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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6-18 20:36:44

경피독

1. 개요2. 주장 내용3. 공포 마케팅과 진실

1. 개요

경피독(經皮毒)은 천연 유래 성분이 아닌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공산품들이 마치 독극물처럼 피부흡수시 독성(경피독성)을 나타내며, 이것이 물질의 종류에 관계없이 광범위하게 체내에 유입, 쉽게 배출되지 않고 누적된다는 내용의 유사과학이다.

2. 주장 내용

샴푸화장품, 세제 등에 들어있는 합성 화학물질이 피부를 통해 흡수되어서 몸 속에 독성물질이 쌓이는 현상이라 주장하는 것으로 일본의 다케우치 구메지와 이나즈 노리히사가 자신의 저서 <경피독>에서 처음 사용한 말이다. 합성 화학물질인 농약, 계면활성제, 색소, 향료 등이 피부나 두피를 통해 몸 속에 들어와 각종 여성질환, 아토피 등을 일으킨다고 말하고 있다.

3. 공포 마케팅과 진실

실생활에서 자주 사용되는 화학물질로 인해 신체에 독성이 쌓인다고 주장하는 책들이 상당하지만, 실제로는 특정 물질은 병을 일으킨다는 일본발 공포 마케팅의 일종이다. 실제로 비슷한 의미를 가지는 학술용어는 경피독성으로, 특정 물질이 피부에 작용했을 때 독성을 나타내는지 등에 대한 실험을 나타낸다. 강산이 피부에 닿았을 때 피부에 발진이 일어나므로 해당 강산은 피부자극성이 있다 등으로 나타나는 물질 특성. 물론, '샴푸로 머리를 감았더니 샴푸 성분이 온몸에 흡수되어 유방암 조직에서 샴푸 냄새가 나더라' 같은 말은 아니다. 최근에는 자궁으로 바뀌었다.

유방암조직의 냄새를 직접 맡아본 간호사가 한 말이라는 유언비어도 돌고 있는데, 그 간호사는 과연 어느 병원에 근무하던 누구인지, 유방암 조직에서 났다는 샴푸냄새는 무슨 브랜드의 어떤 샴푸 냄새인지, 샴푸냄새의 계열은 플로럴인지 후르츠인지 시트러스인지, 바디워시 헤어컨디셔너 헤어팩 바디로션 같은 다양한 화장품 중에서 왜 하필 샴푸냄새인지, 하다못해 해당 의견의 레퍼런스에 대한 의문조차 제대로 대답하질 못한다. 비둘기 꼬치마냥 누가 어디서 들었대 하며 퍼지는 수준. 제대로 된 근거도 대지 못한 채 누가 그랬다더라 아님 말고~ 하고 넘어가는 것은 전형적인 유언비어의 전파 사례이다. 산부인과 의료진들에게 문의해본 결과, 종양조직에서 샴푸냄새를 맡은 적은 단 한번도 없으며 그런 건 말이 안 된다고 증언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경피독이란 관점을 이용해서 샴푸를 팔아먹기 위해 시중에 파는 일반 샴푸를 대상으로 한 거짓말을 유포했다라는 의견이 제일 신빙성이 높다.# 이 의견대로라면 가슴을 포함한 온몸에 많은 양을 몇시간씩 발라두는 바디로션 대신, 1분도 안되는 시간 동안 머리에 소량을 잠깐 문질렀다가 전부 헹궈버리는 샴푸가 유방암조직 냄새의 대상이 된 것을 설명할 수 있다.

피부로 흡수하는 것(경피흡수)이 몸으로 흡수하는 것(경구흡수)보다 빠르기에 제품선택에 주의를 할 필요가 있다는 말도 있는데, 그렇다면 의약품 중에 액상시럽과 알약이 왜 있는가? 입으로 먹는 대신 전부 연고로 만들어서 바르면 되는데. 음식과 물을 먹는 대신 몸에 바르지 않는다는 것만 생각해봐도 말도 안되는 소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피부는 외부로부터의 물질이나 세균 등을 방어하는 기관이며, 500달톤 이상의 분자량을 가진 물질은 일상 조건에서 피부를 통해 흡수될 수 없다. 연고 같은 의약품도 피부에 하루종일 발라놓는 걸 며칠동안 해야 겨우 효과를 발휘하는 판에, 잠깐 바르고 나서 씻어내는 화장품 따위가 드라마틱한 효과를 나타낼리가. 이전에, 화장품의 정의가 인체에 대한 작용이 경미한 것을 말한다고 법률에 규정되어 있다. 경피독에서 주장하는대로 피부에 바르자마자 신체에 쪽쪽 흡수되어 불임, 기형아 출산, 생물축적, 발기부전, 탈모, 아토피 등등의 심각한 질병을 일으킨다면 식약처의 철퇴를 맞고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진짜로 피부를 통해 몸에 흡수돼서 신체에 드라마틱한 효능을 일으켰던 박가분이 좋은 예시.

경피독을 검색해보면 어떤어떤 성분이 이렇게 해로우니 우리 제품을 쓰면 경피독의 위험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는 광고로 끝나는 것이 대부분. 멀리 갈 것도 없이 약 안쓰고 아이 키우기에서 경피독 운운하며 순비누를 팔았다. 진지하게 믿을 가치는 없다.

비슷한 단어로는 "바디버든(Body Burden)"이 있다. 이쪽도 경피독이랑 비슷하게 합성 화학물질이 피부에 흡수되어서 몸 속에 독성물질이 쌓이는 현상을 설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떤 화학식을 가진 물질이 어떤 경로로 얼마나 들어와서 무슨 작용을 하는지는 이미 여러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은 하는데, 정작 바디버든을 말하는 사람들도 작용기전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거나 경피독에서 주장하는 성분들을 말한다. 바디버든을 주장하는 글에서 바디버든이란 단어를 경피독으로 바꿔도 읽는 데에는 지장이 없다. 이쪽도 무슨무슨 성분이 엄청나게 해로우니 우리 물건을 많이 사서 바디버든을 줄여라 하는 광고로 끝나는 것이 많다.

바디버든도 개인의 체험이나 주관적인 의견만 나돌 뿐 막상 논문이나 과학적인 근거가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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