猫又屋敷
1. 개요
일본의 민담.2. 줄거리
옛날 어느 저택에 고양이 한 마리가 살고 있었다.[1] 그런데 이 저택의 안주인은 고양이를 매우 싫어해서 가까이 오기만 해도 때리고 걷어 차는 것은 예사요, 돌을 던지거나 심지어는 달궈진 부젓가락으로 지지기까지 하는 등 고양이를 심하게 괴롭혔다. 마침 고양이를 좋아하던 저택의 하녀가 이를 보고 안쓰러운 마음에 고양이를 친자식처럼 매우 아껴 주었고, '미케[2]'라고 부르며 안주인 몰래 밥을 챙겨 주며 돌보고 있었다. 미케가 안주인에게 그렇게 박대를 당하면서도 이 저택을 떠나지 않고 계속 머물렀던 것은 바로 이 하녀 때문이었다.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미케는 저택에서 불현듯 모습을 감추었고, 하녀는 사라진 미케 걱정에 기운 없는 나날을 보내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여행 중이던 스님이 하녀에게 고양이를 찾느냐고 물었다. 놀라는 하녀에게 스님은 고양이가 산 속에 있으니 가서 만나 보라고 조언했고, 그녀는 미케를 보고 싶은 일념에 안주인에게 말미를 얻어 산으로 떠났다.
하지만 넓은 산중에서 미케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느덧 해가 저물어 점차 어두워질 무렵, 문득 하녀가 수풀 쪽을 보니 그곳에는 커다란 저택 한 채가 있는 것이었다. 순간 한시름 놓았다 싶었던 하녀가 문앞에서 사람을 부르자, 대문이 열리면서 눈꼬리가 위로 째져 올라간 여자가 나왔다. 하녀는 잃어버린 고양이를 찾으러 왔다가 날이 저물었다며 하룻밤 묵어가기를 청했고, 그러자 여자는 하녀를 가만히 쳐다보더니, 기분나쁜 미소를 머금으면서 마치 짐승이 입맛을 다시듯 혀를 낼름거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조금 뒤 이번에는 노파 하나가 나오더니 하녀를 안으로 안내했다.
막상 들어오기는 했으나 애초에 산 속에 이런 큰 저택이 있다는 것부터가 수상쩍은데 좀전에 만난 여자의 모습도 그렇고, 방에 마련된 이부자리도 어딘가 짐승 특유의 냄새를 풍기는 기묘한 곳이었다. 이런 상황에 하녀는 자신이 사람을 잡아먹는 요괴의 소굴에 들어온 게 아닌가 의문을 품게 되었는데, 그 때 옆방에서 사람들이 소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저 손님이 고양이를 찾고 있다는구먼."
"어지간히도 아꼈던 모양이야."
"그래....그러니...잡아먹으면 안 된다네."
"어지간히도 아꼈던 모양이야."
"그래....그러니...잡아먹으면 안 된다네."
그리고 하녀가 살짝 열린 장지문 틈으로 본 광경은 더욱 기묘한 것이었다. 예의 그 여자와 노파가, 눈을 가늘게 뜬 채 등불의 기름을 핥고 있는 것이었다. 좀전의 대화와 자신이 목격한 기묘한 광경에 하녀는 비로소 자신이 요괴 네코마타의 소굴에 들어왔음을 깨달았다. 당장이라도 여기서 벗어나려는 심산으로 짐을 꾸리고 있으려니 장지문이 열리면서 한 여자가 들어왔다.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그녀는 다름아닌 자신이 돌보던 고양이 미케였다. 놀라는 하녀에게 미케는 자신은 나이가 들어 이곳에서 살기로 했다고 밝히고, 함께 저택으로 돌아가자는 하녀의 말에 그동안 베풀어 준 은혜는 고맙지만 이 저택은 오직 선택받은 고양이만이 살 수 있는 곳이니 인간인 당신은 위험해지기 전에 저택을 떠나야 한다며 정중히 사양한다.[3] 대신 하녀에게 조그만 흰 꾸러미 하나를 주면서 만약 도중에 고양이를 만나면 이 꾸러미를 크게 흔들라는 말을 남겼다.
하녀가 저택을 나오자 밖에는 수천 마리나 되는 고양이떼가 무시무시한 살기를 띤 채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녀는 저택에서 미케가 한 말을 떠올리고 흰 꾸러미를 힘껏 흔들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고양이들은 갑자기 얌전해지더니 일제히 길을 비켜주었다. 덕분에 하녀는 무사히 저택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저택에 돌아온 하녀는 안주인에게 그 간의 일을 설명했지만 당연히 안주인은 믿지 않았고, 이에 하녀는 미케가 준 꾸러미를 증거로 보여 주었다. 꾸러미를 열자 안에서 나온 것은 개를 그린 그림이었는데, 신기하게도 그림 속의 개가 진짜 금화를 물고 있는 것이었다. 이 금화를 보자 욕심이 생긴 안주인은 하녀에게 네코마타의 저택으로 가는 길을 물어서 자신도 저택을 찾아가기로 했다.
저택에 도착한 안주인은 하녀가 했던 것처럼 잃어버린 고양이를 찾고 있다며 하룻밤 묵어가기를 청했고, 그러자 안에서 여자가 나와 안주인을 훑어보더니 이윽고 노파가 나와서 안으로 안내했다. 저택으로 들어간 안주인은 저택에 있는 온갖 금은보화를 전부 차지할 생각에 들떠 있었는데, 옆방에서 또다시 소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저 손님은 고양이를 싫어한다는구먼."
"예전에 미케한테 아주 몹쓸 짓을 했다지?"
"그러면....잡아먹어도 되겠구먼."
"예전에 미케한테 아주 몹쓸 짓을 했다지?"
"그러면....잡아먹어도 되겠구먼."
옆방의 대화를 들은 안주인은 순간 얼굴이 창백해졌다. 도망치려 했지만 곧바로 장지문이 열리면서 미케와 다른 네코마타들이 무시무시한 얼굴로 그녀를 노려보며 서 있었다. 안주인은 애써 거짓 웃음을 지어보이며 미케에게 돌아가자고 했지만, 미케는 살기등등한 눈으로 안주인을 노려보며 "나를 그렇게 괴롭혔으면서, 뻔뻔하기 짝이 없구나. 내게 돌을 던지고, 부젓가락으로 지졌던 일을 잊었단 말이냐!"라고 일갈했다.
그리고 네코마타들은 일제히 이를 드러내고 발톱을 세우며 안주인에게 덤벼들어 사정없이 물어뜯었고, 목을 물어뜯긴 그녀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끔찍하게 죽어 그대로 네코마타들의 먹이가 되고 말았다.
한편 착한 하녀는 그림 속의 개가 주는 금화로 부자가 되었지만, 고양이를 아끼는 마음을 잊지 않고 금화를 사용해서 가난한 이들과 길고양이들을 도와주며 한결같이 맑은 마음으로 살았다. 이 덕에 고양이들은 착한 하녀에게 고마워하며 하녀가 자식을 두고 늙어서 세상을 떠날때 그녀의 가족들을 돌봐주었고, 하녀 역시 죽기 전 자신의 자녀들에게 고양이들을 잘 보살피라고 당부했다.
이후, 하녀의 가족들은 모두 고양이를 잘 보살폈고 고양이들은 그녀의 일족들에게 고마워하며 그들을 잘 보필했다고 한다.
3. 기타
동물에게 은혜를 베푼 선역이 복을 받고, 이 이야기를 들은 악역이 욕심에 눈이 멀어 동물을 괴롭혔다가 벌을 받는다는 이야기 구조가 흥부전과 유사하다. 다만 흥부전의 놀부는 제비 다리를 일부러 부러뜨렸다가 거지꼴이나마 목숨은 부지해서 후에 개과천선하는 결말을 맞지만,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안주인은 갱생할 기회조차도 없이 네코마타가 된 고양이에게 처참하게 죽는 것으로 끝난다는 점이 다르다.[1] 저택에서 전부터 키우던 고양이라는 설도 있고 길고양이가 저택에 들어왔다가 그대로 눌러 살게 되었다는 설도 있다.[2] 일본에서 삼색 고양이를 부르는 말. '얼룩이'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3] 네코마타들의 대화를 보면 하녀를 잡아먹을 생각은 없었던 것 같지만, 일단 요괴들의 저택인 만큼 인간인 하녀가 오래 머물러 있다가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를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