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간접가속탄 소개 영상 |
간접가속탄(sub-caliber ammunition, подкалиберный снаряд)은 화포의 장갑관통력의 증강을 위해 직경이 구경에 훨씬 못미치는 관통자를 격목부를 통해 간접적으로 가속하여 발사하는 탄약류의 총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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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감소탄과는 다른 개념인데, 구경감소탄은 실제로 약실의 구경보다 포구의 구경이 작은 구경감소포에 사용되는 탄약을 일컫는 것으로 보는 것이 옳다.
2. 역사
2.1. 시초
후미장전식 강선포가 전장에 보급된 후부터 인류는 수십년간 직경이 포강에 꼭 맞는 포탄을 사용해왔고, 전차가 등장한 후에는 대전차 소총으로 뚫지 못하는 전차의 장갑도 관통하기 위해 마치 총기처럼 통짜 금속제 탄자를 발사하는 탄약을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이들은 모두 약실에서 장약이 폭발해 생성된 압력이 발사체 후면을 직접 밀어서 가속하는 방식이었다.그러나 포탄형 통짜 철제 탄자는 공기저항에 의한 감속, 착탄지점의 응력 분산으로 인한 실질관통력의 저하 그리고 착탄각도에 따라 쉽게 도탄이나 탄자붕괴가 일어나는 등의 한계에 부딪혔고, 조금이라도 이런 문제를 줄여보고자 (저저항)피모를 씌우는 방법은 약간의 향상이 있었으나 장갑이 두꺼워지고 강력해지면서 한계점이 발생한다.
해군의 대구경 함포는 장갑을 관통한 후 포탄이 함체 내부에서 작렬하면서 거대한 파편과 폭발압력으로 내상을 크게 높이는 방법으로 전투하기에 철갑유탄의 구조를 포기할 수 없으므로 구경을 늘리고 포탄의 중량을 증가시키며 포구초속도 향상하는 방법으로 운동 에너지를 크게 올리는 동시에 딱딱한 피모를 도입해서 피모가 장갑의 표면을 분쇄하고 포탄 본체가 진입할 통로를 여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으나 딱딱한 피모의 경우에는 일정 수준 이상이 크기와 중량을 확보해야 효과가 있으므로 구경이 감소할수록 포탄 본체와 비교할 수준으로 전체 중량에서 차지하는 중량의 비중이 올라간다는 문제가 있었다. 예를 들어서 중순양함의 주포인 203mm 함포탄의 피모 중량은 탄체 중량의 15%였으며 경순양함의 주포인 152mm 함포탄의 피모 중량은 탄체 중량의 20%를 능가했다.
그러므로 육군에서 사용하는 상대적으로 소구경인 대전차포 같은 화포에 딱딱한 피모를 사용하는 피모철갑탄을 도입할 경우에는 피모가 탄체와 육박할 수준으로 중량 비중이 올라가므로 사실상 물리 에너지를 사용하는 이중 탄두 비슷하게 만들어지는데 구조가 복잡해지고 가격이 올라가며 생산성이 떨어지는데 비해 성능이 신통치가 않게 된다. 게다가 피모가 성공적으로 작동하더라도 탄체가 일정 수준 이상의 중량을 가져야만 장갑관통이 가능해지므로 일정 수준 이하의 중량을 가지는 포탄만 사용 가능한 소구경 화포에는 적합치가 않았다.
2.2. 경심철갑탄
이런 이유로 인해 더 가늘면서 무겁고 단단한 텅스텐 재질의 관통자를 발사하는 방법이 고안되었으나 직경이 작은 관통자를 발사하기 위해 구경이 작은 화포를 사용하는 것은 운동 에너지를 많이 부여할 수 없는데다가 포 자체도 구경만 작을 뿐 크고 무거워지므로 매우 비효율적이었다. | |
53번 도해 - 76mm 간접가속철갑예광탄 Br-354P | |
1 | 탄도직선화 고깔(공기저항저감피모) |
2 | 철갑탄심(관통자) |
3 | 상단환형돌기 |
4 | 탄심받침 |
5 | 선도대(강내밀착띠) |
6 | 예광제 고정나사 |
7 | 셀룰로이드 원판 |
8 | 예광제 |
그래서 직경이 작은 관통자라도 큰 구경의 대포를 통해 충분한 양의 운동 에너지를 받으며 정상적으로 발사될 수 있도록 포강 내에 꼭 맞물리는 일종의 격목을 측면에 둘러 간접적으로 장약의 폭발압력을 전달받아 가속되도록 하는 탄이 고안되었으니 이것이 간접가속탄이다. 등장 초기의 간접가속탄은 소위 경심철갑탄(APCR)이라고 불리는 것으로서 관통자가 피모를 씌운 격목뭉치 속에 착탄할 때까지 고정되어있는 방식이었다. 이런 이유로 인해 경심철갑탄의 탄두는 얼핏 보면 하나의 탄두인 것같지만, 실제로 관통력을 발휘하는 본체는 탄체 중앙에 있는 탄심뿐이고 나머지는 껍질일 뿐이다.
그러나 경심철갑탄도 결국 구형 철갑탄과 맞먹는 격목과 고깔의 공기저항이 관통자의 발목을 잡는 문제가 있었다. 일단 근거리만 벗어나면 포탄의 위력이 급감하며, 착탄각도에 따라서 도탄이 자주 발생하며, 관통자 외부에 경금속 껍질을 제대로 잘 씌우는 과정이 복잡해지므로 기술력이 많이 들어가고 생산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2.3. 분리철갑탄
경심철갑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아예 관통자와 격목부를 단분리식으로 만들어서 사출 직후에 격목부가 관통자로부터 떨어져나가는 방식의 철갑탄이 발명되었으니 바로 분리철갑탄(APDS)이라 한다.17파운더 분리철갑탄이 5호 전차 판터의 차체전면장갑을 상대하는 시뮬레이션 |
그러나 분리철갑탄은 사출 직후에 모든 격목부가 동시에 관통자로부터 떨어져나가지 않으면 관통자의 탄도를 뒤틀어버리게 되어있었으므로 높은 기술적 정밀도를 요했고, 그래서 양산품의 명중률이 굉장히 낮았다. 특히 안그래도 서부전선 연합군의 몇 안 되는 강력한 대전차수단인 17파운더 대전차포의 낮은 명중률을 더 낮춰버렸기 때문에 선호도가 낮았으며 명중률 문제가 실질적으로 개선된 것은 2차 대전 종전 후의 20파운더 전차포가 개발되고 나서였다.
2.4. 날개안정분리철갑탄
그리고 그 개선된 분리철갑탄도 곧 머지않아 한계에 부딪히게 되는데, 강선으로 회전을 걸어 탄도를 안정시키려하다보니 관통자의 세장비를 도무지 늘릴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안그래도 냉전 초기는 전차의 방어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던 시기였고 이럴거면 철갑탄의 위력은 희생하더라도 아예 큰 포로 큰 성형작약탄을 정확히 쏴맞추는게 전차파괴에 더 효과적일 거라는 발상으로 만들어진 전차포와 전용포탄도 있었다. 해당 대전차고폭탄은 겉과 속을 베어링으로 분리해서 겉은 회전이 걸려 탄도가 안정되면서 속은 회전이 안걸려서 성형작약의 위력감소가 없다.결국 관통력을 크게 확대하며 무엇보다도 착탄각이 낮아도 정상적으로 관통되도록 하기 위해 관통자의 세장비를 극단적으로 늘리며 화살을 닮은 꼴로 만들고 금속제 깃을 달아 탄도를 안정시키되 불필요한 회전에 의한 악영향을 원천 배제하기 위해 활강포로 발사하는 간접가속화살깃철갑탄(бронебойный оперённый подкалиберный снаряд), 소위 날개안정분리철갑탄(APFSDS)이 등장하게 된다. 이는 공산권에서 먼저 115mm 활강포와 세트로 개발 및 채용하였는데, 자유진영에서는 당장의 활강포 도입이 무리라서 단분리식 격목부가 포강 내에 맞물려 추진력의 누설을 막는 부위에 일종의 밀폐식 베어링을 적용하여 격목부에 대한 회전력 전달을 차단하는 방법으로 주력인 영국산 105mm 강선포를 통해 날개안정분리철갑탄을 쏘는 것으로 맞섰다.
분리철갑탄과 날개안정분리철갑탄의 비교 시뮬레이션 |
오늘날에는 더 강력한 날개안정분리철갑탄을 사용하기 위해 영국을 제외하고 세계적으로 냉전기에 처음 개발되었었던 구경 125mm/120mm 급의 활강포를 주력 전차포로 채택하고 있고 영국도 챌린저 3에서 L55A1 120mm 55구경장 라인메탈제 활강포를 주포로 채택하고 나토 표준 120mm 활강포 규격을 채용하며 120×570mm NATO탄도 사용함으로서 늦게나마 표준 대열에 참여한다.
3. 현황
21세기 기준으로 간접가속탄은 전차포용으로는 날개안정분리철갑탄이 주력이고 경심철갑탄과 분리철갑탄은 중기관총이나 기관포용 복합탄에 사용한다. 중기관총과 기관포는 주요 목표가 비장갑이거나 경장갑이며 상대적으로 소구경 탄환에 많은 효과를 넣어야 타격력이 높으므로 관통성능을 약간 줄이더라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물론 중장갑을 갖춘 상대를 상대하기 위한 날개안정분리철갑탄 형식의 특수탄도 운용가능하다.함포의 경우에는 중장갑을 갖춘 군함들이 퇴역하면서 본질적으로는 고폭탄이며 고폭탄의 탄체를 강화하고 약간의 장갑관통력을 갖춘 반철갑탄(SAP) 형식의 포탄도 보유한다. 그리고 함포가 상대할 목표가 장갑 관통 후에 포탄이 내부로 진입해서 작렬해야 피해를 줄 수 있는 군함, 벙커, 해안포같은 경우가 많아서 간접가속탄을 도입할 사유가 매우 적다는 특성이 있으나 비상용 및 실험용으로 분리철갑탄이나 날개안정분리철갑탄을 제작해서 시험한 사례가 존재한다.
[1] 엄밀히는 캐니스터탄이나 플레셰트탄도 간접가속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 경우는 투사체가 포강에 닿은채로 발사를 못해서가 아니라 닿은 채로 발사하면 발사과정에서 포강이 손상되기 때문에 포강과 투사체를 물리적으로 격리하는 차원에서 불가피하게 간접가속이 강제되는 것일뿐으로, 위력의 증강을 위해서 일부러 간접가속을 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