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1926년《개벽(開闢)》6월호에 발표된 이상화의 시이다. 일제에 대한 저항의식과 조국에 대한 애정을 절실하고 소박한 감정으로 노래하고 있다. 나라를 잃어버린 한과 저항의식을 주축으로 하여 식민지 치하의 가난하고 굶주림 속에서 살아가는 농촌 아낙네들이 흘리는 뜨거운 눈물과 소박한 감정에서 우러나오는 말없는 반항의식을 나타내고 있고, 동족애와 식민지적 비애를 극복하고 일어서는 저항의식을 나타내 주고 있다."나비야 제비야 깝치지 마라" 구절의 깝치다는 까불거리다의 뜻으로 쓰인것이 아니라 재촉하다라는 뜻으로 쓰인것이다. 그리고 맨드라미는 진짜 맨드라미가 아니라 민들레를 뜻한다. 또한 들마꽃의 경우 제비꽃을 의미한다고 한다.
6연을 중심으로 1연과 11연, 2연과 10연, 3연과 9연이 대칭구조를 이룬다.
2. 전문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상화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 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욱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털을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쁘게나 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1]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 다오. 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웃어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
[1] 깝치다는 "재촉하다" 라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