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門)

케이팝 (출신) 아티스트가 성공적인 비-케이팝 음반을 만드는 길은 몇 가지가 있다. 그러나 김세정은 다른 문을 열어 보인다. 그의 풍성한 보컬 팔레트와 앨범의 장르적 구성, 앨범을 감싸는 성장과 용기의 테마 등은, 지금 케이팝에 의해 주어지거나 감지되는 것들을 자신 안에서 벼려 일궈낸 작업의 흔적이다. 그것이 김세정이라는 인간에 의해 수행될 때, 인디팝을 위시한 (케이팝적) 다양성이 매끈한 웰메이드 팝으로, 케이팝의 화두는 개인의 진솔성으로 펼쳐진다. 케이팝의 시대를 호흡하는 비-케이팝 음반이자, 자아를 날카롭게 인지하고 털어놓을 줄 아는 아티스트의 독보적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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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위원 미묘

《프로듀스101》(2016)의 서바이벌을 거쳐 아이오아이로 데뷔한 후, 구구단을 거쳐 솔로 보컬리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의 길을 차근차근 걷고 있는 김세정의 정규 1집 『문』의 타이틀곡. 자신의 롤 모델이었던 아이유가 진행하는 유튜브 프로그램 《아이유의 팔레트》에 출연한 그녀는, '길게는 3년 전부터 계속 쌓여왔던 곡들로 다양한 장르의 트랙들을 한 장에 담았고, 그에 맞는 제목으로 『문』을 택했다'고 밝혔다. 앨범은 정갈한 팝발라드부터 리듬감 있는 팝-소울, 스케일 갖춘 안무를 수반한 슬로우 댄스곡까지 다양하게 수록하고, 자신의 경험과 감정에서 얻은 메시지를 깔끔하게 정돈한 가사로 전달한다. 그 중 「항해」는 솔로 데뷔 이후 계속 보여준 밴드형 팝-록의 스타일 위에 아이리쉬 기반의 악기 활용을 통해 제목이 주는 이미지를 더욱 강하게 형상화한다. 김세정의 보컬도 과거에 비해 고음역의 진성과 가성을 더욱 많이 활용하며 곡의 드라마틱한 흐름을 충실하게 뒷받침한다. “어제 그 자리 그대로라도/ 지금 위에 또 쌓인 채로/ 언젠가는 도달할거야”라는 노랫말처럼 ‘진정한 싱어송라이터’를 향한 김세정의 꿈과 노력이 더욱 견고해졌음을 확인시켜주는 곡이다 - 4.0 /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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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대중음악 저널리스트,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음악취향Y

에린: “문”은 보컬리스트 김세정의 역량을 다양하게 펼쳐 보인 첫 번째 정규앨범이다. 전체적으로 감성적이고 따뜻한 피아노 선율과 밴드 사운드를 사용한 가운데, 트랙마다 김세정의 풍부한 보컬 연기를 감상할 수 있다. 생명력이 넘치는 '항해'나 모험심 강하고 당찬 태도의 '빗소리가 들리면'은 씩씩하고 건실한 기존 김세정의 이미지와 부합하는 반면, 위태롭고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감돌게 하는 'Top or Cliff'와 도발적이고 고혹적으로 관계에 대해서 노래하는 'Jenga'는 성숙해진 보컬의 능수능란함을 보여준다. 한층 자신감 있게 노래하고 연기하며 앨범의 주인공으로서 존재감을 또렷하게 드러낸 솔로 아티스트 김세정을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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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로지 결산 2023 : ③올해의 앨범 15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