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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8-23 00:03:22

단가행

1. 개요
1.1. 시 전문 및 해석
2. 상세3. 다른 매체에서

1. 개요

短歌行

조위의 태조 무황제 조조가 지은 한시로 《삼국지연의》 등에 수록된 데다 그 문학성도 뛰어나 널리 잘 알려진 편이다.

중국 고등학교 교과서에 등장하는 작품이다.

1.1. 시 전문 및 해석

對酒當歌, 人生幾何(대주당가 인생기하)
술을 들며 노래한다. 인생이 길어봐야 얼마나 되겠는가?
譬如朝露, 去日苦多(비여조로 거일고다)
비유하면 아침이슬 같으니, 지나간 날이 너무나도 많구나.
慨當以慷, 憂思難忘(개당이강 우사난망)
슬퍼하며 탄식해도, 근심 잊기 어렵구나.
何以解憂, 唯有杜康(하이해우 유유두강)
무엇으로 근심 풀까? 오직 술이 있을 뿐.[1]
靑靑子衿, 悠悠我心(청청자금 유유아심)
푸르른 그대의 옷깃, 내 마음에 펄럭인다.
但爲君故, 沈吟至今(단위군고 침음지금)
다만 그대로 인하여, 이제껏 조용히 노래를 읊조렸네.
呦呦鹿鳴, 食野之苹(유유녹명 식야지평)
우우하고 우는 사슴의 무리, 들에서 햇쑥을 뜯는다.
我有嘉賓, 鼓瑟吹笙(아유가빈 고슬취생)
내게도 좋은 손님 오셨으니, 금을 뜯고 피리도 불리.
明明如月, 何時可掇(명명여월 하시가철)
밝기는 달과 같은데, 어느 때나 그것을 딸 수 있으랴.
憂從中來, 不可斷絶(우종중래 불가단절)
마음 속에서 우러나는 근심, 끊어버릴 수 없구나.
越陌度阡, 枉用相存(월맥도천 왕용상존)
논둑과 밭둑을 넘어, 힘들여 인사하러 와 주었으니.
契闊談讌, 心念舊恩(계활담연 심념구은)
서로 깊이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속으로 옛 은혜를 생각하네.
月明星稀, 烏鵲南飛(월명성희 오작남비)
달은 밝고 별은 드문데, 까막까치는 남쪽으로 나네.
繞樹三匝, 何枝可依(요수삼잡 하지가의)
나무를 세 차례 빙빙 맴도나, 어느 가지에 의지할 수 있을꼬?
山不厭高, 海不厭深(산불염고 해불염심)
산은 높음을 꺼리지 않고, 바다는 깊음을 꺼리지 않는 법.
周公吐哺, 天下歸心(주공토포 천하귀심)
주공이 입에 물었던 것을 뱉으니,[2]吐哺), 머리를 감던 중 감던 머리조차 세 번 움켜쥐고(握髮, 악발) 빈객을 맞이하였다(무슨 뜻인고 하면, 식사하거나 머리를 감는 사이, 귀중한 손님이 오자 마무리를 위해 그 잠깐의 시간을 기다리게 하는 것조차 부덕의 소치라 여겨, 씹던 음식을 내뱉고 물이 뚝뚝 떨어지는 머리를 움켜쥔 채 곧장 손님들을 맞이했다는 것이다. 곧 위정자로서 우수한 인재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좋은 가르침이 있으면 망설이지 않고 듣기 바라며, 불철주야로 정치에 열의를 쏟는 것을 의미)는 고사에서 유래한 단어이다. 뒤의 악발과 합쳐서 토포악발(吐哺握髮)이라고도 한다.] 천하 사람들의 마음을 얻으리라!

2. 상세

맨 앞의 4글자를 따서 <대주당가>(對酒當歌)라고 하기도 한다.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은 아무래도 《삼국지연의》에도 등장한 영향이 큰데 적절한 각색으로 시가 인용되는 대목은 《삼국지연의》 안에서도 비교적 유명하다.

삼국지연의》에서는 조조가 적벽대전을 앞두고 연회 도중에 지은 것으로 등장하는데 [3]을 잡고 이 시를 읊자 모두가 그 아름다움과 포부에 감동하고 있었을 때 양주자사였던 유복만이 걱정스런 기색으로
月明星稀, 烏鵲南飛. 달 밝고 별을 드문데, 까막까치가 남쪽으로 날아간다.
繞樹三匝, 何枝可依. 나무를 서너 차례 빙빙 맴돈들, 어느 가지에 의지할 수 있을꼬?

이 부분이 전투를 앞둔 시기에서 너무 불길한 시구라며 지적한다. 이에 조조는 순식간에 화가 치밀어 홧김에 창으로 그를 찔러 죽여 버린다. 다만 그 직후 자기의 행동을 후회하며 유복을 3공(三公)의 예로 후하게 장사지내고 남은 가족들을 잘 보살피라는 명령을 내렸다.

물론 이는 《삼국지연의》에서 지어낸 허구로 유복은 적벽대전 직전에 병사했으며 둔전제의 시행으로 조위의 민정에 엄청난 공을 세운 인물이다.

《삼국지연의》의 에피소드와는 별개로 시의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비장감을 비롯한 온갖 감정이 복합적으로 드러나있으며 공간적인 배경의 묘사도 매우 아름답고 천하를 제패하고자 하는 사나이의 호연지기 또한 드러나 있어서 상당히 훌륭한 시로 손꼽힌다.

재미 중국인 교수 리둥팡은 적벽대전에 대해 얘기하면서 "시는 훌륭한데 전쟁 전날 짜라는 작전은 안짜고 시 쓰고 술이나 빨며 놀고 있었으니 이길 리가 있나"하면서 조조가 당시 너무 오만하고 방심했다는 증거라고 얘기했다. 물론 어디까지나 《삼국지연의》에 대한 이야기다.

북송시대의 문인인 소동파의 <적벽부>에서도 인용된다.

3. 다른 매체에서

이문열 평역 삼국지에서는 1권에서 젊은 날의 조조가 낙양성 북쪽 저택 후원에서 기녀들을 끼고 술을 마실 때 하후돈에게 지금 짓고 있는 시라고 하면서 이 시의 초반 네 구절을 읊어주는 것이 조조의 첫 등장 장면이다.[4] 조조는 왜 시를 마저 읊지 않냐고 묻는 하후돈의 질문에 아직 내 마음을 정하지 못했는데 나중에 마음 다 잡으면 완성해줄게 라고 대답하고, 이후 조조는 6권에서 적벽대전 전날 밤에 이 시를 완성하고 읊으면서 그 약속을 지킨다. 시를 듣는 모두가 감동하지만 하후돈은 그 시가 과거에 조조가 완성하지 못한 시임을 눈치채고 다른 사람보다 더욱 더 깊은 감동을 느낀다. 물론 이 이후에는 원판처럼 유복이 시구에 태클을 걸었다가 죽으며 이런 훈훈한 분위기가 깨진다(...)

84부작 삼국지에서는 유복 대신 사욱이라는 허구의 악공이 등장하여 유복의 역할을 대신하다 사망했다. 이런 구성은 삼국지연의에서 유복이 나오는 장면이 이것 뿐이기도 하고 고인드립에 가까운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적벽대전이 조조에겐 불길한 일이라는 것을 예고하는 장치인걸로 추정된다. 84부작 삼국지에서는 단가행 원시에 곡을 붙였고 조조와 함께 주위에 창을 쥔 병사들도 함께 춤을 춰서 경극의 한 장면처럼 연출했으며 조조가 술에 취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조조 역의 배우 포국안이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며 춤을 추는 것을 볼 수 있다. 연의 원전에서 조조가 창을 비껴쥔 채 단가행를 읊었다는 묘사를 그대로 나타낸 작품이다.


신삼국의 단가행. 사실 시 자체는 영웅적 포부를 드러내는 부분이 있긴 해도 전체적으로 보면 상당히 서정적인데 극중에서 읽는 타이밍이 적벽대전 직전이라 쓸데없이 살벌하고 권위적인 분위기가 되어버렸다. 악당 등장 BGM이 압권. 작품 후반부에 사마의가 호로곡에서 제갈량의 화공에 당해 자결을 하려고 하기 전에 사세구마냥 단가행의 앞부분인 '對酒當歌, 人生幾何'를 읆지만, 비가 와서 살아남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극장 개봉한 적벽대전에선 조조 역을 맡은 배우 장풍의[5]가 폭풍간지를 내뿜으며 읊는다.('월맥도천~심념구은' 한 구는 빼먹고, 마지막 '海'를 '水'로 읊음) 한시는 성조까지 구현된 것으로 들어야 운율도 음미할 수 있는데, 이 영상에서 그것이 잘 드러난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 天下를 외치고 술잔을 바닥에 던진후 힘찬 어조로 歸心이라 마무리하는 장면이 압권. 그런데 시의 내용과 분위기 등을 고려하면 이 시를 연설문처럼 처리하는 것은 좀 무리수이다. 이 작품에선 단가행으로 인해 유복이 죽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대군사 사마의에서는 위왕 등극 후 연회에서 죽은 옛 동료들을 추모하고 창무를 춘 뒤 노래를 한다. 신료, 병사들이 합창을 하고 노래가 끝나자 조조가 쓰러진다. 明明如月, 何時可掇(명명여월 하시가철) 부분부터 시작된다.

창천항로에서는 27권 초반 동작대 낙성식에서 조조가 읊는 장면이 묘사된다.


[1] 본문에서 '술'을 직접 표현하지 않고 '두강'이란 단어를 사용했는데, 두강은 동주시대에 살았던 술 빚는 명인으로, 이후 잘 빚어진 술을 '두강주'라고 부르게 되었다.[2] '토포'란 주나라 개국 초기, 섭정 주공단이 천하의 인재가 자신을 찾아왔다는 소식을 듣자 식사 중에 입에 넣었던 밥을 세 번 뱉고[3] 정확히는 '삭'(槊)이라는 고대 중국에서 쓰이던 창이다.[4] 이문열 삼국지는 조조를 호의적으로 서술하는 경향이 있는데 조조의 대표적인 시인 단가행을 조조의 첫 등장 장면에 넣어서 조조의 캐릭터성을 부각하기 위해 이런 장면이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5] 대청풍운에서 아이신기오로 도르곤역을 맡은 배우이며 그 외 1993년 영화 패왕별희의 주연으로도 알려져 있다. 훗날 무미랑전기에서는 당태종도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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