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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1-07-31 19:11:28

병사지야

고사성어
군사 죽을 어조사

1. 겉뜻2. 속뜻3. 출전4. 유래

1. 겉뜻

전투에서 군사는 죽기 마련이다.

2. 속뜻

목숨을 던져 용감히 싸워야 한다는 뜻이다.

3. 출전

사기(史記)》〈염파 인상여열전(廉頗 藺相如列傳)〉

4. 유래

전국 시대 조나라에 조사(趙奢)라고 하는 세리(稅吏)[1]가 있었다. 본래 낮은 직급의 관리였으나, 사람됨이 강직하고 기개가 높아 상대가 고관대작이라도 세금 집행에 조금도 사정을 두지 않았다. 한번은 평원군의 집에 세금을 징수하러 갔다가 황당한 꼴을 당했다. 주인의 세도를 믿는 하인배들이 그를 업신여겨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뻗대었기 때문이다. 화가 난 조사는 곧 그 하인 중의 한 사람을 관아에 끌고 가서 법에 따라 사형에 처해버렸다. 원칙상으로는 평원군을 벌 주어야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으므로 하인을 대신 희생시킨 것이다. 나중에 그 사실을 안 평원군은 노발대발하여 즉시 조사를 잡아들였다.
"네 이놈! 감히 내 집 사람을 죽였겠다. 네가 그러고도 살아 있을 줄 알았더냐?"

그러나, 조사는 눈 하나 깜박이지 않고 대꾸했다.
"명공께서는 이 나라의 공자(公子)이십니다. 그런데도 이 집에서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다면 명공의 체통은 어떻게 되고 국법은 또 어떻게 되겠습니까? 국법이 흔들리면 나라가 약해지고, 나라가 약해지면 적대하는 제후들이 군사를 일으킬 것이며, 제후들이 군사를 일으키면 이 나라는 망하고 말 것입니다. 나라가 망한 뒤에도 명공께서 지금과 같은 부와 권세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십니까?"

그 당당한 항변에 평원군은 말문이 막혔고, 한편으로는 조사의 인물됨에 속으로 탄복했다. 그래서 조사를 당장 세무 책임관 자리에 발탁했다. 조사가 세무 책임관이 되자 세무 행정이 그렇게 잘 돌아갈 수 없었다. 세금을 포탈하거나 내지 않으려고 버티는 사람이 없어졌고, 덕분에 국가 재정은 반석처럼 안정되었다.

조사는 그 공로로 마복군(馬服君)에 봉해졌고, 재상인 인상여(藺相如)나 대장인 염파(廉頗)에 버금가는 지위에 올랐으나 얼마 후에 죽고 말았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나 진나라가 조나라에 쳐들어와 전쟁이 불가피해졌는데, 염파는 관문을 굳게 지켜 진나라군의 진격을 저지만 할 뿐 능동적으로 나아가서 싸우려고 하지 않았다. 몇 번을 도발해도 신통한 반응이 없자, 진나라는 이런 소문을 퍼뜨렸다.
진나라가 정작 두려워하는 것은 염파가 아니라 조괄이 조나라군의 대장이 되는 것이다.

조괄은 바로 조사의 아들이었다. 어려서부터 병법 공부를 해서 이론적으로는 상당한 식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자부심도 대단했지만, 실전 경험은 전혀 없었다. 따라서 진나라 쪽이 퍼뜨린 소문은 음모에 찬 의도적 술수였으나, 귀가 엷은 혜문왕은 솔깃해져서 대장을 염파에서 조괄로 바꾸려고 했다. 이에 대해 가장 먼저 펄쩍 뛴 사람은 바로 조괄의 어머니였다. 일찍이 그녀는 부자간에 병법에 관해서 토론하는 것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 조사는 아들의 주장을 호되게 나무랐다. 나중에 그녀가 남편에게 까닭을 묻자, 조사는 이렇게 대답했던 것이다.
"전쟁에서는 병사가 죽게 되어 있소[2]. 그렇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서 대처해야 하는데, 저 아이는 전쟁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구려. 나중에라도 임금께서 혹시 저 아이를 장수로 삼게 되면 조나라 군대를 망치고 말 거요. 그게 걱정스러워서 그러오."

조괄의 어머니는 재상인 인상여를 찾아가 자기 아들을 장수로 발탁하면 나라의 재앙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런 일이 있었기 때문에 조괄이 마땅찮기는 마찬가지인 인상여는 곧 왕을 배알하고 간했다.
"전하께서 떠도는 한낱 평판만 들으시고 조괄을 쓰려고 하시는데, 그것은 임시 풀로 붙여 모양만 번듯한 거문고를 타려는 것과 같습니다. 그가 병법서만 읽었지 실전 경험은 전무한 반면, 염파 장군은 전장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백전 노장입니다. 장군이 지금 굳게 지키기만 하는 것은 위나라군이 워낙 강성하여 정면 대결이 어렵다고 판단하기 때문인데, 이처럼 지구전으로 시일을 끌면 진나라군은 제풀에 지쳐 나가떨어질 뿐 아니라 그들의 국내에 변괴가 일어나 오래 버티지 못하고 돌아갈 것이 분명합니다. 조괄에 대해서는 친아버지인 마복군조차 생전에 걱정하는 바가 많았고, 지금은 그의 어머니가 아들의 장수 임명을 극구 반대하는 형편입니다. 이런저런 점을 감안하셔서 조괄에게 군통수권을 맡기지 마십시오."

인상여가 그토록 조목조목 이유를 대어 반대했건만, 혜문왕은 결국 염파를 조괄로 교체하고 말았다. 그 결과 기고만장한 조괄은 겁 없이 진나라군에 도전했다가 무참한 패배를 맛보았으며, 투항하거나 사로잡힌 조나라군 수만 명은 모두 생매장 되었다.

[1] 세무직공무원을 뜻하는 옛말.[2] 兵死之也(병사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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