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 모나리자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제자가 그린 모나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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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모작(模作, copy)은 다른 사람의 그림 등을 본떠 옮기는 행위, 또는 그렇게 만든 작품을 뜻한다.2. 특징
모작에는 획의 궤적을 그대로 따라 그리는 '트레이싱(tracing)'과 눈으로 보고 따라 그리는 모사(模寫, imitation)가 모두 포함된다. 다만 현대에 들어서는 작품을 직접 트레이싱하는 것보다 대강의 구도와 묘사를 따서 간접적으로 모사하는 것을 조금 더 나은 행위로 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디지털 페인팅을 이용한 트레이싱이 매우 정교하고 간편해지면서 생긴 현상이다. 이 때문에 '모작'을 굳이 트레이싱과 구분해서 표현할 때는, '베껴 그릴 작품을 그래픽 소프트웨어의 하단 레이어나 기름종이의 아래에 두고 그리지 않고, 나안으로 본 그림을 스스로 재해석하여 그리는 것'만을 가리킬 때가 있다.모작하는 행위 자체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 저작권법은 유형의 표현을 보호하는 법이지 무형의 아이디어를 보호하는 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건물의 사진에서 골조의 직선만 따 오는 행위, 옷의 주름 등 그림의 극히 일부만을 취하는 행위 등은 타인의 저작권을 침해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모작을 통해 원본과 유사한 형태의 작품이 창작, 공표되었다면 이는 저작권을 침해한 것으로 간주될 소지가 있다. 다만, 대한민국 법원은 사회적으로 표절이라 비난받는 정도의 경우에도 법적으로 처벌할 정도에 이르렀는가에 대해서는 까다롭게 판단하는 경향이 있으므로[1] 유권해석은 결국 재판부의 몫이다.
이러한 일로 인해 유명 화가가 그린 작품의 모작도, 저작권자의 허가와 철저한 관리 하에서 간혹 만들어지곤 한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상술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다. 이러한 모작은 미술의 역사적으로도 화가 간의 관계나 연관성을 설명해주는 효과가 있기에 우려는 커녕 장려까지 되기도 했었다. 실제로 누구나 알 법한 유명 작품의 소장은 천문학적인 비용이 필요하거나 아예 불가능한 경우가 대다수고, 개인 작품일 경우 구경조차 힘들기 때문에 모작을 수집하는 컬렉터도 있을 정도이다.
모작 가운데 그 정체를 속여 거짓으로 만든 것은 위작이라 한다. 모작과 마찬가지로 베껴서 그리는 행위이지만 그 차이는 그 작품을 그리면서 원 작품이나 원 작품의 작가임을 사칭하느냐 아니냐로 구별할 수 있다. 연습 등을 위해서 남의 작품을 따라하고 그 사실을 밝히는 것은 얼마든지 자유이지만, 그걸 온전히 자기 아이디어라고 말하거나 원작자가 아닌 어느 유명 작가의 것이라고 사칭하면 큰 문제가 된다.
한편 어떤 특별히 뛰어난 작품의 인기에 편승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그와 유사하게 작품을 만드는 것은 아류작이라고 한다.
우리말로는 모작과 트레이스를 통틀어 '등글기'라고 한다.
3. 학습으로서의 모작
창작수련을 할 때 필요한 작업중 하나이자 그림실력을 늘리기 위한 중요한 공부이다. 그래픽 디자인 등의 현대 미술이나 유화나 수채화과 같은 고전 회화 등을 막론하고, 그림을 배운다면 이 모작은 필수 커리큘럼이다. 다른 화가들의 기법을 분석하고 숙달하는 과정에서, 이를 위해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바로 따라 그려보는 것이기 때문이다.그림에 대한 감각이 아예 없는 상태에서는 트레이싱을 통해 공부하는 것이 빠르지만, 어느 정도 감각이 길러진 다음부터는 트레이싱으로 배울 수 있는 것이 줄어든다. 그 때부터는 모작으로 공부를 하는 것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프로들의 그림을 직접 보면서 테크닉을 연구하는 과정이므로 관찰력과 기량이 크게 발전한다. 비단 모작의 학습효율을 떠나서, 아예 독학으로 그림을 배우는 사람들이 대부분 한번쯤 거치는 과정이다.
순수하게 트레이싱으로 그린 그림은 원판에 대고 베껴 그리는 방식이라서 모작보다 난이도가 떨어진다. 난이도가 낮은 만큼 배울 수 있는 한계도 극명하게 낮다. 트레이싱을 하는데에도 테크닉이 있긴 하지만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트레이싱 테크닉을 숙련하는 의미는 많이 떨어진 상황이다.
실력향상 수단으로 보자면 모작은 최고의 효율을 가지고 있다. 모사할 생각이 들 정도로 잘 된 작품을 매우 디테일한 부분까지 관찰한 후, 그것을 직접 구현하는 과정까지 연습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실력의 기반이 갖춰지는 데에 모작은 아주 좋은 공부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만화와 일러스트 계열을 지망하는 사람이라면 모작으로 연구를 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여러 가지 작품을 보면서 각각의 그림체나 분위기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실력이 길러진다. 모작은 거기에 더 나아가 자신이 직접 그것을 그려보기 때문에 그림의 스타일이 좋아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모작을 할 때에는, 그 자체로 상당한 시간과 수고가 필요한 학습 방법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사람에게는 보상심리가 있기 때문에 몇 시간씩 모작을 하고나서 "실력이 많이 늘었겠지?" 하고 자연스레 기대를 하게 된다. 그런데 대부분은, 원하는 만큼 실력상승이 이루어지지 않아 슬럼프에 빠지곤 한다.[2] 하지만 실력이 원하는만큼 빨리 늘지 않더라도 좌절하지 말자. 특히나 다른 사람은 모작으로 빨리 늘었는데 나는 왜 저사람만큼 성장이 빠르지 않냐며 비교하는 것은 스스로를 깎아먹는 행동이니 금물이다.
중요한 것은 모작에서 뭘 배웠는지 기억하는 것이다. 모작 연습량을 늘려서 기계적으로 연습하기보다는, 한 장을 모작하더라도 어떤 테크닉을 깨달았는지 기억해두는 것이 더 좋다. 다만 모작을 많이 할수록 자연스럽게 깨닫는 테크닉이 많아질 것이므로 연습량을 늘리는 것이다. 특히 모작을 한 다음, 배운 내용을 복습&활용한다는 느낌으로 자기 작품을 창작하는 것이 도움된다. 모작했던 작품의 테크닉이나 묘사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면 모작을 통해 올바르게 배운 것이다.
자기의 그림체가 비주류 계열에 속한다고 생각하여 모작을 기피하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 그러나 그런 사람일지라도 영향을 받은 프로나 작가가 있을 수 있다. 혹은 자신의 그림체와 동류가 아니더라도, 비슷한 분위기의 작가를 찾아보면 존재할 수 있다. 그런 작가를 통해 모작을 해볼 수 있다. 자신에게 맞는 그림이 있다면 그것을 흉내내어 습득하고,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없더라도 반복하며 모작하는 과정에서 은연중에 기억하게 되면서 노하우를 익히게 되며, 그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
따지고 보면 그림이란 현실을 따라그리는 데에서 시작했다. 그림 기술을 습득함에 있어 모작이 중요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생각하면 알기 쉽다.
4. 모작에 대한 오해
4.1. 모작 실력과 트레이싱과 원본 유사성
[3]그림 실력이 좋아지면 눈으로 보는 모작(모사)이나 직접 대고 그리는 트레이싱과 똑같을 것이라는 의견도 간간히 보이는데 거의 틀린 말이다. 아무리 뛰어난 모작이라도 보고 그리면 대고 그리는 것보다 못하다. 이름난 작가라도 대부분 본인 그림을 본인이 똑같이 모작하지 못한다. 분명 모작 실력이 매우 좋아지면 하나 하나 따로 보면 원본을 구별을 못할 정도로 유사하게 그릴 수는 있다.[4] 그러나 동시에 봤을 때 이질감이 나타나는데 그 정도가 트레이싱보다 강하다. 그만큼 보고 그리는 모작과 대고 그리는 트레이싱은 매우 차이가 난다. 위의 다빈치 제자가 모나리자 모작한 그림도 하나의 예다.
복사기 그림의 전문가 실력이라도 모작이 굉장히 어려워 미묘하게 다른 점은 알 수 있다. |
4.2. 모작과 도의적인 문제에 대해
앞에 모작은 법적으로 표절이 인정이 거의 안된다고 설명이 돼있으나, 모작이 보고 그리는 것이기 때문에 저작권을 어기지 않았어도 대고 그리는 트레이싱과 별반 차이 없이 도의적으로 표절이라고 도둑이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제쳐두더라도 모작도 다 같은 모작이 아니기 때문에 분별을 해야 한다.이 손을 그리는 강좌책을[5] 모작하면 배껴 그린다는 의견도 있으나 이런 경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순전히 인체 그리는 법은 포즈책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하라고 한 것이고 이런 포즈는 저작권이 없다. 만약에 이런 손 자세가 저작권이 인정 된다면 아무나 사진을 찍고 저작권 등록하고 못그리게 하면 아무도 이 손을 못그린다. 또 법을 떠나서 이 손을 그리는 법이 있다고 도의적으로 이 자세를 못그리면 시간이 흐르고 '손 그리는 법'이 쌓이다 보면 역시 또 아무도 손 그림을 그릴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일반적인 포즈는 어떤 작가도 갖다가 붙이면 유사하게 나타날 수 있게 때문에. 도의적으로 합리적으로 다가가려면 법적으로 문제 없으나 일상적으로 볼 수 없는 특별한 포즈, 또 도의성과 법적으로까지 문제를 갖는 디자인의 유사성 문제로 다가가야 한다.
최근엔 AI 이미지 생성으로 굳이 구도를 따라한다고 모작과 트레이싱으로 손가락질 받기 애매한 상황이다. 과거엔 구도만 비슷하더라도 트레이싱과 표절 문제로 번졌지만 AI컨트롤넷 같은 구도 자체만 따오는 기능으로 너도 나도 이미지를 뽑아내는 상황에 굳이 모작을 욕한다면 상당히 괴리감이 있다. 학습이라는 명목하에 무단 도용하고 무법지대를 떠나 무단도용해도 사람이 한 것이 아니라 AI가 한 것이라며 빠져나가는 형태를 보이는데 굳이 도의적인 문제를 모작에게 들이밀 수 있는지 의문인 상황.
5. 여담
- 도라에몽의 해적판인 동짜몽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작으로 이루어져 있다.
- 고대 그리스의 조각상들 상당수는 청동으로 만들어졌었으나, 현재 이러한 청동 원본들은 남아있지가 않다. 다만 고대 그리스 시대보다 후대인 고대 로마 시대 당시 만들어진 대리석 모작들이 현재까지 남아있는 상태이다.
- 고대의 미술품들 중에 소실돼서 후대의 그려진 모사본이 유일하게 남은 작품들이 많다. 그래서 모작이라도 그 가치가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 경매시장에도 잘그린 모작, 희귀 모사본들은 매우 높은 평가를 받는다. 가령, 라파엘로의 앙기아리 전투 스케치의 경우, 본래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그리던 유화를 따라 그린 모작이다. 하지만 레오나르도가 그림을 그리던 도중 물감을 말리는데 실패해서 원본이 소실되고 이 스케치만 남았기 때문에 매우 귀중한 그림으로 취급한다. 그림은 아니지만 중국의 명필 왕희지의 난정서 필사본이나 귀중하게 여기는 유물인 전어도 역시도 정확히 이와같은 사례이다.
- 만화의 원작 그림체를 지나치게 잘 모작하면 원작자에게 어시스트로 잡혀간다는 흉흉한(?) 이야기가 있다.
6. 같이보기
[1] 솔섬 사진 저작권 공방 참조.[2] 모작을 하면서 다른 작가의 테크닉을 관찰 및 연구했으니 그만큼 '안목'이 향상된다. 하지만 직접 그려내는 기술을 숙달하는 것은 단번에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제 성에 차지 않는 것이다.[3] 조금 글에 어폐가 있는데 트레이싱은 무조건 하면 안되는 것은 아니다.[4] 디지털 그림의 경우 확대 기능과 줄자 기능을 쓴다면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더 유사하게 가능하나, 그림 순수 실력으로 가능한 건은 아니라고 해야 할 것이다.[5] 활자책에 나온 내용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