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적인 ADSR 엔벨로프의 모습.
1. 엔벨로프
시간 진행에 따른 소리 변화의 양상을 엔벨로프(envelope, 포락선)라고 부른다. 감싼다는 뜻인데, 파형의 가장자리를 감싸면 그것이 곧 음량이 되기 때문이다. 그림음악에서 엔벨로프는 매우 중요하다. 자연음이든 합성음이든 모든 소리는 고유한 음량 변화의 패턴(엔벨로프)을 가지며, 음량의 변화가 곧 음색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디사이저의 초창기 시절부터 원하는 형태의 엔벨로프를 만들어내기 위한 엔벨로프 제네레이터(envelope generator, EG)가 연구되었고, 그 중 가장 성공적으로 널리 쓰이는 것이 ADSR 엔벨로프이다.
2. ADSR 엔벨로프
ADSR envelope.엔벨로프를 수치화한 모델 중 하나. ADSR은 두문자어로, 엔벨로프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Attack - Decay - Sustain - Release의 단계로 변화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는 각 단계마다 하나씩의 수치를 조절하여 총 네 개의 값을 사용하여 엔벨로프를 모델링한다. Attack과 Decay, Release의 경우 각 상태에 머무르는 시간을, Sustain의 경우 해당 상태에서의 음량의 크기를 조절한다. 네 개의 값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엔벨로프의 전체적인 모양은 같지만 세부적인 형태는 엔벨로프 제네레이터마다 약간씩 다르기도 하다. 더 세부적인 조절을 위해 각 단계에서의 기울기를 비롯해 더 많은 조절값을 주는 경우도 있다.
가장 많이 쓰이는 엔벨로프 모델이며, 음악 쪽에서 엔벨로프라고 하면 모두들 ADSR을 생각한다. 대부분의 자연음을 모델링하기에 충분하고, 또 대부분의 신디사이저는 ADSR 모델로 음량(을 비롯한 다양한 값)의 변화를 제어하여 자연음을 모방하거나 새로운 소리를 만들어낸다.
엔벨로프 제네레이터는 음이 시작하는 시점과 끝나는 시점이 정해졌을 때 알맞는 엔벨로프 신호를 만들어 내는데, 보통은 게이트(gate) 신호를 입력으로 받는다. 신호가 시작되면 엔벨로프가 어택 단계에서 시작하고, 게이트 신호가 중단되면 릴리즈 단계로 돌입한다. 또는 게이트와 함께 트리거 신호를 받기도 하는데, 펄스 형태의 트리거 신호가 들어올 때마다 현재 상태와 상관없이 어택 단계에서 다시 시작한다.
3. ADSR 각각의 단계
3.1. Attack - 어택
Attack, 어택.어택 단계는 소리 재생의 시작 단계로, 음이 나기 시작한 후, 소리 크기가 점점 커져 최고 음량을 내는 어택에 도달할 때까지의 단계이다. 어택 단계의 길이(=어택까지 걸리는 시간)를 어택 타임(attack time)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어택 타임이 0이라면 소리가 점점 커지는 단계가 아예 없이, 처음부터 최고 음량의 소리가 난다. 어택타임이 50ms(50밀리초, 0.05초)라면 처음에는 작은 소리로 시작해, 소리가 0.05초 동안 점점 커져서 최고점에 도달하게 된다. 어택 타임이 짧은 실제 악기의 예로는 기타나 피아노 등이 있다. 첼로를 활로 켜는 경우라면 어택 타임이 길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3.2. Decay - 디케이
Decay, 디케이.소리가 어택에 도달한 후, 서스테인 레벨까지 떨어지는 단계. 서스테인까지 떨어지는데 걸리는 시간을 디케이 타임(decay time)이라고 한다. 디케이 단계가 끝나면 서스테인 단계로 넘어간다.
예를 들어 피아노는 건반을 누르고 있는 동안 소리가 천천히 점점 작아지기 때문에 ADSR로 나타내면 디케이가 긴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종의 경우 부딪히는 순간의 어택에서 빠르게 음량이 작아져 은은하게 울리기 때문에 디케이가 짧다고 볼 수 있다.[1]
3.3. Sustain - 서스테인
Sustain, 서스테인.신호가 계속 지속되는 동안 소리의 크기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단계. 이 단계에서의 소리의 크기를 서스테인 레벨(sustain level)이라고 한다. 따라서 유일하게 시간이 아닌 소리의 크기로 조절되며, 시간은 건반을 떼기 전까지 계속. 건반을 떼는 순간 릴리즈 단계로 넘어간다.
서스테인 레벨이 높다면 어택에서와 비슷한 크기의 음량을 계속 유지하며, 반대로 서스테인 레벨이 낮다면 어택에 비해 낮은 음량을 유지한다. 서스테인을 아예 0으로 놓는다면 건반을 계속 누르고 있더라도 디케이 동안만 소리가 나고 조용해진다. 치거나 튕겨서 음을 내는 타악기나 피아노, 기타 등의 악기는 이 경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ADSR 엔벨로프의 모양을 시간에 따라 그리면 서스테인 단계도 그려져야 하지만, 신디사이저 등에서 ADSR 각각의 값이 어떻게 설정되어 있는지 보여주고자 하는 경우에는 서스테인 단계를 아예 생략하기도 한다. 어택-디케이-릴리즈 단계만 그려져 있어도 디케이에서 릴리즈로 넘어가는 점의 레벨이 서스테인 레벨인 것을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3.4. Release - 릴리즈
Release, 릴리즈.신호가 끊어진 후, 또는 음을 그만 내라는 신호가 들어온 후, 소리 크기가 점점 줄어들어 조용해질 때 까지의 단계. 그 시간을 릴리즈 타임(release time)이라 부른다. 피아노를 예로 들면, 건반에서 손을 뗀 후, 댐퍼가 줄을 멈춰 소리가 사라질 때 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기본적으로는 서스테인 이후에 오는 단계이지만, 음을 그만 내야 할 때가 되면 어택, 디케이, 서스테인 어느 상태에 있었든지 바로 릴리즈 단계로 돌입해 소리가 줄어들게 된다.
플럭 사운드는 극단적으로 짧은 Attack Time과 Release Time로 만들 수 있다.
4. 사용
신디사이저나 VST 샘플러 등을 보면 컨트롤 패널부에 엔벨로프 컨트롤러 혹은 ADSR등의 약자가 써 있는 파트가 있는데, 이는 각 Attack, Decay, Sustain, Release 의 약자이다.ADSR 엔벨로프는 "엔벨로프 제너레이터"라는 형태로 신시사이저에 내장되며, 주로 앰프[2] 역할을 하는 VCA, DCA 등에 설정값이 전달되어 소리의 모양을 만들게 된다. 또한 이 신호가 전기 신호를 생성하는 VCO, DCO, 또는 중간 변조에 사용되는 VCF, DCF 등에 전달되어 음 높이에 따른 미세한 변화를 표현하거나, 파형의 변화를 표현하는 데 사용되기도 한다. 그 밖에 신디사이저 내부의 다른 모듈에도 신호가 전달되어 엔벨로프 제너레이터를 통해 다양한 제어를 가능하게 하는 형태도 존재한다.
ADSR 엔벨로프는 소리의 음량변화를 나타내는 모델이고, 음 합성 뿐만이 아닌 변조에도 이를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컴프레서와 필터를 비롯한 다수의 이펙터에도 이것을 발견할 수 있다.
1991년에서 1993년까지 생산된 Roland의 JD-800 신디사이저. 우측 상단에 3개조의 엔벨로프 페이더가 있다. 각각 왼쪽부터 오실레이터, 필터, 앰프에 적용된다.
5. ADSR의 확장 / 이외의 엔벨로프
ADSR이 가장 기본적이고 널리 쓰이기는 하지만 다른 엔벨로프들도 있다.ADSR의 구현조차 복잡하게 느껴지는 아날로그 신디사이저에서는 몇몇을 생략하고 필요한 기능만 간추린 AD, AR, ASR 등의 더 단순한 엔벨로프 제네레이터를 쓰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AR 엔벨로프는 어택 이후 음량이 일정하도록 간소화한 것이고, AD 엔벨로프는 서스테인이 없는, 플럭 사운드에 최적화되어있는 경우이다.
ADSR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각 단계마다 기울기, 볼록/오목한 정도 등등 더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도록 하기도 한다. 또 Delay time(게이트가 시작한 후 음이 나기 시작할 때까지 지연시간)과Hold time(어택=최고음량이 유지되는 시간)을 더한 DAHDSR 등의 더 확장된 모델들도 있다. 디지털 신디사이저와 소프트웨어 신디사이저에서는 복잡한 엔벨로프 제네레이터도 비교적 쉽게 구현할 수 있으므로 ADSR보다 더 복잡한 경우가 많다.
아예 엔벨로프의 최종 진화형인 MSEG(Multi Segments Envelope Generator)를 쓰기도 하는데, 모델을 미리 정해놓고 수치를 조절하는 대신, 곡선을 조합해 원하는 모양을 마음대로 그릴 수 있게 하는 것이다.
[1] 실제로는 그 울림도 점점 줄어들어 사라지기 때문에 두 번의 디케이 단계로 나타내는 것이 더 그럴듯할 것이다. ADSR의 한계라고 볼 수 있다.[2] 일반 오디오용, PA용 앰프와 다른, 신디사이저 내부에서 증폭하는 앰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