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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 시각 : 2023-08-26 00:20:16

백무흔

1. 개요2. 행적3. 무공

1. 개요

"아이쿠, 허리야. 어허, 나이 드니 걷는 것만으로도 허리가 찌근거리는구나! 어허··· 아, 이런 날이 흐린가··· 눈앞에 침침하네. 어허··· 어디가서 누워야 하는데, 아이구··· 이 거지 팔자가 참으로 기구하구나."
"아니, 뭐 저런······!"
"······저런 되도 않는 수작을! 누굴 장님으로 아나!"
"우리가 병신인 거지?"
"그래, 우리가 앞도 못 보는 장님인게지!"
"허허, 신선 같이 생긴 분이··· 어디서 저런 개수작을 배웠데?"
"아, 씨-! 동네 꼬마도 창피해서 안 하겠다, 저런 짓!"[1]
풍종호 무협소설 『녹림대제전(綠林大帝傳)』에 개방(丐幇)의 용두방주로 등장한다. 별호는 무정신개(無情神丐), 귀찮은 일이 생기면 무정하고 냉혹하게 차단한 뒤 상황정리가 끝날 무렵에나 빼꼼히 낯짝만 들이대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말 그대로 정이 없는 거지라 불린다. 실제 성격도 맺고 끊는 게 확실해 냉정할 정도이며, 한 번 손을 쓰면 냉혈한 같은 모습으로 인정사정없이 끝장을 보려는 고집도 있다.

2. 행적

왕가채 일행이 소귀(小鬼)의 과거를 찾아주기 위해 예인들이 모여 사는 예가(藝街)에 들른다. 전대 소귀가 풍운기희단(風雲奇戱團)에서 팔려간 곳의 정보를 얻고자 함이었다. 이때 백무흔이 데리고 있는 새끼 거지인 주아영이 그들을 예가를 털러온 도적으로 짐작해 시비를 걸다 되려 잡히고 만다. 그 소식을 들은 백무흔이 사태 파악을 위해 왕가채 일행을 찾아왔다가 왕삼구의 높은 수준을 알아보고, 주아영이 죽든 말든 나 몰라라 자신만 살고자 도망을 치는 것이 그의 첫 등장이다······.

그렇게 안면을 익힌 뒤로 녹림도로서 믿을 수 없는 실력을 갖춘 왕삼구에 대한 궁금함은 물론 그의 행동에 따른 영향이 세상에 어떻게 나타날지 심히 걱정된 백무흔은 앞으로 이어질 그의 행보를 지켜보려 한다. 처음에는 그냥 조금 지켜보다 큰 탈이 날 것 같지 않으면 관심을 접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왕삼구가 생각 없이 자신을 왕(王)이라고 내세운 행동에 놀라운 실력까지 뒷받침돼 점차 추종자들이 생겨났고, 여기에 태대노인(太大老人)이 나타나 뜬금없이 왕삼구인 척 변장하여 그러한 분위기를 더 부추기니 거대한 세력으로 빠르게 성장한다. 그래서 손을 뗄 수 없어진 개방 방주인 백무흔은 이 사태를 정리하기 위해 왕삼구를 내세우고자 우선 그가 원수를 찾는 것을 도와준다.

백무흔은 끊임없는 말썽 때문에 오래도록 궁가문의 근거지를 벗어날 수 없게 금제당했던 개방의 장로 세 명까지 동원해 빠르게 음마문(陰魔門)의 흔적을 뒤쫓게 한다. 그리하여 왕삼구가 원하던 음마문의 태상장로를 잡게 해줬으나, 그는 녹림왕(綠林王)으로서 세력을 이끄는 것을 귀찮게 여겨 쫓아오는 추종자들을 피해 겉모습까지 젊은 옥삼구로 변용하고 도망친다. 결국, 태대노인이 왕삼구인 척 녹림왕의 역할을 맡아서 녹림을 진정시켜야 했고, 백무흔도 그것을 뒤에서 도와야 했다······.

그의 과거에 대해서는 본 편에서도 거의 밝혀지지 않는다. 다만, 무정신개로서 면모를 가장 크게 드러낸 일화 하나가 소개될 뿐이다. 그가 젊을 적에 하루는 갑자기 내리는 비 때문에 한 집의 처마 밑으로 몸을 피한다. 그런데 방 안에서 여자가 울먹이며 비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 마을의 남정네 몇 명이 시시덕거리며 한 소녀를 윤간하는 중이었다. 백무흔은 당장 안으로 들어가 쓰레기들을 제압한 뒤 전후 사정을 파악한다. 어릴 때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소녀가 병으로 다리까지 저는 신세가 되자 마을의 남자들이 먹을 것으로 유혹하며 덮치기 시작했던 것이고, 마을의 다른 아녀자들은 그런 소녀를 오히려 어린 것이 몸부터 판다고 볼 때마다 때리고 욕을 해왔다고 한다. 더구나 그 소녀가 마을에서 벗어나려 하자 마을 사람들은 잡아 와 그녀를 가두다시피 한 뒤에 계속하여 범하기까지 했었던 것이다.

이러한 사정을 모두 파악한 백무흔은 눈이 돌아가 비가 와서 질척한 땅을 파고 마을 사람들을 목만 꺼내 놓은 채 묻어버린다. 그러고는 누가 먼저 덮쳤고, 누가 가장 지독했는가 등을 도끼와 함께 따져 묻는다. 처음에 마을 사람 중에는 그래도 죽지는 않을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에 갈 곳 없는 병신년을 돌봐준 것이라며 되려 으름장을 놓는 경우도 있었다. 결국, 도끼에 머리가 쪼개지고 나서야 마을 사람들은 위기를 느끼고 비는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그러다 마을의 촌장이 우리가 죽을죄를 진 것도 아닌데 이렇게 사람을 파묻고 죽이는 백무흔이 더 나쁜 놈이라며 천벌을 받을 것이라 큰소리를 친다. 백씨 거지는 그 대답으로 "내가 바로 너희들에게 내려진 천벌이다" 라고 외치고는 한 명씩 차례로 머리통을 빠개준다. 그 와중에 누군가가 우리 마을뿐만이 아닌 옆 마을에서도 이런 일이 있는데, 왜 우리만 천벌을 받냐고 억울하다며 울부짖는다.[2]

이 소리를 들은 백무흔은 한 2~3년 정도 마을에서 마을로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산속 깊숙이까지 돌아다니며 천벌을 대행한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광살귀걸(狂殺鬼乞)귀걸자(鬼乞子)[3]였다고······.

3. 무공



[1] 『녹림대제전』에서 주아영이 왕삼구에게 이미 잡힌 것을 본 무정신개의 연기와 왕가채의 대화 중에서 발췌.[2] 이 이야기를 듣고 왕삼구는 양노이에게 똑같이 천벌 내리는 판관으로 복수를 한다.[3] 미쳐서 사람 죽이고 다니면서도 배고프면 먹을 것을 주변에서 바로 갈취하는 덕분에 귀신처럼 구걸한다고 그런 별명도 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