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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12-31 04:46:59

티베트 불교/승가 교육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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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교학 과정
2.1. 겔룩의 교학 과정2.2. 닝마의 교학 과정2.3. 까규의 교학 과정2.4. 싸꺄의 교학 과정
3. 승가 대학(강원)
3.1. 분포ㆍ규모3.2. 학제ㆍ학위3.3. 승가 대학의 일과3.4. 재건ㆍ현대화
3.4.1. 현대 승가 교육3.4.2. 여성 출가자 교육3.4.3. 정규 대학 인증
4. 관련 영상

1. 개요

티베트 불교 승가 대학(grwa tshang)/강원(bshad grwa, 講院)의 교육제도.

티베트 불교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티베트에 불교를 전 하고 정착시켰던 스승과 그 제자들, 역경(譯經)의 주역들이 모두 인도 나란다불교를 계승한 자들이라는 역사적 배경을 알고 티베트 불교의 중심에 나란다불교가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오늘날 티베트 불교 안에서 인도 나란다불교의 전형은 승가의 교육제도를 통해 가장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티베트에서는 대부분 어린 나이에 출가를 한다. 승려로서 사찰에서 생활하면서 기본적인 습의(習義)를 익히고 몇 가지 경전을 단순히 암기하는 정도의 기초적인 교육을 받고 평균적으로 12~14세에 본격적으로 교학 교육을 시작하게 된다. 이때 출가한 지역의 원찰(原刹)을 떠나 전통 강원(講院)에서 공부하기 위해 수천 혹은 수만 명의 학인(學人)들이 공부하는 대사원으로 유학을 간다.

장장 수십 년이 소요되는 교학 교육은 티베트 불교 4대 종파 가운데 겔룩파(dge lugs pa)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이지만 닝마파(rnying ma pa)나 싸꺄파(sa skya pa), 꺄규파(bka' brgyud pa)에서도 오랜 기간 교학을 수학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승가 교육에 있어서 종파를 막론하고 교학 교육에 10년 이상의 시간을 소요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교육방식은 티베트 고유의 전통으로 보기보다 인도 나란다 대학의 방식을 전승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특히 겔룩파의 교육제도는 다른 종파에 비해 엄격하고 체계적이라고 평가받는다. 타 종파의 우수한 학인들도 겔룩파 방식의 교육을 받고자 종파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겔룩파 강원에 입학하는 경우도 있다.
박은정, 《티벳의 승가교육제도》

2. 교학 과정

2.1. 겔룩의 교학 과정

겔룩파의 교학 교육은 주로 오부론(五部論, bka' pod lnga)을 배우는 것이다. 오부론이란 (1)인명부(因明部, Pramana), (2)반야부(般若部, Prajnaparamita) (3)중관부(中觀部, Madhyamaka), (4)아비달마(Abhidharma), (5)율부(律部, Vinaya) 다섯 가지를 말하며 주로 세 곳의 대사원, 즉 댄싸쑴(gdan sa gsum)이라고 불리는 세라(se ra), 대풍('bras spungs), 간덴(dga' Idan)의 사원에서 교육이 이루어 진다.

학인들은 오부론을 수학하는 본 과정에 들어가기 전에 기본적인 불교 개념들을 배우는 수업과 토론(debating) 방법에 대한 훈련을 하기 위한 수업을 듣는다. 이 수업에는 불교적 술어(術語)를 모은 뒤드라(bsdus grwa), 마음과 인식에 관한 주제인 로릭(blo rig), 기초 논리학인 딱릭(rtags rigs), 수행의 경계와 도위(道位)에 관한 쌀람(sa lam) 그리고 불교 4대 학파 교리에 대한 둡타(grub mtha)가 포함된다. 이 기초 과정은 사원에 따라 2년 혹은 3년간 공부하게 된다. 기본적인 개념을 숙달하고 토론의 형식과 기법을 익히게 되면 학인들은 본격적으로 오부론을 배운다.

오부론은 크게 다섯 가지 유형의 텍스트로 구성된다. 오부론의 전거가 되는 원전과 그 원전의 의미를 핵심적으로 다루는 근본 교전, 그것을 해설하는 해설서가 주교재가 된다. 이러한 근본 교전과 주교재는 모두 인도 나란다 법맥 논사들의 저술이다. 인도 논사들의 저술을 해설하는 티베트의 뛰어난 논사들의 저술부교재로 채택된다. 이뿐만 아니라 사원에 따라 이를 매우 자세하게 해설하는 광석(廣釋)들이 존재하는데 그것을 익차(yig ca)라고 한다. 이것을 사원 별 교재라고 명명할 수 있으며, 사원 별 교재는 저자마다 견해에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같은 겔룩파 내에서도 어느 사원에서 수학했는지에 따라 부분적으로 견해의 차이를 보일 수 있다.[1]

(1) 인명부(因明部, Pramana)
불교 논리학의 다른 말인 인명은 모든 교학의 배움에 있어 근본이 된다. 그것은 논리적 사고를 기반으로 교학을 배우는 특별한 방식이 때문인데 교리적 내용을 단순히 습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논리적 사고의 훈련을 통해 교리적 내용이 논리적 정합성에 부합될 때 받아들이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와 같이 인명은 논리적 사고의 추론과정을 거쳐 내적으로는 지혜를 개발하는 수단이 되고, 밖으로는 논적을 논파하거나 논리적 설득으로 중생을 교화시키는 수단이 된다. 인도불교사에서 수많은 논쟁을 통해 외도를 굴복시키고 교화했던 시기는 불교 논리학이 꽃피었던 시기였다.

이러한 영향으로 불교 논리학의 아버지 진나(陳那, Dignaga ca.480-530)의 저술인 《집량론(集量論, Pramanasamuccaya nama prakarana)》이 인명부의 근본 교전으로 채택되고 있으며, 이것을 주석한 법칭(法稱, Dharmakirti, 6-7세기)의 저술인 《석량론(釋量論, Pramanavarttikakarika)》이 주교재로 채택되고 있다.

(2) 반야부(般若部, Prajnaparamita)
반야부는 반야경의 두 가지 차제 가운데 현관차제(現觀次第)를 배우는 것이다. 반야경의 가르침은 두 가지 차제로 축약되는데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가르침(dngos bstan)인 반야 공성차제(空性次第)와 숨겨져 있는 가르침(sbas don)인 현관차제가 그것이다. 현관차제란 수도(修道)의 단계와 그 과정에서 실천해야 하는 다양한 수행을 말한다.

반야부를 배울 때는 반야경의 현관차제를 해설하는 미륵(彌勒菩薩, Maitreya) 저술인 《현관장엄론(現觀莊嚴論, arya prajnaparamita asta sahasrika byakhya abhi samayalamkara)》을 근본 교전으로 삼는다. 이 논서는 한역으로 번역된 것이 없어 우리에게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지만 인도•티베트 불교사에서 반야경의 숨겨진 현관차제의 가르침을 해설한 매우 중요한 텍스트로 받아들이고 있다.

본래 《현관장엄론》에는 대표적인 스물 한 권의 해설서가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 가운데 사자현(獅子賢, Haribhadra)의 저술 《현관장엄론석(arya prajnaparamita asta sahasrika byakhya abhi samayalamkara aloka)》이 주교재로 채택되고 있다. 쫑카빠에 따르면 해설의 분량이나 내용이 가장 적절하여 가장 이상적인 《현관장엄론》의 해설서라고 한다.

(3) 중관부(中觀部, Madhyamaka)
반야경의 가르침 가운데 공사상을 중관사상에 입각하여 배우는 것이다. 중관은 말 그대로 상변(常邊)과 단변(斷邊)의 양극단을 버리는 중도적 관점을 말한다. 이러한 사상의 핵심이 되는 근본 교전은 용수(龍樹, Nagarjuna)의 《중론(中論, prajna nama mulamachyamaka karika)》이다.

이것을 해설한 여러 논서 가운데 성천(聖天, Aryadeva)의 저술 《사백론(四百論, Catuḥśataka śāstra kārikā )》과 불호(佛護, Buddhapālita)의 저술 《붓다빨리따(Buddhapālita mulamadhyamaka vritti)》, 청변(淸弁, Bavaviveka)의 저술 《반야등론(般若燈論, prajnaparamita mulamadhyamika vritti)》, 월칭(月稱, Candrakirti)의 저술 《입중론(入中論, madhyamaka avatara)》은 가장 잘 알려진 논서이다. 이 가운데에서도 귀류논증의 입장에서 용수의 중관사상을 설명하는 월칭의 저술 《입중론》을 가장 중점적으로 배운다.

(4) 아비달마(Abhidharma)
아비달마는 아비달마 칠부론(七部論)의 가르침을 배우는 것이다. 아비달마 칠부론은 일반적으로 사리자와 같은 대아라한들이 저술한 논서로 분류하기도 하지만 티베트에서는 생각과 근기에 따른 다양한 주제에 관한 질문에 답하는 부처의 설법을 모아서 아라한들이 결집한 것이기 때문에 경(經)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불교의 우주론과 사상 철학을 담고 있는 방대한 불교 교리 철학서라고 할 수 있는 아비달마는 세친(世親, Vasubandhu) 저술인 《아비달마구사론(阿毘達磨俱舍論, Abhidharmakosakarika)》을 근본 교전으로 삼고 있다. 그것의 자주(自註) 《아비달마구사론석(阿毘達磨俱舍論釋, Abhidharmakosabhasya)》은 주교재로 채택되어 있다.

(5) 율부(律部, Vinaya)
율부는 부처의 율장 가운데 《별해탈경(別解脫經, pratimoksa-sutra)》과 《율분별(律分別, vinaya- vibhanga)》을 배운다. 이것을 핵심적으로 다루는 덕광(德光, Gunaprabha)의 저술 《율경(律經, Vinayasutra)》이 근본 교전이다. 이를 해설한 겔렉 셰넨(dge legs bshes gnyen, Kushal mitra)의 저술 《율본사광석(律本事廣釋, Vinayavastutika)》이 주교재이다.
박은정, 《티벳의 승가교육제도》
■ 오부론 수학(修學)의 의의

겔룩파 뿐 아니라 닝마파와 까규파, 싸꺄파에서의 교학 교육 역시 오부론과 본질적으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티베트 교학 교육의 요체를 오부론의 수학으로 이해할 수 있다. 티베트에서는 통상적으로 오부론을 다섯 가지에 비유한다. 불교 논리학인 인명은 교법(敎法)을 지켜주는 울타리이고, 아비달마는 교법을 빛내주는 장엄이며, 반야는 교법의 기둥이고, 중관은 교법의 심장이며, 율부는 교법의 공덕을 얻는 곳간과 같다고 한다.

또 오부론을 계정혜(戒定慧) 삼학(三學)에 배대하면 인명과 중관, 그리고 아비달마는 혜학에 속하며 반야는 정학, 율부는 계학에 속하므로 오부론을 공부하면 자연스레 사택수(思擇修, dpyod sgom)/관(觀)수행과 안주수(安住修, 'jog sgom)/지(止)수행을 하여 지관을 성취하고 삼학을 모두 실천하게 된다.

이 뿐 만 아니라 사상(lta ba)과 실천(spyod pa), 수행(sgom pa)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오부론의 수학을 설명하기도 한다. 대승의 견해 또는 사상은 중관과 인명을 통해 설명되고, 대승의 실천은 반야부를 통해 설명되며, 소승의 사상과 실천은 아비달마를 통해 설명되고, 대소승 공통적 실천은 율부를 통해 설명된다. 대소승의 수행은 사상과 실천의 내용 속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오부론을 배우면 대소승의 사상과 실천, 수행을 종합적으로 알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티베트의 논사들은 이 오부론을 하나도 빠짐없이 수학할 것을 강조하며 나란다 불교를 계승한다는 전통적 입장에서뿐만 아니라 실제 스승들의 경험적 조언에 따라 오부론의 배움에 매진하고 있는 것이다.
박은정, 《티벳의 승가교육제도》
■ 문(聞)ㆍ사(思)ㆍ수(修)에 의한 오부론 학습

티베트 불교 강원에서 오부론을 배울 때에는 다섯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무조건 경전을 외워야 한다.
둘째, 경을 보지 않고 외우는 연습을 자주 해야 한다.
셋째, 뜻을 알기 위해 스승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아야 한다.
넷째, 경전에 대한 여러 해석들을 자주 보아야 한다.
다섯째, 여러 차례 토론을 통해 경의 내용을 깊이 새겨야 한다.

티베트 불교에서는 교학과 수행을 별개로 생각하지 않고 배움 그 자체를 수행으로 생각하여 문사수(聞思修)를 통해 경전 공부를 한다. 문(聞), 즉 배움으로써 경전의 뜻을 타력(他力)으로 대략적으로 이해한다. 사(思), 즉 깊게 생각함으로써 경전의 뜻을 자력(自力)으로 확실하게 확신이 생기게 한다. 수(修), 즉 닦음으로써 경전의 뜻을 깊게 마음에 익히게 한다.

문(聞), 즉 배움이 부족하면 문혜(聞慧)가 부족할 수밖에 없고, 문혜(聞慧)가 부족하면 사(思), 즉 관찰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으며, 사(思)가 부족하면 사혜(思慧)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문(聞), 문혜(聞慧), 사(思), 사혜(思慧)의 바탕이 없으면 수(修), 즉 도(道) 닦는 것이 부족할수밖에 없기에, 무엇보다 제일 먼저 경전을 잘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티베트 강원의 스승들은 늘 강조한다.

이와 같이 티베트의 주요 강원에서는 문사수의 과정을 아주 중요하게 여겨 오부론 등 불경과 논서들을 체계적으로 배움으로써 먼저 현교(顯敎)에 대한 이해와 확신을 얻게 하며 마음에 깊게 익히도록 하고난 뒤 밀교(密敎)의 깊은 수행법을 배우고 실천 수행하도록 한다.
게시 소남 걀첸, 《티베트의 큰 강원에서 5대경을 체계적으로 배우는 방법》

2.2. 닝마의 교학 과정

닝마, 까규, 싸꺄 등 비(非)겔룩파 전통의 교육기관인 쎼다(bshad grwa)의 문자적 의미는 '논찬 또는 주석의 중심지'이다. 드레퓌스(Dreyfus)의 주장에 따르면 쎼다는 상대적으로 최근에 개발된 독특한 모델이며, 19~20세기 동(東)티베트에서 일어난 비겔룩파 전통의 영적 르네상스의 맥락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쎼다에서는 주로 경전의 해설(bshad pa)에 중점을 둔다. 대론이 실행되기는 하지만 세라, 대풍, 간덴의 겔룩파 주요 교육기관에서만큼 강조되지는 않는다.[2] 이러한 수업방식은 학생들의 일과와 학사 일정에도 반영이 된다.

쎼다의 교과 과정은 20세기 초 켄뽀 쉔펜 최끼 낭와(mkhan po gzhan phan chos kyi snang ba), 즉 켄뽀 솅아(mkhan po gzhan dga’)에 의해 십삼부대론(十三部大論, gzhung chen bcu gsum)이라는 규범적 교과과정으로 확립되었다. 켄뽀 솅아는 팔풍(Palpung) 사원에서 열세가지 텍스트에 주석을 작성하며 이를 표준 교과과정으로 설정했다. 이후 솅아가 설립한 종싸르의 쎼다에서도 이 교과과정이 채택되며 학문적 부흥에 기여했다.

십삼부대론의 목록은 다음과 같다.
■ 십삼부대론(gzhung chen bcu gsum)
율장 《별해탈경》
《율경》
아비달마 《아비달마구사론》
《아비달마집론》[3]
심오한 견해[4] 《중론》
《사백론》
《입중론》
《입보리행론》
광대한 수행 《법법성분별론》
《대승장엄경론》
《현관장엄론》
《중변분별론》
《구경일승보성론》

전통적으로 십삼부대론 목록은 율(Vinaya), 아비달마(Abhidharma), 그리고 경(Sūtra)의 세 가지 범주로 나뉜다. 경(Sūtra)은 다시 심오한 견해(Ita ba zab mo)와 광대한 수행(rgya chen spyod pa)으로 나뉜다.

이 분류는 《해심밀경》에서 유래한 '삼전법륜(tridharmacakra; chos ’khor rim pa gsum)'이라는 구조와 연관이 있다. 초전법륜에는 율과 아비달마가 포함된다. 중전법륜에는 심오한 견해의 네 가지 논서가 포함된다. 삼전법륜에는 광대한 수행의 다섯 가지 논서(일명 "미륵오론")가 포함된다.
Adam Pearcey, 《The Curricula of Tibetan Buddhist Commentarial Schools (bshad grwa): Traditional Models and Some Recent Adaptations》

십삼부대론에는 논리학 및 인식론 관련 논서가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응악규르 닝마 연구원, 라룽가르를 비롯한 현대 닝마 교육기관의 커리큘럼에는 논리학 및 인식론이 포함되어 있다.# #

2.3. 까규의 교학 과정

까규 역시 다른 종파들과 마찬가지로 오부대론(gzhung chen bka' pod Inga)을 중시한다는 점에는 차이가 없다. 다만 오부대론에 관한 주석서들은 자종(自宗)의 학자들이 저술한 주석서를 위주로 학습한다는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까르마 까규의 쎼다에서는 오부대론에 관한 제3대 까르마빠 랑중 도제(rang 'byung rdo rje), 제8대 까르마빠 미꾜 도제(mi bskyod rdo rje), 잠괸 꽁뚤 로되 타예(ʽjam mgon kong sprul blo gros mthaʽ yas) 등 까르마 까규 소속 학자들의 주석서를 위주로 학습한다.

또한 제16대 까르마빠 랑중 릭뻬 도제(rang 'byung rig pa'i rdo rje)는 오부대론에 까르마 까규에서 중시하는 밀교 관련 문헌 3종을 추가하여 현밀 팔부대론(顯密八部大論, mdo sngags zhung chen rgyad)을 선정하였다. 새롭게 추가된 밀교 문헌은 《보성론(rgyud bla ma)》, 《헤바즈라 탄트라(brtags gnyis)》, 《삽모 낭된(zab mo nang don)》[5]이다.
Gurung Chulthim, 《Restoring a lost lineage : reinventing the Karma Kagyu scholastic tradition of Tibetan Buddhism in-exile post-1959》

현밀 팔부대론에서 흥미로운 점은 현교 경전(sutra)에 기반한 논서인 《보성론》을 밀교 문헌에 배속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하여 브룬횔쯜(Bruunhölzl)은 《보성론》이 현교와 밀교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 《보성론》은 분명 현교 경전에 기반한 논서이지만, 《보성론》에서 다루는 여래장ㆍ불성 교설은 모든 탄트라(tantra)들에 적용되는 기본적인 견해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성불(成佛)하는 과정에 있어서 불성은 원인[因]에 해당하지만, 번뇌의 염오(染汚) 여부에 차이가 있을 뿐 그 외에는 결과[果]와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불성 개념이 수행의 결과를 방편으로 삼는 과승(果乘)(=밀교)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보았다.#

2.4. 싸꺄의 교학 과정

싸꺄의 교학 과정은 반야바라밀, 논리학 및 인식론(pramana), 계율, 아비달마, 중관, 삼율의(三律儀)라는 6가지 주제로 분류된다.

6가지 주제를 좀 더 상세히 분류하면 십팔부대론(十八部大論, grags chen bco brgyad)으로 나뉘어진다. 논리학과 인식론을 중시하는 싸꺄의 교학 전통에 따라 십삼부대론(gzhung chen bcu gsum)을 보완하여 십팔부대론을 선정하였다고 보는 관점도 있다.
■ 십팔부대론(grags chen bco brgyad)
계율 《별해탈경》
《율경》
논리학ㆍ인식론 《집량론》
《석량론》
《정량론》
아비달마 《아비달마집론》
《아비달마구사론》
반야 《미륵오론》[6]
《입보리행론》
중관 《중론》
《사백론》
《입중론》
다르마끼르띠의 《인명칠론》에 관한 싸꺄 빤디따 꾼가 갤첸(kun dga' rgyal mtshan)의 저서 《체마 릭뗄(tshad ma rigs gter)》
삼율의(三律儀: 별해탈계ㆍ보리심계(보살계)ㆍ금강승계(밀교계))에 관한 꾼가 갤첸의 저서 《돔쑴 럽예(sdom gsum rab dbye)》

여기에 보리심 일으키는 수행을 위한 문헌 2종을 추가하기도 한다. 하나는 사첸 꿍가 닝뽀(sa chen kun dga' snying po)의 저서《네 가지 집착에서 벗어남(zhen pa bzhi bral)》이고, 또 하나는 아띠샤(Atisa)의 저서 《수심칠요(blo sbyong don bdun ma)》이다.
Dhongthog Rinpoche, Sam van Schaik, 《The Sakya School of Tibetan Buddhism: A History》

3. 승가 대학(강원)

3.1. 분포ㆍ규모

19세기 중반 청나라의 학자 웨이위안(魏源, 1794-1851)이 청의 군사(軍史)를 기록한 《성무기(聖武記)》에 따르면, 건륭 2년(1737년) 청의 이번원(理藩院)에서 달라이 라마와 판첸 라마의 관할구역에 인구조사를 한 결과 해당 지역의 총 승려 수는 316,200명 이상이었다고 한다. 그 외 다른 지역의 승려 수까지 합산하면 1951년 중국의 티베트 병합 이전 티베트의 승려 수는 적어도 50만여 명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1950년대 겔룩 3대 사원의 승려 수는 대략 대풍 사원 7,700여 명, 세라 사원 5,500여 명, 간댄 사원 3,300여 명으로 알려져 있다.

달라이 라마가 인도로 망명하면서 모든 승가교육의 중심이었던 대사원의 강백(講伯)과 학인(學人)들도 대거 인도로 망명하였고 우여곡절 끝에 현재 남인도 까르나따까(Karnataka)주에 대사원이 건립되었다. 문드곳(Mundgod)에는 대풍 사원과 간댄 사원이 건립되어 각각 5,500여 명과 3,000여 명 학인들이 공부하고 있으며, 벨라꾸페(Bylakuppe)의 세라 사원에는 4,200여 명, 따쉬훈뽀 사원은 500여 명 정도의 학인들이 공부하고 있다.

종합해보면 현재 남인도 승가대중의 수는 겔룩파의 대사원에서만 13,000 명 이상의 학인들과 벨라꾸페에 있는 닝마의 유명한 승가대학인 남될링의 5,000여 명, 훈수르(Hunsur)의 규메 밀교 사원까지 포함해 그 수가 2만여 명에 육박한다.

인도에서의 승가교육은 남인도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티베트 본토에서는 각 종파의 대표적 사원에서 소규모로 이뤄지던 닝마, 까규, 싸꺄의 승가교육도 인도 망명 후 학제를 크게 쇄신하여, 그 결과 북인도 쫀뜨라(Chauntra) 지역의 종싸르(Dzongsar) 쎼다(shedra: 강원), 데라둔(Dehra Dun)의 싸꺄 대학(Sakya college), 까규 대학(Kagyu college) 등 다양한 지역에서 승가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2022년 3월 3일 티베트 망명 의회에 따르면, 현재 티베트 망명 정부에 등록된 인도, 네팔, 부탄 지역의 4대 종파 승려들이 건립한 대강원과 사찰은 총 289개이며, 승려 수는 42,000 여명이다.
박은정, 《티벳의 승가교육제도》

3.2. 학제ㆍ학위

겔룩의 경우
이렇게 총 17~18년의 기간 동안 공부를 하면 모든 기본과정을 마치게 된다.

기본적인 교육과정이 끝난 뒤에는 교육자가 되는 과정을 계속 이어갈 수 있다. 이 시험과정을 겔룩 귝뙤(dge lugs rgyugs sprod)라고 한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배웠던 오부론에 관해 더욱 심도있게 학습하면서 2년마다 한 번 씩 총 세 단계의 시험을 치르게 된다. 시험은 토론 시험과 필기 시험으로 구성된다. 6년간의 시험을 모두 합격하면 교학에 박식하여 남을 가르칠 수 있는 교수사로서 게셰 하람빠(sdge bshes Iha ram pa)라는 명예로운 칭호를 부여받게 된다. 즉 게셰 하람빠가 되기 위해선 총 23~24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된다.

겔룩 3대 총림과 밀교 승가 대학의 유나(維那),[7] 주지, 방장, 종정 등의 소임은 하람빠 학위를 받은 사람들 중에서만 뽑는다. 이러한 지도자가 되려면 현교와 밀교 둘 다에 능통해야 하기 때문에 하람빠인 경우 나머지 게셰와는 달리 원칙적으로 규메 사원이나 규되 사원 같은 밀교 승가 대학에 입학하여 추가적으로 1년간 밀교를 배우게 된다. 밀교 과정을 마치면 응악람빠(sngag rams pa)라는 학위를 추가로 받는다.

게셰 학위의 등급은 실력 순에 따라 하람빠(lha ram pa), 촉람빠(tshogs ram pa), 릭람빠(rigs rams pa), 링쌔빠(gling bsre pa) 등 4가지 등급으로 나뉜다. 만약 건강, 재정, 소속 사찰의 사정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게셰 하람빠가 되기 위한 과정을 수료하기 어려운 경우 하람빠 대신 그 아래 등급인 촉람빠, 릭람빠, 링쌔빠 학위를 받게 된다. 단 전통적인 4종 게셰 학위는 3대 사원 승가대학에서 수학한 학인들만 받을 수 있으며, 다른 교육기관이나 승가대학에서 수학한 학인들은 그 곳에서 자체적으로 수여하는 게셰 학위만 받을 수 있다.

전통적으로 게셰 학위는 구족계를 수지한 비구 스님만 받을 수 있었으나, 제14대 달라이 라마의 주도로 교육제도가 개혁되면서 재가자나 여성 출가자도 게셰(남성)/게셰마(sdge bshes ma)(여성) 학위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현재 국내 겔룩파 사찰들에는 거의 대부분 게셰 하람빠 스님들이 한 명 이상 상주하고 있다. 게셰 하람빠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모두 교학의 권위자들이며 한국 뿐 아니라 인도의 사원에서도 주요 직책들을 역임한 바 있다.

한국인들 중에서도 소수지만 게셰가 점차 배출되고 있다.# 또한 게셰는 아니지만 10여 년의 기간을 거쳐 오부론 중 핵심 과정인 반야부와 중관부 과정을 수료한 한국인들이 상당수 있다.
박은정, 《티벳의 승가교육제도》
게시 소남 걀첸, 《티베트의 큰 강원에서 5대경을 체계적으로 배우는 방법》
Tsenshap Serkong Rinpoche II, 《The Gelug Monastic Education System》

겔룩 외에 닝마, 까규, 싸꺄에서도 겔룩처럼 승가대학에서 오부론을 배우지만, 교육 기간이 총 9~10년(기초과정 포함시 총 12~13년)으로 겔룩보다는 짧은 편이다. 교육 과정을 모두 수료하고 자격시험을 통과하면 켄뽀(mkhan po)(남성)/켄모(mkhan mo)(여성)라는 학위를 받게 된다. 그 외에도 켄뽀에 상응하는 까르마 까규의 까랍잠빠(bka' rab 'byams pa) 등 종파ㆍ기관에 따라 수여하는 몇몇 학위와 칭호들이 있다.

닝마, 까규, 싸꺄 승가 대학의 학제는 다음과 같다.
1959년 인도 망명 이후 설립된 불교 교육 기관 중 중앙 티베트학 고등연구원(Central Institute of Higher Tibetan Studies, CIHTS)은 인도 대학 인증을 받은 현대화된 교육기관이다. 총 9년 과정으로 구성된 학위 과정을 제공하며, 주요 학위는 샤스트리(Shastri, 학사)와 아차르야(Acharya, 석사)이다. 전통적인 승원 교육에서 다루는 핵심 불교 주제 외에 산스크리트어가 매우 중시되며, 영어와 힌디어 같은 현대 언어와 일부 사회 과학도 교육 과정에 포함된다. CIHTS는 또한 모든 티베트 불교 종파의 출가자 그리고 재가자의 입학이 가능하다.#

불교 변증학 연구원(Institute of Buddhist Dialectics, IBD) 역시 1959년 이후 신설된 교육기관이다. IBD의 커리큘럼은 반야 7년 - 중관 3년 - 리메(ris med) 4년 - 밀교 2년 총 16년 과정으로 구성되며 게셰 학위를 수여한다. IBD는 CIHTS처럼 대학 인증을 받지는 못했지만 보다 현대화된 겔룩파 승원 교육을 제공하며 리메 과정에서 겔룩 외 타 종파의 논서들을 배운다는 점, CIHTS처럼 타 종파 출가자, 재가자, 외국인의 입학이 용이하다는 점 등이 특징이다.#

3.3. 승가 대학의 일과

겔룩 3대 사원에서의 학인들의 공식적인 하루 일과는 다음과 같다.
06:00 - 07:00 기상, 경전 암기
07:00 - 09:00 아침 식사, 독경(讀經)과 간경(看經)
09:00 - 11:30 '최라(chos ra: 법의 울타리)' 라고 불리는 대론장(對論場)에서 논쟁
11:30 - 13:00 점심 식사, 휴식, 보충 학습 및 경전 암기
13:00 - 17:00 경전 강의
17:00 - 19:00 저녁 식사, 대론을 준비하기 위한 독경과 간경
19:00 - 21:00 기도
21:00 - 23:00 대론
23:00 취침

매일 이러한 일과를 보내지만 때로는 설날과 같은 명절이나 석가탄신일과 같은 불교적 명절과 안거 해제일과 같은 날에는 휴식기를 갖기도 한다.
박은정, 《티벳의 승가교육제도》

1981년 당시 까르마 까규의 대표적인 강원이었던 룸텍 쎼다(rum theg bshad grwa)의 일과는 다음과 같다.
4:00 - 4:30 am 목욕 재계(khrus kyi bya ba)
4:30 - 5:00 am 스승과 문수보살께 기청(祈請)하는 대중기도
5:00 - 7:30 am 경전 암송 및 자습
7:00 - 8:30 am 아침 식사
8:30 -10:00 am 새로운 경전 내용 강의 및 암송할 내용 구전(口傳, lung)
10:30 - 11:30 am 경전 복습 강의
11:30 - 1:00 pm 점심 식사 및 휴식
1:00 - 2:00 pm 티베트어 문법 강의 및 경전 암송
2:00 - 3:00 pm 외국어 강의
3:00 - 4:00 pm 보조교사(skyor dpon: 하급 교수사나 상급 학생이 맡음)에 의한 경전 복습
4:00 - 5:00 pm 차(茶) 공양
5:00 - 5:30 pm 문법 복습 강의 및 실용 작문
5:30 - 6:30 pm 경전 자습
6:30 - 7:30 pm 저녁 식사 및 휴식
7:30 - 8:00 pm 약본(略本) 마하깔라 호법존 공양(Mahakala Puja)
8:00 - 9:00 pm 대론
Gurung Chulthim, 《Restoring a lost lineage : reinventing the Karma Kagyu scholastic tradition of Tibetan Buddhism in-exile post-1959》

3.4. 재건ㆍ현대화

티베트는 1951년 중국에 병합되었고, 1959년 3월 제14대 달라이 라마는 인도로 망명했다. 1959년 이전에도 동티베트의 많은 승원이 강제로 폐쇄되었지만, 이후 수년간 티베트 고원의 전역에서 승원 활동이 억압받았다. 특히 문화대혁명(1966-1976) 동안에는 승려들이 강제로 환속해야 했으며, 대다수의 티베트 불교 승원이 버려지거나 파괴되었다.

오늘날 볼 수 있는 대부분의 티베트 불교 승원은 1959년 이전에 존재했던 경우 재건 과정을 거쳤거나, 1959년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기관들이다. 예외적으로 중국 외부에 위치하여 20세기 중반 파괴를 면한 히말라야 지역의 일부 승원들이 있다.

또한 티베트 불교 승원은 두 개의 주요한 지리적 영역으로 나뉘게 되었다. 한쪽은 티베트 디아스포라(diaspora) 구성원들이 1960년대 초 이후 네팔과 인도에 건립한 승원들을 포함한 아대륙의 승원 기관들이다. 여기에는 이미 존재했던 승원이나 히말라야 지역(예: 부탄)에 새로 건립된 승원들도 포함된다. 다른 쪽은 1976년 마오쩌둥의 사망 이후 중국 공산당이 종교 정책을 자유화한 1978년 이후 재건되거나 새로 설립된 중국 내 티베트 지역의 승원 기관들이다. 경우에 따라 동일한 승원이 두 영역에서 모두 재건되기도 했다.

3.4.1. 현대 승가 교육

인도 아대륙과 티베트 내부 모두에서 발견되는 흥미로운 현대적 현상은 이전(1959년 이전)보다 더 많은 승려들이 승원 교육에 참여하도록 권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아대륙 지역에서는 1959년 이전 티베트 내부에 전례가 없었던 새로운 기관들이 전통적인 승원 교육 방식을 개혁하는 데 선구적인 역할을 해왔다. 그 가운데 인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관으로는 1967년 바라나시(Varanasi)에 설립된 중앙 티베트학 고등연구원(Central Institute of Higher Tibetan Studies, CIHTS)과 1973년 달라이 라마의 주도로 다람살라(Dharamsala)에 설립된 불교 변증학 연구원(Institute of Buddhist Dialectics, IBD)이 있다.

CIHTS와 IBD는 규모가 비교적 작은 편이며, 아대륙에서 대부분의 승려들은 이러한 새로운 기관이 아니라 재건된 전통 승원에서 교육을 받는다. 겔룩파 이외의 종파에서는 남될링 승원의 응악규르 닝마 연구원(Ngagyur Nyingma Institute)과 사꺄 칼리지(Sakya College) 등 많은 승원들이 CIHTS를 부분적으로 모방해 자신들의 교육 과정을 구성하였다.

부탄에서의 승원 교육 역시 인도와 네팔에 있는 티베트 승원의 발전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1980년대 이후 부탄에서 시행된 표준화된 승원 커리큘럼은 응악규르 닝마 연구원의 커리큘럼을 부분적으로 모델로 삼았으며, 응악규르 닝마 연구원의 커리큘럼은 CIHTS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겔룩파 3대 사원은 남인도에 재건되어 역사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아대륙에서 가장 크고 영향력 있는 티베트 불교 사원들로 자리잡았다. 이 사원들은 CIHTS에서 도입된 여러 개혁과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었다. 이들 사원에서는 보수적인 의견이 대체로 우위를 점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진적인 변화가 이루어졌는데, 그 중 하나는 게쉐(dge bshes) 학위를 취득하려는 이들을 위한 새로운 시험 제도의 도입이다.

주목할 만한 변화는 이러한 겔룩파 사원들의 정규 교육과정에 과학 교육이 도입된 것이다. 이 변화는 달라이 라마의 강력한 주도로 이루어졌다. 그는 오랫동안 과학적 학습이 승원 교육과정에 도입되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해왔으며, 이 비전은 1999년 이후 다양한 이니셔티브를 통해 점진적으로 실현되었다.

아대륙에서 이루어진 또 하나의 주요 개혁으로 언급할 만한 것은, 세속적 초·중등 교육과 티베트 불교 초급 교육을 모두 제공하는 승원 학교(monastic schools)의 설립이다. 세라 제(Sera Je) 승원과 세라 메(Sera Me) 승원에 설립된 이러한 학교를 두고 "아마도 가장 급진적인 교육 개혁"이라고 학자들은 평했다.

아대륙에서 새로운 형태의 기관이 등장한 것처럼, 티베트 내부에서도 1959년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불학원(佛学院)이 여러 곳 설립되었다. 티베트 불교에 대한 국가 지원을 받는 학원들의 커리큘럼에는 전통 과목 외에도 ‘중국어, 역사, 정치, 과학’이 포함된다.

이러한 국가 지원 학원들과는 달리, ‘불학원’이라는 명칭으로 가장 유명하고 중요한 현대 승원 기관은 라룽가르(Larung Gar)이다. 이 방대한 규모의 기관은 티베트 내부에서 승원 교육 부흥에 핵심적인 역할을 맡아왔다. 라룽가르의 혁신 중 하나는 중국 학생들을 위한 전용 승원 교육 프로그램의 설립이다. 그러나 라룽가르에서 티베트 승려들에게 제공되는 교육은 주로 전통적 방식을 따르며, 일부 주요 켄포(mkhan po)가 과학적 담론에 관심을 가지는 경우를 제외하고 비전통적 과목에 대한 관심은 제한적이다.
Nicholas S. Hobhouse, 《Traditional Tibetan Buddhist Monastic Education and Its Contemporary Adaptations Since 1959》

3.4.2. 여성 출가자 교육

최근 수십 년간 티베트 불교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여성 출가자 교육 프로그램의 광범위한 설립이다. 1959년 이전 티베트 내부에는 여승원(女僧院)이 존재했지만, 여승들은 비구들과 같은 교육 기회를 갖지 못했다. 현대 여성 출가자 교육의 발전은 아대륙과 티베트 내부 모두에서 진행되었으며, 여성 출가자의 평등을 달성하려는 광범위한 노력과 연계되었다. 이러한 노력의 중심에는 티베트 불교 여성 출가자를 위한 구족계(bhiksunī, dge slong ma) 수계를 추진하는 문제가 있었다.[8]

티베트 불교권에서 이러한 발전은 부분적으로는 현지 주체들에 의해 추진되었으나, 서양 불교 여성들과 국제 단체들로부터도 상당한 동력을 제공받았다. 특히 주목할 만한 단체는 1987년 설립된 샤카디타(Sakyadhita)로,[9] 이 단체는 티베트 불교권뿐만 아니라 더욱 광범위한 불교계에서 여성 평등을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조율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2016년 아대륙에서는 겔룩파 여승들에게 게쉐마(geshema, dge bshes ma)—게쉐에 상응하는 여성 학위—학위를 최초로 수여하였다.[10]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낸 데 있어서 달라이 라마의 역할이 주요했고 또한 티베트 비구니 프로젝트(Tibetan Nuns Project)의 노력도 있었다.

인도에서 발생한 개혁의 영향을 받긴 했지만, 네팔과 부탄에서 여성 출가자 교육의 발전은 주로 지역 지도자들과 단체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네팔의 특정 겔룩파 승원의 여승들이 인도보다 더 일찍 게쉐마 학위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된 것은 네팔 불교 겔룩파 협회(Nepal Buddhist Gelugpa Association)의 결정 덕분이었다. 또한 부탄에서의 여성 출가자 교육 발전 역시 인도의 변화로부터 영향을 받았지만, 주로 부탄의 중앙 승원 단체(Central Monastic Body), 부탄 비구니 재단(Bhutan Nuns Foundation), 그리고 여러 왕실 후원자 및 고승들의 지원에 의해 이루어졌다.

티베트 내부에서는 1980년대 후반부터 라룽가르(Larung Gar)가 여성 출가자 교육의 선구적인 기관이 되어왔다. 이곳의 켄모(mkhan mo)—켄포(mkhan po)에 상응하는 여성 학위—과정을 설립하는 데 있어 켄포 직메 푼촉(Khenpo Jigme Phuntsok)이 주도적인 역할을 맡았다.
Nicholas S. Hobhouse, 《Traditional Tibetan Buddhist Monastic Education and Its Contemporary Adaptations Since 1959》

3.4.3. 정규 대학 인증

1960년대 이후 티베트 불교 승원 교육을 인도 대학 시스템에 통합하려는 지속적인 노력이 있어 왔지만, 학문적 인증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교과 과정의 상당한 절충이 요구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대부분의 티베트 불교 승가 대학들은 전통적인 교육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학문적 인증이 가져올 잠재적인 이점을 포기해왔다.

그러나 2022년, 겔룩파의 세라 제(Sera Je) 승원은 마이소르 대학교(University of Mysore)와의 협력을 통해 학사 학위(BA)를 수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전통적인 교과 과정과 교수법을 큰 변화 없이 유지하면서도 공식적인 학문적 인증을 받은 사례이다.

학사 학위는 티베트 불교 승려들이 더 넓은 세속적 영역, 특히 대학과 학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로 인해 승려들은 불교학 담론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되었으며, 또한 학문적 영역과 전통 불교 교육 간의 교량 역할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현대화된 교육과 학문적 지위를 확보하는 것은 티베트 불교 승가 교육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여겨진다.[11]

다만 박사 과정의 인정은 여전히 큰 도전으로 남아 있다. 이는 학문적 연구 방법론과 승원 전통의 지적 가정(intellectual assumptions)이 충돌하기 때문이다. 또한 일부 승원에서는 세속 학문과의 접촉을 우려하며 전통 교육의 본질이 훼손될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

그 밖에 대학 인증을 받은 티베트 불교 교육 프로그램의 사례로는 중앙 티베트학 고등연구원(Central Institute of Higher Tibetan Studies, CIHTS), 중앙 불교학 연구원(Central Institute of Buddhist Studies, CIBS) 등이 있다.
Nicholas S. Hobhouse, 《Academic Degrees for Monks: Sera Je and the Challenges of Integrating Tibetan Buddhist Monastic Education into the Indian University System》

4. 관련 영상

불광 50주년 기념 다큐 《다람살라의 한국스님들: 15년이 넘게 티벳 불교를 공부하는 한국스님들(15 years in Dharamsala)》
Geshe Namdak, 《The Nalanda Tradition of Buddhism》(한글 자막 있음)
Geshe Namdak, 《Tibetan Buddhism's Geshe Degree》(한글 자막 있음)

[1] 부교재와 사원별 교재는 자(自) 종파 소속 학자들의 저서로 구성된다. 즉 강원의 정규과정에서 인도 논전인 오부론을 배운다는 점에는 종파 간에 차이가 없지만, 오부론에 관한 티베트 주석은 자 종파 학자들의 저서 위주로 구성되어 타 종파 학자의 저서를 배우는 일은 거의 없다. 타 종파의 견해는 주로 논박의 대상으로서 간접적으로 익히게 되며, 만약 타 종파의 견해를 좀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자 종파의 강원 과정 외에 별도의 경로를 통해 배워야 한다. 예외적으로 리메(ris med: 19세기 티베트 불교 내 무종파주의 운동)의 영향을 받은 IBD(Institute of Buddhist Dialectics) 등 일부 교육기관에는 타 종파의 주요 주석서들을 배우는 과정이 개설되어 있다.[2] 이로 인해 겔룩은 논리와 대론에 능하고, 닝마는 설법(說法)과 수사(修辭)에 능하다는 펑가를 받기도 한다.[3] 《아비달마집론》은 《아비달마구사론》과 함께 티베트 불교에서 가장 중요한 아비달마 논서로 취급된다. 《아비달마구사론》처럼 소승학파의 견해에 따라 저술된 아비달마 논서를 '하위 아비달마', 《아비달마집론》처럼 대승학파의 견해에 따라 저술된 아비달마 논서를 '상위 아비달마'라고 분류한다.[4] 심오한 견해에 관한 네 가지 논서는 범(汎) 중관학파와 귀류논증 중관학파 계열의 논서에 해당한다. 추가적으로 닝마 강원에서는 닝마의 개조(開祖) 중 한 명인 샨타락시타의 《중관장엄론》이나 샨타락시타의 제자인 까말라쉴라의 《중관광명론》 등을 함께 배우는 경우도 있다. 즉 닝마에서도 귀류논증 중관학파의 견해를 가장 요의(了義)의 견해로 인정하지만, 그와 더불어 닝마의 사상적 연원인 유가행 자립논증 중관학파의 견해 역시 강조하는 특색을 보인다.[5] 제3대 까르마빠가 저술한 밀교 관련 논서[6] 《법법성분별론》,《대승장엄경론》,《현관장엄론》,《중변분별론》,《구경일승보성론》[7] 사원의 규율 담당자인 겍꾀(dge bskos)를 한국식으로 번안한 것이다. 겍꾀는 기도 선창(先唱)자인 움제(dbu mdzad), 밀교 의식 주관자인 최뾘(mchod dpon)과 함께 티베트 사원의 3대 요직으로 손꼽힌다.[8] 비구니 대신 여성 출가자 혹은 여승이란 표현을 쓰는 이유는 한국 불교와 달리 티베트 불교에는 비구니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도에서 티베트로 불교가 전해질 당시 비구니 계맥이 전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본래 티베트 불교에는 비구니 없이 사미니만 존재하였다. 2022년 티베트 불교권인 부탄에서 부탄 불교 최고지도자인 제 켄뽀를 계사(戒師)로 삼아 대대적인 비구니 수계가 있었지만, 교리적으로 과연 적법한 수계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9] 샤카디타 한국지부에서 단체명의 한국어 표기를 '샤카디타'라고 정했다.#[10] 2011년 독일인 출신의 여승 껠상 왕모(Kelsang Wangmo)가 여성 최초로 게셰 학위를 받았지만, 엄밀히 말해 이는 여성이 남성 전용 학위인 게셰를 받은 매우 이례적인 경우에 해당한다. 때문에 2016년 여승 20명에게 최초로 여성 전용 학위인 게쉐마를 수여한 것과는 구분하기도 한다.[11] 대학 인증을 받기 이전에 전통 승원 교육을 받은 승려들의 학술 활동이 아예 불가능했던 것은 아니다. 제도권 학계에서도 게셰와 켄뽀의 학문적 성취를 인정하여 티베트학, 티베트 불교학, 티베트어학 등의 분야에서 교수, 강사, 연구원으로 초빙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단, 인증받은 학위는 아니기 때문에 보다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학술 활동을 위해 게셰나 켄뽀 학위를 취득한 후 다시 대학원에 입학하여 석ㆍ박사학위를 취득하는 경우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