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버츄얼 유튜버 팬덤에서 해당 캐릭터를 연기하는 사람의 과거 인터넷 방송 활동이나 실제 모습을 의미하는 속어. 이러한 것들을 찾아보는 행위를 ‘빨간약을 먹는다’고 표현한다. ‘빨간약(Redpill)’이라는 표현은 영화 매트릭스에서 유래한 것으로, 원래는 ‘불편한 진실’을 의미한다. 가상(버츄얼)에서 벗어나 현실을 직시한다는 점에서 매트릭스의 '빨간약'과 일맥상통한다.유래 자체가 '불편한 진실'에서 왔으므로 초창기에는 버츄얼 유튜버의 실제 외모가 기대에 못 미칠 때 주로 사용되었다. 허나 점차 의미가 확장되어 현재는 외모가 잘생기건 못생기건 누군가의 정체가 드러날 때도 ‘빨간약이 공개됐다’는 식으로 쓰이게 되었다. 이후 신비주의를 유지하며 활동하는 사람들의 실제 모습을 찾아보는 경우에도 이 표현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는 주로 인형탈이나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거나, 변신하여 다른 형태로 활동하는 캐릭터, 또는 자캐 또는 오너캐로 소통하는 사람들에게 해당된다.
이 표현은 한국 버츄얼 유튜버 팬덤에 국한되며, 해외에서는 쓰이지 않는다. 또한 한국에서는 '과거 인터넷 방송 활동'과 '실제 모습'을 합쳐서 빨간약이라고 부르지만 해외는 둘을 구분짓는다. 일본에서는 과거 활동을 ‘전생’이라 부르고, 실제 얼굴이 드러나는 것을 ‘미바레(身バレ)’라 한다. 영미권에서는 '빨간약(redpill)'이 본래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어, 대신 '전생'을 직역한 ‘Past Life(PL)’라는 표현이 사용된다. 둘의 차이점은 '과거 인터넷 방송 활동'에는 다른 캐릭터로 활동한 것도 포함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A라는 캐릭터로 버츄얼 유튜버 활동을 하다가 A 활동을 그만두고 나중에 B로 다시 데뷔했을 경우 해외에서는 이를 전생, PL 등으로 부르지만 한국에서는 이 또한 빨간약의 범주에 들어간다.
2. 상세
버츄얼 유튜버는 대다수의 경우 그 캐릭터를 내세우고 이에 몰입하는 것이 우선이며, 한 번 실물을 알게 되면 저항감이 생길 수 있다. 때문에 빨간약은 버추얼 팬덤에서는 지탄받는 행위며, 특히 빨간약을 뿌리는 것은 버추얼 유튜버들의 팬덤에서는 크게 터부시되어 절대금기로 여겨진다. 이는 과거에 빨간약 정보를 캐내 연기자를 특정해 연기자에 대한 악성 정보를 퍼뜨리거나, 주소지로 편지를 보내거나, 심지어 직접 찾아가 스토킹한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해외의 사례를 보면 그야말로 파파라치 수준을 넘어 스토커 수준의 별의별 유출 사례가 많다. 이런 정보 유출이 발생하면 방송인 한명에 그치는 게 아니라 한 방송인 동선을 추적해 다른 방송인 신상정보도 노출당하는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회사 측에서는 아예 회사 차원에서 소속 방송인들에게 정보를 노출하지 말라고 금지시키는 경우가 많다.[1]이를 막기 위한 조치로 주로 취해지는 것이 연기자의 신체를 감추는 것이다. 우선 얼굴을 비출 위험이 없도록 방송 중이 아닐 시에는 카메라를 지면 쪽을 향하도록 돌려놓는다. 그리고 방송할 때 방송인이나 방 구조가 보일 수 있는 반사 재질 물체는 무조건 치운다. 얼굴뿐 아니라 손도 가린다. 요리 방송 등 꼭 손으로 해야 하는 경우도 장갑을 끼고 얼굴이 반사되지 않게 하는 등 최대한 위험 요소를 없앤다. 공개된 사진이 많은 경우 손에 있는 네일아트, 점, 손금 등으로도 충분히 연기자를 추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빨간약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선 반드시 신상털기가 필요하기에 법적인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보통 버츄얼 유튜버의 팬이었다가 트러블이 생겨 안티로 전향하여 빨간약을 뿌리는 경우가 많으며, 이런 경우 해당 유튜버의 긍정적인 부분마저도 인정하지 못하기 때문에 무슨 짓을 해도 이상하지 않다. 이렇게 흑화한 안티팬의 경우 악의적인 신상털기는 물론 스토킹 등 범죄까지 저지를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2] 일단 일본에서는 버츄얼 유튜버의 신상털이에 대한 법적 소송에서 승소를 하여 판례가 생겼기에 앞으로 일본에서는 빨간약이 보기 드물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참고로 해당 소송을 진행한 곳은 니지산지를 운영하는 회사 ANYCOLOR이다. ANYCOLOR에서는 자사 라이버에 대한 신상털기 행위에 대해 소속 라이버의 권리침해 행위로 간주하여 라이버가 원고가 되어 해당 게시글의 게시자 정보 공개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며, 이 청구는 법원에서 인정되어 피고에 손해배상소를 제기한 다음 300만 엔 이상의 손해배상금을 지불하게 됐다. ANYCOLOR는 이 밖에 당사 라이버의 권리침해(명예훼손, 모욕, 신용훼손, 업무방해, 개인정보유포, 저작권 침해) 행위에 대해 소송제기를 포함한 법적대응을 복수 진행 중이며, 향후 당사 혹은 당사 소속 라이버에 대한 권리침해행위에 대해서는 신속하고 엄정한 법적 절차를 강구할 것이라고 공지했다.
간혹 트위터나 유튜브에서 알고리즘으로 인해 안의 사람의 영상을 뜬금없이 추천하여 우연찮게 접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보통 빨간약에 별다른 거부감이 없는 유저들이 두 계정을 번갈아가며 소비해 자연스레 알고리즘으로 엮이는 경우가 상당수며, 대부분 실물로도 활동을 계속 이어가는 방송인들한테 이런 상황이 일어난다. 그 외에도 안의 사람의 신상과 얼굴을 알게 되었는데 오히려 실물이 더 매력적이라 느껴 빠져들게 되는 경우 파란약이라고 자조하는 경우도 있다.
가끔 게임 계정이 자기 본명이나 아니면 예전 활동명 그대로 두는 바람에 해당 버튜버의 빨간약이 공공연한 비밀이 되는 사례도 있다.
3. 예외
빨간약에 예외가 적용되는 경우는 크게 명백하게 드러난 경우와 의미가 없는 경우로 나뉜다. 명백하게 드러난 경우는 스스로 전생 또는 정체를 밝혔거나 빨간약을 소재로 하는 경우, 소속사와의 갈등 등 여러 사유가 있으며, 의미가 없는 경우는 평소 모습이 그대로 투영된 경우와 안의 사람 자체가 사람이 아닌 경우 등을 꼽을 수 있다.3.1. 빨간약이 명백하게 드러난 경우
우선 대표적인 예외는 버츄얼 유튜버 자신이 실제 모습을 대놓고 밝히고 활동하는 경우이다. 이런 분류에는 Veibae이 있으며, kson처럼 이전에 어디서 활동했는지 간접적으로나마 밝혀진 경우도 있다. 타카나시 키아라처럼 오히려 파란만장한 과거사로 인해 더 주목을 받은 사례나 CodeMiko처럼 아예 현업 연기자로 동시에 활약하는 것을 컨텐츠로 삼는 경우도 존재한다. 이런 버츄얼은 보통 서구권에 많이 분포하며, 동아시아에서도 해당 분류일 경우 빨간약에 대해 어느정도 자유롭다.빨간약 자체를 소재로 하거나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경우도 있다. 로나로나땅이나 Feverse 등이 빨간약을 소재로 하는 대표적인 버튜버들이며, 김장훈의 숲튽훈, 방시우의 연비니, 김보나의 미깡, 서유리의 로나땅은 옛날부터 잘 알려져 있어 빨간약에 의미가 없는 사례이다.[3] 이 경우는 버튜버가 일종의 부캐 개념에 가까우며 버튜버로 활동할 때는 '본인'을 일종의 타인처럼 대하는 클리셰가 있다. 만약 성우라면 능청스럽게 자신을 '성우지망생'으로 소개하고 버튜버 아바타로 방송할 때에는 자기 자신을 '존경하는 업계 선배'처럼 대하는 것.[4] 만약 연기자가 이 스탠스를 적극적으로 취한다면 방방봐의 자세로 맞장구를 쳐 주는 게 예의. 이걸 어기는 행위는 당연히 금기 취급된다.
몇몇 하꼬 버튜버들과 극소수의 MCN들은 전생 혹은 빨간약이라도 까서 전생에 있던 시청자들을 다시 복귀시키려고 하거나 혹은 자신의 방송이 컨텐츠가 부재하거나 어그로를 끌기 위해 회사 차원에서 전생 혹은 빨간약을 까게 허용 하거나 본인들이 스스로 전생 및 빨간약을 까는 경우도 종종 보이는 경우가 나타나기도 하였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화제를 이끌 수 있는 선택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데, 해당 버튜버에 대한 환상이 깨지는 등으로 오시헨이 발생할 수도 있고, 전생이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던 경우는 해당 버튜버 역시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주체가 MCN인 경우는 그 회사에도 악영향이 갈 수 있다.
빨간약을 단순히 '신상 털이'가 아니라 전생 개념과 혼용해서 쓰는 경우도 간혹 있다. 예를 들어 빨간약을 언급하면서 캠 방송을 했던 과거 활동 경력을 언급하는 경우, 캠 방송은 모두에게 오픈된 소스이므로 엄밀히 따지면 '신상'으로 볼 수는 없으며, 그냥 그 둘의 연결고리를 까발리는 것에 가깝다. 사실 대기업급 버튜버로 데뷔하는 경우는 대부분 과거 어떤 식으로든지 인터넷 방송 경력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경우 신입인데 방송을 자연스럽게 이끌어 내는 면모를 봐서 경력직 신입으로 일컫고 있는 경우도 있다.
서구권에서는 2024년 셀렌 타츠키의 계약 해지 사건 직후 아직 권한을 보유했던 채널 관리자들이 전생 계정이었던 Dokibird의 채널로 팬들을 유도한 일이 발생하면서, 버츄얼 유튜버의 전생 계정을 언급하는 부류의 빨간약에 대한 터부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방송이나 공식 커뮤니티에서 언급해도 되는 수준은 아니지만 음지에서는 공공연하게 언급되며, 특정 소속사의 행보가 비난을 받을 경우 소속사를 건너뛰고 안의 사람을 직접 금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현재 계정이 아닌 전생 계정에 도네이션을 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3.2. 빨간약에 의미가 없는 경우
평소 행실이 버튜버에 그대로 투영된 경우는 빨간약에 의미가 없는 대표적인 경우에 속한다. 이런 경우는 주로 방송사고 등 모종의 사유로 안의 사람이 방송 밖에서의 모습을 드러내면서 나타나는데, 평소 행실이 그냥 정반대인 경우는 갭 모에를 자극할 수 있지만, 행실이 나쁜 경우는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충분하다. 하지만 안팎의 모습이 동일한 경우는 그냥 오너캐 쓰고 방송하는 거나 마찬가지가 되는지라, 범죄 같이 중대하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닌 한 오히려 유쾌한 해프닝으로 마무리되는 일이 많다. 해프닝이 잦으면서도 RP 설정은 희미한 버튜버들이 주로 해당되는데, 빨간약이 드러나도 그게 캐릭터 그 자체라는 의미로 '빨간약이 없는 버튜버'라 불리기도 한다.이런 사례를 창작물에서 찾아보자면 VTuber인데 방송 끄는 걸 깜빡했더니 전설이 되어있었다의 코코로네 아와유키(보다 정확하게는 '슈와짱')를 꼽을 수 있는데, 아와유키가 방송 사고를 저지른 것이 갭 모에 자극으로 대박을 치고, 이는 평소 행실을 반영한 부캐 '슈와짱'의 데뷔로 이어진다. 현실에서는 유키하나 라미와 양아지, 라디유 등을 꼽을 수 있는데, 그 중에서도 라디유는 해프닝이 상당히 많고 이를 통해 입덕한 팬이 적지 않은지라 나는 전설이다(...)라 봐도 무방한 수준. 여기에 라디유는 버튜버 중에서는 드물게 부캐가 많고 자신의 전생이 스스럼없이 언급되다 못해 부캐로 정식 편입되기도 해, 빨간약과 관련해서는 복합적인 사례에 속한다.
Neuro-sama나 라디안처럼 안의 사람이 사람이 아니라 언어 모델인 AI 버튜버 역시 빨간약의 의미가 없다. Neuro-sama는 핵심인 언어 모델 부분은 클로즈드 소스이지만 상당수의 모듈이 개발 방송을 통해 소스 코드가 드러난 적이 많으며, 라디안은 개발 방송이 진행된 적이 없기에 철저히 클로즈드 소스이다. 또한 Neuro-sama 이후 등장한 AI 버튜버 중에는 아예 Github에 소스 코드를 올리는 오픈 소스도 있다. 물론 AI 버튜버를 훈련시키고 성격을 부여하는 등의 구체적인 작업은 개발자 등 관계자의 몫이다.
[1] 현실적으로 이사 비용이나 보안조치 마련 비용 등의 문제 때문에 회사가 일일히 수십~수백명이 넘는 방송인들의 신변까지 보호해 줄 순 없기 때문이다. 회사 측의 실수지만 브이스포의 경우 오디션 정보 유출 사고로 엄청난 금액을 지출해야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2] 실제로 스즈하라 루루처럼 스토킹 때문에 은퇴한 경우까지 있을 정도다.[3] 숲튽훈은 이전부터 알려진 별명을 그대로 버튜버 명의로 썼으며, 연비니는 데뷔 이틀 차에 진행한 러끼와의 첫(?) 합방에서 직접 빨간약을 깠다. 로나땅은 성우 활동 이전에 썼던 예명을 달았으며 시청자들도 대놓고 그녀의 출연작들을 가지고 놀릴정도.[4] 강찬용 역시 인방을 할 때 자신의 버튜버 아바타인 '강자석'으로 활동할 때는 프로게이머 지망생으로서 활동한다. 되고 싶은 선배 프로게이머는 당연히 앰비션(...).