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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4-09-24 21:16:34

멀리 돌아가는 히나

고전부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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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부 시리즈
쿠드랴프카의 차례 멀리 돌아가는 히나 두 사람의 거리 추정
멀리 돌아가는 히나
遠まわりする雛
Little birds can remem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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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추리
작가 요네자와 호노부
번역가 권영주
출판사 파일:일본 국기.svg 카도카와 쇼텐
파일:대한민국 국기.svg 엘릭시르
발매일 파일:대한민국 국기.svg 2014. 09. 19.

1. 개요2. 수록 단편
2.1. 해야 할 일은 간략하게2.2. 대죄를 짓다2.3. 정체 알고 보니2.4. 기억이 있는 자는 2.5. 새해 문 많이 열려라2.6. 수제 초콜릿 사건2.7. 멀리 돌아가는 히나
3.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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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요네자와 호노부고전부 시리즈 제4권. 전작들과 달리 문예지에 연재한 단편 6개와 새로 쓴 단편 1개를 모아 엮은 옴니버스 형식의 단편집이다. 1학기에서 봄 방학까지의 이야기를 시간 순서대로 담고 있다. 영어 부제는 "Little birds can remember".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 '코끼리는 기억한다' (Elephant can remember)에서 왔다.

2. 수록 단편

이 문서에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문서가 설명하는 작품이나 인물 등에 대한 줄거리, 결말, 반전 요소 등을 직·간접적으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 단편 제목은 문학동네(엘릭시르) 정식 발매본으로 표기.

2.1. 해야 할 일은 간략하게

야성시대 45호 수록. 애니메이션 1화 B파트에 해당.

에루와 만난 지 얼마 안 된 호타로의 이야기. 에루가 싫은 것은 아니지만 그녀의 끝없는 호기심은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은 하지 않는다'는 신조를 가진 호타로를 당황케 하고 있었다. 호타로는 방과 후 에루가 귀찮은 일[1]을 끌고 올 것을 예감하고, 사토시와 함께 '무당거미회(ジョロウグモの会)'라는 가상의 학교 괴담을 지어낸 뒤 에루가 찾아오자 그녀의 관심사를 그쪽으로 돌린다. 사토시가 이런 이상한 행동을 한 이유를 묻자, 호타로는 "그저 부활동 게시판이 피아노실보다 가까우니까 그랬을 뿐"이라고 얼버무린다. 사토시는 호타로가 에루가 있는 상황에 전혀 적응하지 못해 그답지 않은 행동을 하는 것을 지적하며[2], 호타로가 이런 상황을 '보류'하고 있을 뿐이라고 표현하며 암묵적으로 에루에게 빚을 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한다.[3]

2.2. 대죄를 짓다

야성시대 41호 수록. 애니메이션 6화에 해당.
에루가 수학 교사인 오미치의 잘못에 대해 수학 시간에 화를 냈던 에피소드다. 오미치가 에루가 속한 A반의 수학 진도를 잘못 알았던 것이 원인인데 이는 교과서에 진도를 메모해 둘 때 알파벳을 소문자로(α) 적어놨다가 d와 헷갈려서 일어난 일이다. 마야카, 사토시, 호타로가 화내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와 일곱 가지 대죄에 대한 이야기가 곁가지로 나온다.

소설에서는 시점이 1학기 6월이라고만 나온다. 그래서인지 이 사건의 시기가 애니메이션과 만화에서 다르다. 애니메이션에서는 중간고사 이후 빙과 사건 해결 이후에, 만화에서는 중간고사 이후인 것은 같지만 토가이토에게서 빙과 문집을 찾기 이전에 나온다. 소설에서는 빙과 사건의 해결이 중간고사 이후가 아니라 여름 방학이었기 때문에, 이 사건의 시기는 빙과 사건 도중이 된다.

토가이토에게서 문집을 받는 시기도 소설에선 7월 즈음이기 때문에, 만화가 소설을 제대로 반영한 경우이고 애니메이션에서는 빙과 사건의 해결이 상당히 앞당겨졌기 때문에 일어난 차이이다.

2.3. 정체 알고 보니

The Sneaker 2002년 4월호 수록. 연재 당시 제목은 '그림자는 독백한다(影法師は独白する)'. 애니메이션 7화에 해당.

고전부원들이 같이 자이젠 촌으로 온천 합숙을 가는 장면을 다루고 있다. 온천이 있는 민박 세이잔소는 마야카의 친척이 운영하는 곳이며 사촌 동생들인 젠나 리에와 젠나 카요가 일을 돕고 있다. 저녁을 먹은 이후 간 온천에서 호타로가 쓰러지게 되고[4] 몸을 안정시키기 위해 혼자 방에 있을 때 목매단 사람과 관련된 민박 괴담을 듣게 된다. 이후 마야카와 에루가 목매단 그림자를 보게 되지만 호타로의 추리로 인해 진짜로 목매단 사람의 그림자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5] 소설에서는 에루와 호타로가 비탈길을 같이 걸으며 끝나지만[6] 애니메이션에서는 그 후 리에가 강을 건널 때 카요를 업어주는 장면으로, 만화에서는 리에가 카요에게 아이스크림을 나눠 주는 장면[7]으로 훈훈하게 끝을 맺는다.

마야카의 친척 자매 이야기, 호타로와 누나 이야기, 언니나 남동생을 가지고 싶어 하는 에루의 이야기 등 형제자매 사이의 관계가 주된 주제.

소설에서는 이 이야기에서 호타로와 사토시가 전국 시대 배경의 만화 이야기를 하며 '자루 안의 쥐' 에피소드에 대해 대화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걸 언급하는 이유는 같은 권의 다른 에피소드 '새해 문 많이 열려라' 참조.

여담으로 애니와 만화에서 리에와 카요의 나이가 원작 소설보다 두 살씩 어려졌다.[8] 작중 에루가 중학교 2학년까지 아침 체조를 다녔다는 말을 듣고 호타로가 놀라는 장면이 있는데, 그러면서 리에의 아침 체조 출석표를 본 것엔 별 반응이 없었기 때문인 듯하다.

2.4. 기억이 있는 자는[9]

야성시대 37호 수록. 애니메이션 19화에 해당.

카미야마 고등학교 입학 이래, 아니 태어나서 처음으로 진지하게 추리하는 오레키 호타로를 볼 수 있다. 여전히 호타로를 이끄는 역할은 지탄다 에루가 맡고 있다. 에루가 호타로의 추리 능력을 칭찬하고 호타로는 자신은 능력자가 아니라 운이 좋을뿐이라 주장하면서 각자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추리 게임을 하게 된 것.

에루는 뭘로 호타로를 시험할지 고민하다, 갑자기 교내 방송에서 "10월 31일, 역앞 교문당에서 물건을 산 것에 짐작이 가는 자는 시급히 교무실로 올 것"이란 방송이 울린다. 이에 에루는 방금 그 방송으로 하자며, 이 방송이 대체 무엇때문에 행해졌는지를 호타로에게 추론해달라고 한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학생 X는 위조 지폐 1만 엔을 교문당에서 물건을 구입하는데 썼으며, 위조지폐를 넘긴 죄책감에 교문당에 서면으로 자수한다. 교문당 주인은 이를 서면 자수서를 경찰에 넘기면서 가미야마 고교의 학생이 다녀갔다는 말을 했으며, 이를 통해 경찰이 고교로 온 것. 이를 본 교감 선생은 당황하여 이 방송을 내보냈고, 이것이 바로 에루와 호타로가 들은 방송. 호타로는 이 모든 걸 그저 에루를 설득시키는 게임이라고 생각했지만 추리과정에서 원래 목적을 잊고, 결정적으로 그 방송 하나 만으로 진실에 도달했다는 것을 다음날 신문을 보며 알게된다.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호타로는 이 정도의 능력이면 지금 당장 수사 기관에서 데려가 프로파일러로 써먹어도 손색없을 지경이다.[10] 결과적으로 호타로는 사건의 전말을 완벽하게 파악했으니 에루와의 내기에서는 진 셈이 되었다. 물론 결말부에서 보이듯 두 사람에겐 아무래도 좋은 것이 되었지만.[11]

이 에피소드부터 호타로가 추리에 좀 더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향이 나타난다.

2.5. 새해 문 많이 열려라[12]

야성시대 43호 수록. 애니메이션 20화에 해당.

새해를 맞아 아레쿠스 신사에 참배를 갔다가 단 둘이서 한겨울에 신사 창고에 갇히게 된 호타로와 에루의 이야기. 구조를 요청하려는 호타로에게 에루는 자신이 호타로와 단둘이 갇혀있던 것을 들킨다면 이상한 오해가 생길 수 있기에 큰 소리로 구조를 요청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고, 호타로는 이를 받아들여서 어른들에게 안 들키고 마야카나 사토시에게 갇혔다는 사실을 알릴 방법을 고민하게 된다.[13] 그 방법이 전국 시대의 '자루 안의 쥐'(독 안에 든 쥐) 일화를 이용하는 것이다. '정체 알고 보니' 에피소드에서 사토시와 그 일화에 대해 얘기했던 것과 그 일화가 사토시가 그날 본 드라마에도 나왔다는 걸 떠올린 호타로가 입구를 끈으로 묶은 주머니를 이용한다.[14]

호타로 본인이 화자인지라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사실 '멀리 돌아가는 히나' 이전에 호타로가 에루에게 반하는 장면이 나오는 첫 에피소드이기도 하다.[15] 그런데 에루도 기모노 입은 모습을 호타로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이유로 새해 참배를 제안한 것이라... 점차 가까워지기 시작하는 두 사람의 관계가 은은하게 잘 나타난 에피소드라고 할 수 있다.

지역 명가의 후계자로서의 에루의 모습이 제대로 나타난 첫 에피소드이기도 하며, 에루의 이러한 면모는 이 단편집의 마지막 에피소드인 '멀리 돌아가는 히나'를 포함해 고전부 시리즈의 후속 이야기에서도 지속적으로 다뤄지는 소재가 된다.

2.6. 수제 초콜릿 사건

야성시대 39호 수록. 애니메이션 21화에 해당.

작년 발렌타인 데이 때 사토시에게 초콜릿을 건넸다가 시판 제품을 녹여 만들었으므로 수제 초콜릿이라고 칭할 수 없으니 받지 않겠다며 거절당한 뒤 열을 받아 사토시 앞에서 초콜릿을 씹어 먹은 경험이 있는 마야카가 올해는 요리에 일가견이 있는 에루에게 도움을 요청해 사토시가 거절하지 못하도록 본격적인 수제 초콜릿을 만든다. 그리고 발렌타인 당일, 마야카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초콜릿을 사토시에게 직접 전해주지는 못하고 고전부 부실에 놓아둔다. 그런데 난데없이 이 초콜릿이 사라지는 일이 벌어지고 이로 인해 에루가 경솔하게 부실을 비운 자신의 책임이라며 하얗게 질려서 자책하는 바람에 호타로가 추리에 돌입하게 된다. 이윽고 호타로는 얼마 지나지 않아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채지만, 에루에게는 억지스러운 설명까지 해가며 진범을 숨기고, 반드시 발렌타인데이 당일 내에 마야카의 초콜릿을 사토시에게 전하겠다는 약속까지 하며 에루를 돌려보낸다.

호타로가 엉터리 추리와 함께 그답지 않은 약속까지 동원한 건 다름 아닌 범인이 사토시였기 때문이다. 에루가 찾아온 시점에서 호타로는 범인이 사토시였음을 진작 간파했지만, 그럼에도 사토시라면 분명 사정이 있었을 거라 믿었기에 일단 거짓말을 해서라도 에루를 먼저 돌려보냈던 것이다. 그렇게 늦어진 하교길, 호타로는 사토시에게 늘 들고 다니는 주머니를 달라고 요구한 뒤, 초콜릿을 확인하고 돌려주며 에루와의 약속을 지킨다. 그리고 왜 그런 짓을 했는지 사토시에게 해명을 요구하고, 사토시는 평소처럼 능글맞게 곤란하다는 듯 웃다가, 곧 진지한 태도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고전부 시리즈 본편 시점에서는 가볍고 유쾌한 태도를 견지하기에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중학생 시절의 사토시는 본래 무언가에 관심을 가지면 거기에 집착하고 몰두하는 성격이었다. 사토시의 이러한 면은 강박증에 가까울 지경이었고, 친구인 호타로조차 간혹 가다 사토시의 그러한 면모에 불쾌함을 느낄 정도였다. 그리고 사토시 역시 그런 자신의 성격에 스트레스를 크게 느끼게 되었고 어느 순간부터 집착하는 것을 그만두게 된다. 더 정확히는 집착하지 않는 데 집착하게 되었고, 이것이 본편 시점에서 독자들이 접했던 '데이터베이스는 결론을 내리지 못한다'로 요약되는 사토시의 신조가 되었다.
난 집착하지 않는 것에 집착하면서 편한 마음을 얻었어. 에너지 절약주의가 어느 정도까지 네게 지주가 돼 주는지 난 알 방법이 없어. 그렇지만 내 집착하지 않기는 꽤 핵심적인 문제거든. 만약 이게 없으면 난 또 그 한심한 집착쟁이로 돌아갈지도 몰라.
그렇게 만들어진 자신의 신조를 통해 사토시는 마음 편한 나날을 얻었고, 때문에 사토시는 호타로 이상으로 그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다. 그런데 그러던 중에 마야카를 만났고 사토시 역시 마야카에게 큰 호감을 갖게 된다. 하지만 동시에 마야카와 정식으로 사귀어 마야카에게 집착하게 된다면 지금 자신이 갖고 있는 행동 성향의 기준이 무너질 것이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이는 역설적으로 마야카를 소중히 하기에 생겨난 고민이었고, 갈팡질팡하던 사토시는 결국 답을 내리지 못한 채로 마야카의 마음을 미루게 된다. 이 단편집의 첫 에피소드인 '해야 할 일은 간략하게'에서 사토시가 호타로에게 했던 조언은 실은 본인의 경험담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래서 작년 발렌타인 때 마야카의 초콜릿에 트집을 잡아 거절한 뒤, 마야카와 긴 대화를 나눈 끝에 내년 발렌타인까지 마음에 결심을 내리고 그걸 수제 초코의 수취 여부로 대답하겠다는 약속을 했으나, 결국 올해 발렌타인까지 자신의 마음에 결론을 내리지 못한 사토시는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더, 마야카의 마음에 대한 답변을 보류하려고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이 미처 고려하지 못했던 변수가 있었는데, 마야카가 초콜릿을 만드는 것을 도왔던 에루가 전달 장면의 증인이 되려고 하는 것이었다. 이로 인해 단순히 받지 않는 것으로 끝났을 사토시의 보류가 초콜릿 도둑질이라는 무리수로까지 이어졌던 것. 결과적으로 이 모든 과정을 호타로에게 들키고 그에게 자신의 속내를 토로하게 된 사토시는 마침내 이 보류를 끝낼 때가 되었음을 깨닫는다.

결국 사토시는 결코 마야카를 거절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호타로에게 자신의 감정을 설명하며 그 점을 깨달은 사토시는 이제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자각하게 되고, 결국 이들이 2학년으로 학년이 올라간 초입의 이야기를 다루는 5권 두 사람의 거리 추정 시점에선 정식으로 연인 관계가 되어 있다. 참고로 5권에서 마야카가 사토시를 들볶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위에 언급된 초콜릿을 훔친 일 때문이다.

애니메이션에서는 마야카가 에루에게 '사토시가 초콜릿을 가져간 범인임을 알고 있었다'는 진실을 스스로 밝히고 같이 케이크를 먹으러 가는 등 훈훈하게 끝나지만 원작 소설에서는 그런 거 없다. 오히려 원작에서는 사토시와 마야카가 '초콜릿을 받는다면 보류가 끝난 것으로, 받지 않는다면 아직 보류 중인 것으로 하자'라는 무언의 공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나온다. 결국 호타로와 마야카 모두 사토시가 초콜릿을 가져갔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에루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셈이다. 호타로는 마야카가 에루의 도움을 받은 것 자체가 사토시가 자신의 초콜릿을 받아 줄 확률을 높이기 위한 방법이었을 수도 있다는 무서운 추론을 하기도 했다. 결국 소설에서는 호타로, 사토시, 마야카 모두가 에루에게 진실을 말해 주지 않은 상태로 찜찜하게 종료.[16] 만화판에서는 마야카와 에루가 만나서 이야기하는 장면만 보여주고 대사를 생략하는 방식으로 표현했다.

이에 대해 변명의 여지를 남긴다면 원작에서도 호타로가 마야카와 지탄다가 서로 여자들만의 이야기를 할 수도 있고, 그 이야기는 자신의 귀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원작에서 생략한 묘사를 애니에서 했을지도 모르는 부분. 특히나 원작 소설은 기본적으로 호타로의 시점에서 진행하는 1인칭[17]이기 때문에 호타로가 보지 못한 일을 쓸 수 없기에 저런 식으로 표현한 것일 수 있다. 또한 호타로는 사토시에게 마야카의 초콜릿을 훔친 이유를 추궁할 때, 말하지 않는다면 에루에게 진범이 사토시임을 폭로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사토시가 훔친 이유를 밝힌 이상 호타로가 에루에게 진실을 알려주면 이는 사토시에 대한 배신이 되므로 호타로로서는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를 전부 감안하더라도 코믹스/애니메이션과는 달리 원작 소설은 에루가 아무것도 모르고 끝났다는 쪽에 힘이 실리는데, 가장 큰 근거는 에피소드 막바지에 사건을 해결했다는 호타로의 연락을 들은 에루의 반응이다. 코믹스/애니메이션의 경우 에루가 차분하게 호타로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지만, 원작 소설의 경우 에루가 너무도 기뻐하며 연신 감사 인사를 하는 통에 호타로가 억지로 전화를 끊어야 했다고 서술되어 있다. 물론 원작 소설에서도 호타로가 에루 역시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보장은 없다고 독백하긴 하지만 에루의 성격을 감안하면 그랬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적어도 호타로와 통화하는 그 시점에서 에루는 아무것도 몰랐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애초에 호타로의 추리들도 진지하게 가능성을 따진다기보다는 불가피하다지만 에루를 속였다는 죄책감과 친구와의 약속 사이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자신의 상황에 대한 한탄, 넋두리를 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한편 발렌타인 데이에 대한 에피소드이다 보니 중간에 호타로가 연애에 대해 고찰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하는데,[18] 요약하면 자신의 신조인 에너지 절약주의로는 연애를 취급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이 내용은 바로 다음 에피소드인 멀리 돌아가는 히나에서 자신의 에너지 절약주의가 치명적으로 위협받고 있다는 호타로의 독백과 이어져 독자들이 호타로의 심정을 추측할 수 있게 한다.

사족으로, 애니메이션에서는 에루가 자신이 호타로에게 초콜릿을 주지 않은 이유[19]를 설명할 때 얼굴을 붉히며 말하지만, 원작에서는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고 되어 있다.[20] 덕분에 한 엑스트라가 에루의 말을 듣고 웃참을 하며 지나가는 바람에 호타로가 녀석의 엉덩이를 걷어차 주고 싶다고 독백하는 개그 씬이 나오기도 한다.

2.7. 멀리 돌아가는 히나

애니메이션 22화에 해당.

고전부 시리즈의 전환점이라 할 수 있는 중요 에피소드. 호타로와 에루 사이의 호감도는 충분히 올라가 있지만, 그와 별개로 에루와 관련해서 호타로가 앞으로 어떤 미래를 나아가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하는 발단이 된다.

에루에게 마을 축제 일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은 호타로는 히나 인형 역을 맡은 에루의 바로 뒤에서 우산을 들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예정에 없던 다리 공사로 인해 본래 정해져 있던 루트를 돌아가야 하는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모든 일정은 무사히 마무리되고, 호타로와 에루, 두 사람은 지탄다가 저택의 툇마루에서 만나 소소한 뒤풀이를 한다. 이후 해가 저물어 방으로 들어가려는 호타로를 에루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달라는 진지한 한마디로 붙잡으며 그녀의 이야기가 시작되고, 이를 통해 에루의 마음이 다소나마 호타로에게 전해진다.

명가의 딸인 에루는 싫든 좋든 가업을 이을 수밖에 없는 처지이나 호타로와의 만남으로 경영에는 적성이 맞지 않음을 깨닫게 되어 농작물 개량 쪽으로 가업을 잇고자 이과에 지원한다. 물론 에루는 자신이 살아갈 곳을 사랑하고 있다. 그렇지만 에루가 보기에도 자신이 앞으로 살아갈 지역은 매력적이지도, 앞날이 밝지도 않다. 하지만 ‘나의 지역을 좋아해 준다면’하는 바램을 가지고 호타로에게 보여준다. 즉, 직접적으로 호감을 밝힐 만큼 자신의 감정을 자각하지는 못했지만, 현재 관계의 진전을 무의식적으로 바라는 진지함을 내비친다. 이것이 호타로에게 행사를 도와달라고 부른 이유일 것이고 그렇게 에루는 정해진 미래를 나아가려 하고 있다.

그에 비하면 호타로는 이도 저도 아니다. 아직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 딱히 상상해본 적도 없고 에루처럼 정해진 길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현재 에루에게 끌리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래서 에루의 말을 들은 호타로는 자신이 에루가 포기한 경영 쪽을 대신 맡으면 어떻겠냐는, 고백이나 다름 없는 대답을 상상하지만 차마 그것을 입 밖으로 내진 못한다. 아직 그런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자신은 없다.[21] 그리고 비로소 사토시가 왜 그런 방법을 써가면서까지 마야카의 마음을 미루었는지도 이해하게 된다. 그렇기에 날씨가 추워졌다며 말을 돌리는 호타로. 그러나 에루의 대답은 다르다. '아니요, 이제 봄인걸요.'라고. 그녀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그녀 옆에 서려면 자신도 역시 미래를 정해 나아가야 함을 호타로도 감지하게 된다.

에루의 심리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묘사가 없어 잘 드러나지 않지만,[22] 호타로는 이 에피소드에서 에루에게 그야말로 제대로 반하는 묘사가 나온다. 특히 히나 축제 부분에서의 서술이 압권인데, 히나 복장을 한 에루를 보자마자 완전히 넋이 나가 사고 회로가 정지한 채로 여기 오지 말았어야 했다고, 실수했다는 생각만을 반복하며, 결정적으로 자신의 에너지 절약주의가 치명적으로 위협받고 있다는 독백을 한다.[23] 우산을 씌우느라 에루를 정면에서 보지 못함을 무척이나 아쉬워하고, 지금껏 에루가 호기심을 가질 때면 이런 기분이었을까 생각하며 행사 내내 에루의 얼굴을 보고 싶다고 해롱거린다(...).[24] 평소 무뚝뚝하고 감정 표현이 적은 호타로인 만큼 원작 기준으로도 정말 흔치 않은 묘사이며, 이 순간 호타로가 에루에게 제대로 반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애니메이션에선 행렬이 끝난 뒤 이바라와 오레키, 이리스와 오레키가 각각 짤막하게 대화하는 장면을 추가했다. 또한 마지막에 나눈 대화도 원작은 지탄다의 집 마루에서, 애니메이션은 돌아가는 호타로를 배웅 나가는 길에 했다는 차이가 있다.

여담이지만 이날 정말 춥게 느꼈던 모양인지, 호타로는 축제가 끝나고 감기로 앓아누웠고 이 때문에 에루가 병문안차 호타로의 집을 방문했다는 언급이 소설 5권에 나온다. 그리고 에루와 호타루는 다른 고전부원들 앞에서 에루가 개인적으로 호타루에게 병문안 온 것을 적극적, 암묵적으로 숨긴다. 사실 별거 아닌 거지만 두 사람에겐 별거가 아닌 게 아닌 이벤트였음을 팍팍 암시하며. 그러니까 너희들 언제 결혼하나요, 네?

참고로 이 단편에서 히나마츠리 행사를 하는 미즈나시 신사(水梨神社)는 실제로 다카야마시에 있는 히다이치노미야 미나시 신사(飛驒一宮水無神社)를 모델로 한다. 고전부 라디오 마지막 회에 나온 요네자와 호노부 선생의 말에 따르자면 정말로 사람이 히나마츠리 분장을 하고 행진하는 행사가 열린다고 한다. 꽤나 볼거리라 관광객이 많이 모인다는 듯. 그러면서 깨알같이 성지순례 홍보하시는 선생님과 사카구치 씨.

3.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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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도카와 쇼텐 단행본
(2007년 10월 03일)
카도카와 문고 문고본
(2010년 07월 24일)
빙과 방영 기념 한정판 표지 엘릭시르
(2014년 09월 19일)


[1] 학교 피아노부실에서 귀신이 보였다는 소문. 사토시의 말에 의하면 카미야마 고교의 7대 불가사의 그 둘째라고 한다.[2] 그대로 에루를 거절하는 것이 호타로다운 행동이라는 뜻.[3] 뒷 이야기에서 나오지만 사토시가 호타로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 줄수 있었던 것은 본인이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었기 때문이었다.[4] 소설에서는 물론 에루가 씻고 있다는 자각을 했지만 뜨거운 물에 있어서가 주된 이유이지만, 애니메이션에서는 어째 에루가 씻는 것에 대한 망상이 섞여 쓰러진 것으로 묘사된다(...).[5] 민박집 자매 중 동생인 카요가 여름 축제 때 리에의 유카타를 몰래 입고 나갔다가 비에 젖자 그것을 말리기 위해 둔 것을 마야카와 에루가 목매단 사람으로 착각한 것이다.[6] 젠나 자매를 보고 자신도 언니나 동생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던 지탄다가 사건의 원인이 동생인 카요가 언니인 리에를 어려워해서 자기 언니에게 유카타를 빌려 달라는 말을 못 했기 때문인 것임을 깨닫고, 마지막에 문장을 마치지 않았지만 '세상 모든 형제자매가 진심으로 서로 즐겁게 지낼 수 있지는 않다'는 것을 내포한 발언을 한다. 이를 통해 고전부 시리즈 특유의 씁쓸함이 연출된다.[7] 리에가 직접 가른 후 더 많이 분배된 쪽의 막대를 카요에게 준다.[8] 리에가 중 2→초 6, 카요는 초 6→초 4.[9] 원제는 '心当たりのある者は 짐작이 가는 자는'이다. '기억이 있는 자는'이라는 표현은 작중 시바사키 교감이 방송하는 멘트 '역 앞 고분도에서 물건을 산 기억이 있는 자는...'에서 등장하며 아무래도 번역 과정에서 두 가지의 표현이 섞인 것으로 보인다.[10] 이 에피소드는 해리 케멜먼의 단편 소설 9마일은 너무 멀다의 오마주이다.[11] 다만 대충 말이 되는 추리를 질러봤더니 그게 맞았을 뿐이라는 호타로의 주장도 일리가 있는데, 기본적으로 호타로가 가진 능력은 적은 정보만으로도 그럴싸한 추론을 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보의 엔드 크레디트에서 볼 수 있듯이, 호타로라고 해도 주어진 정보가 적고 옆에서 바로 잡아 줄 사람이 없다면 추리가 딴 길로 새어 그럴싸하기만 하고 틀린 결론에 도달하기도 한다.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에루가 부족한 정보를 보충하고 잘못된 착안점에는 딴지를 걸었기 때문에 원래대로면 실패했을 지도 모르는 호타로의 추리가 정답으로 유도된 셈이다.[12] 원제는 あきましておめでとう(아키마시테오메데토). 새해 축하 인사인 あましておめでとう를 살짝 비튼 것.[13] 사실 에루는 휴대전화로 도움을 청하는 방법을 생각하고 호타로를 만류했던 것이었기에 호타로도 휴대전화가 없다는 것을 깨닫자 포기하고 구조를 요청하려 했으나 이번엔 에루의 사정을 신경 쓴 호타로가 이를 만류하게 된다.[14] 같은 권에 들어있는 앞선 에피소드에서 나온 이야기라 원작 소설 단행본으로 볼 경우, 그 주도면밀한 구성에 감탄할 수 있다. 다만 애니메이션과 만화는 4권의 내용을 시간 순서에 따라 재배치하면서 어쩔 수 없이 '정체 알고 보니'에서의 언급은 생략됐다.[15] 약속 장소에서 기모노를 입은 에루의 모습을 보고는 완전히 넋이 나갔으며, 그런 에루에게 잘 어울린다는 말을 하지 못한 것을 신경쓰기도 하는 모습을 보인다. 더불어 창고에 갇힌 뒤 본인을 만류하는 에루의 사정을 듣고는 자신과 에루가 사는 세계가 다르다는 생각에 쓸쓸함을 느끼기도 한다.[16] 호타로가 앞에서 나온 사건인 무당거미 클럽에서 에루에게 빚을 지었듯이 수제 초콜릿 사건에선 사토시가 에루에게 빚을 진 것이라는 암묵적인 묘사가 등장하기도 한다.[17] 물론 예외로 3권 전체나 바로 전 에피소드 '새해 문 많이 열려라'가 있다.[18] 애니메이션에서는 나오지 않는다.[19] 정말로 친한 가족이나 친지에게는 기념일 선물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20] 정발판 번역 기준.[21] 앞서 에루와 나눈 대화의 맥락을 생각하면 고백을 넘어 프러포즈에 가까운 말이기도 하며, 때문에 애니메이션에서는 호타로의 말을 들은 에루 역시 깜짝 놀라는 모습을 보인다. 비록 상상에 그치긴 했으나, 이전까지 마냥 무뚝뚝하고 틱틱대는 모습만 보여주던 그 호타로가 상상으로라도 이런 말을 했다는것 자체가 놀라운 일인지라 원작에서나 애니에서나 독자들에게 큰 인상을 준 장면으로 꼽힌다.[22] 물론 소설 특성상 에루 시점의 직접적인 묘사만 없다 뿐이지 전반적인 묘사를 볼 때 에루 역시 이 시점에서는 호타로에게 평범한 호감 이상의 감정을 갖게 되었다고 보는 시선이 많다.[23] 직전 에피소드인 '수제 초콜릿 사건'에서 호타로가 에너지 절약주의로는 연애를 취급할 수 없다며 씁쓸해하던 장면을 고려할 때, 이는 호타로가 에루에게 연심을 가지게 되었음을 드러내는 장치이며, 더 나아가 단편 마지막 장면에서도 언급되지만 호타로가 이전의 사토시와 똑같은 상황에 처하게 된다는 것을 드러내는 장면이기도 하다.[24] 그리고 이때 에루를 보느라 넋이 나간 얼굴은 사진으로 찍혀 굴욕 샷으로 남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