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움직이는 이집트 상의 미스터리(Mystery of moving Egyptian statue)는 영국 맨체스터 대학교 소유의 맨체스터 박물관(Manchester Museum)에 소장, 전시 중인 고대 이집트의 오시리스 신상이 대낮에 저 혼자 움직여서 화제가 된 미스터리 사건이다. NDTV 및 허핑턴 포스트 등에서 이를 보도하면서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다.2. 전개
해당 석상은 '네브-세누(Neb-Senu)'라고 불리는 조각상으로, 기원전 1800년 경에 제작되었으며 약 10인치(25 cm)의 검은 사문암(serpentine)으로 이루어져 있다. 해설에 따르면 고대 이집트에서 이러한 신상은 죽은 사람의 영혼을 위한 대체물(alternative home)로 사용되었으며, 특히 시신이 파괴되거나 훼손되었을 때 영혼이 대신 깃들 수 있다고 믿었다고 한다.발굴된 후 이 유물은 근 80년 간 맨체스터 박물관에 소장되어 관람객들에게 전시되었는데, 혼자서 움직이는 것이 보고된 것은 2013년에 들어서였다. 박물관 큐레이터인 캠벨 프라이스(Campbell Price)가 처음 상부에 현상을 보고했는데, 그 내용인즉 아무도 손대지 않았음이 확실한 석상이 저 혼자 움직이는 듯하단 것이었다. 처음에 큐레이터는 이 신상이 전혀 엉뚱한 곳을 바라보는 광경을 보고 혀를 끌끌 차며 원래대로 돌려놓았다. 그런데 다음 날, 그리고 또 다음 날 매번 출근할 때마다 신상은 엉뚱하게도 그저 먼 산만 바라볼 뿐이었다. 마침내 문제의 석상이 완전히 180도로 등을 돌린 모습을 보고는 놀라서 펄쩍 뛸 지경이 되었다.
이집트 유물이라는 이유로 세간에는 '파라오 미라의 저주'라느니 '오시리스 신이 진노하셨다.'느니 하는 흉흉한 소문이 돌았다. 아닌 게 아니라 원체 서구권에는 이집트 유적 발굴과 관련하여 이런저런 괴담들이 많기 때문에, 사람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3. 특이점
박물관 측에서는 폐쇄회로 카메라를 가져다가 며칠 동안 녹화된 내용을 고속으로 돌려 보았다. 그러자 몇 가지 특이한 점이 발견되었다.문제의 CCTV 영상. 갑작스레 놀래키는 것은 없으나 심약자 주의. |
영상에는 대중매체나 조작된 공포 영상(hoax)에서 흔히 발견되는 클리셰와 몇 가지 차이점이 있었는데, 과학자들은 이러한 특징에 주목하였다.
- 일반적으로 이런 류의 이야기의 주된 특징은 '낮에는 평범하지만 밤에 움직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신상은 정확히 반대다. 밤에는 전혀 움직이지 않다가, 낮이 되어야만 저 혼자 움직인다. 즉 낮에만 있는 어떤 요소가 신상을 움직이는 원인이 된다.
- 신상의 움직임은 정확히 말하자면 '회전'한다. 놓은 위치는 그대로인데 그 자리에서 천천히 빙그르르 돌면서 바라보는 방향만 바뀐다.
- 신상은 반시계 방향으로만, 일정한 속도로 회전한다. 신상을 돌리는 힘이 전반적으로 일정하다는 뜻이다.
- 마지막으로 회전의 속도가 극히 느리다. 대낮에 움직이는 것이므로 사람들이 알아볼 법도 하지만, 워낙에 느리고 미세하게 움직이는 것이라서 잠깐 그 자리를 들렀다 갈 뿐인 관람객들은 이상한 점을 눈치채기 어렵다. 아날로그 시계의 시침이 한 바퀴를 도는 시간에 이 신상은 기껏해야 반의 반 바퀴밖에 돌지 못하니, 눈으로 그 움직임을 관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4. 과학적인 추측
초자연적인 요소가 개입하지 않았다는 전제 아래 현실적으로 생각한다면, 당연히 '자연현상'이거나 '인간활동'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현상이 사람의 장난으로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바로 옆에 24시간 돌아가는 CCTV 카메라가 있고 석상 밑에 회전장치가 있는 것도 아니며, 수상한 사람이 맘대로 움직일 만한 공간도 아니기 때문. 만약 인위적으로 사람이 조작하려 든다면 불규칙한 패턴으로 '초자연현상'틱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나, 이 석상은 지극히 규칙적인 패턴으로 일정하게 미세하게 회전할 뿐이니 자연현상에 가깝고 석상 괴담과는 거리가 있다. 그렇다면 자연 현상으로 벌어진 일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는데, 과연 어떤 힘이 작용했는지가 관건이다.곧 물리학자들은 이 신상에 얽힌 미스터리가 생각보다 간단한 문제임을 알았다. 《데일리 메일》 지에서 물리학자 브라이언 콕스는 가장 가능성 높은 추론으로서 차별적 마찰력(differential friction)을 들었다. 그의 추론에 따르면, 신상 회전은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해당 신상은 사문암으로 만들어졌고 유리 전시대 위에 올려져 있다. 그렇다면 신상이 놓인 전시대, 즉 두 물질의 접촉면에서 차별적 마찰력이 작용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낮 시간 동안 많은 방문객들이 오가면서 건물과 신상에 아주 미세한 진동을 주고, 건물 밖 도로에서도 트럭과 같은 차량들이 지나갈 때마다 전시대를 미약하게나마 흔들리게 한다. 이 마찰력이 신상의 바닥면 각 부위마다 조금씩 다르게 작용하여 신상 전체를 천천히 돌아가게 만든다. 신상이 유독 낮에만 움직이는지, 그리고 그 속도가 왜 그리 느린지를 이로써 설명할 수 있다. |
이는 분명 설득력 있는 추론이지만, 박물관의 큐레이터 캠벨 프라이스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의문이 있다고 반론했다. 그에 따르면 두 가지 설명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신상은 지난 80년간 똑같은 유리 전시대 위에 놓여 있었는데, 유독 2013년 이후부터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 차별적 마찰력이 작용한다면 80년 동안 똑같은 전시대 위에 있을 때 원래 위치에서 점차 조금씩 어긋날 수도 있을 텐데, 자기 자리를 지키면서 회전하는 건 이상하다는 것이다.
다만 며칠 간 촬영한 영상을 살펴보면 한 번 뒤를 돌아본 석상이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오는 영상이나 사진은 찾을 수 없다. 영상을 잘 살펴보면, 석상은 뒤를 돌아볼 때까지는 일정한 속도로 회전이다가 어느 위치에 이르러서는 멈춘다. 이 점은 상기 물리학자가 설명한 차별적 마찰력이 작용한다는 증거로 볼 수 있는데, 어느 지점에 이르면 외부에서 전해지는 진동과 석상의 무게 중심이 균형을 이루고, 따라서 석상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2013년 이후부터 그러한 일이 있었다는 점 역시 해당 설명에 대한 반론이 될 수는 없는데, 2013년을 기점으로 박물관의 인테리어 및 주변부의 구성이 미세하게 바뀌어 해당 석상에 우연히 회전력을 발생시키는 진동이 전해지기 시작했다는 추정을 충분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문제는 실제 석상이 지속해서 360도 회전하는지, 석상을 다른 바닥에 놔 두어도 같은 일이 발생하는지,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괴물' 석상을 같은 바닥에 놔 두어도 같은 일이 발생하는지만 조사하면 그 원리가 간단히 알려질 이야기지만, 2010년대 이후 더 이상 추가적인 취재나 기사가 나오지 않는 것을 보면 해프닝으로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 애초 밤에 돌아다닌다는 괴담이 많았던 '신상'이었기에 더 관심을 받고 미스테리처럼 여겨졌던 것이지, 만약 스파이더맨이나 슈퍼맨 동상이 미세하게 움직였다면 처음부터 해프닝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비슷한 사례를 들자면, 강변 테크노마트 건물 진동 사고 때는 전문가들이 정밀하게 진단을 했어도 건물에서 아무런 이상을 발견할 수 없어 미스테리였고 역시나 일부에선 괴담이 나돌기도 했다. 또 과학적으로는 온갖 가설이 나왔었는데, 공진현상에 대해 공개시연까지 해가면서 상황을 재현하여 미스테리가 풀렸다. 다만 이 경우는 단순한 미스테리가 아니고, 국민들의 안전이 달려있던 거라 정부가 달려들어 철저하게 조사를 했고, 테크노마트 역시 적극 협조했기에 밝혀진 것이다. 하지만 영국 학회에서는 한가하게 저런 미스테리 연구하는 데 돈과 시간을 쏟을 여력은 없고, 박물관도 마찬가지의 이유로 인해 그냥 미스테리로 남기는 게 관람객 유치에 더 낫기도 하여(광고비 없이 위키에도 홍보) 실체를 밝히는 데 적극 협력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결국 어른들의 사정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로 앞으로도 완벽히 밝혀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