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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5-03-20 21:29:38

마리 로제의 비밀

1. 개요2. 상세3. 진짜 실상

1. 개요

에드거 앨런 포오귀스트 뒤팽 3부작 중 2번째 작품. 제목은 번역에 따라 '마리 로제 미스터리'나 '마리 로제 살인 사건'이라고 쓰는 판본도 있다.

2. 상세

실제 있었던 뉴저지 주담배 가게 종업원 메리 로저스(Mary Rogers)의 살인 사건을 바탕으로 쓰인 소설이다.[1] 배경을 프랑스 파리로 완전히 로컬라이징했지만[2] 마리 로제는 메리 로저스를 프랑스식으로 바꾼 이름이며, 사건의 내용도 실제 사건과 유사하다.

마리 로제의 시신 묘사를 보면 입에는 거품[3]이 없고 세포 조직도 변색되지 않은 대신 얼굴 전체에서 시커먼 피가 흘러내리고 있으며 목 주변에는 타박상과 손가락 자국이 있었으며, 팔은 가슴 위에 올려져 있었는데, 오른손은 주먹을 꽉 쥐고 있었고 손목(+등, 어깨)에는 피부가 쓸린 듯 벗겨져 있었으며, 왼손은 주먹 쥔 힘이 살짝 빠져 있었고 손목에 줄로 두 번 이상 휘감은 흔적[4]이 보이며 원피스는 찢어져 허리를 세 번 감아 묶여있었고[5], 목은 레이스 천과 찢긴 속치마[6], 여성용 모자끈[7]으로 3중 결박되어 있다고 묘사되며 종합적으로 볼 때 레이스 천으로 교살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된다.

이후 (마리의 자택에서 센 강까지 가는 길목에 위치한) 한 숲에서 양산, 찢어진 옷가지 등 마리의 유품들이 발견되었고 여기서 양산을 휘두르며 필사적으로 저항한 흔적이 발견되면서 타살이 사실상 확정되게 된다.

소설에서 뒤팽이 범인을 찾아내는 과정 자체는 제대로 묘사되지 않으며 대부분의 지면을 사건에 대한 언론의 억측[8] 을 지적하고 비판하는데 할애했다. 즉, 완벽에 가까운 안락의자 탐정 노릇을 한 셈이다.

이 소설이 대중에게 상당히 신빙성있게 받아들여졌는지, '메리 로저스 사건의 범인은 사실 포였다'라는 소문까지 돌았다고 한다.

3. 진짜 실상

사실 이 작품은 약간 구린 면이 있는 소설이다. 에드거 앨런 포는 당시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였던 로저스의 고용주 앤더슨으로부터 "사례금 5천 달러를 줄테니, 나에 대한 의심을 교란시키도록 이야기를 써달라"는 제안을 받고 이 소설을 썼기 때문이다. 이에 응한 포는 작중 앤더슨에 해당되는 인물[9]의 혐의는 금방 풀려나는 것으로 설정하고 결말도 막연히 뒤팽이 사건의 범인을 알아냈다는 정도만 언급된 채로 쌩뚱맞게 끝난다. 다만, 당시 포의 집안 사정이 어려웠기에 그로서는 거절하기 힘든 제안이었을 것이다. 전해인 1841년 발표한《모르그 가의 살인 사건》이 대성공을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출판사로부터는 고작 56달러의 원고료만 받았던 것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사실 포의 여론주작 의뢰인이었던 앤더슨이 실제 범인이었을 가능성은 낮은 편인데, 이 소설에서도 비슷하게 묘사되지만 실제로 로저스를 살해한 것으로 추정되는 범인은 그녀의 약혼자였던 다니엘 페인[10]이나 갱단으로 추정되기 때문. 다니엘 페인의 경우 자신이 로저스를 죽였다는 유서를 지닌 채 음독 시신으로 발견되었는데, 당대에도 아무도 그가 범인이라거나 자살이라는 걸 믿지 않았으며, 대부분 갱단에 의한 타살+유서 조작으로 보았다.

결말이 무슨 고구마 1000개 먹은 듯한 스토리라 뒤팽 3부작 중에선 평가도 인지도도 가장 낮은 작품이지만 기승전에 한정해선 상당히 잘 쓰여진 작품이다. 경찰의 초동수사 실패, 금방 잡힐 것 같았으나 영영 놓치게 된 범인, 언론들의 섣부른 렉카짓, 상당히 수준 높은 과학수사[11]에 이르기까지 현대 추리소설의 클리셰를 정립한 소설임은 물론이고 오늘날의 여러 살인사건들도 똑같은 패턴으로 미제사건화되는 일이 잦다는 것을 생각하면 포의 놀라운 통찰력을 엿볼 수 있다.


[1] 작중에선 가 대놓고 마리 로제를 두고 미국의 살인사건 피해자인 담배 가게 종업원과 이름이 같다고 언급하는 등 어떻게 해서든 해당 사건을 연상하도록 세뇌시키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2] 예를 들어 메리 로저스가 발견된 허드슨 강센 강으로 변경되었다.[3] 사람이 익사하게 되면 물이 기관지 점막을 자극하기 때문에 코와 입에 백색 거품이 생기는 특징이 있다. 작중에선 마리 로제의 시신의 입에 거품이 없다는 것을 바탕으로 사인이 익사가 아니라고 추리한다.[4] 어부들이 시신을 인양할 때 밧줄을 사용하기는 했지만 이 상처와는 별개라고 언급된다.[5] 작중에서 뒤팽은 이를 두고 범인들이 마리의 시신을 운반하기 위한 손잡이였을 것으로 추정했다.[6] 정확히는 이 속치마 조각의 경우 후두부에서 아래턱까지 넓게 감겨 있었다. 뒤팽은 이를 두고 마리가 비명을 지르지 못하게 하기 위한 수단이라며, 굳이 속치마를 찢어서 묶어야 할 정도였다면 범인은 손수건을 휴대하지 않는 사람일 것이라 추리했다.[7] 이 모자끈 매듭의 경우 선원들이 자주 사용하는 매듭 방식으로 언급된다.[8] 이 중에선 유가족이 지나치게 침착하고 시신을 보러 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수상하다고 의심하는 신문도 있었다. 이런 억측은 대단히 위험한데, 진짜로 유가족이 침착한 태도를 보였다는 이유만으로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던 케이스도 있다.[9] 작중에선 블랑이라는 이름으로 등장.[10] 작중에선 성 유스타슈라는 이름으로 등장.[11] 작가의 전작인 모르그 가의 살인사건에선 일단 최초의 탐정소설이란 한계가 있긴 하지만 사실상 개어거지로 끼워 맞추는 것에 불과한 단서 기반 추리를 보여주고 속편인 도둑맞은 편지에선 단서고 자시고 그냥 프로파일링만으로 해결하는 데 반해 마리 로제의 비밀에선 포가 알고 있는 법의학적 지식을 총동원하는 장관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