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모에 미러 (일반/어두운 화면)
최근 수정 시각 : 2021-05-10 21:44:59

오공(리그 오브 레전드)/배경

1. 장문2. 빠르고 멍청하게3. 구 배경

1. 장문

오공은 바스타야로, 자신의 뛰어난 힘, 민첩성과 지혜로 상대방을 혼란에 빠뜨려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 악동이다. 마스터 이로 알려진 평생지기를 찾은 뒤, 오공은 우주류로 알려진 고대 무술의 마지막 제자가 되었다. 마법봉으로 무장한 오공은 아이오니아의 파멸을 막고자 한다.

아이오니아의 나무 꼭대기 위에는 ‘쉬먼’이라는 이름의 바스타야 부족이 살고 있다. 유인원을 닮은 쉬먼족은 현명하고 신중하며, 평화주의자로, 땅을 걷는 자들을 피해 아이오니의 가장 높은 나무들 위에서 사회를 꾸리고 문화를 발전시켰다. 쉬먼족에게 삶은 지혜를 향한 진화요, 죽음은 다시 삶의 나무를 오르기 위해 돌이 되어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공은 다른 쉬먼족과 매우 달랐다. 충동적이고, 똑똑하고, 재미를 추구하는 공은 마을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성가신 가시 같았다. 아이오니아에 전쟁이 발발했을 때, 공은 아래에서 펼쳐지는 전쟁의 소리와 색채에 매료됐다. 그것은 공의 마음 깊숙한 곳에서 진실하고 거부할 수 없는 무언가를 일깨웠다. 그길로 공은 부족을 떠나 자신의 운명이라고 확신한 무언가를 준비하기로 했다.

아무런 훈련도 없이 오직 본능으로만 무장한 공은 아이오니아를 정처 없이 떠돌며, 무예를 배우기 위해 마구잡이로 대련을 청했다. 비록 멍과 부러진 이빨만 얻기 일쑤였지만, 싸울 때마다 그는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전사의 모습을 갖추어 갔다.

여행 도중, 공은 숲속의 작은 빈터에서 기묘한 고글을 쓴 남자가 명상하는 것을 마주치게 되었다. 공은 그에게 싸움을 걸었다. 남자는 일어서 단 한 번의 동작으로 공을 바닥에 쓰러뜨리고는 다시 명상에 빠졌다. 공은 수많은 상대에게 도전했지만,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몇 주간, 공은 매일 숲속의 공터로 돌아와 그 전사를 쓰러뜨리려 했다. 기묘한 고글의 남자보다 강하고 빨랐을지언정, 공은 매번 그에게 압도당했다.

결국, 공은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은 것을 해보기로 했다. 바로 겸손이었다. 공은 남자 앞에 무릎을 꿇고 겸손하게 가르침을 부탁했다. 그러자 검사는 곧바로 공에게 물었다: 너는 왜 싸우는가?

공은 한 번도 이유를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평화로운 쉬먼족 사회에 남았을 수도 있었지만, 그의 안에 있는 무언가는 다른 것을 갈망했다. 공은 그 남자에게 같은 질문을 했지만, 그는 더 이상 싸우지 않는다고만 대답했다. 공은 다음 며칠간을 전사와 함께 앉아 질문의 답을 탐구했다.

남자는 공의 심정 변화와 조용한 의지를 느끼고 자신을 마스터 이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공에게 우주류의 덕목인 자기 수양, 인내와 전투를 가르쳐주기로 했다. 마스터 이는 공의 무모하고 충동적인 성향을 치명적으로 재빠르고 변칙적인 격투 스타일로 변화시키며, 수련을 거듭할수록 공은 정확한 동작과 기술을 구사할 수 있게 됐다.

둘은 훈련을 거치며 서로를 존중하게 되었지만, 공은 자신의 가장 웃긴 농담마저도 밝힐 수 없는 깊은 슬픔이 마스터 이의 마음속에 도사리는 것을 느꼈다.

그보다도, 공은 아직 마스터 이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지 못했다. 공은 만약 마스터 이가 한때 무엇을 위해 싸웠는지 알게 되면 자신도 대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공은 마스터 이에게 친선 대련을 제안했다. 공이 이기면, 마스터 이는 그가 무엇을 위해 싸웠는지 말해주어야 했고, 마스터 이가 이기면 공은 1년 동안 말을 하지 않는 조건을 걸었다.

마스터 이는 내기를 받아들였다.

공은 마스터 이를 숲에서 연기양귀비밭으로 유인했다. 마스터 이가 재빠르게 공격하려고 할 때, 공은 자극받은 양귀비들이 내뿜는 연기 속으로 숨었다. 마스터 이는 혼란을 느끼며 공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공격했으나, 그것은 공이 미끼로 밭에 심어 놓았던 공을 닮은 짚 인형이었다. 공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관자놀이를 공격하여 마스터 이를 쓰러뜨렸다.

마스터 이는 공의 영리함에 미소 지었다. 하지만 그가 검을 포기한 이유를 설명하며 미소는 점차 지워졌다. 마스터 이는 한때 아이오니아의 대 녹서스전에서 중요한 방어선을 담당했다. 마스터 이와 그의 제자들은 녹서스를 전투에서 효과적으로 무찔렀으며, 침략자들은 결국 화학전으로 노선을 바꿨다. 마스터 이는 자운의 과학자들이 개발한 화학 폭탄에 수백 명이 목숨을 잃은 사건을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더 이상 싸우는 이유에 답할 수 없었던 그는 숲의 작은 공터에 스스로 몸을 숨기고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명상했다.

공은 이 세상의 싸움에 일절 관여하지 않기로 한 쉬먼족의 일원이었지만, 그것은 위협에 맞설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들을 버린 것에 지나지 않았다. 공은 어떤 결과가 어찌 됐든 마스터 이가 다른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싸웠다는 사실을 존경했다. 그리고 공은 그와 같은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을 깨달았다.

공의 눈빛을 통해 마스터 이는 자신이 피하고 있던 진실을 받아들이게 됐다. 그가 아무리 거부하려 애써도 그는 전사였으며, 사람들은 그의 도움이 필요했다. 공에게 감사를 느끼며 마스터 이는 전설의 대장장이 도란이 제작한 마법봉을 선물했다. 그리고 우주류의 가장 뛰어난 제자들에게만 내려주는 새로운 칭호를 주었다. 그날부터, 공은 오공이 되었다.

마스터 이와 오공은 두 사람의 힘을 보탤 새로운 대의를 찾아 아이오니아의 황야로 향했다.

2. 빠르고 멍청하게

빠르고 멍청할 텐가, 느리고 똑똑할 텐가?

마스터 이는 항상 내게 이렇게 묻곤 해. 글쎄, “묻는다”고는 하지만, 사실 진짜 질문은 아니야. 토론의 대상이 아니지.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충동적이고 빠르게, 즉흥적이고 재미있게 할 수도 있는 거잖아… 아니면 그냥 마스터 이의 방식대로 해도 되고. 올바른 방식 말이야. 느리게. 인내하면서. 전략적으로. 퉁명스럽고 결연한 표정을 짓고. 마치 똥을 밟은 것처럼. 왜냐면 실제로 그랬으니까. 내가 그의 장화 속에 넣었거든! 재미있어할 거라고 생각했어.

근데 재미있어하지 않더군.

(그래도 나한테는 재밌었어. 그러니까 결과적으로는 잘 된 거지.)

하지만 정말이지 짜증 나는 게 뭐냐면, 보통 마스터 이의 말이 맞다는 거야. 함께 훈련한 몇 년 동안 마스터 이를 대련에서 이긴 게 한… 12번 정도 되나? 난 몇백 번도 넘게 깨졌는데 말이야. 그리고 매번, 어김없이 내 입에 흙이 들어간 그때마다, 다 내가 성급하게 굴어서 그렇게 됐다는 것도 알아. 맞출 확신이 없는데도 휘둘러봤다거나. 틈이라고 생각해 뛰어들었는데 함정이었다거나.

그리고 난 겸손한 게 아니야. 난 잘해. 진짜 잘한다고. 마스터 이는, 참 유머 감각도 없지만, 어쩌다 보니 내가 만난 사람 중에서 제일 뛰어난 전사였을 뿐이야. 그렇다고 마스터 이가 느린 것도 아냐. 빨라. 내가 본 그 누구보다도 빠르지. 그러니까, 칼을 뽑고, 잠깐 휙휙 하더니, 세 놈이 바닥에 누워 피를 흘리고 있어. 그 정도로 빨라.

그러니, 마스터 이가 빠르고 멍청할 텐지 느리고 똑똑할 텐지 고르라고 하면, 대부분은 들으려고 노력해.

이때 중요한 단어는 “노력해”랑

“대부분은”이야.

언젠가 사람만큼 거대한 버섯의 숲을 지나다니고 있을 때였어.

내가 이야기하고 있던 엄청난 농담에서 제일 웃긴 부분을 말하려던 참이었는데, 비명이 들리더라고. 마스터 이는 우리가 발각되지 않도록 날 엉겅퀴 덤불에 밀어 넣었어.

여섯 명이 있었어. 도적 같아 보이는 다섯 명이랑, 불안해 보이는 늙은 농부가 포로가 되어 밧줄에 꽁꽁 묶여있었지.

상황이 이러니 나는 당연히 마법봉을 휘둘러 자유롭게 사람들의 머리를 내려쳐야 할 것 같았는데, 마스터 이가 날 말렸어. 손가락을 입술에 갖다 대더니 눈을 가리켰어. 관찰하고 전략을 짜. 빠르고 멍청할 텐가, 느리고 똑똑할 텐가?

나는 한숨을 쉬고 무리를 날카롭게 지켜봤어.

스트레스로 팽팽하게 굽은 도적들의 등에는 걸레짝이 되어버린 옷이 걸려있더군. 자신의 몸보다는 검을 더 잘 관리한 것 같았어. 그들은 행진 중에도 매복을 경계하며 주변 환경을 탐색했지. 한 명은 늙은 농부의 입에 재갈을 물렸어. 아마도 방금 우리가 들은 비명을 멈추게 하려고 그랬을 거야.

그 와중에 늙은 농부가 땅에 쓰러졌어. 의도적으로 넘어진 거야. 누구든지 눈치챌 수 있어. 그를 붙잡은 놈들도 당연히 알아봤지.

놈들의 대장이 멈춰 서 늙은 농부 앞에 섰어. “와 정말 지긋지긋하군. 영감, 늙긴 했지만, 그 정도로 폭삭 삭은 건 아니잖아. 고작 시간이나 벌어보려고 몇백 걸음마다 넘어지는 건가? 여기서 어떻게 벗어날지 한 번 생각해봤어? 그건 아주 낡은 수법이야. 영감보다 더 오래됐다고.”

그는 쭈그려 앉아 농부와 눈높이를 맞췄어.

“집에 정말 보석으로 가득 채운 상자가 있어?”

노인은 도적을 쳐다봤어. 공포가 천천히 포기로 바뀌더군.

그는 고개를 저었어.

“아쉽게 됐군.” 얼굴에 온화한 미소를 지은 도적이 말했어. 보통 누군가 단검을 꺼내는 것으로 이어지는 그런 식의 미소였지.

“당장 노인을 구하러 가겠어.” 내가 마스터 이에게 속삭였어.

마스터 이는 기묘한 고글이 달그락거리지 않는 선에서 고개를 최대한 세게 흔들었어. 굳이 이유를 물을 필요는 없었지. 그는 우리 둘 중 하나가 놈들 뒤쪽에 몰래 자리 잡고, 한 명은 길목의 반대편에 자리 잡아 협공으로 놈들을 가두길 바랐던 거야. 아니면 이거랑 비슷하게 교활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다른 무언가를 원한 거지. 느리고 똑똑하게.

마스터 이의 큰 문제는, 날 재미있다고 여기지 않는 거랑, 고글 때문에 그가 사람 크기의 벌레처럼 보인다는 것 말고도, 지난 몇 년간 꽃밭에 혼자 앉아 있었다는 거야. 그의 인내심은 무한하다고. 그는 뭐든지 사색하고 계획하고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다고 생각하지.

그래도, 마스터 이가 천천히 하랬으니까. 이번에는 그의 방식대로 해보기로 했어. 난 고개를 끄덕인 다음, 도적들 뒤쪽에 있는 길로 고갯짓했지. 당신이 그들 뒤로 가. 난 당신의 신호에 맞춰서 공격하겠어.

마스터 이는 빙 둘러서 수풀 뒤쪽으로 갔어. 그쪽 방향을 보고 있었더라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반대쪽 길로 넘어가더라고. 교과서적인 기습 진형이지. 마스터 이가 관심을 끌고, 놈들이 등을 돌린 순간 내 쪽 길에서 그들을 덮치는 거야.

그 와중에 도적들의 대장이 오른쪽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더군. 아주 작았어. 과일이나 깎을 정도는 되려나. 하지만 피곤하고 늙은 농부의 목을 찌르기에는 충분했지.

반대쪽 길 수풀에 숨어있는 마스터 이를 볼 수는 없었지만, 그가 칼을 볼 수 없다는 건 짐작할 수 있었어.

놈들은 당장 노인을 죽이려고 했었고, 마스터 이가 얼마나 안전하게 상황을 정리하고 싶었는지는 몰라도 지금은 기회를 기다릴 수 없었어.

다행스럽게도, 나에게는 비장의 수단이 있었어. 난 정말, 정말, 정말 잘 싸우거든.

대장은 노인의 머리채를 잡고 목에 칼을 가져다 댔어. 난 수풀에서 뛰쳐나와 마법봉을 높게 들고, 그의 손에서 칼을 쳐냈지. 다음에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부분으로 넘어갔어.

보통 내가 누구를 기습할 때는, 보통 2초에서 3초 정도의 여유가 있어. 내 정체를 파악하는 데 그 정도 걸리거든. 대부분의 사람은 바스타야를 본 적이 없고, 쉬먼족은 더더욱 본 적이 없겠지. 입을 딱 벌린 상태로 가만히 서 있는 놈들은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깨닫기도 전에 내가 때려 눕혀준다고.

대장의 턱에 내 무릎을 찔러넣자, 놈의 치아가 세게 부딪히는 소리가 났어. 나한테조차도 끔찍하게 들렸지.

“마스터 이, 거기 가만히 있어!” 그가 숨어있을 법한 수풀에 외쳤어. “내가 알아서 정리할게.”

그때 하필 말하자마자 내 어깨에 칼이 박히지 뭐야.

도적 쓰레기 놈들 중 하나가 투척용 단검띠를 매고 있었던 모양이야. 나는 애써 마스터 이가 웃는 장면을 상상하지 않으려고 했어.

“아직도 알아서 하겠다는 건가?” 마스터 이가 수풀에서 외치더군. 아마도 내가 다칠때까지 싸움에 참여하지 않고 기다린 모양이야. 뛰어들어서 날 구한 다음 느리게 행동하라고 잔소리하겠지.

“당연하지!” 바닥에 연기양귀비를 잔뜩 던지며 외쳤어. (난 항상 몇 개 들고 다녀. 전투에서도 유용하고, 심심할 때 마스터 이를 귀찮게 하기에는 더 유용하지.)

그 다음 나는 놈들을 실컷 때려눕혔어. 시시콜콜하게 알려주지는 않을…

…아니 잠깐, 다 말해줄게. 왜냐면 끝내주거든.

난 마법봉을 꺼내서 빙글빙글 돌렸어. 노인이 다칠 수도 있으니 높게 휘둘렀지. 나무가 머리에 부딪히는 느낌에 팔이 떨리더군. 나는 공격을 피하고, 무기를 쳐내고, 얼굴에 겨우 주먹 두 방만 맞았어.

연기가 사라졌을 무렵에 서 있는 건 나밖에 없었어. 음, 나랑 내가 일으켜드린 노인 단둘 뿐이었어.

마스터 이는 한숨을 쉬며 수풀에서 나왔어.

“아 좀.” 난 투덜거릴 수밖에 없었어. “왜 한숨을 쉬는 거야? 내가 이 지저분한 노인을 구했다고…”

“-어허!” 노인이 발끈했지만 무시하고 계속 말했어.

“그리고 내 어깨도 며칠 내로 완전히 나을 거야. 아야,” 상처를 만져보니 조금 아프네. “이번에는 뭐에 실망한 거야?”

마스터 이는 노인을 구속하던 밧줄을 잘라냈어. “난 실망하지 않았다.” 마스터 이가 말했어. “짜증 날 뿐이다.”

“왜?”

“난 내가 틀렸다고 인정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넌 조급했고, 무모했고, 완전히 올바른 결정을 내렸지.”

난 미소 지었어.

“빠르고 멍청하지.”

마스터 이는 피가 나지 않는 쪽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어.

“그래, 빠르고 멍청하다.”

3. 구 배경

역병 정글 깊숙한 곳에 신기한 바위를 숭배하는 원숭이들이 살았다. 마법의 힘을 지니고 있는 이 거대한 바위는 주변에 서식하는 동식물들에게 지각력과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는데, 이 기적과도 같은 힘의 가장 큰 수혜자가 바로 원숭이들이었다.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이미 알아차렸겠지만, 이 신통방통한 돌의 진짜 정체는 강력한 마법을 지닌 룬스톤이었다. 이 세계를 혼란에 빠뜨렸던 룬 전쟁의 영향력도 역병 정글 깊숙한 곳까지는 미치지 못했기 때문에 룬스톤은 한 무리의 원숭이들에게 둘러싸여 수 세기 동안이나 강력한 마법을 뿜어낼 수 있었다.

한편, 원숭이들의 사회에도 더 현명하고 슬기로운 지도자 원숭이가 존재했다. 이 원숭이는 돌의 힘을 이용하여 자신과 자신을 따르는 원숭이들을 불멸의 존재로 만들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그가 준비한 복잡한 의식은 의도했던 것과 전혀 다른 결과를 낳게 되었다. 룬스톤이 산산이 부서져 버리고 원숭이들도 영생을 부여 받지 못했던 것이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 수 있을까? 비록 룬스톤은 사라져 버렸지만, 그 속에 있던 힘과 권위를 그대로 이어받은 원숭이 '공'이 태어났다. 공은 항상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원숭이로 역사 속에 기억되고자 했다. 때문에 그는 역병 정글에 있는 모든 짐승과 괴물을 쫓아다니며 자신의 힘에 걸맞은 상대를 찾고자 했지만, 누구도 그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러나 그가 정말로 원했던 것은 보다 더 강하고 유명한 상대와의 필사적인 전투 끝에 승리를 쟁취하여 영웅적인 존재로 거듭나는 것이었다. 공은 현명하고 슬기로운 지도자 원숭이에게 조언을 구했고 그는 공에게 북쪽 세상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전설에 따르면, 그곳엔 뛰어난 힘과 지혜를 가지고 세상을 제 마음대로 주무르는 털 없는 원숭이들이 살고 있었다. 공은 이 이야기가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북쪽으로 여행을 떠났다. 남부 황무지를 지나고 대장벽을 지나던 도중 공은 명상에 빠져있는 한 남자와 마주치게 되었다. 그의 이름은 마스터 이, '우주류 검술'의 전수자였다.
공은 처음 만난 그 사내에게 대뜸 북쪽에서 가장 강한 전사가 누구냐고 물었고 마스터 이는 그에게 리그 오브 레전드를 알려주었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전사들과 싸울 수 있는 곳이라니! 공에게 리그는 극락과도 같았다. 공은 자신이 우주류 검술을 배워 마스터 이의 이름을 이 세상에 널리 알리겠다고 맹세했다. 대신 그는 마스터 이에게 자신을 리그에 데려가 달라고 간청했다. 공은 마스터 이를 따라다니며 인간들이 좋아하는 예의나 관습에 대해서도 배우고자 했는데, 세계 최고의 전사가 되는 데 필요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습득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공의 열정에 감동한 마스터 이는 공이 훗날 제자를 거둬 우주류 검술을 가르쳐야 한다는 조건하에 공의 부탁을 수락했다. 그리고 이 약속을 기억하라는 의미에서 그에게 오공이란 이름을 붙여주었다.또, 마스터 이는 자신의 제자에게 무기장인 도란이 만든 마법이 걸린 지팡이를 선사했는데, 이는 마법이 걸린 원숭이라는 오공의 정체성과 완벽하게 맞아 떨어졌다. 마스터 이의 도움으로 오공은 자신의 능력과 우주류 무술의 진정한 힘을 세상에 널리 알리기 위해 리그 오브 레전드에 입성했다.

"본성은 전투를 통해서만 드러난다." - 오공

3.1. 리그의 심판

후보: 오공
날짜: CLE 21년, 7월 22일

관찰

오공은 기대감으로 가득 차서 대회랑으로 돌진해 들어온다. 그는 도전할 만한 일이 나타날 것이라는 생각에 흥분을 느끼는 듯하다. 그의 움직임은 정신없고 격렬하지만 그 혼란스러운 겉모습에도 불구하고 그의 균형은 절대로 흐트러지지 않는다. 그의 고개가 이리저리 홱홱 돌아간다. 그가 숨은 위협을 찾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모든 것을 한꺼번에 보려고 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둘 다일지도 모른다.
자신이 그 곳의 모든 것을 보거나 찔러봤다고 생각하자 그는 문을 향해 나아간다. 너무나도 오랜 시간이 흐른 뒤이다.

성찰
오공은 인간들이 스스로의 주위에 짓기를 좋아하는 폐쇄적인 건축물들에 아직도 익숙하지 않았다. 몸을 대피해야 할 곳이 필요하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지만, 모든 곳에 인간의 사회가 펼쳐진 이 곳에서는 위험이 거의 남아있지 않았던 것이다. 마스터 이는 "사생활"이라는 개념을 (아마도 오공이 자신의 호기심 때문에 그것을 자주 어기곤 했기 때문에) 장황하게 설명해줬었지만 그는 아직도 왜 인간들이 자신을 세상으로부터 단절시키기 위해 그렇게 많은 시간을 보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인간들은 피부에 닿는 햇빛의 느낌을, 바람을 타고 전해지는 향기를 즐기지 않는 걸까? 어쩌면 그냥 털 문제일지도 모르지, 하고 그는 생각했다.
역병 정글에서 오공은 매일 밤 가장 큰 나무의 가장 높은 가지에 앉아서 수많은 동물들이 별빛을 향해 부르는 세레나데의 가락을 들으며 잠에 빠지곤 했다. 인간들은 놀라운 성과를 수없이 많이 이루어냈지만, 그 중 어떤 것에도 그것과 같은 단순한 우아함은 없었다. 식사 예법, 화장실 사용법, 구애 의식, 교전 수칙 등등, 가장 기본적인 행동마저도 지침과 설명이 필요해지게 될 때까지 삶의 문제를 찾아 그것을 키워내는 것이 인간의 본성인 것 같았다. 어떤 규칙을 깨게 되면 더 많은 문제가 생겨나곤 하는 것이다. 진빠지는 데다가 종종 쓸데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수많은 기벽에도 불구하고 인간들은 정말로 대단했고, 그 전사들은 오공이 역병 정글에서는 찾을 수 없었던 도전을, 어쩌면 아예 그런 것이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걱정하기도 했었던 도전을 제공해주었다. 그는 바다 용과 싸운 이후 모든 목표를 이루고 모든 적을 이겼다는 사실에 느껴졌던 그 날의 절망감을 기억할 수 있었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그의 야망은 그에게 추진력과 목적 의식을 주었지만, 그것을 발산할 곳이 없어지자 그를 삼켜버렸다. 오공과 마찬가지로, 그 야망 또한 역병 정글이 변덕스러운 마법과 생명력이 집중된 끝에 폭발하며 만들어낸 것이었다. 그것은 초고속으로 이루어지는 진화 그 자체였다.
근처의 잎사귀 하나가 부서지는 소리가 그의 생각을 멈추었다.
오공은 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젖히며 익숙한 무기를 피했다. 그는 자신의 위를 쓸고 지나가는 무기에서 도란의 특징적인 손재주를 볼 수 있었다. 자신의 무기였다. 누가 봉을 훔쳐간 건가? 그는 눈을 자신의 손으로 돌렸고, 그 안에 봉이 아직 잡혀있는 것을 보고 안도했다.
오공은 운동량을 이용해 뒤로 공중제비를 넘으며 흙바닥 위에 착지하자마자 무기를 방어적으로 들어올렸다. 흙바닥… 여긴 어디지? 주위를 둘러보자 생기 넘치는 양치식물, 높다란 코팍 나무, 제멋대로 뻗어나간 덩굴들이 한 눈에 들어왔다.
어떻게 역병 정글로 돌아오게 된거지? 그것보다, 방금 날 공격했던 건 누구지?
그는 주위를 훑어보았지만 공격자의 모습은 어디에도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빨리 사라질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는 누군가 지나간 흔적을 찾기 위해 우거진 식물 사이를 들여다보았다. 이상한 그림자 하나를 눈치채자마자 그 가짜 무기가 그의 가슴을 똑바로 찔렀다. 그 공격은 거의 6미터는 되는 곳에서부터 원래 길이의 수 배로 늘어나며 그를 향해 날아왔다. 가짜든 아니든, 그 봉은 원래 무기의 독특한 성질을 그대로 갖고 있는 듯했다.
그 타격은 그의 숨을 막히게 했고, 오공은 정글의 이끼 덮인 바닥 위로 미끄러졌다. 그는 여전히 두 다리로 서있었지만, 균형을 잡기 위해 비틀거리며 공기를 폐 속으로 힘겹게 밀어넣고 있었다. 그의 시야 한 구석의 흐릿한 무언가와 함께 다음 공격이 날아왔고, 오공은 몰아치는 공격에 얻어맞기 직전 그를 공격하는 자의 번뜩이는 금빛 갑옷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형태는 한 눈에 봐도 알 수 있는 것이었다.
저건… 나?
오공은 그 격렬한 맹습을 막아내며 거의 서있기조차 힘들었다. 그 악당 분신은 그보다 빨랐고, 그의 공격은 시기적절했으며 적재적소를 찔러들어왔다. 오공은 자신의 환영을 조종하듯이 그 분신을 조종하려 시도해봤지만, 그것이 먹히지 않았을 때에도 그리 놀라지 않았다. 이 분신은 그의 속임수 같은 것이 아니라 무언가 전혀 다른 것이었다. 정글이 또다른, 어쩌면 그보다 더 나은 원숭이 왕을 만들어냈던 것일까? 그는 그 생각에 두려움을 느꼈다.
분신의 공격 세례에서 틈을 찾아낸 오공은 강력한 일격을 날렸다. 그 공격은 완벽한 때에 들어갔고, 분신의 턱에 오공의 봉이 맞을 때까지 그 분신에게는 피할 틈조차 없었다.
봉이 적중한 순간, 그 분신은 펑하는 연기와 함께 사라졌다.
이런 제기랄. 오공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전략이었다. 그는 자신의 뒤에서 올 공격을 막으려 시도했지만 이미 너무 늦어있었다. 눈 앞이 번쩍하며 고통이 느껴졌고, 그는 흙과 고사리에 얼굴을 묻고 쓰러졌다. 눈을 깜빡이며 세상을 다시 보려 하는 동안 그 분신은 그의 주위를 천천히 맴돌며 자신의 우위를 즐기고 있었다.
"왜 리그에 참가하려 하지, 오공?" 자신의 목소리로 말해진 그 질문은 그를 당황시켰다.
"최고가 되기 위해서야." 그가 흙을 뱉어내며 목쉰 소리로 말했다.
"그러려면 아직 멀은 것 같군."
"그래서 재밌는 거지." 오공이 무릎 하나를 짚고 몸을 일으켰다. "정상에 오르면 더 이상 갈 곳이 없거든." 그는 그 분신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어쩌면 눈에 보이는 대로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네 생각만큼 멀리 있는 건 아냐."
그는 짓궂은 미소를 지었고, 위험을 느낀 분신은 자신의 봉을 휘둘렀다. 그 봉이 적중한 곳에는 연기 구름밖에 없었다. 오공은 한 손으로는 덩굴 하나를 붙들고, 다른 하나로는 마치 창처럼 자신의 봉을 붙들고서 그 뒤의 허공을 가르고 있었다. 그 분신은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빙빙 돌며 오공을 향해 사납게 봉을 휘둘렀다. 그 봉은 목표에 완벽하게 맞았지만, 오공은 단지 또다른 연기로 폭발할 뿐이었다.
나무들이 살아 움직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덩굴을 타고 오공 하나가, 그리고 또 하나가, 그리고 또다른 하나가 내려왔다. 그 분신은 기계처럼 움직이며 모든 공격을 간신히 가로막고 있었지만 그 모든 오공들이 분신 앞에서 아무 해도 끼치지 못한 채 연기로 흩어지는 동안 점점 안개에 휩싸이고 있었다. 그 분신은 더 나은 위치를 찾기 위해 움직이려 했지만, 나무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수많은 오공들이 그 분신을 둘러싸며 가차없는 공격으로 그를 억제했다. 오공 하나가 그 구름 바깥에 서서 팔짱을 낀 채로 그 분신이 제압되지 않으려 저항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있잖아, 인간, 역병 정글에서는 상황이 달라. 아무도 우릴 돌봐주지도, 보호해주지도 않지. 이 곳의 대부분의 동물들은 재미로 싸우는 것이 아니야. 살아남기 위해 싸우지." 분신이 구름 속에서 보이지 않는 적을 치려 봉을 불쑥 내밀자 그는 몸을 휙 숙였다. "하지만 난 최고가 되기 위해 싸워. 그래서 내가 특별한 거야. 그래서 내가 너희들의 리그를 찾기 위해 떠난 거지. 그래서 내가 가장 위대해질 거라는 거야."
그 분신은 눈에 띄게 힘을 잃어가고 있었다. 오공은 근처의 나무에서 복숭아 하나를 따 그것을 한 입 베어물었다. 천상의 맛이었다.
"너희 인간들은 모여서는 세상을 너희 맘대로 휘젓지만, 혼자서는 진정한 적을 만났을 때 으깨지고 말지." 그가 복숭아를 입 안 한 가득 문 채로 쩝쩝대며 말했다.
갑자기 그의 눈 앞에서 정글이 흩어져 사라졌다. 그는 복숭아를 떨어뜨렸지만, 그것도 땅에 닿기도 전에 사라져 있었다. 어두운 배경 속에 그 분신만이 남아있었다. 그 분신은 눈을 밝게 빛내고 있었지만, 동시에 기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는 기분이 어떤가?"
오공은 그 분신의 뒤쪽에서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분신이 바라보고 있던 오공은 예의 연기 구름을 남기고 사라진 채였다.
"그렇게 멀리 있진 않다고 내가 말했지." 그가 미소지으며 말했다.
분신은 얼굴을 찌푸리며 사라졌고, 오공은 다시 기관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는 나지막히 키득거렸다. 정말이지, 인간들의 의식이란. 어쨌든 그는 또다른 시험을 통과했고, 또다른 장애물을 넘었다. 이제 그가 리그를 시험할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