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무요원 ‘영진’과 그의 담당자 사회복지사 ‘진현’. 매일 똑같은 옷을 입고 다니는 영진은 지각이 잦다. 며칠 후 진현은 출근길에 다리 밑에서 나오는 영진과 마주친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아버지의 집에 본인의 방이 없어, 다리 밑에서 노숙을 하고 있다는 영진. 우선 영진을 자신의 집에서 지내게 한다. 진현은 영진과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진현은 점점 마음이 동한다.
백진현 (윤혁진) 정릉종합사회복지관에서 진현을 비롯한 사회복무요원 담당 업무를 하고 있는 사회복지사이다. 진현이 지각이 잦아서 그를 추적해보니, 어느 고가도로[2]와 옹벽 사이의 절묘한 공간에 올라가서 노숙중이었다. 그러한 그를 그대로 둘 수 없어 마치 빅슬립의 기영이 길호를 집에 들인 것처럼 그를 자기 집에 들이는데......
임영진 (안은수) 지각이 잦아서 담당자 진현의 골치를 썩이는 정릉종합사회복지관 소속 사회복무요원이다. 집에서 나와서 노숙하고 있다. 사회에서는 미술대학 학생이었다.
<부모 바보>는 이 인 물들의 관계에 이른바 풍부한 서사를 부여하지 않는다. 대신에 소수의 몇 가지를 반복, 재반복하자 기이한 인상들이 출몰하여 영화 전체를 감싼다. 이것이 이 영화의 천연덕스러운 마술이다. 특정 상황, 장소, 동작, 대사(혹은 침묵)이 절묘하게 반복되면서 매력적인 이미지와 장면들로 술렁인다.<부모 바보>는 매혹의 미니멀리즘이다. 기원을 따질 수 없는 괴유머이며 분류 불가능한 감정들의 쓸쓸한 잔해 더미다. 불가해함으 로 치닫고자 하는 세련된 괴작이다.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프로그래머, 정한석)
익숙하고 낯익은 것일수록 보는 관점과 방식을 조금만 달리하면 전혀 예상치 못한 풍경을 선사할 때가 있다. 이종수 감독의 <부모 바보>는 얼핏 부조리한 단면을 고발하는 소셜 리얼리즘 영화처럼 보인다. 하지만 영화는 인물들의 숨겨진 사정과 속내를 일일이 설명할 생각이 없다. 서사를 대신해 자리를 채우는 건 스쳐 지나가는 상황, 반복되는 상황 속에 인물들이 받는 인상이다. 이종수 감독은 말을 줄이고 인물들이 지나간 흔적들을 오래 바라본다. 그 위에 독특한 푸티지 영상과 사운드들이 겹치며 전에 없던 형태의 감흥을 발생시킨다. 익스트림 클로즈업과 사운드의 증폭 등을 통해 일상 속에서 비일상적인 순간들을 찾아내는 영화는 소재적으로는 친숙한 가운데 형식적으로는 그 어떤 영화와도 닮은 구석이 없다. 침묵으로 입을 열고 이미지와 사운드로 균열을 벌리는, 독특한 에너지로 감싸인 작품이다. (씨네21 편집장, 송경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