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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5-02-09 22:03:47

육군본부 훈령 제217호


1. 개요

대한민국 육군 참모총장 이종찬 장군이 1952년 5월 27일 전 육군 부대를 대상으로 하달한 훈령. 부산정치파동을 배경으로, 휘하 육군 장병에게 군의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였다.

2. 배경

1952년 6.25 전쟁 중 임시수도 부산에서는 이승만정부의 대통령 직선제 개헌 시도인 부산정치파동이 일고 있었다. 이승만 정부는 대통령 직선제와 양원제를 골자로 하는 개헌안을 냈으나 1952년 1월 18일 부결되었고, 국회에서는 의원내각제를 골자로 하는 개헌안을 제출하였다.

제출 이후로도 몇 차례 임시 회의안이 표류되고 위기를 느낀 이승만 대통령은 빨치산 남도부 부대가 부산 금정산 일대에 잠입했다며 부산을 포함한 경상남도·전라남도·전라북도 일대에 계엄령을 선포하였다. 그리고 공포 분위기 조성을 위하여 육군 참모총장 이종찬 중장에게 부산 시내에 육군병력의 배치를 요구하였으나 이종찬 장군은 이를 거부한다.

5월 26일, 이승만 정부는 원용덕 영남지구 계엄사령관[1]에게 명령하여 국회의원이 탄 출근버스를 견인하여 국제공산당의 지령을 받은 혐의가 있다는 이유로 감금하는 등 강수를 두어 개헌에 반대하는 야당 의원 50명을 헌병대에 연행하였다.

3. 전문

〈육군본부 훈령 제217호, 육군장병에 고함〉

육군본부 경북 대구
앞 全부대장 [2]

군의 본연의 존재 이유와 군인의 본분은 엄연히 확립되어 있는 바이므로 지금 새삼스러이 이를 운조할 필요조차 없는 바이나 현하 미묘 복잡한 국내외 정세가 바야흐로 비상 중대화되어 가고 있음에 감하여 군의 본질과 군인의 본분에 대하여 투철한 인식을 견지하고 군인으로서 그 거취에 있어 소호의 유감이 없도록 육군 전 장병의 냉정한 군리판단과 신중한 주의를 환기코자 하는 바이다.

군은 국가민족의 수호를 유일한 사명으로 하고 있으므로 어느 기관이나 개인에 예속된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변천 무쌍한 정사에 좌우될 수도 없는 국가와 더불어 영구 불멸히 존재하여야 할 신성한 국가의 공기이므로 군인의 본분 역시 이러한 군 본연의 사명에 귀일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군인 된 자, 수하(誰何)[3]를 막론하고 국가방위와 민족의 수호라는 그 본분을 떠나서는 일거수일투족이라도 절대로 허용되지 아니함은 재론할 여지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견지에서 군이 현하 혼돈한 국내 정세에 처하여 그 권외에서 초연하게 본연의 임무에 매진하고 있는 것이고, 특히 거번 발생한 일대 불상사인 서창선(徐昌善)대위 피살사건에 대하여서도 실로 통분을 금치 못하였으나 역시 법치국가의 군대로서 군의 본질과 사건의 성질에 비추어 냉정히 사태의 추이를 직시하면서 공평무사한 사직의 손으로써 법률에 의하여 그 시비곡절이 구명될 것을 소기하고 있는 것도 군의 존재이념에서 볼 때 당연한 처사인 것이다. 그러므로 밖으로는 호시탐탐 침공의 기회를 노리는 적을 대하고 안으로는 복잡다단한 제반 정세에 처하여 있는 군에 있어서 군인 개인으로서나 또는 부대로서나 만약 지엄한 군통사계통을 문란하게 하는 언동을 하거나 현하와 같은 정치변혁기에 수(垂)하여 군의 본질과 군인의 본분을 망각하고 의식, 무의식을 막론하고 정사에 관여하여 경거망동하는 자가 있다면 건군 역사상 불식할 수 없는 일대 오점을 남기게 됨은 물론 누란(累卵)의 위기에 있는 국가의 운명을 일조에 멸망의 심연에 빠지게 되어 한을 천추에 남기게 될 것이니, 국가의 운명을 쌍견(雙肩)[4]에 지고 조국수호의 성전에 멸사 헌신하는 육군 장병은 몽상간에도 군의 본연의 사명과 군인의 본분을 염념(念念)[5] 명심하여 그 맡은 바 임무를 완수하여 주기를 바라는 바이다.

충용한 육군 장병 제군, 거듭 제군의 각성과 자중을 촉구하노니 제군의 일거일동은 국가의 운명을 직접 좌우하거늘 제군은 여하한 사태 하에서라도 신성한 군통사계통을 엄□[6]하고 종시일관 군인의 본분을 사수하여 오로지 조국과 민족의 수호에 매진함으로서만이 조국의 앞길에 영광이 있다는 것과 군은 국가의 공기임을 다시금 깊이 명기하고 각자의 소임에 일심불란 헌신하여 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총참모장 육군중장 이종찬(李鍾贊)

4. 뒷이야기


[1] 이후 헌병사령관으로 영전한다.[2] 요즘의 공문서 표현으로는 '수신: 전 부대장'에 해당한다.[3] 특정한 사람이 아닌 막연한 사람을 가리키는 인칭 대명사.[4] 양 어깨[5] 항상 마음속에 생각함[6] 출처에도 글자가 표기되지 않음. 원문 확인되면 수정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