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ON System
1. 개요
역전재판 4 테마곡 메이슨 시스템 |
처음 도입된 재판원 제도의 시범적 운영에 보조 자료로 동원된 것으로서, 재판원들이 직접 가상현실을 체험하는 일종의 게임이다. 디렉터인 타쿠미 슈가 2007년자 게마가 인터뷰에서 밝힌 바로는, 이 시스템의 이름을 미국 소설의 주인공이자 변호사로서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을 돕는 '페리 메이슨(Perry Mason)[1]'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역전을 잇는 자>의 사건을 재판원들에게 이해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며 플레이어는 마지막의 재판원의 시점이 되어서 사건의 전반적인 내용을 파악하고 그에 따른 판결을 내린다는 설정. 선택지에 따라 배드 엔딩을 만들 수도 있다.
메이슨 시스템 ~ 7년 전 ~ | 메이슨 시스템 ~ 현재 ~ |
사실 메이슨 시스템은 가류 키리히토를 잡기 위해 나루호도가 설치한 일종의 덫이라고 할 수 있다.
2. 평가
2.1. 장점
각각의 인물과 사건, 그리고 증언과 증거물이 7년에 걸쳐 서로에게 인과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7년간 얽히고 설킨 일련의 사건들과 증거물들을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시켜 하나의 종착지를 향해 나가는 점에서 2일차 탐정파트를 대체한 새로운 시스템으로서 신선하게 다가온 것은 분명하다. 게임 시스템적인 면에서는 탐정 파트 내지 수사 파트의 사이코 록, 과학 수사, 로직 모드, 정보 재현 등 시리즈 내 다른 작품들의 정보 수집 행동과 비교할 소지가 있다고 볼 수 있겠다.아래에서 보듯 단점이 아주 많지만 그나마 본 시스템의 의의를 찾자면 플레이어를 게임의 일부로 포함시켰다라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즉, [사건의 모든 것을 아는 자(나루호도)의 자료로 사건을 재구성한 재판용 모듈을 만들었다]라는 설정으로 플레이어를 배심원의 위치로 끌어온 셈이다. 역전재판 시리즈의 다른 에피소드에서 플레이어는 그저 주인공 변호사의 행적을 좇는 관찰자일 뿐인데, 본 시스템에서는 플레이어를 배심원 중 한 명으로 둠으로써 체험감을 높여주었다. 사실 시간여행과 같은 면모도 게임 플레이어라고 한다면 1시간 뒤의 일이 1초 뒤에 전개되고, 과거의 일이 게임 시스템 상으로 더 나중에 묘사되는 등 전혀 부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다. 메이슨 시스템은 여기에 더해 '미래의 일을 과거로 가서 물어볼 수도 있다'가 추가된 것이다. 게임의 요소로 평가하자면 메이슨 시스템은 기존 에피소드에서는 구현할래도 구현할 수 없는 시간여행의 요소를 체험하게 해준다는 면에서 매우 특징적이기는 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제4의 벽을 넘는 것과 같은 이런 시도가 게임 세계의 핍진성을 크게 파괴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게임성의 측면에서 색다른 게임 요소를 제공했다고는 할 수 있다.
2.2. 단점
문제는 위의 장점을 덮을 정도로 단점이 많다.- 시간 흐름의 뒤틀림
첫번째로 해당 시점에서 쓸 수 없을 증거품을 사용하여 등장인물들로부터 정보를 얻는, 시간여행에 가까운 상황이 발생하여[2] 플레이어에게 혼란을 준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루호도도 "당연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언급한 바 있으니 넘어가야 할 듯.
이에 관해서는 실제로는 모든 증거를 나루호도가 이미 준비해 둔 상태에서 등장인물들과 대화를 진행했고, 플레이어/배심원 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그 획득 시점만 게임을 진행하며 얻는 형식으로 바꿔둔 것이라 보면 설정상 문제는 없다. 즉, 묘사상으로는 과거의 인물이 미래의 증거를 보고 대답한 것처럼 묘사되지만, 나루호도가 조사를 하여 "과거의 인물이라면 이렇게 답했을 것이다"라고 판단한 결과물을 대화로 옮겨놓은 셈이다. 한편 실제로는 당시에 어떠한 대화가 오고 갔었는지, 왜 픽션을 혼재해 두었는지는 게임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전혀 밝혀진 것이 없다.[3][4] 일단 나루호도가 "이것은 사건을 재구성한 게임이다"라고 밝혔고 배심원도 이를 숙지한 상태에서 정보를 받아들이니 합의는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 나루호도의 체험을 기반으로 함
또 하나의 문제점은 이 시스템은 나루호도의 체험을 바탕으로 만들어 졌다는 것이다. 즉, (앞서 언급한 시간대 재구성을 통해 나온 진술은 말할 것도 없고) 메이슨 시스템 안에서 이루어진 대화는 어디까지나 나루호도의 체험이다. 이 말은 나루호도가 언제든지 조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5] 배심제 자체의 고질적인 문제이기도 한데, "나루호도가 편향적인 자료만 제시하여 배심원들이 심증만으로 무죄를 고르게 했을 수 있다"는 비판에서는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가류 키리히토가 진짜로 빌런이었으니 망정이지, 극단적으로 자료 제공자가 악의를 가지고 누군가에게 불리한 자료만 수집했다면 나루호도가 어릴 때 겪었던 학급재판이 현실 법정에서 재현되는 것과 다름없다.[6] 작중 분위기나 나루호도의 성격으로 보아 의도적 조작을 할 상황은 아니지만, 나루호도가 실수로라도 잘못 기억하고 있다면 이러한 자잘한 오류까지도 그대로 가상현실에 사실인 것처럼 잘못 표현될 위험이 존재한다.[7]
여기에 더해 나루호도의 체험 중에는 사이코 록도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사이코 록을 용인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작중 묘사 속에서 어디까지나 나루호도 본인에 한정될 뿐이다.[8] 본인이 조사하는 데에 이를 활용하고 정보 원천으로 쓰는 것이야 큰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9] 배심원이 이를 용인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기존 탐정 파트의 요소 중 하나인 사이코 록을 그대로 배심원의 가상현실로 옮기면서 생긴 문제이다. 작품 세계의 현실성에 맞추려면 적어도 메이슨 시스템 내에 사이코 록은 등장해서는 안 됐다.
근본적으로 이 시스템을 나루호도의 경험에 기반하여 만들었다는 것 또한 문제이다. 현실에 가까운 가상 공간을 구현한다고 한다면 적어도 개인의 오류를 포착할 수 있을 정도의 다수 인원이 가담하여 상호 검증을 거쳐야 한다. 더욱이 이 정도의 권한을 가진 가상 현실 제작에 검사 측이 조금의 개입도 하지 않았다는 것 역시 매우 이질적인 부분이다. 설령 사건의 모든 요소를 완벽하게, 감정을 초월해서 검토할 수 있는 AI 기기가 이런 가상 현실을 만들었다고 해도 사실 왜곡에 의문을 품는 여론이 결코 없을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결정하는 사람은 배심원이고, 설령 나루호도가 아무리 지난 7년 간 열심히 조사한 자료라도 배심원들이 사실과의 차이를 의심한다면 말짱 꽝이 되므로 아예 검증되지 못한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현실도 마찬가지이지만) 증거만이 힘을 갖는 역재 세계관의 법정 안에서 나루호도의 추측과 법정에선 용납될 수 없는 사이코 록이라는 영적 아이템을 이용한, 그것도 진짜 대화와 가상의 진술이 뒤섞인 내용을 배심원에게 제공하고 판결을 내려달라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시범적으로 시행하는 재판원 제도라지만 이런 가상의 게임 결과가 증거로 제시되는 이 막장 재판에서도 판결만은 진짜였고, 용의자였던 에세 마코토는 실제로 풀려났다.
- 배심원 선정
배심원은 사건과 무관한 인물로 선정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데, 나루호도가 No.6 배심원으로 선정한 한 인물은 사건과 완벽히 무관계하다고 보기 어렵다. 직접적인 사건 관계자는 아니지만 본인이 알고 있는 비밀[10]을 모두 밝힌 상황에서 유죄 판결을 내릴 수 없는 상태였다. 그리고 작중 나루호도도 이 사실을 눈치채고 있었다.
- 갑작스러운 등장
끝으로 이런 엄청난 시스템이 막판 에피소드에서야 등장하는 것도 문제이다. 이 시스템 제작의 기반이 된 나루호도 류이치라는 인물이 작품 세계에서 증거 날조범이라는 인식을 지우고 그 정도로 명망을 다시 회복했는지, 이 시스템으로 재판을 하는 것에 대해서 사람들의 반응은 어떠한지/납득은 하고 있는지, 나루호도는 어떤 방식으로 이런 시스템을 제작하게 되었는지, 애초에 이 시스템을 어떤 식으로 구축하게 되었는지 등의 자잘한 사항들이 앞선 에피소드에서 조금은 소개되었어야 했다.[11] 그런 내용 없이 갑작스럽게 마지막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것은 어딘가 개연성이 부족하다.
요약하자면 이 시스템의 문제는 다음의 4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 사이코록을 법정파트에 개입시켰다.
- 가상현실을 통한 사건의 시간대 재구성이 마치 시간여행처럼 묘사됐다.
- 그리고 사건의 시간대 재구성을 통해 얻어낸 관련자들의 진술은 엄밀히 말해 팩트가 아닌, 암만 좋게 봐줘도 나루호도의 '합리적 추론'에 불과하다.
- 그리고 위 과정을 통해 실제로 판결이 났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이렇다 할 해명이 전무하다는 것 등으로 역시 좋은 평가는 듣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래 전 과거의 사건이 현재의 사건을 푸는 실마리가 되고, 오랫동안 해결되지 못했던 사건의 의혹까지 주인공의 손에 의해 말끔히 결말을 맞이한 케이스가 역전재판 세계관에선 드문 일이 아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과거에 어떻게든 마무리되고 남은 증거를 토대로 오로지 현재 시점에서 해결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메이슨 시스템은 과거와 현재에 동시에 직접 개입하고, 현재에서 얻은 증거물을 과거의 증인에게 제시하는 등 가상의 '시간여행' 이라는 무리수를 두었기 때문에 더 큰 비판을 받는 것이다.
이 시스템이 정식 시스템으로 승격된다면 그건 그것대로 게임의 방향성을 뒤틀어 놓을 것이기 때문에, 재미를 떠나서 많은 팬들은 후속작에서의 메이슨 시스템의 재출현을 원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역시나 5, 6에서는 등장하지 않았다. 그냥 한 화에 요긴하게 쓰이고 만 정도도 아니고 한 작품의 엔딩을 장식한 핵심 시스템이 등장하지 않은 것은 의도적으로 배제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
마찬가지로 현실성 문제로 지적을 받는 시스템으로는 외전작 역전검사 시리즈의 도두기가 있다. 사실 도두기에 비하면 메이슨 시스템은 그나마 양반인 편이며 시리즈 내부에서 증강현실 내지는 가상현실을 법적 증거로서 활용하는 시스템은 심리 스코프나 아니마의 비전 정도로 한정된다.
3. 대역전재판 시리즈의 배심원 제도와 비교
대역전재판 시리즈에서는 대영제국 법정에서 배심원이 등장한다는 점이 비슷하다. 단, 메이슨 시스템이 사실상 배심원보다는 가상현실 체험에 방점이 찍혀있는 데에 비하면 이쪽은 그래도 형식적으로 배심원의 실제 모습과 더 가까운 편이다. 역전재판 4에서는 마지막에야 시범적으로 메이슨 제도가 사용되었지만, 여기서는 대부분의 재판에 배심원이 있고 오히려 최종 재판에서는 배심원이 없다. 메이슨 시스템에서는 플레이어가 배심원 중 한 명인 격이지만 여기서 배심원은 게임 등장인물 중 하나이다. 좀 더 권한이 강한 증인 같은 느낌.4. 비화
사실 메이슨 시스템은 일본 정부의 외압으로 인해 추가된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12]. 일본 정부는 당시 일본에서 시행 예정이었던 제도인 배심원제를 홍보할 겸 '배심원제에 대한 묘사를 넣을 것'이라는 황당한 요구를 했다. 그 증거로 역전재판 4의 설명서에는 엉뚱하게도 게임과 상관없는 현실 일본의 배심원 제도에 대해 설명하는 그림과 정부 공식 홈페이지 주소가 실려 있었다고 한다. 당시 일본에 도입될 배심원 제도를 홍보하기 위해 급하게 억지로 게임 속에 욱여넣다 보니 제대로 만들어질 리가 없었던 것. 제작진들도 억지 요구로 인해 자기 작품이 온갖 욕은 다 들어먹었던 것에 단단히 악에 받혔는지 메이슨 시스템은 이 작품 이후 일언반구도 언급되지 않는다. 그래도 8년 뒤에 나온 대역전재판 시리즈에서는 배심원 제도를 별 무리 없이[13] 녹여냈으니 해피 엔딩인 셈이다.[1] 미국판 셜록 홈즈라 불리는 페리 메이슨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직업은 변호사. 대개 그에게 오는 의뢰는 시체가 벌거벗고 도망갔다거나, 의안이 사라졌다거나 하는 내용들이지만 조사하다보면 미스터리가 깊어지는 구성을 하고 있다. 어떤 의미에선 나루호도 류이치의 선배급이다. 변호사면서 피고의 무죄뿐 아니라 사건의 진상까지 알아내는 인물이다.[2] 우라후시 카게로의 사이코 록을 해제할 때 우라후시가 죽은 다음 만난 하미가키 쇼타로에게 받은 사진을 활용하거나, 7년 후 감옥에 수감된 가류 키리히토에게서 입수했던 매니큐어 병을 7년 전의 마코토에게 제시하는 장면이라든가.[3] 굳이 이유를 추측하자면 키리히토가 7년간 사건 관계자들의 뒤를 밟으면서 증거를 인멸했기 때문일 듯. 물증이라 할 만한 것도 없고 증인들도 증언을 거부하는 상황이기에, 사건을 있는 그대로 진행하면 정상적인 재판이 불가능하다.[4] 증명하는 장면을 보면 각 파트마다 일단 한번은 의문이 풀리지 않은 채로 끝났다가, 다른 파트(과거든 현재든)에서 증거를 얻은 후에 다시 한번 그 파트에 가서 그 증거를 대서 끝나는데, 바꿔 말하면 당시 실제로 있었던 일은 어디까지나 그 의문이 풀리지 않은 곳 까지이며, 그 이후는 나루호도가 현재에서 증거를 얻고 그 파트에서의 의문의 답이 무엇인지를 가상현실을 통해 설명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나루호도를 역전재판 4의 진 주인공이라고 하는 이유가 사실상 여기에 있는 것이, 과거 가류 키리히토가 그렇게나 숨기려고 했던 진실이 이미 그가 알지도 못하던 곳에서 다 까발려져 있는 것이다.[5] 당장 <역전의 와일드카드>에서는 범인이 가져갔기에 현장에 남아 있을 수가 없는 증거물을 오도로키에게 건네주고 제시하라고 한 적이 있다.[6] 특히 나루호도가 변호인이었던 재판에서는 유죄를 피하기가 훨씬 어려웠을 것이다. 추궁으로 나루호도가 함정에 빠져 배심원들의 분위기가 급변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니까.[7] 역전재판 작품 세계에서는 현실과 마찬가지로 고의적인 거짓말은 아닐지라도 실수로 무언가를 잘못 보는 상황이 (주로 증언 과정에서) 매우 흔하게 나타난다. 나루호도라고 그런 실수를 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8] 작중에서 영매나 사이코 록 등 쿠라인 마을과 관련된 영적 현상은 일본에서 영 믿기 어려운 것으로 여겨진다. DL6호 사건에서 사건 해결에 영매를 시도했다는 이유로 대소동이 일어났을 정도이다.[9] 역전재판 4에서 비현실적 아이템의 사용으로 비판받는 것 중 하나로는 잡아내다 시스템이 있다. 이 역시 증인의 거짓말을 알아차릴 수 있던 것은 오로지 오도로키의 팔찌가 가진 신비한 힘 때문이다.[10] 오도로키의 출생과 관련된 일이다.[11] 역전재판 5의 심리 스코프는 마찬가지로 비현실적이기는 하지만 초장부터 꾸준히 등장하기에 이러한 갑작스러움은 덜한 편이다. 역할 역시 재판의 진행을 보조하는 정도에 그쳐 거부감이 덜하다.[12] 게임이 발매된 후 게마가 인터뷰에서 타쿠미 슈는 재판원 제도를 게임안에 넣어달라는 '회사의 요구'를 받았다고 밝히긴 했다.[13] 대역전재판 시리즈의 배심원 제도도 몇몇 아쉬운 점은 있지만 메이슨 시스템만큼 비판받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