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무병(巫病) 또는 신병(神病)은 무속에서 강신무가 되기 전에 겪는 일련의 경험들을 의미한다.무병은 시베리아 샤머니즘에서도 발견되는 개념으로 기원은 질병을 이겨낸 사람에게 치유력이 있으며 그들의 지혜와 치유력으로 질병을 치유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이 믿음은 그 종교적 기능과 설득력으로 인해 조선시대에 강화되고 존속된다.
2. 형성과정
2.1. 사회에서 버려진 아픈 사람들
조선시대에 무병의 조건은 다양했다. 환각이나 환시를 보는 사람부터 시작해서 장님에 이르는 신체적, 정신적 장애와 질병 유형이 있는가 하면 오늘날엔 질병으로 보기 어려운 유형도 존재했다.결혼한 직후 남편을 여읜 여성, 아이를 유산하고 시댁에서 버려진 여성들이 이러했다.
불가사해하고 이해할 수 없고 해소할 수 없는 불행과 마주하고 역신에 의해 해를 입었다 여겨지며 마을 공동체로부터 기피되고 사회에게 버려진 채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사회 소외계층들이 있었던 것이다.
마을의 민간 의사이자 한이라는 괴로움에 직접적으로 반응하여 그 고통을 풀어야 한다는 이념이 있는 무당들은 이 아픔에 반응하게 된다.
2.2. 신들이 치료해주다
의사였던 무당들은 이 불가사해한 괴로움과 파탄을 질병으로 간주하였고, 이들을 치료하고자 그들에게 신성을 부여하게 된다.장님의 경우 앞을 보지 못해도 글을 읽는 판수[1]가 되었다. 아이를 유산하고 시댁에서 버려진 여성은 유산한 아이가 태자귀, 애기신으로 내려와 명두가 되었다. 남편을 잡아먹는 여성에겐 역신도 잡아먹지 못하는 신이 남편이 되었다.
그 결과 저주받은 사람은 신을 통해 그 저주와 질병을 치료한 사람이 되고, 신을 통해 질병을 치료했기에 치유력이 있는 사람이 된다. 이들은 무업을 잇고 비일상적인 사제로써 마을공동체의 일원으로 다시 받아들여져 불가해한 불행을 치료하게 된다.
‘본풀이’의 하나인 「바리데기」는 무당의 입무식의 예를 잘 보여준다. 「바리데기」에서 살필 수 있듯이, 무당은 자신이 말려든 한스러운 처지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무당이 되고, 그때 몸에 생긴 힘과 능력으로 남들의 한풀이를 해낼 수 있는 권능을 향유하게 된다.
3. 이론
3.1. 무속 관점
무속에서 보는 신병은 두 가지가 있다.첫 번째,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으로, 무당이 되어야 할 사람이 신을 받지 않아 받는 벌전(무속에서 말하는 신의 형벌)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무속에서도 인다리 라고 하여 모셔야 할 신령님을 모시지 않으면 부모자식이나 형제,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이 해를 입는다는 개념도 있다.
두 번째로 무속인들의 관점은 다르다. 이러한 신병을 겪는 사람들은 영적으로 소통하기 쉬운 사람들로, 신 뿐만 아니라 귀신이나 영혼, 기운 등에 민감한데 이런 것들의 영향력을 스스로 통제하기 힘들어 장애를 겪는 것이라고 본다. 이렇게 들러붙은 귀신들을 무속에서는 허주잡신(虛主雜神)이라고 부른다. 한 사람을 지키는 신격을 이르는 주장신에 대비하여 가짜 주인이라는 뜻의 허주, 잡스러운 신을 뜻하는 잡신이 합쳐진 말.
비유하자면 집의 문이 활짝 열려 있어 불량배들이 마구잡이로 쳐들어오는데, 집주인이 스스로 문을 닫거나 쫓아낼 능력이 없어 생기는 소란이라는 것. KBS 제보자들 2016년 12월 19일 방영분에 나온 현직 무속인의 말에 의하면 굿 등의 무속적인 행위에 너무 의존하다가 영적인 세계에 지나치게 노출되었을 경우 인간의 몸이 온갖 잡귀나 역신들이 들어오기 쉬운 빈집이나 다름없는 상태가 되어 해를 입게 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사람들이 대체로 신내림을 받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 역시 스스로 집을 지키지 못하기 때문에 집주인을 대신해 집을 지켜줄 사람을 부르는 개념이 신내림이라고 해석한다.[2]
무속에서도 신은 인간 편이며 선한 존재이므로 산 목숨을 마음대로 걷어가거나 고통을 주지는 않으며[3], 신병이 심각할수록 허주잡신 탓이나 스스로의 업보 혹은 조상신의 문제로 도움을 받지 못하는 상황으로 본다.
이렇게 보면 첫 번째 시각이 오해같지만 실제로 무속에는 누름굿이라는 행위가 존재한다. 내리려는 신을 더 강한 신령의 힘으로 눌러 억제한다는 것인데, 무속인들도 쉽게 사용하는 표현이지만 사실 대부분의 무속인들은 이에 대해 부정적이다. 한국 무속신앙에서 신들의 지위고하는 분명 존재하지만, 각 신들이 멋대로 다른 신의 영역에 간섭하지는 않기 때문. 또한 인간인 무당이 신의 힘을 누를 수는 없다고 보기도 한다. 따라서 실제로 이런 누름굿의 내용은 내리려는 신령에 대해 잘 대접하고 신명나게 놀아주어 잘 달래어[4] 영향력을 줄이거나 올바르게 영향을 주도록 물꼬를 트는 것이라고 한다.
두 번째 시각으로 인다리에 대한 해석은, 불량배가 가득찬 집에 집주인이 못 들어가고 있는 형상으로 계속해서 소리치고 문을 두드리니 이웃집이 본의 아니게 피해를 보는 것이나 불량배들이 일으킨 소란으로 주변 이웃까지 피해를 보는 것으로 해석한다.
신병의 주된 증상은 병원에 가도 특별한 병명이 없거나 일반적이지 않게 급격히 악화되는 각종 질병으로, 특히 마비나 신경통, 신체장애로 나타난다고 본다.
그 외에 각종 정신병적 증상도 보이는데, 주의점은 무속에서도 분명히 진짜 정신병도 존재한다고 인정하며, 또한 특히 이 쪽은 무속에서도 허주잡신의 영향이 더 크다고 본다.
현대의학에서 화병처럼 신병이 특별히 진단기준에 등재된 병명은 아니지만, 해외에서도 Possession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해 보면 각 문화권마다 세부적으로는 달라도 비슷한 증상들에 대해서 사례 보고나 치료 사례, 연구 보고 등이 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5]특히 조현병, 해리성 정체감 장애, 간질 등이 꼭 구분해야 할 증상이다. 각종 환각과 망상을 동반하는 조현병은 말할 것도 없고, 다른 사람이 된 듯한 행태를 보이는 해리성 장애도 마찬가지다. 또 환각이나 충동적인 감정을 특징으로 하는 측두엽 간질도 주의해야 한다.
일부 무속인은 인간관계의 파탄, 금전적 빈곤도 신병의 일종이라고 주장하는데, 대부분의 무속인은 이에 대해 부정적이다. 신령에 의한 신병이라기보다는 무당 체질은 주위 기운의 영향을 많이 받는 탓에 나타나는 특징일 뿐이라는 것.
최근에는 유독 신병이다 신가물이다 하여 내림굿을 권유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많은 무속인들도 이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데, 사실 전통 옛날식 굿에서는 동네 사람들이 모여 굿 구경을 하다가 신장대를 다 쥐어보게 하여 신장대가 떨리고 손을 펴지 못하는 사람이 그날 신을 받은 사람인 방식도 있다. 즉 누구나 영적 체험이나 영적 장애, 원인 불명의 질병은 겪을 수 있는 일임을 명심하는 것이 좋다.
3.2. 의학적 관점
정신과적 관점에서도 앞서 얘기한 것과 마찬가지로, '장애'나 '병명'으로 진단하지 않고, 빙의로 명명한다. 물론 상당수의 경우에는 조현병의 초기 증상이나, 해리성 장애의 초기 증상으로 분류되기는 한다. 기침하고 콧물나면 대부분 감기로 보지만, 일부 특이한 케이스로 신경계 이상이 있는 경우도 있듯이, 천편일률적으로 해석되지는 않는다.무속인들은 '치료'를 이미 받은 상태이기에, 해당 증상을 연구할 수가 없으며, 무병을 알고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의학적 실험을 하기는 어려워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은 파악되고 있지 않다.
4. 관련문서
[1] 판수는 남성무당인 박수의 일종이다.[2] 반대로 당사자가 충분히 선하고 정신력과 의지가 강하거나 일시적인 장애(즉 허주잡신에 의한 신병)를 겪는 것이라면 극복이 불가능하다고 보지는 않는다.[3] 사실 무속 신앙체계에서도 자연신이나 개념신과 인격신이 분리되어 있고, 특히 무당에게 내리는 신령들은 상위 개념인 자연신이나 개념신, 천신이 되기 전 수행을 쌓는 존재로 본다. 즉 특히나 무당들에게 내리는 신령일수록 굳이 사람에게 해를 끼칠 이유가 없는 것이다.[4] 물론 올바른 신령이 아니라 신인 척하는 허주잡신이라면 쫓아보낸다[5] 중국 쪽에서는 주로 조상의 영혼, 이슬람에서는 Djinn, 서양권에서는 Demon 등에 빙의되었다고 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