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2. 특징3. 목록
3.1. 제 1권 (L. 117)
4. 여담3.1.1. I. Danseuses de Delphes : Lent et grave (I. 델피의 무희들 : 느리고 장중하게)3.1.2. II. Voiles : Modéré (II. 돛/베일 : 보통 빠르기로)3.1.3. III. Le vent dans la plaine : Animé (III. 들판에 부는 바람 : 생동감 있게)3.1.4. IV. <<Les sons et les parfums tournet dans l'air du soir>> : Modéré (IV. <<음과 향기는 밤하늘에 흐르고>> : 보통 빠르기로)3.1.5. V. Les collines d'Anacapri : Très modéré (V. 아나카프리의 언덕 : 더욱더 보통 빠르기로)3.1.6. VI. Des pas sur la neige : Triste et lent (VI. 눈 위의 발자국 : 슬프고, 아주 느리게)3.1.7. VII. Ce qu'a vu le vent d'Ouest : Animé et tumultueux (VII. 서풍이 본 것 : 생동감 있고 떠들썩하게)3.1.8. VIII. La fille aux cheveux de lin : Très calme et doucement expressif (VIII. 아마빛 머리의 소녀 : 매우 조용하고 부드럽게 표현적으로)3.1.9. IX. La sérénade interrompue : Modérément animé (IX. 끊어진 세레나데 : 적당히 생동감 있게)3.1.10. X. La Cathédrale engloutie : Profundément calme (X. 가라앉은 대성당 : 아주 차분하게)3.1.11. XI. La danse de Puck : Capricieux et léger (XI. 퍼크의 춤 : 가볍고 변덕스럽게)3.1.12. XII. Minstrels : Modéré (XII. 민스트럴 : 보통 빠르기로)
3.2. 제 2권 (L. 123)3.2.1. I. Brouillards : Modéré (I. 안개 : 보통 빠르기로)3.2.2. II. Feuilles mortes : Lent et mélancolique (II. 낙엽 : 느리고 우울하게)3.2.3. III. La puerta del Vino : Mouvement de Habanera (III. 포도주의 문 : 하바네라의 빠르기로)3.2.4. IV. <<Les fées sont d'exquises danseues>> : Rapide et léger (IV. <<요정들은 뛰어난 무용수이다>> : 빠르고 가볍게)3.2.5. V. Bruyères : Calme (V. 황야 : 차분하게)3.2.6. VI. <<General Lavine>> – eccentric : Dans le style et le mouvement d'un cakewalk (VI. 괴짜 <<라빈 장군>> : 케이크워크의 형식과 빠르기로)3.2.7. VII. La terrasse des audiences du clair de lune : Lent (VII. 달빛이 쏟아지는 테라스 : 느리게)3.2.8. VIII. Ondine : Scherzando (VIII. 물의 요정 : 익살스럽게)3.2.9. IX. Hommage à S. Pickwick, Esq. P. P. M. P. C. : Grave (IX. 피크윅 궁전에 경의를 표하며 : 장엄하게)3.2.10. X. Canope : Très calme et doucement triste (X. 카노프 : 매우 차분하고 다소 슬프게)3.2.11. XI. Les tierces alternées : Modérément animé – Un peu plus animé (XI. 교대하는 3도 : 적당히 생동감 있게 – 조금 더 생동감 있게)3.2.12. XII. Feux d'artifice : Modérément animé (XII. 불꽃 : 적당히 생동감 있게)
1. 개요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의 전곡 연주. |
프랑스 태생의 작곡가 클로드 드뷔시의 전주곡 2권, 총 24곡에 대해 설명하는 문서.
드뷔시의 전주곡은 기존 쇼팽의 전주곡들보다도 더욱 개별적인 작품의 색채가 강하다는 특징이 있다. 24곡 모두 표제음악이며, [1] 전부 부제에 걸맞은 느낌이 나는 것 또한 특징이다.
2. 특징
기존의 쇼팽 전주곡, 바흐의 전주곡과는 다르게, 조성에 대한 규칙이 없다. 또한, 표제음악인 만큼, 다양한 색채와 짧지만 어려운 곡 난이도, 난해한 곡 분위기, 그러나 높은 예술성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1권은 상당히 유명한 곡들이 많으며, 선율미가 돋보이는 작품들이 포진하여 있다. 그렇지 않더라도 비교적 단순하거나 직관적인 모티프가 내포되어 있는 곡이 대다수이다. 대표적으로, 2번-돛, 8번-아마빛 머리의 처녀, 10번-가라앉은 대성당, 12번-음유시인이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높다.
반면 2권은 1권에 비해 수준급의 악보 식견 실력을 요구[2] 하는 등의 변화가 있어, 1권보다는 전체적으로 어렵다는 평도 존재한다. 물론 곡의 분위기, 색채 등은 1권 이상이기 때문에 2권은 1권 그 이상의 작품으로 인정받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1번-안개, 12번-불꽃놀이가 유명하다.
3. 목록
3.1. 제 1권 (L. 117)
3.1.1. I. Danseuses de Delphes : Lent et grave (I. 델피의 무희들 : 느리고 장중하게)
https://www.youtube.com/watch?v=VKl-dNZf-sk델피의 무녀들을 표현한, 느릿한 무곡. 신비로운 코드 속 들어있는 무희들의 움직임을 표현하는 부드러운 선율이 돋보인다. 여기의 델피는, 그리스의 유적인 델피를 뜻하며, 특히 이 델피의 무희라는 이름은 드뷔시가 아칸서스 기둥에 조각된 세 여인을 보고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작품이기에 이러한 이름이 붙었다.세 무희가 장중한 템포로 우아하게 춤을 추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작품이며, 시시관관 바뀌는 박자는 이러한 기묘함 내지 장중함을 더욱 잘 이끌어낸다.
곡은 성부마다 이끌어 내야 하는 분위기가 다르면서도, 장중하고, 우아하며, 조용한 분위기를 코드로 이끌어 내야 하기 때문에 매우 섬세한 터치가 요구된다. 기존의 전통과는 다른 코드들의 이용은 초견을 어렵게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3.1.2. II. Voiles : Modéré (II. 돛/베일 : 보통 빠르기로)
https://www.youtube.com/watch?v=Bx_omOzDBDk부제에 관사가 적혀있지 않아 뜻이 하나로 정해지지 않는다.[3] 남성명사로 해석하는 경우 베일이라는 뜻이, 여성명사로 해석하는 경우 돛, 항해라는 뜻이 있다.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제목과 분위기 때문에 난해할 수도 있다. 매우 불규칙적이고, 주제가 반복되긴 하나 부제에는 걸맞지 않은 느낌마저 준다.
그러나 베일이라는 이름에 빗대어 생각하면, A파트는 신비롭고 으스스한 분위기를, B파트는 그것이 다소 벗겨져 확실하고 더욱 명확한 느낌을 준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마치 바다와도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는 B파트는 기존 온음계가 아닌 오음음계 (pentatonic scales)로 구성되어 있다. 다시 A파트로 돌아오기 위해 온음계적 스케일을 사용하고, 주제로 돌아와서는 점차 분위기가 다운되다가 조용하게 끝난다.
3.1.3. III. Le vent dans la plaine : Animé (III. 들판에 부는 바람 : 생동감 있게)
https://www.youtube.com/watch?v=b-V95rWAmBU드뷔시의 작품에서 바람은 난폭하다. 이 곡도 그러한 느낌과 다르지 않으며, 저 먼 들판에서부터 잔잔한 듯 하지만 강렬하게 불어오는 비바람을 표현하는 듯한 패시지가 특징적이며, 왼손이 주 선율을 바람과도 같은 패시지 속에 녹여들게 된다. 비바람은 끝없이 반복되며, 이내 천둥소리를 동반하게 된다. 그렇게 점차 조용하게 돌아가다가 비가 그치듯 여운을 주고 마무리.
딱히 A파트, B파트 할 것 없이 3개의 주제만이 반복된다. 반음계적이고 빠른 패시지를 소화해내는 것이 이 곡의 최대 난관이자 연주 포인트이다.
3.1.4. IV. <<Les sons et les parfums tournet dans l'air du soir>> : Modéré (IV. <<음과 향기는 밤하늘에 흐르고>> : 보통 빠르기로)
https://www.youtube.com/watch?v=xK6AS7U_v_w샤를 보들레르의 시의 한 구절에서 가져온 제목.[4] 조용하고 일그러진 왈츠. 임의로 왈츠 템포에 2박을 더 붙이는 기묘한 박자 구성이 특징이다. 저녁의 대기를 표현하듯 감미로운 선율이 곡 전체를 구성한다. 프랑스 시골의 테라스에 앉아, 아름다운 노을을 바라보며, 감도는 풀 내음을 느끼는 듯한 이 곡은 그 어떤 곡 중에서도 가장 "노을"을 잘 표현한 곡일 것이다.
3.1.5. V. Les collines d'Anacapri : Très modéré (V. 아나카프리의 언덕 : 더욱더 보통 빠르기로)
https://www.youtube.com/watch?v=TFMKDcSG2WQ아나카프리 섬의 언덕을 표현하는, 제목 그대로의 곡. 너무나도 경쾌한 선율이 곡 사이에서 튄다. 조금은 다운된 색채의 4, 6번과 비교하면 이 곡만큼이나 밝고 명확한 색채의 곡도 없을 것이라 본다.
너무나도 낭만적인, 타란텔라 풍의 곡은 경종과도 같은 첫 마디에서부터 시작한다. 톡톡 튀는 오른손의 선율은 언덕의 경관보다는 언덕 그 자체의 색채를 연상케 한다. 마치 푸른 고원을 보는 듯한, 그것을 경험한 듯한 이 곡의 생기있는 분위기는 상당히 수작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3.1.6. VI. Des pas sur la neige : Triste et lent (VI. 눈 위의 발자국 : 슬프고, 아주 느리게)
https://www.youtube.com/watch?v=Rr-dBdlWn4k눈이 쌓인 길을 걷는, 행인의 쓸쓸함이 담긴, 우울한 정서의 곡. 곡의 템포 마킹부터, 첫 마디 밑 "ce rythme doit avoir la valeur sonore d'un fond de paysage triste et glacé[5]" 라는 지시문, 그리고 Expressif et doulouruex (감정적으로, 고통스럽게) 와 같이, 곡의 우울한 정서를 곡집 자체에서도 강조하고 있다.
곡은 심플한 A-B-A 형태이며, 별도의 전조 없이 세미톤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36마디 정도로 짧지만, 그 길이는 속도 때문인지 4~5분 정도로 소요된다.
왜 이 곡이 6번째인가에 대해서는 상당히 많은 이론이 있는데, 7번과 8번, 4번과 5번의 대조 사이의 외로움을 표현하기 위한 장치라는 이야기도 있고, 1권의 전주곡을 나누는 터닝 포인트라는 해설도 있다.
3.1.7. VII. Ce qu'a vu le vent d'Ouest : Animé et tumultueux (VII. 서풍이 본 것 : 생동감 있고 떠들썩하게)
https://www.youtube.com/watch?v=6nn_RZvxyDY프랑스, 유럽권에서의 서풍의 존재는 매우 난폭한 이미지가 강하다. 그렇기에 서풍을 묘사한 이 작품이야말로 이 전주곡에서 가장 난이도적으로서나, 분위기적으로도 더욱 강렬하다. 강한 바람이 휩쓸듯 빠른 아르페지오에서 불규칙하고 변화무쌍하게 진행한다. 제목에 대한 모티프는 "the garden of paradise" 라는 동화에서 얻었으며, 작가의 제피르, 즉 서풍에서 많은 어필을 받았을 것이라는 추측이 존재한다.
주제의 연속성, 그리고 연관성을 제외하면 단 한 번도 똑같은 부분이 반복되지 않으며, 도-레 트레몰로에서부터 급작스럽고 난폭한 리스트스러운 빠른 옥타브 위치바꿈까지, 3번의 비바람과 같은 옅고 낮게 깔린 바람과는 다른, 난폭한 돌풍의 모습을 더욱 잘 표현하고 있다.
난이도적으로는 2권 12번, 불꽃놀이와 견줄 만큼 어렵다. 리스트스러운 기교적 포인트가 특징.
3.1.8. VIII. La fille aux cheveux de lin : Très calme et doucement expressif (VIII. 아마빛 머리의 소녀 : 매우 조용하고 부드럽게 표현적으로)
https://www.youtube.com/watch?v=1LJcF5_GVCo한 소녀를 노래하는, 전주곡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선율을 지닌 곡. 5음음계로 구성된, 하프 선율과도 같은 주제가 꾸밈 없이 등장하며, 마치 회상하듯 음 하나하나의 공간이 비어 더욱 애상적인 느낌을 강하게 한다. 그러면서도, 소녀의 아름다움과 목가적인 분위기를 한껏 조성해낸다.
7번과는 대조적으로, 아름다운 첫 선율이 계속해서 거의 바뀌지 않고 반복되고 있다.[6] 아래 성부는 낮고 조용하게 깔려 곡의 사랑스러움을 더해준다.
제목은 프랑스 시인 르콩트 드 릴의 동명의 시에서 따왔다. 드뷔시는 이 시의 소녀에 대하여 곡을 쓴 것.
여담으로 이 노래는 윈도우 7의 기본 노래중 하나인 ‘Richard Stoltzman - Maid with the Flaxen hair’의 원곡이다.
문명 5에도 나왔다. #
3.1.9. IX. La sérénade interrompue : Modérément animé (IX. 끊어진 세레나데 : 적당히 생동감 있게)
https://www.youtube.com/watch?v=NXrZLnr_qvc스페인 풍의 세레나데를 연상시키는 곡. 표현 지시문에 quasi guitarra, 즉 기타처럼 연주하라는 것이 특징. 덕분에 정말 기타처럼 줄을 팅기듯한 스타카토로 연주해야 한다. 정말로 클래식 기타와도 같은 형태의 코드 진행이 특징이다. 덕분에 꾸밈음이나 성부의 분리가 많은 편.
제목과도 같이 호타, 즉 스페인 춤곡과도 같은 세레나데는 돌연 Très vif에서 한번 끊길 뻔 하는데, 다시 원래의 주제로 되돌아감으로서 연주가 재개됨을 밝힌다. 다시 화려한 기타풍의 짧은 카덴차가 제시되고 나면, 돌연 다시 다른 선율에 빼앗기고 만다. 그런 모습에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는 듯, 화난 듯한 분위기[7]가 제시되고, 끝까지 연주를 마무리한다.
본래 세레나데가 창가의 여성을 바라보며 치거나 부르는 모종의 사랑 노래임을 생각하면, 작품 속 화자의 노래가 끊기는 모습은 상당히 해학적인 모습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3.1.10. X. La Cathédrale engloutie : Profundément calme (X. 가라앉은 대성당 : 아주 차분하게)
https://www.youtube.com/watch?v=PlDyXZ74kf0드뷔시의 모든 전주곡을 통틀어 가장 이야기적으로 풍부하다고 할 수 있으며, 그만큼 곡 자체가 주는 여운이 정말 남다르다.
곡의 모티브는 프랑스의 한 전설에서 따왔으며, 바다 한가운데의 파도에 잠겨있는 대성당의 모습을 보여주듯 심해와도 같은 차분함, 그리고 성당이 다시 떠오를 때의 거대함과 장중함, 그리고 다시 가라앉는 대성당을 표현한다. 깊은 여운을 남기는 매우 아름다운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전주곡 중에서도 기승전결이 뚜렷한 몇 안 되는 곡.
3.1.11. XI. La danse de Puck : Capricieux et léger (XI. 퍼크의 춤 : 가볍고 변덕스럽게)
https://www.youtube.com/watch?v=d6iwByXzBY4셰익스피어의 희곡, <한여름 밤의 꿈>을 소재로 그려진, 한 화가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된 곡으로, 원작 중에서도 매우 장난스럽고 익살스럽게 그려진 퍼크라는 요정을 표현하듯 곡에서도 그 움직임과 분위기가 매우 밝고 경쾌하다.
3.1.12. XII. Minstrels : Modéré (XII. 민스트럴 : 보통 빠르기로)
https://www.youtube.com/watch?v=_OsEYPGz6H0민스트럴은 본래 중세 유럽에서 유행했던 음유시인 내지 광대를 아울러 뜻하는 말이다. 그러나 흑인 음악적 요소를 보아 진짜 이름의 유래는 민스트럴 쇼. 이들은 흑인 풍의 곡들과 함께 한껏 과장된 블랙페이스와 걸음걸이로 미국과 영국 등에서 인기를 끌었다.
매사에 진지함이 없는, 그러한 우스꽝스러운 민스트럴들의 모습을 표현이라도 하듯, 시종일관 과장된 모습과 함께 리듬감 넘치는 모습을 드뷔시는 빠른 아르페지오, 넓은 도약, 그리고 변덕스러운 분위기로 표현한다. 같은 작곡가의 골리워그의 케이크워크가 생각나게 하는 기묘한 풍의 걸음걸이를 연상케 하는 모습은 덤.[8]
3.2. 제 2권 (L. 123)
2권은 1권과는 다소 차이가 존재하는데, 소재의 복잡화 및 추상화는 물론, 그와 동시에 이를 표현하는 기법도 전권에 비하면 심하게 바뀌어 있다. 예를 들면 전반적으로 등장하는 가공할 만한 속도의 펼침화음 등. 이는 그가 1권을 작곡한 뒤로, 상당히 많은 시간 뒤에서야 2권을 작곡했기 때문이다. 이 기간 동안 그는 인상주의에 한층 더 깊이를 두고, 심오한 상상을 시도했다. 그렇기에 이 곡집은 그의 후기 작품 성향에 조금 더 근접하여 있다.3.2.1. I. Brouillards : Modéré (I. 안개 : 보통 빠르기로)
https://www.youtube.com/watch?v=y2JHax1I-uM짙게 깔린 바닷안개를 표현하는 듯한 모호한 전주곡이다. 분명 화성은 C major로 시작하지만, 그 다음 곧바로 이어지는 아르페지오는 B major이다. 이와 같이, 이 곡은 2개의 조성이 동시에 붙어있는 복조 형태를 띄고 있다.
전통적인 온음계/화성학의 사용이 거의 없음은 물론이거니와, 대위구 또한 없고, 그렇다고 해서 1권의 2번처럼 어떠한 명확함을 주지도 않는다.
2권이 전체적으로 어떤 분위기이고, 드뷔시의 화성이 어떻게 발달하고 변모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곡이라고 할 수 있다.
3.2.2. II. Feuilles mortes : Lent et mélancolique (II. 낙엽 : 느리고 우울하게)
https://www.youtube.com/watch?v=yFuFlwhpN0k낙엽, 즉 죽은 잎사귀에 대한 나무의 장례식을 표현하는 전주곡. 1번과는 다르게 오히려 1권의 전체적인 느낌과 가까운 모습인데, 애상적이고 매우 느린, 그리고 기묘한 리듬의 이 곡은 오히려 뭉개지보다는 날카롭다는 느낌이 더 강하다.
한 음 하나하나가 묻히는 일 없이, 계속해서 날카롭게 다가온다. 마치 고독에 잠긴 나무들을 표현하듯 밝음 없이 어두운 색을 띈다.
3.2.3. III. La puerta del Vino : Mouvement de Habanera (III. 포도주의 문 : 하바네라의 빠르기로)
https://www.youtube.com/watch?v=CivLZQhDpWc드뷔시가 친구가 보낸 엽서의 포도주의 문 사진을 보고서 영감을 받아 작곡한 곡.
라 푸에르타 델 비노, 즉 포도주의 문은 실제로 존재하는 구조물인데, 드뷔시는 그곳을 가지 않고, 오히려 상상으로 이 곡을 작곡해나갔다. 스페인의 궁전인 만큼, 그는 하바네라의 전주곡을 작곡했는데, 강렬한 불협화음의 장엄한 서주 뒤의 매우 여린 하바네라가 뒤따라오며, 또 다시 그 뒤에는 기묘한 풍의 아르페지오가 보여진다.
지중해에 맞닿아 있는 스페인의 늘어진 열기, 그리고 기타와도 같은 스타카토는 춤곡보다는 오히려 자유로운 환상곡과도 비슷하다. 드뷔시가 스페인에 대한 동경이 있었고, 실제로도 "그라나다의 황혼", "아나카프리의 언덕" 등, 실제로 거의 경험하지 못한 공간을 상상으로 풀어내었다. 이 곡도 그러한 모습 중 일부.
3.2.4. IV. <<Les fées sont d'exquises danseues>> : Rapide et léger (IV. <<요정들은 뛰어난 무용수이다>> : 빠르고 가볍게)
https://www.youtube.com/watch?v=wDvwk7IPFrs3.2.5. V. Bruyères : Calme (V. 황야 : 차분하게)
https://www.youtube.com/watch?v=5l3QnD9Gneo한 출판사에서는 'Bruyères'를 Heath, 우리말로는 '황야'로 번역한다. 하지만 이것은 프랑스 북동쪽에 위치한 마을의 이름이기도 하며, 이 곡의 제목은 이것을 의미할 가능성이 크다.
3.2.6. VI. <<General Lavine>> – eccentric : Dans le style et le mouvement d'un cakewalk (VI. 괴짜 <<라빈 장군>> : 케이크워크의 형식과 빠르기로)
https://www.youtube.com/watch?v=zdBsI27xzHE이전에 작곡된 "어린이 차지" 중 6번 "골리워그의 케이크워크"처럼 래그타임에 영향을 받은 곡이다. 대략적으로 A-B-A'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꾸밈음이 섞인 C로 반복되고 동시에 화음 5개씩 포함되는 전주를 끝내고 본격적으로 돌입하는 동시에 마치 마피아들이 어슬렁거리는 듯한 래그타임으로 A파트의 주된 부분을 차지한다. B파트는 전주에서 나왔던 화음 5개를 바탕으로 전개되며, 종료되는 즉시 A파트로 다시 회귀하지만 맨 처음 등장한 꾸밈음을 다시 등장시킨 후 곡을 끝낸다.
3.2.7. VII. La terrasse des audiences du clair de lune : Lent (VII. 달빛이 쏟아지는 테라스 : 느리게)
https://www.youtube.com/watch?v=3lRP8gkFjD03.2.8. VIII. Ondine : Scherzando (VIII. 물의 요정 : 익살스럽게)
https://www.youtube.com/watch?v=e3YK1I2nFgA3.2.9. IX. Hommage à S. Pickwick, Esq. P. P. M. P. C. : Grave (IX. 피크윅 궁전에 경의를 표하며 : 장엄하게)
https://www.youtube.com/watch?v=UQQT5ocPIsY3.2.10. X. Canope : Très calme et doucement triste (X. 카노프 : 매우 차분하고 다소 슬프게)
https://www.youtube.com/watch?v=jGtUM75xVFE드뷔시가 루브르 박물관에서 본 고대 이집트의 예술품인 카노푸스의 단지에서 영감을 받았다 알려진 전주곡. 고대 이집트에 대한 환상이 담긴 이 차분한 분위기의 전주곡은 청자를 쿠푸 시대의 이집트로 끌고 가면서, 기존의 전주곡들에서 보기 힘들었던 화성과 형식으로 하나의 서사를 자아낸다.
특히 이러한 분위기는 후기에 작성된 "6개의 고대 비문"에서도 나타나며, 그 중에서도 제5번과의 화성학적인 공통점이 돋보인다. 단지 그 자체를 묘사하는 듯한 첫 번째 화성에서 이어지는 선법적 선율이 대표적인 예시.
3.2.11. XI. Les tierces alternées : Modérément animé – Un peu plus animé (XI. 교대하는 3도 : 적당히 생동감 있게 – 조금 더 생동감 있게)
https://www.youtube.com/watch?v=8ZWrGX7L68c유일한 기교 관련 제목을 가진 전주곡. 같은 3도라도 그 위치를 변화해가며 다양한 음색을 추구한다.
좌우가 3도의 음형이 교차하는 선율을 경쾌하고 빠르게 연주하며, 그 난이도는 동일 작곡가의 연습곡 2번 "3도"보다는 쉽지만, 기교적인 난이도, 양손이 교차하며진행하는 까다로운 구조가 역량을 시험한다.
3.2.12. XII. Feux d'artifice : Modérément animé (XII. 불꽃 : 적당히 생동감 있게)
https://www.youtube.com/watch?v=IpzE8gyjduY일렁이며 터지고, 사그라드는, 자유자재의 불꽃놀이 소리와 그것이 만들어내는 색감을 표현한 곡. 곡 자체는 복조와 비슷한 음형의 불씨의 일렁임에서, 스타카토, 아르페지오, 양손 교차 등으로 점점 커지는 불꽃을 표현한다.
형형색색의 아르페지오는 마치 어두운 밤하늘의 파리 시내의 원경을 밝게 물들이는 듯한 색감을 지닌다. 다채로운 불꽃놀이가 양손의 글리산도로 끝나고 난 후에는, 다시금 새까만 밤하늘과 같은 어두운 색감의 트레몰로 위로 당시의 프랑스의 국가의 선율이 희미하게 들리며, 밤하늘의 적막함만을 머금고 끝나게 된다.
드뷔시의 조국, 프랑스는 항상 바스티유의 날에 불꽃놀이를 선보였는데, 이 곡을 작곡할 당시, 드뷔시 또한 당시의 민족주의와 행사 등에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 덕분에 곡의 말미에는 당시의 프랑스 국가의 편린이 인용되고 있으며, 이는 작품의 배경을 더욱 더 여실히 보여준다.
상당히 다채롭고 음악적으로도 매우 뛰어나나, 이와는 별개로 드뷔시의 24개의 모든 전주곡을 통틀어 가장 양심없고 악마적인 난이도를 자랑하는 마지막 곡이기도 하다. 다양한 음형 패턴과 손과 팔을 겹쳐야 하는 도약들, 그리고 상당히 불편한 음형들의 갖은 등장과 섬세한 터치의 요구 등, 기술적으로도 그의 24개의 전주곡 중에서도 1권 7번과 같이 높은 역량을 요구하고 시험한다.
여담으로 곡이 계속해서 빌드업되다가 마지막 절정에 다다를 때, 즉 곡의 서사적 측면에서 가장 강한 폭죽을 터뜨리는 부분에서 악보에는 A0을 세게 때린 뒤, A7에서 G2까지 양손으로 반음 글리산도를 연주할 것을 요구한다. 보통 피아니스트들은 악보에서 요구하는 대로 연주하지만,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극저음부 톤 클러스터[9]와, 피아노의 최고음에서 최저음까지 이어지는 양손 반음 글리산도로 연주하기도 한다. 주로 마르크앙드레 아믈랭이 이러한 연주법을 택했고 그 다음 부분으로 넘어가기 전 몇 초 동안 그 잔향을 페달로 밟아 지속시킨다.
4. 여담
Bruyères를 비롯한 몇몇 곡들이 Untitled Goose Game에 배경음악으로 차용되었다.[1] 몇몇 버전의 경우, 부제가 곡의 마지막 부분마다 괄호 안에 적혀 있기에 절대음악으로도 볼 수 있도록 의도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E.G) (..Danseuses de delphes)[2] 1권과 달리 2권의 모든 곡들의 악보에는 한 단에 보표가 3개가 존재하는 이른바 '3단 악보'가 등장한다. 이것은 주요 선율을 따로 표시한다거나 한 손에서 음역대가 너무 심하게 바뀔 때 악보를 보다 보기 좋게 만들어준다는 등 보통의 '2단 악보'에 기보했을 때와 비교해보면 가독성을 더 높여준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 나머지 하나의 보표는 딱히 어느 손으로 연주해야 한다는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인지라 악보 읽기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3] 프랑스어는 명사과 남성형과 여성형으로 나뉘어 있으며, 그에 따라 관사의 형태가 변화한다. Voiles의 경우 남성형과 여성형 모두 뜻이 존재하기에 뜻이 하나로 정해지지 않는 것.[4] 드뷔시는 상징주의 시인들의 시에서 모티브를 많이 가져왔다. 르콩트 드 릴의 시의 제목을 따온 아마빛 머리의 소녀나, 말라르메의 시 목신의 오후를 음악화한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이 그 예.[5] 해석: This rhythm shall have the sonorous value of the background of a sad and icy landscape. 이 리듬은 슬프고도 얼음처럼 차가운 경치에서의 울려 퍼지는 듯한 효과를 나타내어야 한다. — 여기서의 '이 리듬'은 곡 첫머리부터 끝부분까지 계속해서 등장하는 'D-E-E-F' 선율을 나타낸다.[6] 이러한 음악적 단순성은 대중 청중에게 크게 어필했고, 드뷔시 전주곡 중에서도 가장 많이 연주되고 녹음되었다.[7] 실제로도, 악상 표시에 rageur(분노하여)라고 기록되어 있다.[8] 그러나 이는 백인들에 의해 과장되게 묘사된 흑인들의 모습으로, 실제 흑인들이 이렇게 우스꽝스러운 존재는 아님을 기억하자.[9] 특정한 신체 부위로 구간 내의 음을 전부 연주하는 현대 피아노 음악의 기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