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물신숭배
Fetish문화인류학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추상적인 가치 대신 즉물적인 대상을 쫓는 것을 말한다. 혹은, 이런 용도로 만들어진 물품들을 페티시라고 한다. 이름의 유례는 라틴어의 "facticius"(만들어진 물건)에서 포르투갈어의 feitiço, 프랑스어의 fétiche로 이어져 영단어가 된 것. "주술용품"이나 "부적"을 의미한다.
영적 연결의 매개체나 연결 그 자체를 상징하는 토템과 달리 페티시는 그냥 그 자체로 힘을 가진 것으로 여겨지는 물품들로써 토템과는 전혀 다르다. 토템과 페티시 모두 무언가 소유자나 숭배자에게 힘을 주는 물건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용어를 혼동하기 쉬운데, 그 힘의 근원이 전혀 딴판이기 때문에 확실히 구분하는 것이 옳다.
페티시를 만들고 그것에서 힘을 취하는 것을 숭상하는 페티시즘은 서아프리카 등지에서 특히 유행하는 원시적 종교인데, 특정 물적대상에 대한 주술적 숭배 및 그 대상물이란 점에서 토템과 비슷하나 페티시는 그냥 숭상 받는 대상이기 때문에 의외로 엄밀한 의미로써의 페티시즘은 그리 흔하지 않다.
사실, 토테미즘 또한 엄밀한 토테미즘[1]은 별로 없고 애니미즘이 토템의 형태로 구현된 경우가 많은데, 이런 '토템'들은 또 '편리화' 되어 페티시로 위장 중인 경우가 아주 흔하다는 것이 매우 특이하다. 구체적으로 설명되지 않고 대충 숭상받는 페티시형 '토템'[2]은 지구 곳곳에서 광범위하게 발견된다.
한반도의 무속 신앙도 어느정도 페티시적 요소가 가미된 토테미즘이 섞인 애니미즘이다. 이런 토속 신앙이 아닌 좀더 조직화된 종교들도, 더 고도로 조직화됨에 따라, 토템으로 변경된 애니미즘 요소가 페티시 형태로 변형 내지 위장하여 흔적으로 남는 모습을 보인다. 크리스트교에도 고전 사도 교회에서는 소위 "성물"이라 하여 딱히 교리적 이유는 없지만[3] 대충 영험하거나 성스러운 것으로 여겨지는 물품들, 주로, 이름난 성인이나 성자의 신체 부위, "진짜 십자가의 파편"이나 "진짜 수의의 조각" 등을 성전에서 소중히 보관하고 신도들이 이를 숭배하는 경우가 있으며, 이것에 영험한 힘이 깃들어 있다고 믿기도 한다.
이것은 애니미즘적 다신교의 토템들이 '편리 기복화' 되어 페티시 비슷한 것으로 전락하여 크리스트교에 흡수된 것으로, 유대교 시절에서도 발견된다. 구약을 보면 이스라엘에 하느님의 질서가 멀쩡하던 시기에도 '페티시' 처럼 활용되는 우상들이 널려 있었다고 꾸준히 언급된다. (이스라엘의 신앙이 무너져서 애니미즘이 유입되면[4] 이 '페티시'로 쓰이는 '우상'이 '토템' 기능을 가지게 되는데, 그 순간 이스라엘에 큰 재앙이 일어난다.) 그런데 기독교로 오고 나면 이 우상들을 더 이상 '토템'으로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데[5], 이것은 그 뒷편에 있는 '애니미즘' 자체를 완전 부정하여 '우상'들은 신으로써의 가치가 없으므로 애초에 신이 아니라고 못 박는 태도이다.
고전 교회들은 이 입장에 기반해 교회 내에 남아 있는 잡동사니들을 묵인하는 반면, 루터파 개신교에서는 이것들을 지양해 가능한 정리해 치울 것을 요구하며, 강경파인 칼뱅파 개신교에서는 페티시 따위가 존재하는 것 자체가 영적 나약함의 증거이므로 전부 철거할 것을 요구한다.[6]
한편, 원래 근본이 페티시인데 토템으로 위장중인 경우도 있다. 페티시를 찾아보기 힘든 서구권에서 드물게 아주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페티시인 토끼발이 대표적인 경우로, 이것은 본래 아무 이유 없이 그냥 영험한 물건인데, 거기에 쓸 때 없이 잡다한 미사여구를 붙여서 '토템' 처럼 보이는 경우다. 토끼발에 붙어 있는 '설정'들은 토끼발이 영험한 이유와 아무 상관 없고 관심을 끌 뿐, 토끼발의 기능과 무관하다는 점에서 완벽한 맥거핀이기도 하다.[7]
한편, 부두교는 토템을 내세우고 있는 애니미즘의 형태를 가지고 있지만 실상 교리는 애니미즘과 토테미즘과 한참 거리가 있는 기이한 토속 신앙으로, 엄밀한 의미로써의 토테미즘과 달리 부두교의 로아들은 영적 결속의 대상이 아니라 인간이 삥 뜯는 대상이고, 엄밀한 의미로써의 애니미즘이라 하기엔 로아들은 반드시 물적 규칙으로만 소통 가능하며[8], 오히려 로아들은 아무 이유 없이[9] 뭔가 영적 존재이고 규칙 따라 일방적 공양을 받고 인간에게 삥을 뜯기는 비물질화된 페티시다. 그래서인지 아주 자연스럽게 카톨릭에 흡수되었으며, 부두가 유행하던 지역의 카톨릭 신자들이 만들어둔 성소 등에는 아주 당연하다는듯 부두 물품들이 같이 장식된 경우가 많다.
현대에는 종교와 무관한 물신주의적 행태를 페티시에 비유하는 경우도 있으며, 실제로 화폐(특히 불태환화폐)는 아무 이유 없이 가치를 인정받는다는 점에서 페티시에 매우 가깝다. 다만, 돈 자체는 측정할 수 없는 형이상학적인 것을 측정 가능한 세속의 범주로 끌어내려 정량화시킨 것이란 점에서 토템의 속성을 가지고 있으며, 실제로 돈이란 것은 원래 신전에서 숭배받는 물품들을 보관하던 것에서 "가치의 보증"이란 개념이 파생되면서 "지급수단"으로 굳어진 것으로 그 근원은 명백히 토템이다.
자본론에도 물신주의(Commodity Fetishism)의 용례로 등장한다. 크고 훌륭한 건축물/토목사업에 비정상적으로 집착하는 자본가나 정치가 등이 그 예다.
물론 현대에는 페티시라 하면 백발백중 다음 항목인 성적 페티시즘에 관련된 의미로 받아들여지므로, 물신숭배란 뜻을 전달할 때는 아예 페티시라는 용어 대신 그냥 "물신숭배"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2. 성적 페티시즘
자세한 내용은 성적 페티시즘 문서 참고하십시오.3. 디아블로 2에 등장하는 몬스터
자세한 내용은 우상족 문서 참고하십시오.[1] 신이 어디에나 널려있는 애니미즘과 달리 토테미즘에서는 신과 소통하기 위해 토템이 필요하다. 이 점에서 토테미즘이 애니미즘에 비해 더 조직화된 원시 종교다.[2] 토템이지만 기원은 애니미즘[3] 공식적인 설명이 약간 있는 경우가 있긴 하나, 대부분 별 설명 없이 그냥 성물로 여긴다.[4] 즉, 하느님 외에 다른 것을 '신'으로 여기면. 나 외에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는 조항은 거짓 증거하지 말라는 조항과 사실 동일한 조항인데, 왜냐하면 인간이 믿고 따를 존재, 곧, '신'은 하느님 말곤 없는 것이 교리이기 때문이다. 하느님 외의 신을 섬기는 것은 신이 아닌 것을 신으로 섬겨 자신의 삶을 말아먹는 행동이므로 거짓 증거를 따르는 행위가 된다. 종종, 그 하느님이 필요에 따라, 하느님의 목적을 위해 인간을 지도하는 인물을 새우는 경우에 '신' 노릇을 시켰다고 언급하기도 하지만, "진리의 배달부" 이상의 의미를 주지는 않는다. (이런 경우의 대표적 사례가 모세)[5] 우상에게 바쳐진 음식에 대한 바오로 서신에서의 조언들이 대표적이다.[6] 칼뱅파는 교리적으로 보면 기독교판 이슬람 근본주의인데, 실제 역사상에서의 활약은 이슬람 근본주의와 전혀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칼뱅파 개신교의 근본은 분명 기독교 근본주의지만 요구사항에 구체적이고 명확한 대상이 있다는 점에서 이슬람 근본주의와 다르다.[7] 바로 이런 이유로 미션 임파서블 3 에서 맥거핀으로 토끼발을 선정한 것이기도 하다.[8] 인비저블 섬띵 같은 건 전혀 없다. 있다면 그건 부두하는 사람이 게으른 것이다.[9] 뭔가 토끼발 마냥 요란한 설정들이 붙어 있는데 막상 그 설정은 아무래도 상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