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1990년 5월 5일 개봉한 이두용 감독의 영화. 태일, 김달호, 문창근, 조형기, 양택조[1] 출연. 중광스님(걸레스님)이 주인공 '호주끼'로 열연했다.2. 줄거리
주인공 이형철이 형무소(교도소)를 출소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호주에서 가장 빠른 쌕쌕이 전투기 '호주끼'는 이형철 노인의 별명이다. 고아출신인 그는 심성은 나무랄데 없이 착하지만 6.25 전쟁 피난길에 굶주림으로 시달려서 저지른 좀도둑질 전과만 무려 38범에 이르며 교도소를 마치 제집처럼 빠르게 들락날락하기 때문에 수감자들 사이에서 호주끼라는 별명을 얻게 된다.
예순이 된 나이에 그는 드디어 남들이 원하던 바깥사회로 나오게 됐지만, 바뀌어버린 세상은 교도소 철창보다 더 가혹했다. 땡전 한푼 없이 나온 그는 출소하자마자 중국동포(박종설)[2]가 장사하는 중국집에서 무전취식을 단행해 경찰서로 끌려가게 된다. 호주끼의 사정이 나름 불쌍했는지 처벌을 하는 대신 경찰서장은 음식값을 대신 물어준다. 갈곳이 따로 없냐는 말에 "어제까진 있었는데, 거 있잖소, 가만히 있어도 세끼밥을 주고 잠잘 걱정없는 큰집 말입니다"라며 차라리 감옥에 보내달라고 호소하지만 훈방조치 된다. 결국 오갈곳이 없어진 호주끼는 거리노숙을 하게 된다.
호주끼 : 들켜도 좋고, 안 들키면 더 좋고.
다음날 끼니를 때우고자 인력시장을 찾아가 일자리를 구해보려 하지만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박대를 당하고 매혈을 하고자 찾아간 병원에서는 혈압이 높다며 거절 당해버린다. 결국 호주끼는 시장에서 어떤 노인이 내다팔려고 묶어놓은 염소 한마리를 훔쳐서 구속된다.
미수로 그친 절도죄임에도 그는 38범 전과기록에 죄질이 불량하다는 이유로 동종전과 3회이상 재범3년이내 전과자에 대한 가중처분으로 보호감호 10년이라는 터무니없는 구형을 재판절차도 없이 선고 받는다. 염소 한마리를 훔친 죄가 10년, 호주끼 본인도 들으면서 어이가 없었는지 차라리 나를 넥타이 공장(사형장)으로 보내주시구랴 라며 허탈해한다.
출소 이틀만에 다시 감옥에 들어온 호주끼를 알아본 방장 소도둑(조형기)은 그에게 자리를 내어준다.
그러던 어느날, 재범전과가 높은 수감자를 청송보호소로 이감한다는 소문이 돌게 되고 호주끼는 과거에 수감생활을 같이 했던 동료 수감자를 만나 귀하디 귀한 담배 한개피를 얻어온다. 수감자들은 담배를 서로 나눠피고 망을 보던 소도둑은 간수에게 걸려서 아닌 밤중에 먼지나도록 두들겨맞고 호주끼에게 괜한 화풀이를 한다. 경기도에서 텔레비전을 훔쳐 잡혀온 신입이 들어오게 되고 수감자들은 그에게 아리랑춤을 요구하면서 모처럼 즐거운 신고식을 한다.
호주끼: 맨날 밖을 내다보면 뭐하냐, 죄를 짓지 말아야지.
아침부터 먹는 타령만 늘어놓는 호주끼에게 문득 심심해진 수감자들이 과거에 살아온 이야기를 해달라며 청하자 맨입으로 나오겠냐며 돌아누워버린다.소도둑은 이야기를 하는 대신 개장수가 몰래 숨겨놓은 화장지 한통을 통째로 주겠다며 교섭을 하게 되고 호주끼는 한국전쟁 피난길부터 형무소행까지 이곳저곳 누비면서 살아온 이야기를 수감자들에게 들려준다.
재범 전과자들은 청송 교도소로 이동이 된다는 소문이 교도소 내에서 돌게 된다. 호주끼는 만성 축농증을 앓고 있는 상태에서 나날이 몸이 약해졌으며, 치아도 빠지게 된다. 출소하면 72세 인지라 과연 본인이 살아서 출소가 가능할 지 회의감에 들게 된다. 재범자인 호주끼는 본인이 청송 교도소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알고는 청송 교도소로 가게 되는 것을 두려워 하지만, 그래도 살아서 교도소에서 출소하겠다는 마음을 가진다.
다음날 새로 부임한 군산 교도과장이 교도소를 둘러보는데 호주끼는 몸상태가 좋지 않아 집합에 참여하지 못한다. 교도과장은 재소자들에게 의무과로 데려가라고 지시를 내리고 지나가려는데 호주끼가 미동을 보이지 않자 재소자 동료들이 당황하여 큰소리로 호주끼를 깨우려고 한다. 동료들의 소란을 들은 교도과장은 다시 들려 지금 누굴 부르냐고 묻자 동료들이 호주끼라고 하였다. 이에 놀란 교도과장은 본인이 직접 호주끼를 의무과로 데려가서 진료를 봐준다. 교도과장은 의무과 의사들한테 호주끼의 상태를 물어보는데 의사들은 상태가 좋지 않아 힘들 거 같다고 한다.
진료가 끝나고 교도과장은 호주끼에게 본인을 아냐고 물어보고 호주끼의 나이를 듣고는 환갑이냐고 묻자 호주끼는 그렇다고 한다. 이에 교도과장은 아직 생일이 안 지났으니 환갑이 지나지는 않았다고 한다.
교도소에서 환갑을 맞이 한 호주끼에게 선물이 들어왔는데 군산 교도과장이 환갑을 맞이한 호주끼를 위해 정성껏 음식을 준비한 것. 교도과장은 음식에 편지까지 정성껏 썼는데 호주끼는 감동하여, 교도과장이 준 음식을 눈물을 흘리며 먹게 된다.
이후 장면이 넘어가서 재소자들이 단체로 목욕탕에서 목욕을 하는데 호주끼는 계속 기침을 심하게 하여 제대로 목욕을 하지 못한다. 재소자들이 씻고 하나둘 씩 나가고 호주끼만 남게 되었는데 몸이 약해진 상태에서 호주끼는 계속 기침을 하다가 목욕탕에서 쓰러졌고 결국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었다.
목욕을 마친 재소자들이 하나둘 씩 모이고 교도관들은 인원수를 세는 데 1명이 비는 걸 알고는 호주끼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목욕탕에서 쓰러진 호주끼를 발견하고 의사들은 호주끼를 들것에 눕혀서 데리고 나왔으며, 의사들은 호주끼의 상태를 진찰하고 사망 선고를 내린다. 이후 교도소에서는 호주끼 시신의 염을 마무리하고 교도과장은 호주끼의 유품을 챙기는데 유품이라고는 소도둑이 준 두루마기 휴지 하나 뿐이였다. 유품인 두루마기 휴지도 관 속에 들어가면서 입관이 마무리 되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3. 평가
있는자만 특권을 가지는, 법이 가진 부조리한 현실과 다소 불합리한 구조속에 내몰려 절도로 생을 마감한 한 노인의 이야기를 통해 한치 앞도 볼수없어 갑갑하지만, 그래도 사랑이 숨쉬기에 마냥 어둡지만은 않은 따뜻한 세상사를 꼬집었다. 이 영화는 제10회 영화평론가상 작품상, 감독상, 제26회 백상예술대상 감독상 수상을 모두 수상했다. 주인공 호주끼로 열연한 중광스님은 대종상 남우주연상 후보에도 올랐으며 국제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기도 했다. 네이버 평점 9.70대에 올라와 있다. 교도과장으로 출연한 배우 양택조의 연기도 상당히 인상적인 호평을 받는다.4. 기타
- 전과 38범 이형철은 실존인물로 일평생을 감옥에서 외롭게 살다 죽어간 그의 파란만장한 실화를 감독이 영화로 재구성한 것이라고 한다.
- 당시의 교도소 묘사가 꽤나 사실적이다.
- 개봉당시, 청송군 군민들이 지역의 이미지를 해친다는 이유로 영화의 상영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 유튜브에서 무료시청이 가능하다.다만 화질이 많이 떨어지므로 감안해서 봐야한다.#
- 백동호의 자전적 소설인 실미도[4]에서 청송교도소에서 지냈던 경험을 회술하며 이 영화 역시 언급한다. 청송교도소의 목욕탕이 너무나도 뜨거운 나머지 영화 '청송으로 가는 길'의 실제 주인공인 호주끼 영감도 목욕탕에 빠져 죽었다고 서술한다.[5][6]
- 1990년대 당시 삼성 비디오 플레이어를 구매하면 사은품으로 해당 영화 비디오 테이프를 증정하였다. 당시 초등학생 연령대들이 해당 비디오를 보고 자란 사례가 있어서 해당 영화가 올라온 유튜브 채널에 관련 댓글이 올라오기도 하였다.
[1] 군산 교도과장 역[2] MBC 제5공화국에서 삼청교육대에 끌려온 사람으로 까메오 출연했다.[3] 여담이지만 이 영화를 찍고 1년 뒤에 조형기 음주운전 뺑소니 시신유기 사건으로 진짜 교도소에 수감되었다.[4] 그 유명한 영화의 원작소설이긴 하지만 내용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5] 실제로 영화에서의 호주끼 영감도 목욕탕에서 쓰러져 생을 마감하는데 뜨거운 물이 직접적인 원인이었기보다는 수감생활 때문에 몸이 약해진 탓으로 보인다.[6] 실제로도 기저질환으로 몸이 약한 상태에서 목욕이나 반신욕을 하다가 혈압 상승으로 돌연사 하는 사례가 있다. 호주끼 영감의 경우 기저질환 및 혈압이 높은 상태라 돌연사 확률이 높은 편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