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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8-27 17:28:45

칠보시

1. 개요2. 설명3. 기타4. 미디어 믹스

1. 개요

조조의 아들이자 당대 최고의 문학가 중 한명인 조식이 지은 시. 일곱 걸음을 걷는 동안 지은 시라고 해서 칠보시(七步詩)로 불린다.

2. 설명

삼국지연의에 따르면 조비가 조식에게 소 두 마리가 싸우다가 한 마리가 밀려 구덩이로 떨어지는 모습의 그림을 보여주며 일곱 걸음을 걷는 동안 그 그림을 묘사한 시를 짓되 "두 소가 싸우는 것을 보았는데, 한 마리는 우물 속으로 떨어져 죽었다"[1]는 말을 쓰면 안된다는 제약[2]을 걸었다. 제대로 시를 짓지 못하거나 조건을 어기면 사형시키겠다고 했다. 조식은 즉시 걸음을 떼면서 다음의 시를 지었다. 이 시는 사우시(死牛詩)라고도 한다.
兩肉齊道行 (양육제도행 - 두 육신이 나란히 길을 가는데)
頭上帶凹角 (두상대요각 - 머리 위에 오목한 뿔을 둘렀다)
相遇凸山下 (상우철산하 - 서로 철산 밑에서 만나고 마니)
欻起相唐突 (훌기상당돌 - 돌연 서로 싸움이 벌어지건만)
二敵不俱剛 (이적불구강 - 둘이 모두 다 함께 이길순 없어)
一肉臥土窟 (일육와토굴 - 한 육신은 토굴에 쓰러지는 건)
非是力不如 (비시력불여 - 그 기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盛氣不泄畢 (성기불설필 - 기력을 다 쏟지 못한 탓이로구나)

정확히 일곱 걸음째에 시가 끝났다고 하는데, 조비와 조식의 권력싸움을 어느 정도 빗댄 의미가 숨겨져 있다. 조비는 조식의 재능에 감탄했지만 조식이 일곱 걸음을 너무 늦게 때었다는 핑계로, 다시 자신과 조식 둘의 관계인 형제를 묘사하는 시를 지으라면서 형()이나 제()라는 말을 쓰면 안 된다는 조건을 붙였다. 게다가 이번에는 일곱 걸음을 걷는 동안도 아닌, 그냥 말이 떨어지는 즉시로. 그러자 조식은 즉시 다음 시를 읊기 시작했다. 흔히 이 두 번째 시가 칠보시로 알려져있지만, 이번에는 걸음을 걷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 시는 콩을 삶는 내용의 시라고 해서 자두시(煮豆詩)라고 부른다. 삼국지연의에는 이 시가 이렇게 실려있다.
煮豆燃豆萁 (자두연두기 - 콩대를 태워 콩을 삶으니)
豆在釜中泣 (두재부중읍 - 솥속의 콩이 울고 있도다)
本是同根生 (본시동근생 - 원래 한 뿌리에서 났거늘)
相煎何太急 (상전하태급 - 왜 이리 급히 삶아대는고)

세설신어에 실린 시는 약간 다르다.
煮豆持作羹 (자두지작갱 - 콩을 삶아서 국을 끓이고)
漉豉以爲汁 (녹시이위즙 - 메주를 걸러 즙을 내는데)
萁在釜下燃 (기재부하연 - 가마 밑에선 콩깍지 태워)
豆在釜中泣 (두재부중읍 - 솥속의 콩이 울고 있구나)
本自同根生 (본자동근생 - 원래 한 뿌리에서 났거늘)
相煎何太急 (상전하태급 - 왜 이리 급히 삶아대는고)

이는 한 아버지로부터 태어난 한 핏줄인 자신(콩)을 형(콩대/콩깍지)이 지나치게 핍박하고 있음을 묘사한 시며, 그 뜻을 알아들은 조비로 하여금 일시적으로나마 뉘우치는 마음을 품고 눈물을 흘리게 했다. 여기에 무선황후 변씨가 나서서 조비를 꾸짖자 결국 조비는 조식을 죽이지 않는 대신 수도에서 추방하는 것으로 끝냈다.

보면 알겠지만 저 두 시 모두 조식의 입장에서 형 조비에게 항의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앞의 시는 대놓고 '내가 경쟁에서 밀리긴 했지만 그게 내 능력이 딸려서가 아니라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라고 암시하고 있고, 뒤의 시는 조비의 소갈머리가 좁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래도 정말로 '형제'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도 '형제간에 이러는 건 너무하지 않냐'라고 하소연하는 내용도 포함한 절묘한 시다. 조비의 명분은 원래는 사형에 처해야했을 조식을 주변에서 재능이 아깝다는 말이 있어 그 재능이 목숨을 살려줄 가치가 있는지 시험해보겠다는 뜻으로 문제를 낸 것인데, 조식은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한 것도 모자라 깊은 의미까지 담아낸 시를 지어낸 것이다. 조식은 조비뿐만 아니라 조비 곁에 있던 신하들까지 탄복할만한 재능을 보여주었고, 그 결과 조비는 조식의 목숨은 약속대로 살려주되 수도에서 추방하여 정계 진출을 막는 것으로 조식을 살려준다는 명분과 후계서열 정리라는 실리를 모두 챙길 수 있었다.

다만, 두 시 모두 후세의 창작일 가능성이 높다. 둘 다 전형적인 오언절구의 형태인데, 오언절구가 정형화되기 시작한 것은 삼국시대로부터 수백년도 지난 당나라 이후의 일이다. 그만큼 조비에 대한 여론이 나쁘고 조식에 대한 동정론이 많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중국 포털에서 칠보시를 검색하면 사우시보다 자두시가 더 많이 검색되는데, 그 내용을 보면 사우시와 자두시 모두 후대의 창작으로 보면서도 자두시가 다수 판본에 실려있어 이를 일반적인 의미의 칠보시로 보고 사우시는 "또다른 칠보시"라는 가설 중 하나로 간주하기도 한다.

3. 기타

근대 중국에서는 반(反) 칠보시라는 것도 창작되었다.
煮豆燃豆萁 (자두연두기 - 콩대를 태워 콩을 삶고 있도다)
豆熟萁成灰 (두숙기성회 - 콩 익으면 콩대는 재가 되는데)
熟者席上珍 (숙자석상진 - 익은 콩은 밥상의 진미가 되고)
灰作田中肥 (회작전중비 - 남은 재는 밭을 기름지게 하니)
不为同根生 (불위동근생 - 원래 모두 뿌리가 같지 않다면)
缘何甘自毁 (연하감자훼 - 어떻게 자기 몸을 바치겠느뇨)

따지고 보면 콩도 먹혀서 인분으로 배출되면 비료로 쓰일 수 있으니 결국 한 뿌리에서 나서 다시 밭으로 돌아간다고 볼 수도 있다.

4. 미디어 믹스

진삼국무쌍 7에서는 조비의 장성 모드 상대 중 한 명이 조식이라서 칠보시 관련대사가 나온다. 시를 짓는 것 때문에 조식이 고생하자 조비는 일곱 걸음 안에 시를 지을 수 있을 텐데 뭘 고민하냐면서, 격려인지 비아냥인지 모를 말을 한다. 이에 조식은 푸념하고, 조비는 일곱 걸음 안에 시를 못 쓰면 죽는다는 조건을 넣으면 시가 더 잘 떠오를 거라는 식으로 말을 한다. 완전히 블랙 유머가 아닐 수 없다.

요코하마 미쓰데루의 삼국지에서는 대현출판사에서 이상하게 번역을 하는 바람에 삼국지랄에서 이렇게 패러디되었다. #
사실 이건 한국어 번역을 잘못한 것으로, 일본어판 원문에는 조식이 형제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

삼국에서는 사우시는 등장하지 않고 자두시만 등장한다. 한 걸음 한 걸음 뗄 때마다 지어낸 것이 아닌 마지막 7번째 걸음에서 시 전체를 읊었는데, 조식 본인도 시를 지으면서 눈물을 흘렸고 그것을 들은 조비 역시 마지막 문장인 "한 뿌리에서 났건만 어찌 급하게 삶아대는가"를 반복하며 눈물을 흘렸다. 신하들도 그 시를 듣고 숙연해졌고, 조비는 약속한 것도 있고 자기 손으로 동생을 죽이기도 꺼림칙해 그냥 지방으로 유배만 보내고 목숨을 살려주었다.

토탈 워: 삼국의 첫 DLC인 팔왕의 난의 트레일러에서 인용되었다. 비록 사마씨가 조위를 무너트렸긴 하지만, 팔왕의 난이 사마씨의 자제들이 벌이는 전쟁인 만큼 선정이 정확하단 평가를 받았다.

2021년 11월 2일 일론 머스크가 Humankind라는 단어와 함께 뜬금없이 트윗해서 화제가 되었다. #


[1] 見兩牛在牆角相鬥,一牛鬥敗墜井而亡。#[2] 그림에서 직접적으로 묘사하는 (소 우), (우물 정), (패할 패), (망할 망) 같은 한자들을 모두 못쓰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