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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5-15 02:00:33

깨진 유리창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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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별 명칭
프랑스어 Sophisme de la vitre cassée
영어 Broken window fallacy

1. 개요2. 바스티아의 우화3. 설명4. 바스티아의 원래 의도 5. 경기부양정책은 이 역설에 해당하는가
5.1. 그렇다5.2. 아니다
6. 다른 관점7. 대안8. 여담9. 관련 문서

1. 개요

프랑스의 고전경제학자 프레데릭 바스티아가 1850년 저작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Ce qu'on voit et ce qu'on ne voit pas)에서 제시한 역설. 한국어 번역본은 《법》이라는 단행본에 엮여 실려있다.

2. 바스티아의 우화

원문은 아래와 같다. 프랑스어 원문은 이곳에서 읽을 수 있다.
선량한 상점 주인 김선량 씨가 조심성 없는 아들이 유리창을 깨버린 광경을 보고 화를 내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만약 그런 장면을 보았다면, 목격자가 30명이나 된다고 할지언정 모두 한결같이 이 운 나쁜 상점 주인에게 이렇게 위로하였다고 틀림없이 증언하게 될 것이다. "누군가에겐 이득이 되지 않겠소. 먹고는 살아야지. 창문이 안 깨진다면 유리 장수는 어떻게 입에 풀칠하겠수?"

그런데, 이런 위로 속에는 이 간단한 사례에서 잘 드러날 법한 하나의 완전한 이론이 담겨있다. 즉 불행하게도 이런 일들이야말로 우리의 경제 제도 대부분을 운영한다는 것이다.

창문을 고치는 데 6프랑이 든다고 가정하자. 이 사건이 유리 장수의 장사에 6프랑을 벌어다 주었고, 그 산업에 6프랑만큼 힘을 실어주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맞게 추론한 것이고, 반론할 말이 없다. 유리 장수는 와서 일을 끝낸 후, 6프랑을 받고서는 손을 쓱쓱 비비면서 마음속으로 부주의한 아이에게 축복을 내린다. 보이는 것은 이것이 전부이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그러하듯이 추론을 통해 창문을 깨는 행동이 돈을 순환시켜서 산업 전반을 촉진시키는 결과를 낳으므로 이는 선한 행동이라는 결론을 내린다면, 나는 이렇게 외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멈추시오! 당신의 이론은 보이는 것에만 갇혀있잖소.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하고 말이오."

상점 주인이 6프랑을 한 곳에 이미 썼기 때문에 다른 일에는 쓸 수 없다는 사실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만약 창문을 고칠 필요가 없었다면 아마도 그는 오래된 구두를 새로 사든가 서재에 책을 새로 채워 넣었으리라는 사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즉 어떤 방식으로든 6프랑을 쓸 수 있었는데 창문이 깨져서 못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1장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1절 깨진 유리창>
2016년 수능 영어 영역 문제의 주제였는데, 해당 내용이 EBS 연계교재였던 인터넷수능의 지문이었기 때문이다.

3. 설명

바스티아는 우화를 통해 소년이 시내에 있는 한 가게의 유리창을 깨는 장면을 묘사한다. 모여든 군중들은 상점 주인을 불쌍히 여기고 그 기물 파손자인 소년을 훈계하고 비난한다. 가게 주인은 유리를 교체하기 위해 돈을 쓰게 될 것이다. 만약 유리를 깨는 일이 없었다면 유리 지공에게 이 거래는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즉, 이 소년의 행동은 사실상 거래를 창출하고 경제를 활발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애초에 창문이 깨지지가 않았더라면, 가게 주인은 그 돈으로 다른 거래를 했을 것이다. 만약 가게 주인이 양복을 사려다가 그 돈을 돌려서 창문을 고쳤다면, 유리 지공은 돈을 번 것이지만 양복점 주인은 잠재적인 이득을 잃어버린 것이다. 결국 새로운 이득이 창출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식의 합리화는 실생활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데, 보통 불행한 일이나 나쁜 일을 합리화하는 경우에 쓰인다. 가령 쓰레기나 담배꽁초를 버리면서 "이런 일을 하면 길이 지저분해지겠지? 하지만 길이 지저분해야 청소부들도 할 일이 생기지..." 하면서 합리화하는 것이다.

4. 바스티아의 원래 의도

주의할 점은 바스티아의 이 비유는 케인지안 경제학의 비판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케인즈는 1883년에 태어났는데, 1850년대의 바스티아가 어떻게 태어나지도 않은 케인즈의 학설을 비판할까? 이 비유를 통해 그가 비판한 대상은 당시의 무역보호론자(protectionist)들이였다. 이때의 무역 보호론자들은 자산의 파괴와 그로 인한 경제 활동에 주목해서 파리의 집들이 몇 개가 불타버리면 그로 인한 경제 활동이 얼마나 늘어날까 등을 계산하고 그런 사건의 긍정적인 면에 주목하고 있었다. 이건 정부 주도의 경기 부양과는 거리가 있는 이야기로 경제적 자산의 파괴와 그로 인한 생산량 증가에 대한 이야기다.

바스티아는 이런 막가는 경제 논리를 비판하고 자산의 파괴로 인한 경제적 부의 파괴와 그로 인한 사회 전체적 득실을 사람들이 보기를 원했던 것이다. 예를 들어, 경제 활동을 장시간 해치지 않는 크기의 자연재해는 그해 국내총생산(GDP)을 올리는 경우가 있다. 깨어진 유리창을 돈을 들여서 고쳐야 하듯이, 손상된 집과 건물 등은 빚을 지더라도 고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제 활동은 GDP를 당연히 올리게 된다. 하지만 이런 식의 GDP 성장이 과연 좋은 것인가? 당연히 아니다. 자연재해를 복구하고 깨어진 유리창을 수리하는 데 드는 비용이 그 해의 GDP 성장을 유발할 수는 있으나, 만약 그에 사용된 비용, 시간, 인력, 자원이 연구개발이나 투자등 더 가치있는 일에 활용됐다면 장기적으로 GDP는 더 성장할 수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즉, 해당 선택을 함으로써 포기된 최선의 가치, 기회비용을 고려해야한다.

조금 더 나아가면 전쟁으로 인해 상품의 수요가 증대해 경제가 활성화되므로 전쟁은 긍정적인 측면도 가지고 있다는 주장의 반박도 된다. 전쟁 덕분에 발생한 수요만 고려하므로 유리창을 깨는(=전쟁을 일으키는) 행위가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실제로는 전쟁으로 인해 파괴되는 부(=양복점 주인의 잠재적 수익)를 고려한다면 전쟁은 경제적으로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바스티아는 이런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이런 바스티아의 원래 비판은 이견의 여지가 크게 없는 정론적인 비판이다. 이런 경제적 피해->생산 증가->경제 성장! 이라는 단순한 수식에 현혹 되는 경우는 현재도 흔하다. 당연히 이런 건 수치적인 착각이고 자원과 인력이 한정되어 있는 한 실제 사회 구성원들의 삶은 피폐해질 수밖에 없다.

5. 경기부양정책은 이 역설에 해당하는가

하지만 후에 이 우화는 케인지안 경제학을 비판하는 오스트리아학파에 의해 쓰였고, 여기서부터 우화에 대한 해석이 갈리게 되고 오스트리아학파의 해석에 대한 비판과 지지가 나뉘게 된다. 대공황 같은 상황에서 케인즈는 대규모 정부 주도 사업을 통한 경기 부양을 주장했고. 차라리 폐광에 돈을 넣어 놓고 묻은 다음 다시 사람들에게 꺼내게 하기라도 하면, 불황 같은 단기적인 수요의 부족을 해결할 수 있으리라 봤다. 오스트리아학파는 이걸 깨진 유리창의 역설에 빗대서 비판했고 여기서부터 우화의 해석에서 지지와 비판이 나뉘게 된다.

5.1. 그렇다

케인지언들이 자기들의 주장은 깨진 유리창의 역설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크나큰 착각이다. 왜냐하면 소비란 기본적으로 무언가를 닳게 만들고, 고갈하고, 줄어들게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즉 무언가를 파괴하는 행위인 것이다. 예를 들어 케이크를 소비하면 케이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1] 따라서 무언가를 소모한다는 점에 비춰보면 무역보호론자들의 주장이나 케인지언이 주장하는 소비지출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차이점이 있다면 보호론자들의 주장에서는 자산이 파괴되는 과정이 가시적이지만, 케인지언의 주장에서는 자산이 파괴되는 과정이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케인지언들은 돈을 절약할 수 있음에도 돈을 쓴다. 그래도 정부가 무언가를 창출하지 않냐고 반론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쓰는 돈은 원래 누군가로부터 강탈한 돈이다. 물론 강탈하더라도 납세자 다수를 만족시키는 사업을 한다면 깨진 유리창은 아니다. 이것은 빵집 주인이 자신의 만족을 위해 돈을 사용한 것처럼 국민을 위해 돈을 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케인지언식의 정부지출이 우연의 일치로 납세자들을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깨진 유리창과 다를게 없다. 이 때의 정부지출은 유리창을 깨트린 것처럼 별 효용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 사람들이 정부사업을 만족스럽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인플레이션은 정부의 생산력이 화폐가치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정부지출 이전에는 사회에 100원의 화폐가 있어 100개의 재화를 생산해 개당 가격이 1원이라 해보자. 그런데 정부가 20원 만큼 조세를 거두어 사람들이 원하지 않는 재화 생산에 투자되도록 흘러가게 한다. 그러면 재화생산 효율은 민간에서보다 떨어진다. 정부 생산 효율이 민간의 절반이라고 한다면, 이 예시에서는 사회에 90개의 재화와 100원이 있어 1개당 가격이 1.1원이 되는 인플레가 발생한다. 그러나 케인지언들은 이에 대해 경제가 어려울때 돈을 안쓴다면 그래서 돈이 흐르지 않는다면 어떻게 경제를 살릴 것인가를 주장할 것이다. 이때 알아야할 점은 경제가 흐른다는 것은 그저 뭔가 마구잡이로 생산되어 지표상의 숫자놀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원하는 재화를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입장에 따르면, 케인지언의 유효수요론은 허구다. 재화가 충족하다면 수요의 부족이 있을 수가 없다. 사람들이 돈을 안쓰는 이유는 원하는 상품이 없기 때문이다. 상품은 없는데 돈은 풀어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뉴딜을 비롯한 정부사업으로 국가 부채가 증가한다. 또한 정부정책 시행에서 발생하는 건설업자, 금융권의 부정부패 같은 부작용은 사회신뢰도를 떨어트린다.

5.2. 아니다

하지만 케인지안 경제학자들의 입장에서는 가게 주인, 즉 민간 자본이 창문 수리에 쓸 돈을 그냥 저축한다든가, 쓰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문제가 있다. 이들의 논리로는 창문 수리로 추가된 생산량이 의미가 없는 게 아니다. 실제로 민간이 투자에 안 나서는 경우는 흔히 볼 수 있으며 대공황이나 2000년대 후반의 세계 경제 불황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사람들이 돈을 써서 돈이 돌고 돌아야 경제가 살아나는데, 모두 다 돈을 손에 쥐고만 있으니 공장이 무너지고 실업자가 생겨나고 가정이 황폐화되는 과정을 밟게 되었다.

참고로, 디플레이션은 실물의 가치를 하락시키기 때문에 실물을 보유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총수요가 폭락하고, 그에 따라 가격의 하락이 수요를 진전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균형점으로 이동시킬 동력이 사라진다.출처

오일 쇼크 당시 경기 침체에 소극적으로 대응했던 유럽은 실업률이 영구적으로 상승했지만, 적극적으로 대응했던 미국은 원상 회복됐다.출처

이런 경우, 의도적으로 유리창을 깨뜨린다는 것은 "어차피 안 나올 돈, 강제로라도 쓰게 해드림."이라는 의도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2]

6. 다른 관점

하지만 창문이 음(-)의 경제적 가치를 지녔다면 어떨까? 예를 들어 유리창이 이미 금이 가 있어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주고 있었고 그래서 앞으로 가게 주인은 유리를 바꾸기로 한 경우는 다르다. 이 경우 가게 주인은 어떤 경우에서건 수리비만큼의 돈을 지출했겠지만, 이 경우에는 이전의 유리창이 가지던 음의 가치가 예정보다 일찍 사라졌으므로 가게 주인의 입장에선 똑같은 돈을 지출했지만 사회적으로는 분명히 더 나은 방향으로 돈이 쓰이게 된 것이다.

즉, 위의 일화는 절대적인 기준하에서 사물의 가치를 판단하려 하기 때문에 오류가 발생하며, 실제로 각 경제 개인이 "느끼는" 재화의 가치는 상이하기에 소년의 비행은 경제적으로나 공리적으로는 판단할 수 없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물론 소년이 유리를 깬 것이 도덕적으로 잘못한 행동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7. 대안

재화를 파괴하지 않는 방법으로 민간에서 조세 등으로 걷은 돈을 가장 효율적으로 쓰면 된다. 예를 든다면, 잉여 예산을 가지고 쓸데없이 정상적인 보도블록 갈아엎는 것보단 교육 예산에 투자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듯이 말이다.

8. 여담

이 이론을 설명한 문제가 2015년 수능완성 영어편에 출제되었다. 그런데 바스티아가 예시로 든 이야기 부분만 나오고 예시를 깐 내용은 하나도 안 나왔다.

깨진 유리창 이론과는 이름이 비슷할 뿐 다르다.

9. 관련 문서


[1] 그래서 태양 같은 무한 자원에는 돈을 지불하지 않는 것이다. 물은 그 자체는 무한할지언정 깨끗한 물은 유한하기 때문에 돈을 지불하는 것이다. 다만 봉이 김선달은 이 경우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는 애초부터 주인이 정해져 있지 않은 공공재인 대동강의 물을 팔아먹는 사기를 친 것이기 때문이다.[2] 물론 강제로 수탈하는 것이 아니라, 엄연히 빚을 내서 쓰는 만큼(전쟁이 아니라) 이 정책이 실패할 경우 돈은 돈대로 쓰고 경제는 경제대로 망하는 영 좋지 않은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 양날의 검.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이것이 효과를 거두려면 지출을 한 것보다 더 많은 (민간 차원에서의) 수요 증대가 일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