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versky SEV-3
러시아 제국 출신 비행사가 세운 항공기 회사의 러시아 출신 엔지니어에 의해 개발된 수륙양용기.
1. 러시아에서 건너온 조종사
1차 대전에서 러시아 제국 해군 항공대에서 전투기를 몰던 장교 알렉산더 세버스키(Алекса́ндр Никола́евич Проко́фьев-Се́верский)는 10월 혁명을 피해 미국으로 건너가 미 육군 항공대에 입대하였다. 육군에서 테스트 파일럿으로 활동하며 빌리 미첼 장군의 눈에 든 그는 공중 급유나 공대지 폭격에 관한 일련의 실험을 고안하며 수 십개의 특허를 냈고, 결국 1923년에는 육군으로부터 후원을 받아 세버스키 항공사(Seversky Aero Corporation)를 설립해 운영하게 된다. 하지만 특허를 팔아 받는 돈만으로 개발비를 대기에도 모자랄 뿐더러 군인 신분이라는 제약도 있어 사업의 나래를 제대로 펴지 못하자 1928년에 소령으로 예편했고, 1931년에는 월가의 백만장자 에드 무어(Edward Moore)의 투자를 받아 세버스키 항공기 회사(Seversky Aircraft Corporation)로 확장시키게 된다.2. 에어 레이서에 도전
그 무렵은 세계 대전이 끝나고 경기 호황과 항공 기술 발전에 의해 에어 레이스가 전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다. 세버스키는 이에 주목하고 자사의 첫 작품으로 가장 빠른 에어 레이서를 만들어 내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로부터 꼬박 2년 동안 설계와 실험, 수정을 거듭한 끝에 1933년에 발표한 시제기가 SEV-3였다.전금속제 저익 단엽기라는 새로운 설계 흐름에 맞춰 유선형으로 잘 다듬어진 동체에다 기수에는 최대 출력 420마력의 라이트 J-6 훨윈드 공랭식 엔진을 장착했다. 슬라이딩 캐노피가 붙은 탠덤식 조종석의 전방석에는 조종사, 그리고 후방석에는 2명을 더 태울 수 있었다. 고정식 랜딩기어에는 유선형 스패츠가 씌워졌는데, 필요하면 이걸 떼내고 플로트를 달아 수륙양용으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SEV-3에 달린 플로트는 듀랄루민으로 제작된 특제품으로, 나중에 최고의 플로트 생산회사로 발돋움하게 되는 Edo Aircraft Corporation에서 만든 것이었다.
3. 세계 신기록
1933년 6월에 롱아일랜드에서 첫 비행에 나선 원형기 SEV-3XAR은 아주 뛰어난 성능을 보여주었다. 이 기체는 발표된 첫 해인 9월 15일에는 370.8 km/h의 속도로 수륙양용 항공기 부문의 세계신기록을 갱신했는데, 이때 수립된 기록은 그로부터 49년 동안이나 깨지지 않았다. 물론 세버스키는 교체식 플로트 대신에 아예 육상기로만 쓸 수 있게 만도록 착륙 장치를 붙인 사양인 SEV-3XLR도 따로 1대를 만들었다. 홍보와 판촉용으로 만들어낸 이 기체는 유능한 조종사인 세버스키 본인이 직접 몰고 여러차례 시범 비행을 보이기도 했었다.4. 육군 훈련기
이런 탁월한 성능을 가진 항공기를 눈여겨 본 육군은 육상기인 SEV-3XLR 사양을 기본으로 개량을 더해 단엽기 적응을 위한 중등 훈련기 BT-8로 채택하고 30대를 구입했다. 또한 콜럼비아 공군은 수륙양용기 형식을 6대 사가기도 했다.처녀비행으로부터 2년 후인 1935년에는 무장을 추가한 SEV-2XP도 제작되어 육군에서 태스트했다. 14기통 735마력의 라이트 R-1670 엔진을 얹고 기수에는 7.62mm 기관총 1정과 12.7mm 중기관총 1정, 그리고 후방석에도 7.62mm 기관총을 올린 이 형식은 육군의 차기 추격기 후보로 제안되어 테스트도 받게 되었으나, 6월 18일의 시험비행 도중 일어난 전복 사고로 부서져 후보에서는 탈락했다.
SEV-3는 세버스키 표준 디자인의 근원이 되는 기체가 되었다. 이 민간 레이서가 꾸준히 개량을 더해가면서 세버스키 P-35, P-43 랜서, 종래는 당대 최대의 단발 중전투기인 P-47 썬더볼트로 발전하는 엄청난 진화를 이뤄내는데는 불과 8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
5. 기본 제원
승무원 : 1~3명전장 : 7.42 m / 전폭 : 10.98 m:
익면적 : 20.4 m2
중량 : 1,317 kg~1,841 kg
동력 : 프랫&휘트니 R-985-11 와스프 주니어 (450 hp)
최대속도 : 370.8 km/h
순항속도 : 282 km/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