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이런 불손을 못 받아주겠다. 미쳐도 곱게 미쳤다면 또 모를까, 아주 더럽게 미쳤군. 좋다! 정 원한다면 철ㅡ로ㅡ대ㅡ화ㅡ하ㅡ자!"
- 티나한, 자신을 레콘의 형상을 한 마귀라며 도발하는 제왕병자 무리에게.
- 티나한, 자신을 레콘의 형상을 한 마귀라며 도발하는 제왕병자 무리에게.
1. 개요
이영도의 소설 눈물을 마시는 새, 피를 마시는 새의 종족인 레콘이 사용하는 관습. 혀가 아닌 철, 즉 병장기를 가지고서 하는 대화를 뜻한다. 간단히 말해서 레콘식 결투. 이와 반대되는 표현으로는 철의 침묵이 있다.레콘은 개인차는 다소 있겠지만 종족이 기본적으로 담백하고 다혈질적이며, 복잡한 논쟁을 즐기는 성격이 아니다. 그렇기에 레콘이 누군과와의 분쟁을 시작했다면 대화보다는 싸움으로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분쟁이 국단으로 치달으면 누군가가 철의 대화를 선언할 수 있다. 철의 대화를 선언한 쪽은 상대에게 선공을 양보하게 되며, 대화를 포기하고 분쟁을 선택했기 때문에 싸움이 끝날 때까지는 상대에게 말을 건네거나 상대의 말에 대답하지 않는다. 그리고 상대가 싸울 준비를 마치고 공격해올 때까지 몇 년이 걸리든 기다린다.[1]
폭력을 꺼리지 않는 레콘 특성상 꽤 많이 사용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 레콘들은 폭력을 꺼리지 않기 때문에 굳이 철의 대화를 할 것도 없이 그냥 싸워버리면 끝이기 때문. 레콘끼리의 경우 연장자에 예를 갖추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강자에 대한 예우[2]에 가까우며, 특별한 사유[3]가 없다면 봐주는 것 없이 싸우고 끝. 심지어 각자가 지닌 무기의 특성으로 인해 한쪽이 불리해지더라도 신경쓰지 않는 편이다.[4]
타 종족이 상대일 경우, 일단 타 종족들이 굳이 레콘을 화나게 하려 들지는 않는다는 점, 그리고 레콘들 본인도 개인주의자 성향이 강한지라 상황이 복잡하고 더러워진다면 그냥 무시해버린다. 게다가 레콘도 레콘이 아닌 선민종족을 상대로 진심으로 적의를 품는 일이 드물고, 어느 정도는 참고 적당히 경고하는 수준으로 끝내기도 한다.[5]
때문에 철의 대화는 단순한 싸움이라기보다는 자존심이나 명예를 건 레콘식 결투에 가깝다. 그리고 철의 대화가 시작되면 다시는 말을 섞을 수 없다 여기는것으로 보아 어느 한쪽이 죽기 전에는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애초에 투쟁이 일상인 종족간에 격식까지 갖춘 결투인 만큼 승패가 갈렸다고 물러서는게 어불성설. [6] 작중 등장한 철의 대화는 피마새까지 합쳐 두 번뿐이며, 그나마 단 하나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한 레콘끼리 이루어지지도 않았다.
2. 작중 등장
첫 번째는 위의 예시로 티나한이 자신을 비롯한 동료들에게 무례하게 대한 선지자에게 신청한 장면. 그러나 선지자는 잽싸게 말을 돌려 곁에 있던 무적왕에게 떠넘겼고, 이미 철의 대화를 신청하여 입을 열 수가 없는 티나한은 뭐라 항의도 하지 못한다. 게다가 선지자는 무기를 드는 대신 레콘한테 물을 뿌리는 걸 택했고, 당연히 티나한은 륜을 둔채 도망갈 수밖에 없었다.[7] 이후 티나한은 제왕병자 무리만 보면 학을 떼게 되었고 보기만 하면 모조리 패버려 강제로 해산시키게 됐다.두 번째는 지멘이 아실에게 신청한 것. 아실은 지멘을 도발하여 자신에게 철의 대화를 걸게끔 유도하고, 수년째 선공을 하지 않는 방법으로 지멘과 동행하고 있다.[8] 그리고 아실이 깨어난 뒤 지멘은 철의 대화를 포기했다.
그 외에 하텐그라쥬에서 티나한이 시우쇠를 상대로 '움직이면 철의 대화다' 라며 협박용으로 쓰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움직이지 않았기에[9] 철의 대화는 불성립.
[1] 이는 작중에서 직접 언급되는 서술이다. 굉장히 의미심장한 서술인데, 작중 레콘은 무기를 놓기 전까지는 성별이든 나이든 관계없는 투사이며 그렇기 때문에 언제라도 싸울 준비가 되어있는 것이 레콘이라는 종족이다. 그런 레콘이 도전에 응하기 전 따로 준비를 마치도록 기다려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철의 대화가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2] 평생을 투쟁으로 보내는 레콘의 특성상 나이가 많다=그만큼 많은 적을 꺾어왔다는 소리가 된다. 더구나 나이가 들어 신체능력이 떨어졌다해도 그걸 커버할 기량이 있다는 뜻이기에 이 공식은 그대로 성립한다.[3] 예를 들어 신부탐색 중 기혼자에게 도전한 경우, 신부 측이 남편을 강하게 지지하면 형식적으로 설렁설렁 싸우고 물러난다. 대부분은 강한 남편을 선호하기에 싸움을 부추긴다고는 하지만.[4] 애초에 자기 무기의 약점을 알고 그걸 커버하는 것도 기량이다. 예를 들어 지멘과 준람은 과거 고라이라는 여성을 두고 다툰 적이 있었는데, 작중 재결투에서 서로의 약점이 보완된 것을 눈치챈다. 지멘은 느린 망치의 속도를 보완하기 위해 부리와 손발을 이용한 근접전투를 단련했고, 준람은 한 쪽이 다소 느리고 어설펐던 쌍창을 양손 모두 동일한 위력으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굳이 숙원이 아니라도 도전을 좋아하는 레콘의 특성상 무기가 조금 불리하더라도 상대에게 도전해 꺾는 것을 높이 살 것이다.[5] 인간에게 도발당해 열받은 레콘이 벼슬을 세우자 다른 레콘이 "그만 해. 똑바로 봐. 인간이다."라며 말리는데, 말리는 쪽이 점잖기로 유명한 지역 출신이란 것을 감안해도 어른이 어린애에게 진심으로 덤벼드는 걸 본 듯한 반응이다.[6] 티나한은 철의 대화를 신청했다가 물이 끼얹어지는 바람에 도망간 뒤, 다시 상대를 만났을 때는 고래고래 말을 잘 하긴 했지만, 사실 그 이전에 '인간에게 철의 대화라니 나도 제정신 아니었다'고 말했다. 즉, 물 때문에 도망쳐서 결투가 흐지부지 된 것+상대가 레콘도 아닌 사실 때문에 은근슬쩍 철의 대화를 취소한 것에 가깝다.[7] 다만 륜을 그냥 두고 간 것은 케이건이 절대로 탑 안으로 들어가지 말라고 당부했기 때문이었다.[8] 이 때문에 지멘은 아실에게 직접 말을 걸지 못하고 독백이나 행동으로 의사를 전달한다.[9] 애초에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이 직후 일어난 사건이 피를 뒤집어쓴 도깨비를 레콘이 물로 씻겨 정신을 차리게 한, 말 그대로 황당하고도 불가능한 상황이었기 때문. 이를 목격한 즈라더는 그대로 얼어붙더니 정신을 차리고는 티나한에게 철의 침묵을 선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