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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3-08-07 14:27:20

프라하의 묘지

파일:attachment/91_1.jpg
이탈리아어 Il cimitero di Praga
독일어 Der Friedhof in Prag
프랑스어 Le Cimetière de Prague
에스파냐어 El cementerio de Praga
영어 The Prague Cemetery
러시아어 Пражское кладбище

1. 개요2. 등장 인물
2.1. 주인공2.2. 주요 실존 인물

1. 개요

움베르토 에코의 6번째 소설로 2010년에 이탈리아에서 출간되었고, 출간 즉시 유럽 각지에서 베스트 셀러가 되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번역자 후기에도 언급되는 "에코 사건"이 그 예.[1] 또한 문체가 유럽의 19세기 신문 연재소설처럼 옛스럽다는 것도 특징. 물론 이건 작가가 의도한 것. 그리고 작가 후기라는 사족에서 작은 해설과 함께 독자를 위한 안내가 붙어있다는 게 특징.

화제가 된 것은 반유대주의와 별개로 항상 에코가 강의와 칼럼 모음집에서 언급하는 진실과 거짓의 경계, 진품과 위조의 경계와 함께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각종 인종적, 종교적, 역사적 편견을 그대로, 그리고 매우 정교하게 보여줘서 그랬을 것이다. 소설 자체에서는 이러한 문제들을 '악랄한 주인공'을 통해 돌려 까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2011년, 한국에서는 2012년 출판사 열린책들과 번역자 이세욱에 의해 2권으로 번역 완료, 2013년 1월 출간.

번역자 후기에 따르면 에코는 번역시에 19세기 신문소설의 문체를 과장되지 않게 재현하고 각 국의 19세기 소설 형식에 맞춰서 번역해달라고 요청했다.[2] 그래서 지금까지 나온 소설과는 다른 맛이 느껴진다.

기본 줄거리는 편견에 싸인 할아버지 시모니니에 의해 여러가지 편견을 대물림받으며 자라난 시모네 시모니니가 문서 위조의 달인이 되어 이탈리아프랑스에서 19세기 유럽의 각 사건- 가리발디에 의한 이탈리아 통일, 드레퓌스 사건 등에 개입하고 유대인을 증오한 나머지 마침내 시온 의정서의 작성에까지 이른다는 것.

덕분에 19세기 유럽의 주요 인물들이 거의 다 나온다. 가리발디, 알렉상드르 뒤마프로이트가 지나가는 조연으로 나오고, 푸코의 진자에서 언급된 모리스 졸리는 물론, 레오 탁실(Léo Taxil)이라는 당대의 해괴한 기인까지. 또한 작은 조연들마저 역사에 근거한다.

2. 등장 인물

2.1. 주인공

1830년 이탈리아 투린느 출생. 이름은 할아버지가 붙여주었는데 1475년 트렌토에서 유태인에게 살해당했다고 전해지는 유아 성 시모니노에서 따왔다고 한다.[3] 프랑스인이었던 어머니는 그가 출생한 직후 사망하고 아버지는 이탈리아 통일을 위한 공화파로 할아버지와 대립하고 있었다. 더구나 어린 시절의 교육을 할아버지와 예수회 신부인 베르가마스키 신부와 페르투소 신부에게서 받으면서 당시의 인종적, 종교적 편견을 대물림받게 된다. 특히 유대인에 대한 정도가 심각했다. 재미있게도 본인은 단순한 지식으로써 이러한 혐오사상을 주입받았을 뿐 그것을 체화시키지는 못한 상태였는데,[4] 각종 문서 위조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서서히 이를 실제로 자각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죽고 위조 문서로 할아버지의 재산을 가로챈 공증인 레바우덴고의 밑으로 들어가 그의 밑에서 지내던 중 자신이 문서 위조에 재능이 있음을 알게 된다. 그 과정에서 피에몬테 당국 정보원 기사 비안코를 만나 레바우덴고에게 자신이 당한 것을 되돌려주는 것[5]을 시작으로 코를 꿰고 꿰이는 여러 사건들에 관여하다가 명목상으로는 종군 기자로서 가리발디의 천인대에 들어가지만, 실제로는 피에몬테 당국의 수하로써 가리발디의 활약을 폄하하기 위한 찌라시 거리를 수집하고 작성하는 임무를 맡고 있었다.
최종적으로는 군 회계장부를 없애기 위해 회계를 담당했던 니에보와 장부를 함께 날려 버리지만 너무 지나쳤던 탓에[6] 프랑스 파리로 망명, 거기에서도 자신의 문서 위조 실력을 살려 이런저런 사건에 눈에 보이지 않게 관여하며 러시아 정보원 등과 관계를 맺어가다가 마침내 시온의정서의 기본 형태를 탄생시킨다.[7] 1898년 12월 20일 이후 68세의 나이에 모든 음모에서 손을 떼고 평온하게 살아가려고 했으나, 자신의 약점을 쥐고 있는 러시아 정보국 소속 라치코프스키의 협박에 가까운 의뢰와 음모에 뛰어들기를 원하는 그 스스로의 욕망으로 인해 결국 직접 지하철 공사장에 폭탄테러를 일으키려 계획하는 일기를 마지막으로 행방불명. 일기가 계속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실패했거나, 성공했어도 처리당했거나, 아무튼 좋은 끝을 보기는 힘들었을 인물이다.
굉장히 악질적인 인간으로 자기보전이 최우선에 완전무결한 자기합리화 논리, 그리고 타인의 목숨쯤은 자신의 임무나 안위를 위해 태연히 희생시킬 수 있는 인간말종이다. 이 소설 전체가 시모니니의 자기합리화라고 보아도 별 문제가 없다. 움베르토 에코 曰, "이 세상에서 가장 혐오스런 주인공"이며 내용을 보면 그런 말을 들을 자격이 충분하고도 남는다. 소설의 시작 부분부터 유럽의 다양한 민족을 무차별적으로 까대며, 가리발디의 천인대 시절에는 1년 가까이 속내를 털어넣을 정도로 사귀어온 군의 친구를 임무를 위해서 배와 함께 통째로 폭살시켜버리고[8] 사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모조리 죽였다. 안 죽고 아득바득 살아온 인간은 세치 혀로 어찌어찌 농락한 다음 제 좋을대로 쓰다가 또 죽인다.[9] 살아남은 인물은 가비알리와 샤를 아크 박사, 레오 탁실 정도[10]로 그야말로 통수치기의 달인이자 야바위의 신기원. 음습한 인종차별주의자이며 중증의 여성 혐오자이기도 하다. 이런저런 이유로 제한되어 있는 욕구는 식도락가적 기질을 발휘하는 것으로 어찌어찌 해소하고 있는 모양. 다만 인간적인 면이 없는 것은 아닌데 군인의 부탁을 불리한 상황에서도 끝까지 도와주는가 하면, 자신이 증오하는 유대인에 속하는 지그문트 프로이트도 후에는 내심 적개심을 누그러트리고 의정서를 완성해 나가면서도 자신의 증오심에 대해서도 회의감을 품는 인물이다. 여기서 더해 내가 증오를 하게 된 것은 내가 제대로 사랑받지 못해서가 아닐까라고 생각하는 등. 결국엔 그도 시대의 광기와 증오심 조장의 대물림이 낳은 인물이다.
시모네 시모니니의 또 다른 인격. 실존하는 달라 피콜라 신부를 모종의 이유로 살해한[11][12] 시모니니가 어떤 사건을 계기로 정신분열증을 일으킨 끝에 창조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작품 극초반에 지그문트 프로이트 등등이 등장인물로 나오며 떡밥을 뿌려주는 터라 딱히 반전이랄 것도 없이, 그저 작품 중간중간에 모순되는 증언으로 등장하여 연막을 치는 역할에 가깝다. 하지만 이러한 인격분열현상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시모네가 일기를 작성하는 정신요법을 시행할 일도 없었을 테니 어찌 보면 작품의 시작점인 인물. 달라 피콜라 신부가 생겨나는 순간 시모네 시모니니는 기억도 분열되어 알았어야 할 사람을 모르고 몰라야 할 것 같은 사람이 떠오르는 등 혼란을 겪게 된다.

시모네 시모니니와 달리 뚜렷이 드러나는 활약상은 비교적 적었으나, 작품이 중후반으로 진행될수록 시모네 시모니니가 받은 의뢰를 대행하는 형식으로[13] 레오 탁실 일당과 적극적으로 연계하여 프리메이슨을 엿먹이는 작업을 진행하며 조직에게서 받은 착수금 절반을 후려친다. 이 과정에서 불랑 신부[14]의 흑미사에 어쩔 수 없이 참여했다가 다이애나 본[15]과 본의 아닌 검열삭제를 치른 끝에 그녀를 교살해버리기도 한다. 시모네 본인이 격렬한 여성혐오증인 것으로도 모자라 다이애나 본이 유대인 혈통이었기에 만약 그녀를 임신시켰다면 자신이 유대인의 아버지가 될 수도 있었기 때문. 이후 목격자인 불랑 신부도 처리해야 했기에, 다이애나 본의 시체를 하수구로 질질 끌고 가게 한 다음 그 자리에서 총살한다. 이후 갖가지 충격들이 겹치면서 정신분열증을 일으키고 인격이 분리된다. 또한 이 시체들은 훗날에 이르러 시모네 시모니니의 말년을 가로막는 중요한 문제가 된다. 이중인격체로써의 달라 피콜라 신부는 시모네가 지그문트 프로이트에게 귓동냥으로 얻어들은 일기를 서술하는 정신요법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서로 하나로 합쳐져 결국은 완전한 시모네 시모니니로 되돌아간다. 이후 달라 피콜라로써 활동하며 쌓아둔 개인물품이나 가발, 사제복 등을 모조리 정리하여 처분하는 것으로 달라 피콜라는 완전히 작중에서 사라지게 된다.

2.2. 주요 실존 인물



[1] 움베르토 에코가 인종주의자는 절대 아니지만, 소설 내용 상 각종 음모론과 인종적 편견이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고, 인문학 굇수인 작가 특성 상 이런 내용들을 여러 실제 역사적 사실들을 통해 '진짜 있었을 것 같은 수준'으로 묘사하였기에 그런 분야에 대한 지식이 없는 이들이 현혹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었고 그에 대한 반박이 일어난 사건.[2] 번역 후기를 보면 문학 발전의 양상이 서양과 다르게 나타났던 한국은 서양 소설이 번안되어 들어오기 시작한 1900년대 초반 소설 형식에 맞추었다고 되어 있다.[3] 실제 존재하는 성인으로 한국 가톨릭에서는 '성 시메온'으로 표기하고 있다.참조 어떻게 보면 이름부터가 편견의 산물인 셈.[4] 애초에 작중에서 성인이 된 시모니니가 유대인임을 알고 직접 만나는 사람은 지그문트 프로이트 한 명뿐이다.[5] 레바우덴고는 시모니니의 할아버지가 빚을 지고 있었다고 주장하며 유산을 빼돌렸고, 시모니니는 과거에 레바우덴고가 수행한 불법적인 의뢰들을 까발려서 그를 감옥에 넣고 공증인 사무소를 꿀꺽한다.[6] 이미 천인대의 종군 기자 역할을 했을 때부터 가리발디와 천인대를 지나치게 폄하한 데다가 개인 감정 때문에 유대인까지 끼워넣으면서 당국의 높으신 분한테 한 차례 욕을 먹었는데 이번에도 사고를 쳤으니 처리당하지 않은 게 용한 셈.[7] 국내판 번역본에서는 프로토콜이라는 용어로 번역되어 있다. 이는 에코가 작중에서 '프로토콜'이라는 단어의 또다른 뜻으로 사용했기 때문.[8] 결국 도가 너무 지나쳤다고 비안코에게 조인트를 까인 끝에 파리로 망명했다.[9] 대표적인 예로 시칠리아 출신 화력덕후염초장 니누초가 있는데, 니에보의 배를 날려버리기 위한 폭탄을 구라를 쳐서 제공받은 후 칼빵을 놓아 버린다. 그 후 간신히 살아난 니누초가 시모니니를 추적해 오자 어떻게 설득해서 과격파들에게 소개하고 그들을 밀고해서 체포당하는 과정에서 슬쩍 확인사살을 해버린다(...)[10] 가비알리는 시모니니 때문에 감옥에 다녀온 후로 넝마주이로 전락했으며, 탁실도 개종 사건을 끝내기 위해 예수회와 프리메이슨에서 준 돈을 시모니니가 거의 다 먹고 날라버리는 바람에 기존 반교권주의 출판업을 이어나가기도 힘들어지면서 망했다. 빚쟁이까지 붙었으니 제대로 시궁창에 빠져버린 셈.[11] 시모니니가 소설 및 기존에 존재하던 문서를 바탕으로 유대인들의 비밀 회동에 대한 정보를 만들어 팔아넘겼는데 이게 표절이라는 게 뽀록나 버렸다. 결국 시모니니는 표절 사실을 예수회에 넘기겠다고 자신을 협박하는 달라 피콜라를 촛대로 살해하고 만다.[12] 이 시체는 시모네의 은신처 아래쪽 하수구에 유기했다. 훗날 여기에는 몇몇 시체들이 더 추가되고, 이는 작품 종반에 라치코프스키가 발견하여 시모니니를 협박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된다. 공교롭게도 진짜 달라 피콜라 신부 외의 다른 세 시체(러시아 첩보원, 다이애나, 불랑 신부)는 모두 달라 피콜라로서의 시모니니가 살해한 인물들이다.[13] 달라 피콜라 신부로 활동을 할 때는 언제나 변장을 했기 때문에 둘 모두를 알고 있는 사건 관계자 대부분이 시모네 시모니니 대위와 달라 피콜라 신부가 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를 유일하게 꿰뚫어본 것은 라치코프스키. 다만 그조차도 달라 피콜라 신부가 시모니니에 의해 증발했다는 것만 알아챘을 뿐 동일인물이라는 물적 증거는 찾아내지 못했다.[14] 프리메이슨을 엿먹이기 위한 탁실의 찌라시 작성에 많은 조언을 해준 인물로, 극후반 흑미사 장면에서의 묘사에 따르면 몸은 허약한데 대물이라고...[15] 찌라시의 리얼리티를 강조하기 위하여 달라 피콜라 신부로써의 시모니니가 영입한 정신병 환자. 자신이 프리메이슨 소속의 요원이라는 망상증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