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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1-06 22:42:50

참새 시리즈

1. 설명2. 참새 두 마리의 대화3. 단체미팅4. Made in China5. 혀 짧은 참새 시리즈

1. 설명

7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유행한 한국의 유머 시리즈다. 참새가 포수에게 맞아죽어가는 상황을 소재로 삼는 내용을 주로 다루는데 이는 사냥감인 당시 서민들은 참새로, 사냥꾼인 군사정부를 포수로 비유해 당시의 애환을 자학적으로 그려냈다. 전두환 시리즈의 전신쯤 되나 검열 때문에 결코 잡지에 게재될 수 없었던 전두환 시리즈와는 달리 은유적 요소와 우화의 특성으로 정치색이 약해서 검열로부터 자유로웠다.

인간은 유머를 즐기는 동물이고, 아마도 이것이 한국이 만들어낸 첫번째 유머 시리즈는 아니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조선시대만 놓고 보더라도 오성과 한음의 일화는 충분히 유머 시리즈라고 인정할 만 하다. 하지만 현재 대중들이 공유하고 있는, 기억속에서 가장 오래된 유머 시리즈를 꼽으라고 한다면 바로 이 1970년대의 참새 시리즈가 자연스럽게 나올 것이다.

<참새 시리즈>라고 잡지에 달마다 연재되거나, 단행본으로 출판되기도 했고, 심지어 TV 코미디 프로에서도 개그맨들이 할 게 별로 없을 때 으레 포수와 참새로 분장하고서 나타나곤 했다. 이 시리즈는 개그맨의 유행어와는 달리 누가 주도해서 만들었다는 인식이 전혀 없어서 쓰고 싶은 사람이 자유롭게 쓰고 약간의 웃음을 얻어가는 정도로 다들 만족했다.

그런 식의 집단 창작이 1970년대를 풍미하고서 1980년대 초반에만 가도 이미 닳고 닳은 시리즈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맘먹고 누군가를 웃기기에는 굉장히 부적절했다. 이미 그 때만 해도 "참새 시리즈" 얘기를 꺼내면 재미없는 사람 소리를 듣기 십상이었던 것이다! 그 당시 영화나 드라마를 뒤져보면 썰렁한 친구가 미팅같은 데 나가서 참새 시리즈를 늘어놓다가 분위기를 망치고 구박당하는 장면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제 벌써 반세기 가깝게 흘러가버린 유물이라서 이젠 이 자체로 웃기려기보다는 배우가 꼰대 연기를 하려고 할 때, 혹은 일부러 안 웃기는 개그를 시전할 때 <참새 시리즈>를 종종 써먹는 걸 볼 수 있다. 듣는 이들이 "아니 무슨 참새 시리즈야?"하고 경악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뭔가 재미없음의 트레이드마크같이 정착해버렸기 때문에 역으로 쓸모가 있는 것이다.

위키의 생성과 발전 시기와는 큰 차이가 나므로 (이용 연령을 포함해서) 그 엄청난 바리에이션에도 불구하고 별로 수록되어 있지 않다. 그나마 참새 시리즈는 기억이라도 남아있지만, 참새 이전의 개그들은 정말로 망각속으로 묻혀져서 영영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되살리려면 당대의 대본이나 일기책을 뒤져보면 되겠지만 말이다

2. 참새 두 마리의 대화

두 마리 참새가 전기 줄에 나란히 앉아 있었을 때 포수가 그 중 한 마리를 맞춰 떨어뜨렸을 때의 바리에이션이다.(A:총알 맞은 참새, B:살아 있는 참새)
A: "왜 나만 쏴요? 쟤두 쏴요!"
B: "쟤 아직 안 죽었대요, 한방 더 쏴요!"
A: "내 몫까지 살아 줘!"
B: "떠날 때는 말없이."
A: "나 잊지 말고 바람 피지 마"
B: "야! 니가 세컨드야!"

3. 단체미팅

참새가 전기 줄에 단체로 나란히 앉아있었다. 근데 맨 앞에 앉아 있는 참새를 제외하고 모두 따발총에 맞았다. 총에 맞은 참새들이 추락하며 저마다 하는 말, "단체미팅 시킨다고 꼬셔놓구선..."
떼죽음에도 아랑 곳 않고 살아남은 맨 앞에 앉은 참새가 포수에게 하는 말,
"또 참새 떨거지덜 꼬셔 올게여. 난 쏘지 마셈! 아찌 나 이뽀?"

4. Made in China

영어를 읽을 줄 아는 선진참새 한 마리가 전깃줄에 앉아 있을 때 포수가 건물 담벼락에 숨어서 총을 겨누고 있는 모습을 본 날아가던 후진참새 한 마리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얌마, 뒈지고 싶지 않으면 빨리 도망쳐!" 그러자 전깃줄에 앉아 있던 선진참새가 태연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짜샤, 니 눈에는 총개머리 판에 새겨져 있는 마데 인 차이나(MADE IN CHINA)라는 글자도 안 보이냐?"[1]

5. 혀 짧은 참새 시리즈

여러 마리의 참새가 앉아 있는 곳에 포수가 총을 쏘자 참새가 다른 참새들에게 '총알이다'라고 말하면서 전달했는데, 한 참새가 혀가 짧아서 '콩알이다'라고 하는 바람에 마지막 참새가 입을 벌려서......
전깃줄에 5마리의 참새가 앉아있을 때 저격수가 나타나 총을 쏘았는데 5번째 참새가 맞았다. 그 이유는???
4번째 참새가 이빨 빠진 참새였기 때문. 참새가 총이 날아오는 걸 알아채고 다음 참새에게 "엎드려"라고 이야기했는데 이빨이 빠진 4번째 참새가...."업혀"라고 말하는 바람에 5번째 참새가 업히려다가 결국....


[1] 참새 시리즈가 한창 현역일 때는 중국의 수입품이 한국에 들어올 수가 없었고 따라서 중국의 물건이 조잡하다고 비웃는 것도 불가능했다. 한중 수교가 있었던 1992년 이후에 추가된 거라고 생각할 수는 있다만, 그때는 이미 참새 시리즈는 사망한 지 오래였으므로 참 애매한 에피소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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