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顔料 / Pigment물체에 색을 입힐 때 쓸 수 있는 착색제로, 용매에 녹는 염료와 달리 용매(물, 기름 등)에 거의 녹지 않는 물질을 이른다. 염료에 비해 내화학성이 좋고, 태양광(자외선)에 의한 변색이나 바람, 비 등으로 인한 마찰이 생기는 실외환경을 견디는 내광성, 내후성의 면에서도 우수하지만 가격이 비교적 높다.
천을 물들이기 위한 염료보다도 역사가 더 오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안료라는 단어에 얼굴 안(顔)자가 포함된 것에서도 알 수 있듯, 옷 이전에 사람 몸, 얼굴 등을 치장하기 위해 색상이 있는 광물들을 이용했던 것을 시초로 추정하고 있다.
안료에 미디움(용매)를 혼합한 것이 물감이고, 이에 파라핀 등을 섞어 굳혀 크레파스 등이 된다.
2. 종류
아주 오래 전부터 사용해오던 안료는 주로 광물에서 유래한 무기안료이며, 지금도 색상 이름뿐 아니라 색소로도 활용되고 있다. 인류는 다양한 무기안료를 발견해왔지만, 그럼에도 발색력의 한계나 중금속 독성[1] 등이 있어 그 한계점이 뚜렷했다. 화학기술, 특히 유기화합물 관련 기술의 발전에 따라 현대에는 다양한 유기안료들이 개발되었다. 유기안료는 원하는 색을 얻기 쉽고, 독성 문제에 대해서도 무기안료보다 대체적으로 안전하지만 합성 비용 등의 문제 등이 남아있다.한편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안료코드'가 있는데, 이것이 같은 물감은 안료 성분이 같다는 뜻이다. 안료코드 목록 (영어) 하지만 회사마다 물감 제조 방식이 달라서 색감이 달라지므로 경험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
2.1. 무기안료
- 흰색
- 백연[2](白鉛, Lead white), 또는 켐니츠화이트(Chemnitz white): (PbCO3)2·Pb(OH)2. 수백연광(hydrocerussite)이라는 광물에서도 자연적으로 발견되기에 일찍부터 이용되어 왔다. 불투명성이 적당하고 발색이 좋아 페인트 등에서도 널리 쓰였지만 유해성으로 인해 현대에는 대부분 사용이 금지되었다.
- 징크화이트(Zinc white, 아연 백색): ZnO. 아연의 산화물로 독성이 높은 백연을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18세기 이후로 널리 사용되었다. 백연과 마찬가지로 적당한 불투명성을 갖는다.
- 황산바륨(Barium sulfate): BaSO4. 중정석(baryte)에서 생산된다. 조영제로 쓰는 그 물질이 맞으며, 유화에 널리 사용되었다.
- 리소폰(Lithophone): BaSO4·ZnS. 19세기 말 듀폰사가 발견하여 이후부터 생산된 안료로, 불투명성이 낮지만 생산비가 저렴하여 여러 회사에서 이 안료를 생산한 바 있다. 유기계 색소와도 잘 혼합된다는 특성을 갖는다.
- 티타늄화이트(Titanium white): TiO2. 이산화티타늄으로 20세기인 1916년에야 양산이 가능해진 비교적 최신 안료다. 굴절률이 매우 높아 흰색 안료 중에서도 가장 높은 불투명성을 가져서, 차폐력이 매우 뛰어나다. 매우 안정적인 특성상 인체에도 해가 적어 다양한 용도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수정액을 티타늄 화이트로 만든다. 사실상 현대 백색안료계의 최고봉으로 여겨지지만, 차폐력과 불투명성의 댓가로 형편없는 혼색이란 단점을 가지게 되어서[3] 혼색 성능이 상대적으로 나은 다른 화이트와 함께 사용된다. 이 혼색 문제는 매우 치명적인 단점이어서, 흰색 색상을 여러개 두기 어려운 게임즈 워크숍의 시타델 같은 브랜드에서는 잘 채용되지 않는 편이다.
- 검은색
- 카본블랙(Carbon black): 검은 탄소. 목탄 등 인류가 즐겨쓰던 검은 안료도 카본블랙의 일종이다. 무엇보다 구하기 쉬울 뿐만 아니라 탄소 자체로 매우 안정적이고, 발색력도 뛰어나고 인체에 유해성도 적다. 이는 다른 검은색 안료가 적은 이유기도 하다.
- 골탄(骨炭, Bone black): 동물의 뼈를 태워 얻는 것으로, 엄밀히 유기계가 아닌 무기안료다. 주성분은 주로 인산삼칼슘 - Ca3(PO4)2 등이다.
- 빨간색
- 주사(朱砂, Vermilion[4]): HgS. 황화수은이 들어간 광물에서 유래한 것으로 광물에 남아있는 수은을 제거한 것을 주로 안료로 사용하였다. 동서양 가리지 않고 진한 다홍색을 낼 때 쓰인 안료다. 수은계 화합물으로 잔존수은이나 분리되는 수은의 발생 가능성에 따른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기도 한다.
- 연단/적연(鉛丹/赤鉛, Minium): Pb3O4. 사산화삼납으로 조금 더 주황색에 가까운 다홍색을 띈다. 이 역시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널리 쓰였으나 납 중독 등의 사고가 끊이지 않자 백연과 같이 현재는 사용이 금지되었다.
- 상긴(Sanguine), 적분필(Red chalk), 베네치안레드(Venetian red): 산화철(III) - Fe2O3으로 성분의 함량에 따라 색이 다르나 대체로 채도가 높은 빨간색을 만들어낸다.
- 카드뮴레드(Cadmium red): 셀레늄화카드뮴(CdSe)과 황화카드뮴(CdS)의 비율을 조절하여 셀레늄화카드뮴의 비율이 높은 빨간색 계열의 안료를 이른다. 화합물의 독성은 카드뮴 자체보다는 낮다고 여겨지지만 증기 흡입 등 유해성 논란이 있어 유럽 쪽에서는 사용금지를 두고 논의가 오가고 있다.
- 계관석(Realgar): 드물지만 붉은 빛을 내는 계관석을 갈아쓴 빨간색 안료도 과거에 사용되었던 기록이 있다. 하지만 황화비소(α-As4S4)가 주 구성 물질이기에 독성으로 인해 현대에는 쓰지 않는다.
- 주황색
- 카드뮴오렌지(Cadmium orange): 카드뮴레드보다 황화카드뮴의 비율이 높은 안료. 단, 셀레늄화카드뮴이 어느 정도 섞여야 주황색을 낸다.
- 크롬오렌지(Chrome orange): Pb2CrO5. 과산화크롬납으로 크롬산납인 크롬옐로우에 추가적인 처리를 해서 얻는다.
- 노란색
- 웅황(雄黃, orpiment): As2S3. 삼황화비소로 화산지대에서도 발견되며 금색에 가까운 빛을 내어 고대에 동서양 가리지 않고 웅황을 썼다는 기록이 발견되며, 19세기까지도 서양에서는 안료로 사용했다. 하지만 비소계 화합물이 그렇듯 독성이 있어 현재는 사용되지 않는다.
- 모자이크골드(Mosaic gold): SnS2. 황화주석(IV)으로 모자이크에 노란빛을 내기 위해 쓰인 안료다.
- 납주석황색(Lead-tin-yellow): 르네상스 시대부터 널리 사용된 안료로 정확히는 두가지 종류로 나뉜다. 조금 더 흔한 1종(Type I) 납주석황색은 Pb2SnO4이며, 2종(Type II)은 규소가 들어간 Pb(Sn,Si)O3이다. 이 중 1종이 유화에도 널리 사용된 안료다.
- 안티모니옐로우(Antimony yellow), 또는 네이플스옐로우(Naples yellow): Pb2Sb2O7. 18세기 이후로 납주석황색을 대체한 안료다. 하지만 19세기부터는 카드뮴옐로우, 코발트옐로우에 밀려 사용이 줄었다.
- 크롬옐로우(Chrome yellow): PbCrO4. 크롬산납으로 천연광물 홍연석(crocoite)에서도 발견은 되지만 천연광물에서 유래한 안료는 아니다. 1797년 프랑스 화학자 루이니콜라 보클랭이 크로뮴을 발견하고, 이를 황화합물로 만들어 본 것에서 유래하며 1820년대부터 안료로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황화수소에 노출되면 이와 반응해 황화납이 생겨나며 유해성 논란의 끝에 카드뮴옐로우로 대체되어 현재는 이 형태로는 사용되지 않는다.
- 카드뮴옐로우(Cadmium yellow): CdS. 황화카드뮴으로 그리녹카이트(greenockite)라는 광물에서도 발견된다. 채도가 매우 높고 선명한 노란색을 낸다. 카드뮴 자체는 유해하지만 화합물은 독성이 낮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드뮴이 나올 수 있다는 주장이 있어 유럽 쪽에서 사용금지의 논의가 제기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사용되고 있는 안료다.
- 오레올린(Aureolin), 또는 코발트옐로우(Cobalt yellow): K3[Co(NO2)6]. 헥사니트로코발트(III)산포타슘으로 19세기 중반부터 사용이 시작되었다. 유화와 수화에서의 안정성에 대해 의견차가 있지만 비교적 투명성이 높고 선명한 황색을 내는 안료로써 사용된다.
- 징크옐로우(Zinc yellow, 아연황색): ZnCrO4. 크롬산아연으로 내부식성이 뛰어나 20세기 중반까지는 금속도색에 널리 활용되었으나 독성이 매우 높고 발암물질임이 확실히 밝혀짐에 따라 현재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 티타늄옐로우(Titanium yellow): NiO·Sb2O3·20TiO2. 현대에 개발된 티타늄계 안료로 니켈, 안티모니가 들어가있지만 생체와의 반응성이 낮아 안전하다고 여겨진다.
- 녹색
- 크롬그린(Chrome green): Cr2O3. 산화크롬(III)으로 자연계에서는 에스콜라이트(eskolaite)라는 비교적 희귀한 광물에서 발견된다. 합성법은 1838년에 발견되었으며 비교적 진하고 선명한 녹색을 낸다.
- 비리디안(Viridian): Cr2O3·xH2O. 산화크롬(III)의 수화물로 깊은 청록색 빛을 낸다. 비리디안이란 이름은 대략 1860년대에 녹색을 나타내는 라틴어 viridis에서 착안해 생겨난 것으로 여겨진다.
- 코발트그린(Cobalt green): 코발트그린으로 불리는 안료는 두 가지가 있으나, 주로 아연녹색(zinc green), 또는 린만그린(Rinman's green)이라 불리는 CoZnO2 (산화코발트아연)을 이른다. 안료의 빛깔은 밝은 청록색에 가깝다. 발견자는 스웨덴의 스벤 린만으로 1780년에 합성에 성공하였다.
- 공작석(Malachite): Cu2CO3(OH)2. 수산화탄산구리(II)를 주 성분으로 하는 광물이며 이를 갈아 안료로 쓰는 경우가 있다. 원 광물은 푸른 빛이 선명하게 도는 녹색(현재는 흔히 민트색이라 불리는 색에 가깝다)을 띄며, 갈아 만든 안료도 비슷한 색상을 띈다.
- 셸레그린(Scheele's green): AsCuHO3. 별칭은 슐로스그린(Schloss green). 산소를 발견한 사람으로 유명한 칼 빌헬름 셸레가 만들어 낸 비소계 안료로 19세기까지 널리 쓰였지만 독성이 높아 많은 사람이 죽어서 사용이 금지되었다.
- 패리스 그린(Paris green): 해당 문서 참조. 결합 및 제법상 아세트산이 첨가되나 무기안료로 간주된다. 비소계 안료로 이 역시 살충제로 썼을 정도로 독성이 치명적이여서 사용이 금지되었다.
- 파란색
- 울트라마린(Ultramarine): 본래는 청금석의 분말을 갈아만든 안료로, 알루미늄계 안료로 분류된다. 같은 방법으로 제조된 안료를 중동 지역에서 널리 사용되었다는 점에서 페르시안블루(Persian blue)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비교적 어둡고 깊은 청색을 내며, 서양에서는 14~15세기부터 중동에서 안료를 수입하여 썼다. 1826년에 합성법이 발견된 이후로 현재는 주로 합성된 울트라마린 안료를 사용한다.
- 코발트 블루(Cobalt blue): CoAl2O4. 산화코발트(II)와 산화알루미늄(III) (알루미나)를 1200도에서 소결하여 만들어지는 안료로, 도자기의 청화에서 발견되는 성분과 같다.
- 세룰리안(Cerulean): Co2SnO4. 1789년 스위스 화학자 알프레흐트 회프너에 의해 발견된 뒤 1860년에 영국에서 상업적으로 판매가 개시되었다. 이름은 1590년경에 라틴어로 청색을 나타내는 caeruleus에 착안하여 만들어진 영어 단어에서 유래했다.
- 이집티안 블루(Egyptian blue): CaCuSi4O10 또는 CaOCuO(SiO2)4. 고대 이집트에서 사용한 것이 발견되어 인류 최초의 합성 안료로 여겨지는 밝은 청색 안료다. 대략 4세기쯤에 제작법이 사라져서 쓰이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현대에는 첨단과학으로 일단 같은 색을 내는 제작법은 알아낼수 있게 되었지만 색깔을 내는용도로써는 실용성이 떨어저서 안료로써의 생산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 프러시안 블루: 현대적 합성안료 기술로 만들어진 최초의 색.
- 보라색
- 그 외
2.2. 유기안료
합성염료의 발달과 함께 유기안료도 비슷한 방향으로 많이 생겨났다. 그 중에서 합성염료보다 용해성이 작은 것들을 유기안료라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다.오래 전부터 사용된 안료에는 이름이 붙어있지만, 개발된 안료의 이름을 컬러인덱스(colour index, CI)의 색상 명명법에 따라 C.I. Pigment (색상명)[5] (번호)# 등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미국 고속도로 차선 도색에 사용되는 황색 안료로 쓰이는 C.I. Pigment Yellow 10(PY10)이 이 명명법으로 붙여진 안료다. 색상에 따라 번호가 붙여진 것이므로 이전의 무기안료에도 이름 대신 이 명명법을 쓸 수 있지만, 일상적으로는 이름으로 불리는 경우가 많다.
[1] 납, 크로뮴, 카드뮴, 수은 등이 섞이는 것은 예삿일이며, 에메랄드 그린, 또는 파리 그린/패리스 그린(Paris green)이라고 불리는 청록색 안료는 아예 비소계였다. 화합물 상태에서는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줄어든다지만 대부분은 가공 중에 용출되어 증기/경구흡입이 이루어질 수 있어 사용금지에 이른 경우도 많다.[2] 백랍(백납)이라고도 하나, 주석과의 합금인 백랍과의 구분이 모호해 잘 쓰이지는 않는다.[3] 제대로 혼색이 되는 것이 아니라 마블링처럼 되어 버린다.[4] 안료로의 이름. 광물은 cinnabar라 불렀다.[5] Red, Orange, Yellow, Green, Blue, Violet, White, Black, Brown이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