過度校正 / hypercorrection
1. 개요
형태론에서 정의되는 과도교정은 주로 규범[1]으로부터 이탈하는 음운 변화가 일어났는데 그러한 변화 말고 규범대로 쓰려고 시도하다가 도리어 규범으로부터 새롭게 이탈하는 현상을 말한다. 때문에 형태론에서의 과도교정은 음운론과 깊은 연관이 있다.'과잉 교정', '과잉 정정', '과잉 수정'이라고도 한다. 부정회귀(不正回歸)[2]도 같은 뜻으로 쓰인다.
2. 정의
한국어에서 과도교정이 일어나는 대표적인 예는 연결 어미 '-려고'와 말음 /ㄹ/ 용언이 결합할 때 용언 어간의 /ㄹ/이 탈락하는 현상이다.우선 한국어에서 '-려고'는 흔히 비표준 발화에서 /ㄹ/이 첨가되는 현상이 자주 벌어진다.
오늘 그거 할려고(규범: '하려고') 했어.
한편 이러한 '할려고' 같은 형식이 비표준 형식임을 습득하고 이를 고치려는 화자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화자는 '할려고'라고 할 때마다 /ㄹ/을 빼고 '하려고'라고 발화하려고 노력할 것이다.오늘 그거 할려고 했어.
→ 오늘 그거 하려고 했어. (/ㄹ/ 탈락을 거쳐 규범 발화로 수정)
그런데 이러한 교정 행위의 범위가 지나치게 확장되어[3] 말음 /ㄹ/ 용언인 '만들려고'에까지 행해지면 과도교정이 된다.→ 오늘 그거 하려고 했어. (/ㄹ/ 탈락을 거쳐 규범 발화로 수정)
오늘 그거 만들려고 했어. (원래 규범적인 발화)
오늘 그거 만드려고 했어. (교정하려던 /ㄹ/ 탈락 행위로 도리어 틀리게 됨)
'만들려고'는 '만들-'에 '-려고'가 결합한 형식이어서 애초에 비표준 발화에서의 /ㄹ/ 첨가가 일어난 형식이 아니다. 그럼에도 비표준 발화의 '할려고'와 표준 발화 '만들려고'의 음상이 너무 유사해, '할려고'에서 나타난 교정 행위가 '만들려고'라는 형식에까지 확장된 것이다.오늘 그거 만드려고 했어. (교정하려던 /ㄹ/ 탈락 행위로 도리어 틀리게 됨)
역사적인 예를 들면 문경새재의 "산불됴심" 비석을 들 수 있다. 오늘날 天(천), 第(제)와 같은 ㅈ, ㅊ으로 시작하는 일부 한자가 과거에 발음이 ㄷ, ㅌ으로 시작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본래 ㄷ, ㅌ으로 읽던 것들이 어느 순간엔가 구개음화로 인해 ㅈ, ㅊ으로 발음이 변했고, 표기 경향이 바뀌기까지 한동안 '읽기는 ㅈ, ㅊ으로 읽으면서도 쓸 때는 ㄷ, ㅌ으로 쓰는' 관습이 생겼다. 그래서 해당 시기 언어 사용자는 ㅈ, ㅊ인 것을 ㄷ, ㅌ으로 고쳐 적는 교정 행위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조심'(操心)이라는 단어는 원래부터 '됴'도 아니고 '죠'조차도 아닌 '조심'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교정 의식이 너무 강하게 작용해 '조심'까지 '됴심'으로 고쳐 적은 것이다.
이러는 과정을 거쳐 새로운 형식이 나타나는 것을 형태론에서 '과도교정'으로 일컫는다. 즉, 형태론의 과도교정은 일단 비규범적인 언어 현상이 광범위하게 존재해야 하며, 아울러 그것이 비규범적이라는 인식도 널리 퍼져있어야 한다. 그래야지만 언어 화자가 비규범적인 언어 현상을 규범화하려는 의식을 가지게 되며, 그 의식이 과도하게(틀리지 않은 형식에까지) 확장되어 과도교정을 일으키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과도교정이 일어났다는 것은 해당 시기에 규범이 보편적임과 동시에 비규범적인 현상도 보편적이었음을 동시에 시사해준다. 위의 역사적 예에서도 그렇다. 애초에 구개음화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ㄷ, ㅌ/으로 소리가 나지도 않는 걸 ㄷ, ㅌ으로 적었을 리가 없었을 것이다. 반대로 구개음화가 너무 완전히 일어나 그 누구도 그게 틀렸다고도 생각하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면 ㅈ, ㅊ으로만 적었지, ㄷ, ㅌ으로 고쳐 적는 행위가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규범에서 벗어나는 변화가 일어나고는 있되 그것이 틀렸다는 인식이 남아있을 때 과도교정 현상이 일어난다. 이러한 점에서 과도교정은 언어 변화의 중간 지점을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3. 사례
3.1. 한국어
- 역사적으로 한국어에서 광범위하게 일어난 과도교정 사례로는 역구개음화가 있다. 16세기 이래로 남부 지역에서는 'ㄱ' 뒤에 'ㅣ' 계열의 모음이 오면 'ㅈ'으로 바뀌는 '구개음화'(palatalization) 현상이 활발히 일어났다. 서울 지역의 사람들은 이 현상을 꺼리고 촌스럽다고 여긴 나머지 'ㅣ' 앞에 놓은 'ㅈ'을 전부 'ㄱ'으로 바꿔 불렀는데 'ㄱ'에서 구개음화된 'ㅈ'뿐만이 아니라, 원래부터 어형이 'ㅈ'였던 것까지 전부 'ㄱ'으로 바꿔 불렀고, 이것이 후대에 표준어가 되었다. 이렇게 어휘가 바뀐 대표적인 예시로는 길쌈 ( < 질삼), 깃( < 짗)(羽), 키 ( < 치)(舵), 기와 ( < 지애 < 디새)[4], 김치 ( < 김ᄎᆡ < 짐ᄎᆡ < 딤ᄎᆡ) 등이 있다.
- '이다'의 '이-'는 '-이나' 등등 '이'가 들어가는 어미와는 달리 받침 없는 체언 뒤에서도 쓸 수 있으나(학교이나(학교이지만)/학교나(학교지만)) 다른 '이' 개재 어미에서는 받침 없는 체언 뒤에 '이'를 쓸 수 없기에(학교이나(x)/학교나; 'or'의 뜻) 이를 '이다'에까지 적용하는 과도교정 현상이 일어난다. 정작 '학굔데(학교인데)' 같은 표현은 어색하게 느껴서인지 그다지 안 쓴다.
- 일제강점기 때는 원음으로 되돌린답시고 원음이 'ㅇ'이나 'ㄴ'으로 시작하던 한자들까지도 'ㄹ'로 고쳐지는 과잉수정이 있었다. 대표적인 예시로, 당대는 유행했던 민요인 농부가(農夫歌)도 <롱부가>로 표기한 레코드판이 있다.
- 1980년대에 맞춤법이 대대로 개정되었다. 한 예로, '-읍니다'와 '-습니다'를 모두 '-습니다'로 통일했는데, 일부 사람들이 '-습니다'와 상관없는 명사형 어미 '-음'까지 '-슴'으로 바뀐 것으로 착각해 '있음', '없음'을 '있슴', '없슴'으로 잘못 쓰는 것도 과도교정이라 할 수 있다. 반대의 예로, 드라마 사랑비에서 시간적 배경이 1970년대인 것을 반영하여 '-읍니다'로 편지를 쓴 장면이 있는데 이를 과도하게 적용해 '고맙습니다'까지 '고맙읍니다'로 바꾼 장면이 나온 바 있다. '-습니다'로 통일한 맞춤법 개정 전에도 '고맙습니다'로 쓰는 것이 정확한 표기였으며, '고맙슴'처럼 써진 적도 없다.
- 사이시옷에서도 과도교정이 나타날 수 있다. 이 역시 80년대에 개정된 맞춤법으로서 한자어에서는 사잇소리가 나타나도 사이시옷을 쓰지 않는 것이 규범적 표기인데('대가' - [대까]로 읽으나 '댓가'로 적지 않음), 한자어임에도 사이시옷을 적는 단어 6개(셋방, 횟수, 곳간, 숫자, 찻간, 툇간)에까지 이를 적용해 '회수' 등으로 적을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사이시옷을 적는 예외 규칙을 확장하여 '댓가', '싯가' 식으로 쓰는 현상도 있을 수 있겠는데... 이는 '한자어에 사이시옷을 적는다'라는 것이 해당 6개 단어에만 적용되는 예외 중의 예외로 습득하는 것이어서 그 예외 규칙이 확장된다고 보긴 어렵고, 애초에 '한자어에서는 사이시옷을 쓰지 않는다'라는 규칙을 적용하지 않아 발생한 비규범 표기로 보는 게 마땅하다. 그리 보면 과도교정하곤 아무 상관이 없다.
- '깊숙이'와 '너부죽이'처럼 '-이'를 쓰는 예외 조건인데도 규칙대로 '깊숙히'처럼 '-히'를 쓰는 것도 과도교정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예외 조건은 본래가 생산적인 규칙보다는 과거 시대 불규칙형을 인정한 것일 뿐이어서, 예외에까지 규칙이 확산되는 것은 일반적 규칙화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 현대 한국어의 규범에 따른 교정으로 보기는 애매하나, 옛 형식을 모사할 때 아래아를 잘못 쓰는 것도 'ㅏ가 들어가는 형식들은 옛날에 ㆍ였다'라는 규칙을 과도하게 적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ᄒᆞᆫ글', 'ᄆᆞᆺ밤'이 그런 예로, '한글'이나 '맛'과 같은 단어는 옛날에도 'ㅏ'로 적던 단어이다.
- 북한 문화어의 경우는 두음 법칙을 폐지하여 어두의 ㄹ이나 구개음화된 ㄴ을 그대로 쓰고 있는데, 이 때문에 모음이나 ㄴ으로 시작하는 한자어(고유명사 포함) 가운데 몇몇이 이 과도교정을 겪은 사례가 있다. 그 예로 '양각도'의 한자 표기가 羊角島로 羊의 원음이 '양'이기 때문에 북한 문화어로도 '양각도'라고 하는 것이 옳음에도 "'노동(勞動)', '여명(黎明)' 등은 두음 법칙을 적용하지 않으면 '로동', '려명' 등이 된다." 규칙을 과도하게 적용한 나머지 '양각도'의 '양'도 원음이 '량'이겠거니 생각하고 '량각도'로 잘못 쓰는 사례가 있다. 언론사에서조차 자주 저지르는 실수이다.[5]
-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사람끼리 통성명을 하거나 콜센터에 전화를 걸 때[6], 화자가 '-맹(孟)-'이 포함된 이름[7]을 부르면 청자가 ㅕ를 사투리 ㅐ로 불렀겠거니 하고 '-명(明)-'으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다.[8]
3.2. 영어
영어에서는 아래와 같은 현상들이 발생한다.- "Me and John had lunch together yesterday."와 같이 주격 'I'가 들어갈 자리인데 목적격 'me'를 잘못 쓰는 일이 있는데[9], 이는 "John and I had lunch together yesterday."로 쓰는 것이 옳다. 그런데 이것의 영향으로 "This is a problem between you and I."와 같이 목적격 'me'가 들어가야 하는 자리에 주격 'I'를 잘못 집어넣는 과도교정이 일어나기도 한다.
- 일부 단어의 복수형 문제. 이를테면 'octopus'의 복수형을 'octopi'로 쓰는 일이 있다. 라틴어에서는 '-us'로 끝날 때 복수형이 '-i'가 되는데(alumnus/alumni, radius/radii, focus/foci, pegasus/pegasi 등), 영어에서도 일부 라틴어 단어[10]는 이렇게 복수형을 쓴다. 그러나 'octopus'는 생긴 것과 달리 그리스어 유래의 단어이므로[11] 복수형이 '-i'가 될 수 없다. 그리스어식으로 복수 변화를 하면 'octopodes'여야 하고, 영어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쓰이는 복수형은 그냥 '-es'만 붙인 'octopuses'이다.
- 일부 숙어화된 표현의 간접인용 문제. 예를 들어 "What's the matter (with you)?"라는 표현을 간접인용문으로 바꿀 경우, 원래는 해당 어구가 사실상은 관용어화되었으며 'the matter'라는 단독적인 표현만으로는 '문제(problem, issue)'라는 뜻의 주어로 쓰이는 빈도가 매우 줄어들었으므로,[12] "I was wondering what was the matter (with you.)"라는 표현을 써야 한다.[13] 하지만 간접인용에 관해 학교에서 교육받은 원어민들이 what-be동사-주어 어순을 매우 어색해하여, 본인들이 '올바르다고' 배운 what-주어-be동사 어순으로 고쳐서 말하게 되어 "I was wondering what the matter was with you."로 표현하는 것이다. 영미권 어법은 기술주의적 특성을 띠기 때문에, 옥스퍼드 영어사전 측에서는 두 방식 모두 문법적으로 옳다고 인정하고 있긴 하나, 이 역시 엄밀히 보면 과도교정에 해당하는 사례이다.
- 이 밖의 묵음 문제. 영어 단어 'foreign'은 어원상은 'g'가 들어갈 일이 없는데 17세기 경에 'g'가 묵음화한 다른 'reign', 'sovereign' 등 단어의 영향을 받아 과도교정으로 'g'가 들어가게 됐다는 설이 있다(관련 내용). 비슷한 사례로 'debt', 'adventure'처럼 카이사르가 말했기 때문에[14] 원래 없던 글자가 추가되고 거기에 발음까지 따라가는 일이 있다.
3.3. 중국어
- 간체자를 번체자로 바꿀 때 과도교정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번체자에서 구별되는 글자들을 간체자에서는 하나로 합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번체자로 A와 B로 구별해서 썼던 글자를 간체자에서는 A로 통합했다고 한다면, 이를 번체자로 바꿀 때 원래부터 A로 썼던 것까지 B로 바꾸는 과도교정이 일어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간체 중국어 모어 화자가 번체자를 쓸 때 天后를 天後로 잘못 쓴 사례가 있다. 天后는 번체자에서도 天后다. 번체자의 后와 後는 간체자에서 모두 后로 통합됐는데, 이러다 보니 간체 중국어 모어 화자가 번체자를 쓸 때 번체자에서 后를 쓰는 단어에까지 後를 잘못 쓰기도 한다.
- 표준 중국어에는 권설음이 세 종류가 있다 (ㄓ/zh, ㄔ/ch, ㄕ/sh). 다만 대만을 포함한 중국 남방 사람들은 권설음 소리를 못 내는 경우가 많은데, 표준 발음을 하려다 오히려 권설음을 과다 응용하는 실수를 저지르곤 한다. 예를 들자면 所以의 표준 발음은 suǒyǐ이지만 shuǒyǐ로 읽는다든지, 三十를 sānshí가 아니라 shānshí로 발음하는 걸 종종 들을 수 있다.
- 광동어에서는 /l/ 성모와 /n/ 성모, 그리고 /ŋ/ 성모와 영성모 사이에 혼란이 있다. 그래서 광동어 화자들은 원래부터 /l/ 성모인 걸 /n/ 성모로 발음하기도 하고 반대로 원래부터 /n/ 성모인 걸 /l/ 성모로 발음하기도 하며, 원래부터 영성모인 걸 /ŋ/ 성모로 발음하기도 한다. 그래서 vanilla의 광동어 음역이 원래부터 /n/ 성모인 글자 拿를 쓴 雲呢拿(wan4nei1naa2)가 됐고, 愛는 원래부터 영성모인 oi3인데 ngoi3로 발음되기도 한다.
3.4. 일본어
일본어에선 '마니와 테후테후'와 '마니와 케후켄'이 예라고 할 수 있다. 蝶(チョウ)의 독음은 역사적 가나 표기법에 따르면 テフ(tepu)[15]가 옳은데, 이것에 이끌려 狂(キョウ)의 역사적 가나 표기법에 따른 독음까지 ケフ로 착각한 것이다.4. 과도교정과 개신형의 탄생
과도교정으로써 새로운 단어가 생기기도 한다. 이를테면 '가르치다'와 '가리키다'는 중세 한국어에서는 구분 없이 'ᄀᆞᄅᆞ치다'였고, 아래아가 첫음절에서는 ㅏ, 두 번째 음절부터는 ㅡ로 바뀌면서 '가르치다'가 되었다. 그런데 중앙 방언 화자들이 이 '치'를 동남 방언 등의 ㄱ, ㅋ 구개음화(기름 → 지름 등)의 영향으로 잘못 알고 '치'를 '키'로 바꿔(역구개음화) '가르키다' 또는 '가리키다'라는 단어가 생겼으며, 이것이 한국어의 표준어 규정을 처음 제정한 1930년대에도 반영되어 '가르치다'와 '가리키다'는 별개의 단어가 됐다. 현대에도 많은 사람들이 '가르치다'와 '가리키다'를 혼동하는 것이나 '가르키다', '가리치다' 같은 변종이 탄생한 것도 사실 이 때문이다.5. 유사한 형태론적 현상
- 비례적 유추(proportional analogy)
- 역형성(backformation)
파생형으로부터 역으로 기본형이 도출된 경우로, 위의 도식에서는 C 재분석으로 나타낼 수 있다. 가령 역형성으로 유명한 editor의 경우 teach : teacher와 같은 생산적인 -er/-or 규칙에서 teach : teacher = X : editor로 재분석되어 원형 edit이 도출되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유사한 현상으로 rebracketing 현상이라는 것 또한 있다. 단일어에서 유래한 단어를 각각 다른 구성 요소가 합쳐진 단어로 보고 강제로 분리하는 것. 이를테면 라틴어 mappa(식탁보 등)에서 유래한 napron이 있는데, 부정 관사가 붙은 a napron을 보고 사람들이 착각해 an apron(앞치마)으로 강제 분리해 버렸다. - 민간어원(folk etymology)
- 전염(contamination)
전염은 관련 있는 단어의 영향으로 발음이 바뀌는 현상이다. '꽂다'가 '뽑다'의 영향으로 '꼽다'로 발음되는 것을 들 수 있다. - 혼성(blend)
기존의 생산성 있는 규칙에서 규칙 적용 대상이 바뀌거나 규칙이 변화하는 과정으로, 흔히 A : B = C : D 식의 4항 비례식으로 표현되기에 '비례적 유추'(proportional analogy)라고 한다.
A 재분석은 규칙의 입력 대상이 넓어지는 것이다. 영어의 -er이 그 예로, 이 접사는 본래 '(명사)와 관련 있는 직업'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hatter - 모자 장수). 그러나 오늘날에는 동사에 더 생산적으로 결합한다(Fertig 2013: 35).
B 재분석은 본래 복합어가 아니거나 그런 식으로 합성/파생되지 않은 것을 다르게 분절하여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영어의 -ness는 본래 -assu로 n이 없었는데 forgifeness처럼 n으로 끝나는 단어에 -ess가 결합한 것이 B에 입력되면서 -ness 규칙을 새로 만들어냈다(Fertig 2013: 41).
6. 기타
과도 교정은 합쳐진 것을 분리하는 쪽으로의 개정(예: 한국어에서 두음 법칙 폐지, 중국 대륙에서 번체자 부활 등)을 반대하는 설득력 있는 논거가 될 수도 있다. 합쳐진 것을 분리하려다가 오히려 잘못 쓸 수 있으므로 그냥 합쳐진 상태로 두는 게 더 낫다는 것이다. 간단함과 편리함이 정비례하지도 않는다.- 예: 일본어의 청음을 언제나 거센소리로 적는 방향으로 외래어 표기법/일본어를 개정하자는 주장도 이 합쳐진 것을 분리할 때 생기는 과도 교정 문제에 부딪힐 수 있다. 한국어 화자들 중 일본어를 모르는 사람들이 일본어를 아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많으며, 따라서 청음을 언제나 거센소리로 적는 방향으로 표기법을 개정한다면 원어가 탁음인 것까지 예사소리에서 거센소리로 바꾸는 과도 교정이 충분히 생길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본어 지식이 없는 대다수의 한국어 화자들은 '도쿄'(원어 東京(とうきょう))가 '토쿄'로 바뀌니 '도지마'(원어 堂島(どうじま))도 '토지마'로 바뀌는 게 맞겠거니 하고 추측해서 과도 교정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자세한 것은 '외래어 표기법/일본어' 문서의 '현행 외래어 표기법의 일본어 표기법이 개정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섹션에서 '세 번째' 문단으로. 그렇기 때문에 외래어 표기법 중 일본어 표기법을 개정하는 건 쉬운 문제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반대말로 '과소 교정(hypocorrection)'이 있다. 규범을 따라가려는 과도 교정과는 반대로, 과소 교정은 비규범 형식을 따라가려는 것을 말한다. 비규범 형식을 따르려는 동인이 퍼뜩 떠오르지 않을 수 있지만, 신세대 어휘를 흉내내려는 기성세대 아재를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다. 좀 더 일상적인 말투를 쓰기 위해서 일부러 규범 밖의 형식을 사용하는 언어 화자도 꽤 있다. 다만 이때의 '과도 교정'/'과소 교정'은 음운론적인 관점에서 Ohala(1993)[16]가 다소 새롭게 정의한 것으로(Fertig 2013: 59)[17] 위에서 말한 구조적 과도 교정과는 좀 다른 개념이다.
인터넷 신조어인 '과잉 교정 인간'은 문법 나치나 표준어 제일주의자에 가깝고, 언어학의 과도 교정과는 별 상관이 없는 말이다. 그때의 '과잉'은 '규범 이탈을 일절 허용하지 않아 도가 지나치다'라는 도덕적 판단을 담고 있지만, 언어학에서 '과도하다'라는 것은 교정 행위를 적용하는 어휘의 범위가 기존에 규범이 정의하던 것보다 확장되었다는 뜻으로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과는 무관하다.
[1] 여기서의 규범은 맞춤법과 같은 명문화된 규범도 포함되지만 '사회적으로 옳은 것으로 여겨지는 형태'로 더 넓게 규정된다. 가령 아래의 "산불됴심"의 예에서 조선시대 당시에 명문화된 한국어 규범은 없었다. 이때 규범이란 것은 당시에 '됴심'이라고 말하면 다들 틀렸다고 생각했으리라는 것이다.[2] 잘못된 어형(語形)을 바로잡는다는 생각에서 오히려 바른 어형까지 잘못 고치는 일. ‘기름’을 ‘지름’으로 발음하는 구개음화 현상을 피하려는 생각에서 ‘점심’을 ‘겸심’으로 발음하는 것 따위이다. - 표준국어대사전[3] 형태론에서는 특정 형식에만 작용하던 규칙이, 그 형식과 유사하다고 여겨지는 다른 형식에까지 적용되는 현상을 '확장'(extension)이라고 한다. 여기서는 '할려고'라는 비표준 발화를 '하려고'로 교정하려는 규칙이 '만들려고'라는 형식에까지 적용되려고 하였다.[4] '애'가 '와'로 바뀐 이유는 확실하지 않으나 한자 瓦의 영향을 받았다는 설이 있다.[5] 아무래도 량강도(兩江道) 때문에 실수하기 더더욱 쉬운 것 같다. 이처럼 관련 어휘의 음성적 특성의 영향을 받는 것을 감염(contamination)이라고 한다.[6] 즉 고객과 상담원이 모두 경상도 사투리 화자인 경우.[7] ex) 김맹곤 前 김해시장.[8] 그럴 때는 화자 측에서 "공자, 맹자 할 때 '맹'이요!"라고 한번 더 환기시켜줘야 한다.[9] 비슷한 사례로 'It is me'가 있다. 원래는 'It is I'로 써야 하는데 구어체든 문어체든 'I'를 쓰는 것은 찾기 힘들다.[10] 100% 맞아떨어지는 건 아니나 대개 라틴어의 뜻이 거의 그대로 사용되는 때 또는 학술 단어 등에서 이런 성향이 세다. 예를 들어 라틴어와 뜻이 많이 달라진 'bus'('모두에게'를 의미하는 'omnibus'에서 유래했다)는 'bi'는 아니라 'buses'로 쓰고(근데 사실 라틴어에서도 'omnibus'는 2변화 명사 주격 아니기에 '-us' → '-i' 형식이 따라지지 않는 데다 더 중요하게는 원래 복수이다.) 'antenna'는 일반 TV 안테나 같은 건 영어식 'antennas'로, 곤충의 더듬이는 라틴어식 'antennae'로 적는다.[11] 8을 뜻하는 그리스어와 라틴어가 모두 발음이 같은 '옥토'(οκτώ/octo)라므로 생긴 문제.[12] 아주 없는 것은 아니나, 적어도 20~21세기 기준으로는 'matter' 앞뒤로 형용사나 수식어가 붙어야 좀더 자연스럽다.[13] 굳이 관용어가 아니더라도, 주어와 보어가 서로 위치를 바꾸어 써도 말이 된다고 하 바꿔써도 된다. '~who was the guy'와 '~who the guy was' 모두 문법적으로 맞다고 보는 것이다. 단, '~what the time was'의 경우는 '~what was the time'으로 쓸 수 없다. 'the time'은 주격/목적격으로만 쓰이고 보어로는 쓰이지 않기 때문이다.[14] 빌 브라이슨의 표현. 유명인이 즐겨쓰던 말을 따라하던 유행어가 언어문화로 정착된 것으로 오해할 수 있는 표현이라 정확히는 '라틴어와 비슷하게 가려고'.[15] ハ행의 자음은 원래 [p\]였다. 이것이 순음퇴화로 말미암아 [ɸ\]로 바뀌었고, 나중에 フ([ɸ\]가 그대로 유지됨)와 ヒ(뒤따르는 [i\]로 인해 구개음화가 일어나 자음이 [ç\]가 됨)를 제외하고는 [h\]로 바뀐 것.[16] Ohala, John J. 1993. The phonetics of sound change. In Charles Jones. ed., Historical Linguistics: Problems and perspectives, 237-278. London: Longman.[17] Fertig, D. (2013). Analogy and morphological chan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