서 사탄을 증언한다고 한들 둘을 동일시하는 식의 해석을 할 이유는 전혀 없다.
25 어떤 율법교사가 일어서서 예수의 속을 떠보려고 "선생님, 제가 무슨 일을 해야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하고 물었다.
26 예수께서는 "율법서에 무엇이라고 적혀 있으며 너는 그것을 어떻게 읽었느냐?" 하고 반문하셨다.
27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힘을 다하고 네 생각을 다하여 주님이신 네 하느님을 사랑하여라. 그리고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여라.' 하였습니다." 이 대답에
28 예수께서는 "옳은 대답이다. 그대로 실천하여라. 그러면 살 수 있다." 하고 말씀하셨다.
루가 10, 25-28(공동번역)
35 그들 중 한 율법교사가 예수의 속을 떠보려고
36 "선생님, 율법서에서 어느 계명이 가장 큰 계명입니까?" 하고 물었다.
37 예수께서 이렇게 대답하셨다.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님이신 너희 하느님을 사랑하여라.'
38 이것이 가장 크고 첫째 가는 계명이고,
39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여라.' 한 둘째 계명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40 이 두 계명이 모든 율법과 예언서의 골자이다."
마태오 22, 35-40(공동번역)

이를테면 이 유명한 대화를 보자. 마태오복음에서는 율법교사가 질문하고 예수가 답한다. 반면 루가복음에서는 예수가 질문하고 율법교사가 답한다. 하지만 이는 충돌하는 듯한 묘사일 수는 있어도 대화 속 율법교사가 예수와 동일인물이라는 묘사는 아니다.

이외에도 역대기 상권 21장의 일화에서 본래는 말락 야훼가 한 행동인데 한국어 성경에서는 사탄으로 왜곡했다는 정보가 웹에 나돌기도 했다. 그러나 이 역시 아무런 근거도, 출처도 찾아볼 수 없다. 히브리 성경 마소라 본문에 대놓고 사탄이라고 나오며 한국어 성경뿐만 아니라 영어, 라틴어 등등에서도 당연히 사탄이라고 그대로 쓴다.

아마도 이런 이상한 해석이 위키에 적혀 있었던 이유는 다음과 같은 식으로 적힌 성경의 텍스트를 오해한 것으로 보인다.
7 야훼의 천사가 빈들에 있는 샘터에서 하갈을 만났다. 그 샘터는 수르로 가는 길가에 있었다.
8 그 천사가 "사래의 종 하갈아!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길이냐?" 하고 물었다. "나의 주인 사래를 피하여 도망치는 길입니다." 하갈이 이렇게 대답하자,
9 야훼의 천사는 주인 곁으로 돌아가, 고생을 참고 견디라면서
10 이렇게 일러주는 것이었다. '내가 네 자손을 아무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불어나게 하리라."
창세 16, 7-10(공동번역)
1 모세는 미디안 사제인 장인 이드로의 양떼를 치는 목자가 되었다. 그가 양떼를 이끌고 광야를 지나 하느님의 산 호렙으로 갔더니
2 야훼의 천사가 떨기 가운데서 이는 불꽃으로 그에게 나타났다. 떨기에서 불꽃이 이는데도 떨기가 타지 않는 것을 본
3 모세가 "저 떨기가 어째서 타지 않을까? 이 놀라운 광경을 가서 보아야겠다." 하며
4 그것을 보러 오는 것을 야훼께서 보셨다. 하느님께서 떨기 가운데서 "모세야, 모세야." 하고 부르셨다. 그가 대답하였다. "예, 말씀하십시오."
5 하느님께서는 "이리로 가까이 오지 마라. 네가 서 있는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어라." 하시고는
6 다시 말씀하셨다. "나는 네 선조들의 하느님이다. 아브라함의 하느님, 이사악의 하느님, 야곱의 하느님이다." 모세는 하느님 뵙기가 무서워 얼굴을 가렸다.
7 야훼께서 계속 말씀하셨다. "나는 내 백성이 이집트에서 고생하는 것을 똑똑히 보았고 억압을 받으며 괴로워 울부짖는 소리를 들었다. 그들이 얼마나 고생하는지 나는 잘 알고 있다."
출애 3, 1-7(공동번역)

두 인용문을 보면 야훼의 천사 곧 말락 야훼를 야훼처럼 여기고 있다. 여기에 대해선 《Ignatius Catholic Study Bible: Book of Genesis》의 창세기 16장 7절 해설에 다음과 같이 설명되어 있다.(한국어는 편집자가 번역)
Mal'ak Yhwh (Heb.): The "angel" or "messenger" of Yahweh. Sometimes this figure appears to be a messenger of God sent from heaven to speak in God's name (Gen 22:11-18; Judg 6:12). At other times, however, he appears to be an actual manifestation of God and a sounding forth of his own divine voice (Ex 3:2-6).
말락 야훼(히브리어): 야훼의 "천사" 혹은 "메신저". 하느님의 이름을 말하기 위해 하늘에서 파견된 하느님의 메신저로 때때로 나타난다.(창세 22, 11-18; 판관 6, 12) 하지만 다른 때에는, 그는 하느님과 그분의 거룩한 목소리에서 나오는 소리의 실제 현현으로 나타난다.(출애 3, 2-6)

For theological and other reasons, this messenger is most likely an angel who mediates the words of God to the world and manifests his divine presence in visible and audible ways. The angel of the Lord is said to be endowed with divine wisdom (2 Sam 14:17), and among his many tasks, he is called upon to lead the people of Israel (Ex 23:20), to thwart the enemies of Israel (Num 22:31-34), to send divine judgments on Israel (2 Sam 24:16), and to announce the birth of significant children in Israel (Gen 16:11; Judg 13:3), including the Messiah (Mt 1:20-21). The Bible also refers to this heavenly figure as "the angel of God" (Gen 21:17; 31:11; Ex 14:19).
신학적 근거와 다른 근거에서, 이 메신저는 아마도 하느님의 말씀들을 세계에 전달하고,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방법으로 그분의 거룩한 존재를 현현(顯現)시키는 천사인 것 같다. 주님의 천사는 거룩한 지혜를 받았다고 말해지며(2사무 14, 17), 그의 많은 직무 중에서, 그는 이스라엘의 백성들을 이끌라고(출애 23, 20), 이스라엘의 적들을 좌절시키라고(민수 22, 31-34), 이스라엘에 거룩한 심판을 보내라고(2사무 24, 16), 메시아를 포함한(마태 1, 20-21) 이스라엘의 중요한 아이들의 탄생을 알리라고(창세 16, 11; 판관 13, 3) 지시받는다. 성경은 또한 "하느님의 천사"라고도 언급한다.(창세 21, 17; 31, 11; 출애 14, 19)

즉, 성경에서 야훼가 한 행동의 형식적 주어가 간혹 "주의 천사(말락 야훼)"라고 기록되어 있을지라도 그것은 말락 야훼의 기능 자체가 야훼의 존재를 물질적 세계에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표현 가능한 것이다.

또 비슷한 가르침에서 교부 파테리우스는[2]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이것이 무엇을 뜻합니까? 광야에서 모세에게 나타났다고 전해지는 그 모습은 때로는 천사로, 때로는 주님으로 불립니다. 그것은 이런 뜻입니다. 그분께서 밖으로 말하는 일을 하셨을 때는 천사로 불리고, 안에서 다스리시면서 말하는 데 필요한 상황을 만들어 내신 점에서는 주님으로 불린다는 것입니다. 말하는 이가 내부로부터 다스림을 받는다면, 그는 말하는 일 때문에는 천사로 불리고, 영감을 주는 것 때문에는 주님으로 불리는 것입니다.
파테리우스 《구약성경과 신약성경 해설》(출애굽기) 7.

물론 이러한 성경 본문들도, 인용된 해설들도 '야훼의 천사(말락 야훼)'가 야훼의 악한 면을 나타낸다는 의미는 아니다. 옛 유대인들과 옛 그리스도인들이 출애굽기 3장을 야훼의 '악한 면'으로 해석했다고 보기는 당연히 어려우니까.

2.1. 관련 문서



[1] 물론 오늘날 생각하는 그런 의미의 역사서는 아님에 주의.[2] 대 그레고리우스의 제자. 그레고리우스의 작품들을 중세 저술가들에게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