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aconda Squad.
미니어처 게임 인피니티의 용병 소속 TAG.
1. 배경
“여기 내가 친구들을 좀 데려왔어. 하나는 판처고 다른 하나는 파우스트야. 애들은 그냥 작별 인사만 하고 싶을 뿐인데 다른 사람들은 그게 엄청 불편하다나봐.”
- 제니 몰리나, 아나콘다 현장대원. 킹스톤-6 궤도 공장에 대한 공격에서. 휴먼 엣지 기업위기 제2단계.
- 제니 몰리나, 아나콘다 현장대원. 킹스톤-6 궤도 공장에 대한 공격에서. 휴먼 엣지 기업위기 제2단계.
독립적인 무소속 기계화부대를 유지하고 운용하는 것은 적잖은 부담이 드는 일이다. 이는 현재 사설 용병들이 인류계 전역에서 누리고 있는 한창 호황기에 놓인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기계화부대가 소요하는 일상적인 유지보수 비용은 실로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실제적인 전투 투입으로 인한 마모와 노후화를 제하더라도 교체 부품과 특수 기기, 공구, 숙련된 인력의 필요는 꾸준히 어느 회계사라도 악몽이라 생각할 법한 고정 지출을 발생시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나콘다 기갑대대는 용병의 세계에서, 그리고 그 세계에 들어오기 이전부터 길고 성공적인 전적을 자랑할 수 있었다.
아나콘다 기갑대대는 본래 노매드 군대의 일부인 코레히도르 관할군에 속한 정규기계화부대로 창설됐었다. 이들은 경량/중간급 공격 기갑대대로서 다른 아군 부대, 또는 위협에 처한 유랑자들의 이권을 보호하기 위한 신속 배치 등의 작전 능력을 갖추도록 편성됐다. 이 부대의 임무는 적을 강하고 신속하게 타격하여 전장에서 격리시키고 다른 유랑자 분견대나 민간인들이 해당 지역에서 대피할 때까지 시간을 버는 것이었다.
이 기갑대대의 운용 장비는 렙타일 시리즈에 속한 중형 정찰 태그 모델이다. 해당 시리즈에 속한 다른 모델들처럼 아나콘다의 설계 역시 프락시스의 검은 연구소가 제공한 최신화 공정을 거쳤는데, 여기에는 최신형 조종 인터페이스와 향상된 자세 모방 제어기를 포함한 개수가 더해졌다. 또한 장갑은 더 가벼운 플라세라믹 복합강판으로 교체됐고, 신속한 탈출 시스템을 통해 조종사의 생존률은 증가했으며, 바쿠닌의 기술 흑마법사들에 의해 제공된 다양하고도 난해한 추가 가능들이 더해져 낡고 녹슨 구형 장비를 전투에 적합한 현대식 태그로 변모시켰다.
아나콘다 대대는 유랑자 군대에서 얻은 오랜 복무 기록과 더불어 강인하고 유능한 부대라는 굳건한 평판을 쌓았다. 코레히도르 관할사령부에 속한 다른 많은 군사부대들과 마찬가지로 아나콘다 역시 종종 사설 조직은 물론 심지어 다른 국가들에게까지 용병으로 대여되어 부대의 악명높은 전문성을 발휘할 기회를 잡았다. 그리고 결국 그 확고한 전문성이 노매드 시민들의 여론에 반하게 되었을 때 그들의 몰락이 시작됐다.
몰락의 계기가 된 사건 당시 기갑대대 대원들은 목성 궤도에서 지구-달 사이에 위치할 궤도 공장을 건설하고 있던 판오세아니아 기업인 스타텍토에 고용되어 있었다. 그러던 중 코레히도르의 무중력 노동자들이 일방적인 근무 조건 변경에 항의하자 사측은 대대에게 폭동을 진압할 것을 명령했다. 아나콘다들은 주어진 일을 효율적이고 무자비하게 처리했고, 이는 한창 코레히도르에서 이루지고 있던 선거 운동 도중 코레히도르의 투표권자들에게 분노의 외침을 불러일으켰다. 이같은 여론의 반발에 따라 부대는 반면교사 삼아 해산 처분을 받았다.
일반적인 규정에 따르면 이처럼 해산 조치를 받은 부대의 일원들은 다른 연대들에 걸쳐 분산배치되는 절차를 밟는다. 놀랍게도 본 사건에서 지금은 사라진 아나콘대 기갑대대의 모든 구성원들은 조용히 노매드 군대에 전역을 신청하고 사설 계약자로 자리를 옮겼다. 퉁구스카의 소형 법인으로부터 나온 자금 지원과 함께 그들은 부대 해체를 계기로 진행된 관할사령부의 잉여 군수품 판매 과정에서 모든 아나콘다 운용 기기와 장비, 예비 부품들을 구입했다. 이후 티옴킨 은행이 제공한 재정적 지원에 힘입어 그들은 독립용병대의 간판을 달고 인류계 전역에 걸쳐 성공적인 계약 수주를 이어나갔다.
그 유명한 알키노에 원정대의 무장 호송 당시 외딴 위성에서 분리주의자 집단의 끊임없는 공격을 성공적으로 막아내면서 갠트부르트 노선을 돌파해낸 것이 바로 이들 아나콘다들이었다. 신식민전쟁 당시에도 대대는 거의 모든 세력들을 위해 일하며 각각의 국면에 걸쳐 참전했고, 아리아드나 상업분쟁에서는 FRRM(메로빙지앵 신속대응군)과 생산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여 오늘날까지 이르고 있다. 이 프랑스계 아리아드나 군사 조직에서 아나콘다는 경무장한 신속배치부대들에게 필요한 기갑 전력을 보태주고 있다. 실제로 메로빙지앵 사령부는 아리아드나군 역사상 전례없는 수준으로 이 기계화 용병대를 위한 전용 군사 작전 및 훈련 과정을 설립함으로써 이들을 아군의 군사 조직도에 완벽히 통합시켰다.
그러나 이 용병대가 거둔 부인할 수 없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독립적인 사설 기계화부대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사람들 사이에서 끊임없는 의심을 부추기고 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처럼 용병의 수요가 결코 줄어들 일이 없는 불안정한 세상에서라도 이같은 부대가 존속을 이어나가려면 막대한 재정적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부대 해산 이후 진행된 즉각적인 직종 변경과 티옴킨 은행처럼 모호한 소규모 법인이 제공한 예상치 못한 재정적 지원, 노매드 군대의 공급업자들과 맺은 용이한 계약 관계는 하나같이 모두 아나콘다의 뒤에 있는 보이지 않는 손의 존재를 가리키고 있다. 그리고 아마 그 손은 분명 검은색 장갑을 끼고 있을 것이다…[1]
2. 성능
인피니티의 태그 중에서 가장 싼 편에 속하고, 그만큼 성능도 떨어지는 용병 태그. 본래 N3까지는 하도 성능이 떨어져서 투입하는 거 자체가 예능이라고 생각할 정도였으며, 가성비 역시 떨어지다 못해 엽기적일 정도로 비쌌다. 우스개소리로 파일럿 모델의 엉덩이에 혹해서 지를 뻔 했는데 룰 보고 정신이 퍼뜩 들었다는 말이 나돌았을 지경이다. 덩치는 큰 반면 장갑은 초중보병 수준이고, 특유의 탈출 시스템 룰 때문에 2운드만 잃는 순간 타 태그처럼 수리할 시간 따위 절대 주지 않고 자동으로 태그가 터지면서 파일럿만 남아 다른 태그에 비해 유지력과 생존성이 떨어졌다. 그렇다고 기동성이 빠른 것도 아니라 4-4라 태그 최저 수준이었으며 무장 역시 평범한 스핏파이어나 HMG 정도라 적에게 큰 위협을 가하기도 어려웠다.
N4가 되어 태그의 전반적인 상향과 스탯 강화를 받아 그나마 써볼 여지가 있게 되었다. 기동성은 6-2로 상향되어 그럭저럭 써볼만해졌고, 스핏파이어는 크리티컬 시스템의 개편으로 주가가 오른 AP 스핏파이어로 상향됐다. 특히 직접 교전 병력이 극단적으로 부족한 나선 군단에서는 이정도만 돼도 감지덕지일 정도. 다만 가성비가 높아졌다 해도 전투력 자체는 태그 최하위라는 건 여전하며, 여러모로 태그라기 보다 거대 중보병이라고 생각하면서 운용하는게 편하다. 포인트와 성능상 가장 유사한 병종이 다른 태그가 아니라 감마 부대인 수준이다.
[1] 보충해서 말하자면 인피니티 세계관에서 노매드의 정보기관은 검은손이라는 뜻의 블랙핸드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아나콘다의 활동이 노매드국의 지원하에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