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데즈카 오사무의 만화 《불새》의 첫 에피소드. 영생을 쫓는 고대 일본인들의 허망한 삶과 죽음을 다루고 있다.작품 곳곳에 일본 신화를 차용한 흔적이 여럿 있다. 주인공 중 한명인 나기는 이자나기에서 따온듯하고, 야마토국의 여왕 히미코와 그녀의 남동생 스사노오는 아마테라스를 비롯한 일본 고대의 여신과 여신의 남동생의 애증을 표현하는 듯도 하다. 또한 야마토국을 멸망시키는 자가 니니기다.
불새가 일개 사냥꾼에게 포획되는것도 모자라서 영생을 대가로 비굴하게 자신의 목숨을 구걸하는 유일한 작품이다.
불새의 여러 시리즈 중에서 여명편이야말로 그 과도기적 성향이 잘 드러나있다고 하겠다. 원작의 작화는 아직 작품의 중심을 잡지 못한 시기여서인지 개그성 짙게 그려지는가 하면 한없이 진지하고 적나라하게 그려져있기도 하다.
2. 줄거리
배경은 고대 일본. 원시 부족인 구마소 사람들이 선진국인 히미코 여왕이 다스리는 야마토국에 의해 학살당하고, 그 야마토국이 니니기가 이끄는 외래 세력에게 또 다시 멸망한다.[1][2]이 작품은 불새라는 영생을 쫓는 사람들의 허망한 죽음과 삶을 다루고 있으므로 소년만화에서의 전개라던가, 성장물에 대한 것을 기대했다가는 크게 실망할지도 모른다.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축은 나기라는 소년이 있고 구즈리라는 의사가 있다. 초기에 나기의 매부 우라지가 불새를 쫓다가 불타 죽고, 불새를 잡아 구하려던 히나쿠라는 나기의 누나가 죽어가던걸 떠내려온 구즈리가 구해준다. 원시 부족 수준이었던 구마소는 제대로 된 의학 지식이 없어서 오히려 히나쿠의 상태를 악화 시키고 있었고 구즈리의 체계적인 방법을 통해 치료에 성공한다. 이후 구즈리와 히나쿠는 결혼하게 되는데 결혼한 직후 야마토 국의 군사들에게 봉화를 띄워 구마소를 습격하게 한다. 사실 구즈리는 불새에 대해서 조사하려고 온 의사로 보였으나, 실상은 야마토국의 스파이였고 구마소를 멸망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래서 나기와 그 누나 히나쿠에게 큰 미움을 받는다.
구마소의 멸망 이후 나기는 사루다히코에 의해 야마토국으로 끌려가고, 누나는 구즈미와 함께 억지로 살게 되며 생이별한다. 나기는 원수인 사루다히코의 손에서 자라면서 자기 또래의 소년들을 규합하고 점점 전사로 거듭나며, 사루다히코에게 훈련받은 활솜씨로 야마토 국의 여왕 히미코를 암살하려다 실패한다. 여왕 암살건에 연루된 사루다히코는 벌들의 동굴에 갇혀서 수없이 물려 흉측한 몰골이 되고, 겨우겨우 돌아온 나기와 함께 탈출하여 구마소로 도주한다.
구마소 학살의 현장에서 겨우 살아남은 히나쿠는 배신감과 자신의 가족들을 죽였다는 증오심 때문에 구즈리를 굉장히 미워했지만 화산폭발로 인하여 갈 곳도 없어지고 주변에 누구도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같이 살게되면서 일곱 쌍둥이를 낳게 된다. 이후 불새를 쫓아온 나기를 기적처럼 다시 만나지만, 원수인 구즈리의 아이를 낳은 히나쿠에게 크게 실망한다. 히나쿠는 자신이 계속해서 아이를 낳아 자손을 번창 시키는 것이 자신의 복수이자, 부족을 살리는 일이라 설득하지만 나기는 완전히 납득하지는 못한다. 그래도 어느정도 이해하고 다시 불새를 쫓아 떠난다.
하지만 사루다히코와 나기, 덤으로 불새를 쫓아온 야마토 국의 히미코 여왕에게 다시 쫓기게 되고 가까스로 도망에는 성공치지만 니니기가 이끄는 기마병에 의해 제압당하고 그들의 노예가 된다. 불새를 쫓아오던 히미코 여왕의 군대와 그 근처에 머물고 있던 구즈리와 히나쿠는 화산 폭발로 인해 큰 피해를 입는다. 야마토 군은 겨우겨우 추스려 도망치는데 성공하지만 히미코는 점점 죽어간다. 동굴 속에 겨우 갇혀서 살아가던 구즈리와 히나쿠는 시체를 먹고 살아가다가 겨우겨우 바람 구멍을 찾아 탈출에 성공한다. 하지만 그 곳은 절벽 아래의 큰 구덩이에 불과했고, 살아갈 수는 있었지만 탈출이 불가능했다. 일련의 과정에서 미쳐버린 히나쿠를 다시 되돌리기 위해 구즈리는 계속해서 그 곳에서 불새를 기다린다.
한편 니니기에게 잡혀간 사루타히코와 나기는 추녀로 분장한 미녀 우즈메의 도움을 받아 탈출에 성공하고 야마토 국으로 복귀해 니니기의 기마병들과 싸우게 된다. 불을 무서워하는 짐승의 특성을 노려 불을 준비하지만 허망하게도 소나기로 인해 실패하고 야마토 국은 멸망과 동시에 말 그대로 몰살 당한다. 이때 사루타히코도 전사하고 니니기는 죽은 사루타히코를 비웃지만 우즈메는 자신의 배에 사루타히코의 아이가 있으며 이 아이가 살아서 후손을 남기는 한 사루타히코의 패배는 아니라고 말하며 떠난다.[3] 나기만이 겨우 살아남아 불새의 시체가 있다는 곳으로 가지만, 불새는 이미 시체가 말라 피가 나오지 않고 있었고 절망한 나기는 쫓아온 니니기의 군사들에게 공격받아 죽는다. 불새는 그 난리통에 불타는 장소에서 다시 살아나 떠난다.
특이하게도 이때 불새를 보고 불새의 전설을 듣고도 니니기는 영원한 생명따위 의미 없다며 코웃음 치고는 불새를 떠나보낸다. 작중의 수많은 인물들, 특히 권력자들이 영원한 생명을 위해 불새를 노리는 것을 생각하면 상당히 의미심장한 부분.
그렇게 일련의 사건들이 종료되고, 백발이 성성해진 구즈리의 아들은 둥지 밖으로 탈출을 시도한다. 힘이 다해가는 순간 불새의 목소리를 듣고 불새의 둥지에서 탈출하는데 성공한다. 이후 여명 편은 종료된다.
둥지를 탈출한 그가 다시 구마소를 부흥시킨 것이 야마토 편에서 밝혀진다. 둥지를 탈출한 뒤 자신의 마음에 드는 여성을 데려오고 아직 남아있던 부모와 형제들을 동굴 밖으로 탈출시키고 그의 어머니 히나쿠가 원했던 수많은 자손을 만들어 마을을 부흥 시키는 것에 성공한다. [4]
나기가 어떤 고난과 역경속에서도 그것을 극복하고 어떻게든 살아가려다 허망하게 죽는 인물상을 그리고 있다면, 구즈리는 불새를 쫓다가 패가망신하여 절망을 거듭하는 무력한 인간의 나약함을 그리는 표상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실제로 아이를 모두 잃고 정신줄을 놔버린 아내에게 불새의 피를 가져다 주겠다고 맹세하지만 불새의 둥지를 옆에 두고도 백발이 성성해지도록 그 맹세를 지키지 못한다.
3. 애니메이션
2004년 제작된 불새의 TV판의 1~4화가 여명편에 해당한다. 감독은 타카하시 료스케. 여명 편의 작화감독은 스기노 아키오가 담당했다.
[1] TVA에서는 그것을 순화하여 그저 구마소 사람들이 잔인하게 학살당하는 것만 표현했으며, 야마토국이 외래세력의 기마병들에게 쪽도 못쓰고 털리는 것만 그렸다.[2] 아이러니 하게도 니니기 후손들은 자신들의 정통성 강화를 위해서 야먀토라는 국명을 그대로 이어서 쓰고 심지어 히미코의 후손으로 역사를 왜곡한다.[3] 그 후 진짜로 사루히타코의 후손들은 살아남아서 미래편의 사루타 박사를 마지막으로 인류의 종말까지 살아남는다.[4] 하지만 실제역사대로 구마소로 불리는 일본 원주민들은 야마토 정권에 정복과 교류를 통하여 야마토에 흡수되고 그들이 일본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