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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4-04 14:58:08

니코(리그 오브 레전드)/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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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단문 배경2. 장문 배경3. 칼두가 전초 기지의 괴물

1. 단문 배경

"우비캣 부족은 없어졌어. 이제 니코만의 부족을 만들어야 해." ~ 니코

오래전 사라진 바스타야의 부족 출신인 니코는 다른 존재의 모습을 빌리거나 감정을 흡수해 어떤 무리에나 동화될 수 있어 적과 아군을 쉽게 가릴 수 있다. 그녀가 어디에 있는지 '누구'의 모습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녀를 해치려는 자는 그녀의 본 모습과 해방된 원시 영혼 마법의 진정한 힘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2. 장문 배경

니코는 머나먼 미지의 동쪽 섬에서 태어났다. 속세와 멀리 떨어진 이 섬은 고대 바스타야인의 마지막 후손들이 살았던 곳이다. 우비캣이라고 불린 이 부족의 선조는 전설에 나오는 모든 바스타야인의 뿌리, 바스타야샤이레이였다.

우비캣은 가공할만한 잠재력을 지닌 평화로운 부족이었다. 이들의 조화로운 세계는 영혼 세계와 연결되어 있어, 자신들의 영적 정수인 '쇼마'를 통해 가까이 있는 존재들과 융화할 수 있었고, 다른 존재와 똑같은 모습으로 변신할 수도 있었다. 우비캣 부족끼리는 서로 비밀이 없었지만, 니코만큼 호기심 많고 활기 넘치는 이는 드물었다.

니코가 좋아하는 놀이가 하나 있었다. 장신구와 생각을 숨겨 놓고 다른 이들이 찾을 수 있는지 지켜보곤 했다. 천진난만하고 매력적인 그녀의 타고난 호기심은 끝이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부족의 평화도 잠시, 대재앙의 그림자가 고향 땅에 드리웠다.

우비캣 부족 장로들의 신속한 결단력과 희생정신 덕분에 니코는 고향을 탈출할 수 있었다. 그녀는 어설프게나마 새로 변신해 잿더미로 변해 버린 섬을 떠나며 이 세계와 영혼 세계 사이의 영적 심연으로 희미해져 가는 부족 사람들의 비명을 느꼈다.

며칠 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기력마저 다 써버린 니코는 결국 바다로 떨어지고 말았다. 유목에 매달린 채 파도에 이리저리 휩쓸리던 도중, 알 수 없는 무언가의 윤곽이 시야에 들어왔다. 니코는 파도에 실려 오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물체를 향해 헤엄쳐 갔다.

하렐 항만으로 향하는 상선이었다. 니코는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배 위로 기어 올라갔다. 그녀는 잠시 숨을 고른 뒤, 영혼 세계로 사라진 부족 사람들에게 소리를 외쳤다. 이곳저곳에서 슬픈 메아리만 들려왔고, 수평선 너머 어딘가에 솟아있는 죽은 거목들의 모습이 보일 뿐이었다.

배에서 내려 도시에 도착한 니코의 눈앞에 난생처음 보는 낯선 세계가 펼쳐졌다. 마음속에 알 수 없는 감정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누구라도, 아무리 우비캣이라도 이런 상황에 처한다면 두려운 마음이 들겠지만, 니코는 예외였다. 온갖 개성 넘치는 존재들과 각양각색의 생각과 모습을 가진 이들이 북적거리는 새로운 세계였다. 수많은 이들의 이야기와 발자취가 남겨진 이곳은 니코의 혼을 쏙 빼놓기 충분했다.

니코가 발길을 옮기려고 하자 크레테라는 바스타야인 선원이 그녀를 발견하고 말을 걸어왔다. 그는 니코가 어느 부족 출신인지 물었지만, 니코는 그의 말을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 니코는 호의적인 마음을 전달하고자 자신의 쇼마를 통해 그의 얼굴과 표정을 그대로 베껴 감정을 표현했다. 하지만 크레테는 전혀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의 어두운 마음이 그녀를 에워싸자 니코는 자신의 모습을 수차례 바꿔가며 군중 속으로 달아났다.

하렐 항만 너머 열대 우림이 무성한 숲에 도착한 니코는 그녀가 겪은 일에 대해 곰곰이 생각했다. 어떻게 언어라는 하나의 방식으로만 소통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아주 답답한 방식이니까.

잠시 마음을 가라앉히고자 니코는 나무 사이에서 봤던 날렵한 정글 살쾡이로 모습을 바꿔 무리와 함께 어울렸다. 니코는 재빠르고 날랜 몸이 마음에 들었고, 살쾡이의 빛나고 매서운 눈은 니코에게 고향을 떠올리게 해줬다. 그런데 갑자기 살쾡이 무리의 우두머리가 우아하고 강인한 검은 머리의 여성의 모습으로 변신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잠시 긴장된 정적이 흐른 후 그 여자는 자신의 이름이 니달리라고 밝히고는 마지못한 듯 니코를 무리의 일원으로 받아주었다.

니코는 우비캣 부족의 일을 다른 이에게 알리는 것을 주저했다. 하지만 그녀는 니달리에게 깊은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야수의 모습을 한 이 사냥꾼과 바스타야 사이에 어떤 연결고리가 있을 것이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이 둘의 우정은 시간이 갈수록 두터워지게 됐고, 이들은 수개월 동안 함께 야생을 떠돌아다녔다.

하지만 과거에 보았던 도시와 마을은 니코의 마음에서 쉽게 잊히지 않았다. 어느 날 니코의 꿈에 선조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니코에게 죽은 나무들의 생기 없는 나뭇가지를 수차례 보여주었다. 나무들이 다시 생명을 얻어 꽃피우길 원하는 것 같았다. 니코는 확신했다. 그녀는 니달리에게 함께 새로운 여정을 떠나자고 말했지만, 결국 니달리를 설득할 수는 없었다.

서운한 마음이 들긴 했지만 니코의 뜻은 변치 않았다. 그녀는 홀로 길을 나섰다.

우비캣 부족과 함께 지내던 나날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니코에게는 멋진 꿈이 있다. 마음이 맞는 이들을 모아 거대한 부족을 만드는 것이다. 바스타야, 요들, 인간 등 종족은 아무래도 좋다. 니코가 있는 한, 그 누구든지 니코와 함께 할 수 있다. 그녀는 뜻이 같은 이들을 찾아 친구가 되어주고 이들의 쇼마를 지켜줄 것을 굳게 맹세했다.

니코를 아는 자는 그녀를 사랑하게 될 것이고, 그녀를 사랑하는 자는 그녀가 '될' 것이다.

3. 칼두가 전초 기지의 괴물

파일:칼두가 전초 기지의 괴물.jpg

니코는 인간의 모습에 익숙했다. 인간은 양말을 신는 등 특이한 면이 있기는 했지만, 니코는 인간을 그렇게까지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칼두가 전초 기지의 사건을 겪기 전까지는.

그 흉측한 기지는 '녹서스인'이라고 불리는 인간 부족이 정글 외곽 지대 근처에 있는 절벽을 깎아 만든 것이었다. 짜증스럽지만 익숙하다는 듯 일과를 수행하는 모습을 통해 그들이 한동안 이 전초 기지에서 상주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니코는 궁금했다. 저들은 우호적인 인간일까? 치즈 빵을 즐겨 먹을까? 다른 그 무엇보다도 이 두 가지가 가장 궁금했던 니코는 직접 그 답을 확인하기로 했다.

니코는 밤을 틈타 그림자 속을 살금살금 드나들며 기지 입구까지 도달했다. 경비병은 한 명뿐이었다. 이 정도는 식은 죽 먹기였다. 니코는 변신을 좋아했으니까! 다른 존재의 모습을 취한다는 건 그 대상의 감정과 최근의 기억들이 복잡하게 얽힌 '쇼마'를 공유하는 것을 의미했다.

니코는 자신의 쇼마를 멀리 뻗어 경비병의 기운을 더듬었다. 니코의 정신이 경비병의 정신에 닿자 마음속에 이름 하나가 떠올랐다. 이와이. 사막 너머에서 온 자였다. 그다음에는 맛을 지닌 색깔이 떠올랐다. 돌아갈 수 없는 고향에 대한 씁쓸한 주황색이 이와이의 마음을 물들였고, 주둔지에 대한 원성은 짭짤한 푸른색으로 느껴졌다. '전략적 가치가 없는 후미진 전초 기지지만, 사령관님에게 말해 봤자 바뀌는 건 없겠지.' 이렇게 생각하는 이와이라는 인간은 짙은 피부와 아름다운 타원형 눈을 지니고 있었다. 그녀는 강했지만, 일반 병사라는 이유로 대부분의 이들에게 무시당했다. 흥미를 느낀 니코는 본래의 카멜레온 같은 외모에서 이와이의 모습으로 탈피했다.

니코의 몸이 변하며 피부가 소용돌이쳤다.변신하는 동안 니코는 간지러웠지만, 이와이는 어지러움을 느꼈다. 완벽히 정체를 숨긴 니코는 이와이가 혼미한 사이에 슬쩍 입구를 통과해 조용한 전초 기지의 통로로 들어갔다.

"이와이!"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네 자리로 돌아가!" 흉갑 아래로 뱃살이 튀어나온 뚱뚱한 남자는 화들짝 놀란 것처럼 보였다. 그의 팔에는 구운 타파 뿌리 몇 개와 노릇노릇한 빵 두 덩이가 안겨 있었다.

"소리가 들렸습니다." 니코는 최대한 이와이의 목소리를 흉내 냈다.

"망할 털꼬리들이겠지. 잡아서 털꼬리 파이를 해 먹어야겠군."

"털꼬리가 아닙니다!" 니코는 그 신기하고 재미있는 작은 생물을 먹고 싶지 않았다.

"그럼 침입자가 있다는 말인가?" 남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니코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다. 그래서 어깨를 으쓱하고 그렇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니코는 이 동작이 곤란한 상황을 초래할 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야인들이군. 정찰대일 수도 있겠어. 여기서 뭐 하는 거야? 경보를 울려!"

"그게… 어디에 있죠?"

"정신 나갔나, 이와이? 내가 하지. 이번 일이 끝나면 군의관한테 가 보라고."

뚱뚱한 남자는 간식을 주머니에 쑤셔 넣으며 황급히 자리를 떴다. 니코는 그가 사라지기 전에 자신의 정신을 그의 정신과 섞어 이와이의 모습에서 그의 모습으로 탈피했다. 이자의 이름은… '유버스'?

"유버스라니!" 유버스의 모습을 한 니코가 크게 외쳤다. 재미있는 이름이었다. 전쟁의 최전방에 있는 것을 싫어했던 유버스는 조용한 칼두가에 배치된 것이 기꺼웠다. 그의 힘은 제국의 힘에 상응했다. 그는 야인들이 공격해 온다는 생각에 고무 맛 나는 잿빛 노란색으로 물들어 두려워하고 있었다. 니코는 이 남자가 마음에 들었지만, 남성적인 쇼마의 느낌은 별로였다. 너무… 니코 자신과는 달랐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식품 저장실을 턴 후 다른 병사와 마주쳐 당황한 유버스의 감정을 니코가 느꼈다는 사실이었다. 음식이 근처에 있었다.

니코는 문으로 가득한 복도를 따라 내려갔다. 그 문 어딘가에 식품 저장실이 있었다. 그때 바깥 연병장에서 소동이 벌어졌다. 큰 고함이 들렸다. 니코는 가장 가까운 창문으로 달려가 밖을 내다봤다. 진짜 유버스가 진짜 이와이에게 소리치고 있었다. 이런.

부우우우웅! 부우우우우우웅! 아주 시끄럽게 울리는 경보 소리에 유버스의 모습을 한 니코가 움찔했다.

복도에 있는 문이 전부 쾅 하고 열렸다. 옷도 제대로 입지 못한 녹서스인 여럿이 잠을 깨기 위해 눈을 깜빡이며 뛰쳐나왔다. 니코는 그 인파를 피하지 못하고 휩쓸려 식품 저장실에서 멀어졌다. 유버스의 모습을 한 니코는 어느새 무장한 병사 수십 명과 함께 연병장으로 밀려 나와 있었다.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습니다!" 이와이는 짜증스럽고 반항적인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전 밤새도록 보초를 서고 있었다고요!"

"아까 병영에 있었잖아." 두 병사를 옆에 대동한 유버스가 이와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근무지 이탈이다. 이 자식을 가둬."

그때 일이 터졌다. 유버스가 유버스의 모습을 한 니코를 본 것이다.

유버스와 다른 병사들이 밤이 늦어 헛것을 본 것인지 아닌지 파악하기도 전에 니코는 또 다른 사람이 되어 유유히 사라졌다.

이번에는 세다라는 이름의 전사였다. 그녀는 잔인하기 짝이 없는 살인 병기였다! 매콤한 분홍빛이 느껴졌다! 세다는 신발을 신는 것마저 깜빡했을 정도로 재빨리 연병장에 뛰어나왔다. 하지만 니코처럼 맨발을 좋아하는 세다는 개의치 않았다. 맨발은 세다에게 태양이 이글거리는 고향을 떠올리게 했다. 활기차고 조용한 그곳을…

니코가 세다의 모습에 만족한 바로 그 순간, 진짜 세다가 달려들었다.

두 명의 세다가 혼란에 빠진 병사들 사이에서 서로 싸우고 잡아당기며 씨름했다. 소동이 가라앉자 한 명의 세다만이 남아 있었다. 물론 그건 진짜 세다였지만, 유버스는 세다를 사슬로 묶으라고 지시했다. 세다가 유버스도 두 명이었다는 사실을 지적하자 유버스 역시 사슬에 묶였다. 그다음은 이와이였다.

한동안 이런 상황이 계속됐다. 사슬이 채워지고 풀리고를 반복했다. 아무도 누가 누구인지, 누가 누가 아닌지, 사실 다른 사람인데 아니라고 거짓말하고 있는 것이 누구인지 확신하지 못했다. 심지어 전초 기지의 사령관조차 이 소동의 원인을 파악하지 못한 것 같았다. 게다가 니코는 한 번도 사령관의 모습으로 변하지 않았다! 병사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되자 의심은 더욱 커졌다. 사령관이 은밀히 어떤 괴물을 숨기고 있던 게 아닐까?

니코는 모두의 모습으로 변하면서 사령관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사령관은 너무 비밀스럽고 우유부단했다. 그는 중요한 전투에서 패배하는 바람에 이와이가 말하는 소위 '전략적 가치가 없는 후미진 전초 기지'로 좌천되었다. 모두가 사령관에게 달려들었고, 사령관은 첫 번째 희생양이 되었다.

그때부터 상황은 더욱 난장판이 되었다. 병사들을 소리 지르고 싸우며 서로를 비난했다. 어떤 병사들은 영혼을 먹는 악마가 모두를 홀린 것이라 믿었다. 한 고참 병사는 덩굴을 이용해 사람들을 텅 빈 껍데기로 만들어 버리는 정글의 끔찍한 괴식물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훈련 중 있었던 사소한 일에 관한 추궁과 비난 '배신자'라고 외치는 소리가 뒤섞인 가운데, 니코가 병사들을 진정시키려고 나섰다.

"만약에 괴물이 아니라면?" 톰시라는 이름의 요리사로 변한 니코가 말했다. "길을 잃어 살짝 겁먹은 착한 누군가가 그저 친구를 사귀고 치즈 빵을 먹고 싶은 게 아닐까? 응?"

그 순간 칼두가 전초 기지에 있는 모든 병사는 이 자가 그 괴물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검이 뽑히고 엄청난 소동이 벌어졌다. 동이 틀 무렵에는 단 네 명의 병사만이 살아남아 있었다. 그들은 푹 꺼진 눈으로 사령관의 시체와 서로를 바라보았다. 니코는 식품 저장실에서 숨어 그들을 지켜봤다.

"사령관님은 우리가 기지를 떠나지 않길 원했지." 세다가 말했다. 세다는 죽은 사령관 옆에 무릎을 꿇고 녹서스인의 방식으로 그의 명복을 빌었다. "우리는 추방되거나 사형당하고 말 거야."

잠시 흉흉하고 사나운 바람이 지나가듯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게 근처에는 타파 꽃이 만발해 있었다.

유버스가 몸을 똑바로 일으켰다. "사령부에 박쥐로 이렇게 전언을 보내는 거야. '야인들이 칼두가를 습격했다. 살아남지 못하겠지만 녹서스의 영광을 위해 죽겠다.' 그리고 기지를 떠나는 거지. 시체들은 그대로 두고. 세다, 너는 북쪽으로 가라. 거넥은 동쪽, 이와이는 서쪽. 나는 남쪽으로 간다. 길에서 서로를 마주친다면 한쪽이 죽을 때까지 싸우는 거야. 너희 중 하나가—"

이와이가 경계하는 눈으로 유버스를 쏘아보았다. "아니면 당신이..."

"변장한 괴물일 테니."

병사들은 한 시간 후에 떠났다. 그들은 서로의 정체를 의심한 채 버려진 기지나 서로를 돌아보지 않고 각자의 길을 갔다.

'인간은 참 이상한 생물이야.' 니코는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